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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실버 | 그런 연기일수록 숙련된 배우가 맡아줘야 한다. 상대역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테니스볼을 보고도 액션과 감정 연기를 해줘야 하는데,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도로 훈련된, 재능있는 배우들이 필요한 건 그런 이유다. 컨벤셔널한 연기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제이다 | 그리고 감독들이 주문하는 연기의 타입도…(일동 동조, 웃음) 평범하진 않다. 원하는 것을 매우 구체적으로 주문한다. 심지어 어떤 음절에 강세를 둬야 하는지 따위까지. (로렌스가 폭소한다) 다른 배우들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나는 감독들의 요구나 지시 사항이 내 본능의 소리와 충돌하곤 해서 좀 힘들었다. 그게 내겐 큰 도전이었다. 어떨 땐 25테이크를 간 적도 있으니까. (웃음) 생각해 보면, 재밌고 의미있는 경험이었다.이 프로젝트를 제외한, 감독들의 관심사는 어떤 것들인가.로렌스 | 래리는 모든 종류의 책에 관심이 많다. 읽는 걸 너무 좋아한다. 매우 지적인 사람이다. 앤디는 아주아주
<매트릭스2 리로디드> 배우들 인터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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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감독, 죄다 감정적이 된다 그리고 폭발한다"
<살인의 추억>이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만들어지기 전부터 시나리오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고,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는 평론가와 배급 관계자, 시사회 관객에 이르기까지 두루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은 이른바 작품성과 흥행력을 두루 갖춘 귀물이 될 것인가? <씨네21>의 두 기자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서로 다른 각도로 접근해 들어가는 인터뷰어들에게 감독은 조심성과 유머, 소신을 유연하게 결합하면서 응수했다. 세개의 목소리가 해명하는 <살인의 추억> 이야기를 여기 펼쳐놓는다.
Q1. 왜 살인의 ‘추억’인가?
남동철 |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 되는 연극 <날 보러와요>는 영화화하려던 감독이 많았다고 들었다.
봉준호 | 나도 몇몇 감독님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그 연극을 <모텔 선인장> 조감독 시절에 봤는데
<살인의 추억>의 감독 · 비판자 · 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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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왜 농촌 스릴러인가?
김소희 | 이 영화 안에서 드라마적인 장치와 시대적인 코멘터리가 얼마나 잘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라설 수 있을 것 같다.
봉준호 | 그에 대해서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양분된다. “전경들 다 시위 진압하러 갔댄다!”라는 대사나 등화관제 훈련과 여학생 살해장면의 노골적인 교차편집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직설적이다.
남동철 | <플란다스의 개>는 인물과 사건을 떨어져서 보겠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살인의 추억>엔 감독이 느낀 울분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전달돼서 좋았지만, 그걸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 영화가 어떤 면에서 <블랙 호크 다운>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벌어지는 상황은 전혀 다른 종류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시점으로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뭔가 느낌은 있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행동하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가 이 영화에 있다고 느꼈다.
봉준호 |
<살인의 추억>의 감독 · 비판자 · 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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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 화성이라는 공간의 넘실거리는 보리바닷물결과 햇빛 그리고 여기에 쓰인 잔잔한 음악이 형성한 무드는 후반에도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엔딩신에서 굉장히 화려한 이미지로 사용된다.
봉준호 | 후반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등화관제 모티브다. 누가 나에게 “80년대를 어떻게 기억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등화관제의 시대요”라고 말할 거다. 그건 인위적인 어둠을 만드는 행위다. 그런 상황에서 살인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들더라. 아까 말했던 직설적 감정 표출이 우려되는 클라이맥스의 살인장면은 “거기 쌀집 불 꺼!”라는 방송과 함께 셔터가 내려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견 노스탤직한 장면으로 시작했고 관객을 그렇게 유도했지만, 내 진심을 폭발시키는 교차편집과정에서 그 노스탤지어와 완전히 분리됐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에서 인물과의 거리감도 허물어졌다.
김소희 | 한 시대를 추상적으로 컨셉화해서 필요할 때마다 인물이나 사건에 와서 붙는다면 인물이
<살인의 추억>의 감독 · 비판자 · 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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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웃음)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결국 어떤 기대치를 갖고 극장에 오느냐에 따라 다를 거다.
남동철 | 송강호의 코미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지 않을까. (웃음)
봉준호 | 그 사람 정말 괴물 배우지.
김소희 | 어떤 자료에서, 현실의 공포로부터 웃음이 비롯된다는 봉 감독의 멘트를 읽었다.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이 영화가 주는 웃음은 상당 부분 관객을 의식하면서 배우의 기량에 기댄 즉발적인 것들이라고 본다. 봉 감독이 그걸 노련하게 절충했던 거 아닐까.
