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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규모의 미디어 그룹 AOL 타임워너 그룹에서 발행하는 잡지 <피플>이 매년 기획하는 기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의 명단이 발표됐다. 올해 의 본드 걸로 니콜 키드먼의 명성을 누르고 흑인 여배우로는 처음 오스카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차지한 할리 베리가 표지를 장식했다.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할리 베리에게 넘긴 니콜 키드먼은 지난해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여전히 이름을 올렸지만, 표지에서는 역시 밀려났다. 할리우드의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는 올해에도 선정됨으로써 이 기획기사가 지속된 13년 동안 7번째 선정의 영광을 안았다. 이 밖에도 “많고 많은 잠”이 자신의 미의 비밀이라고 고백한(!)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시카고>의 캐서린 제타 존스, <파 프롬 헤븐>의 줄리언 무어,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 리자 마리 프레슬리 등이 선정되었다. 남자로는 <갱스 오브 뉴욕>의 도살자 대니얼 데이 루이스, &
[사람들] 꽃보다 아름답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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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리듬의 기억
봉준호 감독은 배우에게서건 스탭에게서건 100%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사람이다. 그것은 제3자가 감히 이해하기 힘든 경지다. 지난 겨울 경남 사천의 굴다리 위에서 하이라이트신을 찍을 때, 입김이 그대로 얼음이 될 것 같은 혹한 속에서도 송강호, 김상경, 박해일은 마치 “내 몸의 주인은 (봉준호) 당신이요”라고 외치듯이 몸을 돌보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음악감독 이와시로 다로(39) 역시 ‘봉 마니아’가 되어 있는 듯했다. 넉넉한 레코딩 기간 동안 그가 봉 감독에게 매료된 것은 다름 아니라 그의 확신에 찬 태도 때문이었다. 머릿속에 음악과 영상의 완성된 조합본을 가진 사람마냥 봉 감독의 어투는 상세하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와시로가 주문받은 것은 두 가지였다. ‘시대’와 ‘살인’(혹은 살인자)에 대한 기억일 것, 사실적인 음악일 것.
80년대에 실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조금은 시니컬하게 풀어가지 않겠냐(이와시로는 봉 감독의 전작 &l
<살인의 추억> 음악감독,이와시로 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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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 오기 전까진 밥도 제때 못 먹었죠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지우 팀장의 전화는 열번 가까이 울렸다. 영화제가 시작한 지 나흘째인 월요일에야 처음으로 점심을 먹었다는 그는 잠깐이라도 느긋해질 여유라곤 없었다. 국내와 국외 게스트들을 영화제에 초대하는 초청팀은 게스트가 전주에 발을 딛는 순간까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서. 아시아와 유럽에 흩어져 있는 게스트들을 위해 비행스케줄을 짜다보니 “이젠 여행사 직원이 다 됐다”며 한숨을 폭폭 쉬던 이 팀장은 “체하기라도 하면 일을 못할까봐” 함부로 밥도 먹지 못하겠다고 말했다.이지우가 전주영화제와 연을 맺은 건 4년 전 군산시청 앞에 붙어 있던 자원봉사자 모집 플래카드를 봤을 때였다. 전공인 미생물학을 좋아했지만, 하루종일 실험실에 처박혀 있는 건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용평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맡았던 영어통역 일이 재미있기도 했다. 집은 충남 서천, 일하는 곳은 전주. 초청팀 선배들은 두
전주국제영화제 초청팀장,이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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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경남 사천 <살인의 추억> 촬영장에서 만난 김뢰하(38)는 배우가 아니었다. 제작부가 입는 ‘잠바때기’를 걸친 그는 부탄가스 통에 노즐을 연결한 ‘간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땅바닥의 얼음을 녹이고 있었다. “영화가 너무 궁금해서 촬영장을 찾았고, 가만히 불이나 쬐고 있자니 미안했다”는 그는 자신의 촬영분량이 없는데도 그 먼 곳까지 찾아가 궂은일을 자처했다.
어찌보면, <살인의 추억>에서 그의 역할인 조용구 형사 또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인물이다. 조용구는 걸핏하면 용의자를 향해 군홧발을 날리고, 시위현장에서 대학생의 머리채를 질질 잡아끄는 전형적인 악질 경관이지만 낙후된 80년대라는 조건 속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려 했던, 그러나 결국 그 시대에 의해 희생됐던 존재다. 범인을 잡기 위해 시대의 방조 속에서 그가 사용한 폭력은 결국 부메랑이 돼 그에게로 향했던 것이다. 죄없는 이를 고문했던 그의 오른쪽 다리가 절단되는 장면에서 군부독재의 환부가 제거
봉준호의 동반자, <살인의 추억>의 배우,김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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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빠아~” “봉자야!”