봉준호 | 내가 원래 코미디를 좋아하는 것이지, 웃기자고 기를 쓴 건 아니었다.
김소희 | 박두만이 무모증 얘기를 꺼내는 장면을 보면, 바퀴 달린 회전의자를 타고 프레임 아웃 됐다가 다시 들어오는 모습이 웃음을 끌어내는데 그 톤은 영화의 내적 맥락과 무관한 것이고, 그 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가 아니라 <넘버3>의 송강호다.
<살인의 추억>의 감독 · 비판자 · 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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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감독이 고전적인 드라마나 소설에 대한 애호가 있는가. 혹은 기독교적인 배경을 가졌는가.
봉준호 | 어렸을 때 성당에 열심히 다녔지만 지금은 아니다. 문학작품은 대학 때 많이 봤지만 심취하진 않았다. 대신 70년대 미국영화를 좋아한다. 고전적인 호흡과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드라마들. 존 프랑켄하이머, 윌리엄 프리드킨, <E.T.> 까지의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코폴라의 영화들에 대한 애호가 있다. 이 영화도, 정공법이라고 하긴 거칠지만, 크게 봤을 때 강한 드라마와 캐릭터가 있고 하나의 감정을 향해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그 부류의 영화들과 비슷할 수 있다.
김소희 | 어떤 특별한 영화를 참조했거나 반대로 의식적으로 차별화하려고 했던 레퍼런스는 없었나.
봉준호 | 특별한 건 없다. 다만 <파고>와 비교할 수 있겠다. 그 영화는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파고라는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지만, <살인의 추억>은 화성이라
<살인의 추억>의 감독 · 비판자 · 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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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지목한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영화 철학서「뇌는 스크린이다-들뢰즈와 영화철학」(이소출판사ㆍ옮긴이 박성수)이 발간됐다. 들뢰즈는 정신분석학이나 언어학적인 영화 분석에 반기를 들고 니체주의적 틀안에서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통합해 20세기 전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론가.
기획자 그레고리 플랙스먼의 길고 깊이있는 서문으로 시작되는 책은 빈 조형예술대학에서 하버드, 부다페스트의 ELTE 대학까지 세계 곳곳에서 연구중인 영화학자들의 질뢰즈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이미지에 다가가기', '이미지 지도 그리기', '이미지 사유하기'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각각 그의 존재론과 영화의 발전에 대한 견해, 윤리학 등을 살펴보고 있으며 책의 말미에 그가 86년 카이에 드 시네마와 가진 인터뷰를 실고 있다. 554쪽. 값 2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새 책] 영화에 대한 들뢰즈의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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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전용극장 서울아트시네마는 오는 10-17일 유럽연합 영화제를 개최한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주한유럽연합 대표부가 동시에 마련하는 이번 영화제에는 EU연합 15개국중 포르투갈과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13개국의 영화가 한편씩 상영된다.상영작 중에는 2001년 칸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출품됐던 에르만노 올미 감독의 <직업군인>(Il Mestiere delle Armi)와 도그마선언의 계보를 잇는 덴마크영화 <키라의 사연> (Kira's reason), 빔벤더스 감독의 97년작 <폭력의 종말>(Am Ende der Gewalt),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레이닝 스톤>(Raining stones)(감독 켄로치) 등 화제작들이 포함돼 있다.오후 1시부터 하루 네차례 상영하며 관람료는 6천원. 문의 인터넷 www.cinematheque.seoul.kr다음은 상영작 목록.▲꺼져가는 불빛(Fading Lightㆍ그리스ㆍ감독 바실리스
서울아트시네마 유럽연합 영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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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강우석 | 시네마서비스 회장
올해 또 1등이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건 곳은 지중해 연안의 작은 섬인 말타공화국이었다. <실미도>에 나오는 수중침투장면을 찍기 위한 특수효과 스튜디오가 있는 곳. 소감을 묻자 강우석 감독은 준비된 듯 차분히 말하면서도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솔직히 기분좋다. 지난 한해도 열심히 살았구나 싶고 이거 유지하려면 올해는 또 뭘 벌여야 되나, 걱정도 된다. 어쨌든 현재로선 <실미도>가 가장 중요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이고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다. 늦어도 내년 설엔 심판을 받을 텐데…. 한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수중침투장면 하나 찍으려고 말타공화국까지 왔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실미도> 연출에 집중할 한해지만 그는 시네마서비스가 펼칠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는다. “6월에 스튜디오가 완공되고 하반기에 극장체인도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올해는 투자한 영화 가운데 대작이 많다. <
2003 충무로 파워 50 - [1] 1위~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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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김동호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스케줄표는 갈수록 빡빡해지고 있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를 잡은 부산영화제가 위상을 드높이면서 그의 발걸음도 분주해지는 것이다. 지난해 15개 영화제를 순회했고 올해도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한반도 밖에서 지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올해는 칸영화제 기간 중 미국 영화산업지 <버라이어티>가 주최하는 국제회의 ‘페스티벌 디렉터스’에 베를린, 선댄스영화제 집행위원장 등과 함께 참석하게 된다. 해마다 관심이 높아지는 부산영화제의 이모저모를 꾸리고 세계 곳곳의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해외를 누비는 것만이 그의 일은 아니다. 김동호 위원장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칸영화제 등을 돌면서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등 ‘외교사절’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다.