비 내리던 4월의 어느 오후, 김민종과 김정은이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영화 속에서 ‘애틋한 연인’으로 분했던 두 사람은 우산을 내던지고 빗속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눠도 시원찮을 판에, 나란히 앉아 가끔씩 눈을 맞추며 실실 웃기만 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신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는 듯이. 그 품새가 꼭 죽이 잘 맞는 오누이나 단짝 친구 같다. 아닌 게 아니라 김민종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김정은을 배역(은지/혜미)의 초기 이름인 ‘봉자’라고 부르는 걸 듣노라면, 아무리 영화 속이라도 이들 사이에 비극적이고 강렬한 로맨스가 싹텄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역시 배우는 배우다. 이날 촬영의 컨셉은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조용히 절규하는 듯한, 연인의 간절하고 뜨거운 눈물. 촬영기자의 ‘울어달라’는 주문에 난감해하던 두 배우는 그러나, 구슬픈 배경음악을 슬쩍 흘려주는 것만으로도 이내 ‘감정이 업’되어, 손을
再見男女, <나비>의 김정은+김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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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케이블TV 프로그램에서 ‘스타 2세의 삶’을 다루는 것을 보았는데, 말 그대로 ‘부모 잘못 만나 무슨 고생’이 대부분이었다. 타고난 끼로 결국 쇼비즈니스계로 입문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평생 ‘누구누구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고 부모의 광채가 크면 클수록 더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빛이란 결국 더 밝은 빛 앞에서 사그라드는가보다. 케이트 허드슨은 그늘 속에 숨어지내기엔 너무 반짝거리는 아가씨였다. 크고 환한 미소와 탐스런 금발머리에서 눈치챘을수도 있겠지만, 그는 ‘변하지 않는 섹스심벌’ 골디 혼의 딸이다. “비단 배우가 된 이후뿐 아니라 어릴 적부터 늘 ‘쟤는 골디 혼의 딸이야…’란 수근거림을 듣고 살았어요. 하지만 엄마와 비교하는 것은 이제 너무 익숙해졌어요.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니까요. 물론 그는 사랑스럽고 휼륭한 여자예요. 하지만 나에게는 단순히 엄마예요. 빨리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정해주길 바랄 뿐이죠.”
“고등학교나 졸업하고 일을 시
너 같은 여자를 누가 마다하겠어,케이트 허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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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와 한국 시네마테크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유럽연합영화제’가 오는 5월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한국-유럽연합간 공식 외교수립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번 영화제는 총 15개의 유럽연합 회원국들 가운데 포르투갈과 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고 13개국의 13개 작품을 선보인다.
현재 한국에서 상영되는 전체 영화들 가운데 유럽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EU영화제는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유럽 각국의 영화들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영화제 상영작들은 통일된 컨셉을 기준으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각 회원국들이 자국에서 최근 상영된 대중영화 가운데 뽑은 한편씩을 모았다.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들이 유럽연합 각 회원국들의 뚜렷한 개별성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품들이 모였다는 측면에서, 개봉작들이 크게 할리우드영화와 한
낯선 영화에서 유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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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본 슬래셔무비는 이었다. 입장권을 내고 국도극장 로비로 들어갔을 때, 극장 전체가 흔들릴 만큼 커다란 비명소리가 일었다. 마지막 장면이었다. 살인마는 죽고,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안심할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무언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 무섭지도 않은, 최후의 발악이 그때는 효과가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스크림>의 전화 퀴즈에서도 나오듯이, 에는 제이슨이 나오지 않는다. <나이트메어>의 프레디와 함께, 역대 공포영화 사상 최강의 캐릭터로 꼽히는 제이슨이 등장한 것은 2편부터다. 스키 마스크를 쓰고 커다란 칼을 든 제이슨의 모습은 언제 봐도 인상적이다. 최근에도 <제이슨 대 프레디>가 만들어질 정도로 제이슨의 생명력은 무한하지만, 솔직히 캐릭터 자체가 공포스럽지는 않다. 과거의 원한을 지니고 살육의 길에 뛰어들었다가 점차 초자연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제이슨의 모습은 좀 심심하다. ‘난도질’이란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슬래셔무비의
마음이 없는 악마,<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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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나 <시카고>에 이미 익숙해진 우리에게 1950년대 뮤지컬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뮤지컬에 사용되는 음악의 장르적 특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우며, MTV로부터 물려받은 스타일리시한 카메라 워킹으로 귀뿐 아니라 눈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아버리는 우리 시대의 하이브리드한 뮤지컬에 비교해 보았을 때 <상류사회> 같은 작품은 대단히 심심한 ‘드라마’ 정도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50년대 후반, 이미 뮤지컬이 한물간 것이 아닌가라는 그 당시 스튜디오의 근심을 보기좋게 불식시킨 당대 최고의 히트 뮤지컬이기도 하다. 그것은 분명 콜 포터라는 최고의 작곡가가 느긋하게 들려주는 달콤한 러브 송들이 지금에 와서 다시 들어봐도 전혀 색바래지 않는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 스튜디오 시스템하에서 철저하게 대중의 취향을 고려한 ‘장르영화’의 익숙한 매력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예이기도 할 것이다.제임스 스튜어트와 캐
50년대 `아날로그` 뮤지컬,<상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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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한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제인 오스틴, 그리고 헨리 제임스였다. 그중에서도 19세기 미국 상류층의 삶을 냉철하게 해부하며 화려하기 그지없는 ‘공적인’ 예의범절 속에 일그러져가는 사적인 영혼의 균열에 줄곧 집착했던 헨리 제임스는 20세기 말에 더욱 많이 읽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인 캠피온의 <여인의 초상>과 아그네츠카 홀랜드의 <워싱턴 광장>, 제임스 아이보리의 <골든 보울>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헨리 제임스 원작 영화들’ 중에서도 이안 소프틀리의 <도브>는 가장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부유한 시한부 소녀 밀리(앨리슨 엘리엇), 가난한 기자 머튼(라이너스 로치), 사악하고 대담한 매력의 케이트(헬레나 본햄 카터) 사이에 오가는 강렬한 유혹과 열정과 쓰디쓴 회한의 드라마는 쉽지 않은 모던한 감수성과 섬세한 시선으로 충만하며 보는 이를 압도한다. 동시에 헬레나 본햄 카터의 일생일대의 명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무거움,<도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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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포토에세이 사람> 월∼금 오전 10시50분가난한 사람들만을 주로 찍어 ‘거지작가’로 불렸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민식은 자신의 사진산문집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에 실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정신으로 나의 영원한 주제 ‘인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추구해나갈 것이다. 그곳에서 위대성과 진실성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막말로 말해 이 세상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한 노래의 집결”이라 자칭한 시집 <만인보>에서 시인 고은은 이렇게 적었다. “오, 사람은 사람 속에서만 사람이다 세계이다.”MBC의 <포토에세이 사람>을 보면서 최민식과 고은의 이 글들을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30년 넘게 <인간> 연작에 몰두한 최민식의 지구력, 10년 넘게 <만인보> 연작에 힘을 기울인 고은의 집요함과 이 프로그램을 곧바로 비교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그리고,다큐멘터리는 지속된다 <포토에세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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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mom, 1998년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출연 줄리아 로버츠KBS2 5월10일(토) 밤 10시50분
<나홀로 집에>와 <해리 포터> 시리즈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작. 어느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에 관한 소박한 드라마다. 생모, 그리고 마음을 닫은 아이들 때문에 이사벨은 힘들다. 그녀는 새엄마이자 커리어우먼의 삶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사벨을 따돌리고 생모 재키는 아이들에게 변함없이 엄마로 대접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재키의 암투병 사실을 뒤늦게 이사벨이 알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줄리아 로버츠, 수잔 서랜던 등이 출연하고 있다.
[주말TV] 스텝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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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sing Arizona, 1987년감독 코언 형제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EBS 5월10일(토) 밤 10시
<파고>와 <바톤 핑크> 등을 만든 코언 형제의 1987년작. 하이는 도둑이지만 늘 가벼운 형량만 받는다. 경찰로 일하는 에드는 하이에게 청혼을 받고 그와 결혼하게 된다. 둘은 마치 꿈속처럼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이 부부는 자신들이 아이를 가질 수 없음을 알게 된 뒤 절망한다. 어느 날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뉴스를 접한 하이 부부는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겠노라고 결심한다. 아이를 유괴하는 것이다. 유쾌하고 기발한 코미디.
[주말TV] 아리조나 유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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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그것은 전쟁Philadelphia Story, 1940년감독 조지 쿠커 출연 캐서린 헵번 EBS 5월11일(일) 낮 2시“캐서린 헵번은 대중의 동정심을 사는 역을 거의 맡지 않았다. 초기 출연작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유복한 가정의 딸이자 오만한 인물이다. 그런 역을 캐서린 헵번이 연기했으니 정나미 떨어질 법하다. 그러나 그녀는 우아하기 그지없었다.”시오노 나나미는 배우 캐서린 헵번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이 문장은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조지 쿠커 감독조차도 고집불통 캐서린 헵번을 못마땅해했다는 후문이다. <필라델피아 스토리>는 캐서린 헵번의 전형적 페르소나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미모와 오만함을 겸비한 여성을 연기하고 있는 것. 또한 영화는 할리우드 대중영화에 각인된 성(性) 대결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흥미롭다.사교계 명사인 덱스터 헤이븐은 아내 트레이시와 헤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트레이시는 조지라는
조지 쿠커 감독의 <필라델피아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