★ 지나온 1년 |
7회 부산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특히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처음으로 모두 모였다는 점이 인상에 남는다.
★ 앞
2003 충무로 파워 50 - [2] 11위~2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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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박무승 | KM컬쳐 대표
<반칙왕> <달마야 놀자> 등에 투자, 매년 수익에서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기대를 모았던 <이중간첩>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해 15억원을 잃고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까먹은 게’ 아니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여긴다. “관객이 덜 들어서라기보다 해외 로케이션 등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말. 하지만 순위는 지난해 직접 제작에 나선 <품행제로> 외에도 <빙우> <오! 브라더스> 등 하반기 카드들이 대기하고 있어 9계단이나 뛰었다. 음반, 매니지먼트 등의 사업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기 위해 애썼던 그는 올해도 “KM컬쳐를 명실상부한 토털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다지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각오다.
★ 지나온 1년 |
제작사를 겸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프리 프로덕션을 좀더 강화해야겠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 앞으로
2003 충무로 파워 50 - [3] 21위~3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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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김혜준 |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영진위의 안살림을 책임지게 되면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박사 학위를 줘야 한다”는 한 추천인의 재미난 언급처럼, 그동안 한국영화 진흥책 마련에 있어 ‘싱크 탱크’ 역할을 담당했다. 2000년부터 영진위 정책연구실장으로 일하다 올해 초 사무국장에 임명된 그는 “영진위와 영화계의 거리감을 좁히겠다”는 목표 아래 “발로 뛰는 사무국을 만들겠다”며 체질개선 작업 중이다. “1기 때는 위원 구성 등의 내홍으로 사업 심의나 집행에 있어 디테일한 부분들을 놓치고 간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 그는 “위원회가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갖춘 만큼 여기에 위원들과 사무국이 보조를 맞춘다면 이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 지나온 1년 |
선택을 할 권한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이제는 현실적인 안을 도출하기 위해 때론 타협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쌓인다.
★ 앞으로 1년 |
영화 좀 극장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
32.
이은 |
2003 충무로 파워 50 - [4] 31위~4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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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봉준호 | 감독/NEW
“파워 500이 아닌가요? 아니면 집계 착오던가.” 파워 50에 들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봉준호 감독의 첫 반응은 의외란 것이었다. 이제 2번째 영화를 만들었고, 그나마 아직 흥행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그에게 표가 쏠린 것은 분명 <살인의 추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웰메이드 영화이면서도 흥행성을 갖춘 이 영화의 성공 여부가 향후 한국영화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기에, 그와 이해관계가 거의 없는 충무로 관계자들도 흔쾌히 그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 지나온 1년 |
2년8개월 동안 준비해서 두 번째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틈틈이 세 번째 영화 준비를 했다.
★ 앞으로 1년 |
세 번째 영화를 준비한다. 개봉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다. 밝고 통쾌한 영화를 찍고 싶다. 장르? ‘SF의 탈을 쓴 리얼리즘영화’라고 하겠다. 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
42.
전지현 | 배우
지
2003 충무로 파워 50 - [5] 41위~5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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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원화평은 홍콩액션이 지금 같은 파워를 가지게 된 까닭을 묻자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는 <매트릭스>를 향한 찬사와 함께 자신이 안무한 액션을 뿌듯해하는 장인의 자존심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오우삼과 서극, 임영동, 우인태가 할리우드에 나섰지만, 그중 어떤 감독도 카메라 뒤에 묻힌 한 무술감독이 했던 것처럼 동양의 정서와 영혼을 살려내진 못했다. 원화평은 세계 대부분 육지를 지배한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전제 자체를 뒤집었다. 사스(SARS)가 첫 번째 절정에 달한 홍콩, “괴질이 두렵긴 하지만, 예의를 차리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원화평을 만나 <필름메이커>로부터 “영화적이고 초현실적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꿈의 단계라고 말해야 할” 액션을 창조했다는 찬사를 받은 무술감독의 목소리를 들었다. 새로운 세기의 액션영화는 원화평과 그
무술감독 원화평(袁和平)을 만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