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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은 공간을 초월해버리는 사람입니다. 가회동의 한켠, 기와지붕이 구름처럼 휩싸고 있는 김호정의 작은 공간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마치 독일 슈바빙의 작은 카페쯤으로 변하고 맙니다. 같은 땅에 발을 딛고 있지만, 늘 다른 공간 속을 유영하고 있는 것 같은 영혼, 짧은 시간 동안에 그 이질적인 분위기를 상대편에게 감염시켜버리고 마는 사람. 어쩌면 <나비>의 안나가 독일에서 온 여인이라는 기억의 바이러스가 제게 침입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비>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받은 청동표범 한 마리가 위엄있는 자세로 내려다보는 가운데 지인들이 구석구석 남긴 낙서들이 빙그레 미소를 자아내는 그 공간은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주인을 똑 닮아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나비> 끝난 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그렇게 그는, 그 사이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부름을 받아 히로시마로 건너가 <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라는 영화를 찍었던 기억과 30도로 깎아
나비보다 가벼운 여행자처럼,<나비>의 배우 김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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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에 제작됐다는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은 현재 필름조차 보존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요즘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영화였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두용 감독의 손끝에서 70년 만에 다시 만들어진 <아리랑>을 보면, 왠지 이건 원작의 마음에 가장 가까운 영화일 거라는 예감이 온다. 구성지고 넉넉한 변사의 입담을 따라 막이 열리면, 식민지의 고달픈 살림살이가 한땀 한땀 아프게 수놓아지고, 서러운 민심은 민요 <아리랑>을 타고 골목 어귀, 동구 밖 넘어 고갯길로 흘러 넘어간다. 이두용 감독과 이미 여러 작품을 함께한 바 있는 최창권 음악감독은 95년 이 감독의 <위대한 헌터 GJ>를 끝내면서 한동안 영화음악과 멀어져 있었다. 약해진 심장을 수술한 뒤 다시 억눌린 척추신경으로 고통스러워하던 그에게 일거리는 소원해졌지만, 재기의 기회가 온 건 또다시 이 감독에서였다. 무려 일곱해를 떠나 있던 현장이었지만, 최 감독의 악상은 조금도 어눌해지지
남북이 하나되는 가락,<아리랑> 음악감독 최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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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영화가 하고 싶죠. 원래부터 내 꿈이 영화배우였는데.” 연기경력 10년차, 데뷔작으로 출연한 드라마 <사랑의 인사>에서 액션을 가미한 춤을 보여줬다가 처음부터 ‘코믹한 인상’으로 낙인찍힌 권오중. 생각해보니 성룡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어디선가 그가 말한 적이 있는 것도 같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테러범의 사투를 그린 영화 <튜브>에서 그가 연기한 ‘면도날’은 그러나 이 액션 활극 마당 바깥에 있다. 지하철 승객을 밥줄 삼는 소매치기범으로 바싹 밀어버린 머리와 화려한 옷차림에 입에서는 욕을 질질 흘리고 사는 생양아치며, 쉴새없이 떠벌대고 껄렁하게 이죽거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멍청히 당하거나 비굴하게 내빼는 놈이다. 그러니까, 혼자서도 야단법석이라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코믹 캐릭터. 우리가 알고 있던 연기자 권오중이 ‘면도날’과 그럴듯하게 밀착해 있는 모습은 게다가 더욱 인상적이다.
“사실 저는 개인기가 별로 없어서 대본에 없
진짜 양아치 뺨치죠? <튜브> 배우 권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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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고나서 “흑인 배우들에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아카데미는 어디까지나 하룻밤 이벤트”라는 말로 섣부른 희망을 경계했다. 워싱턴은 시드니 포이티어 이후 38년 만에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쥔 흑인배우였고, 그 기다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위기 혹은 환호의 순간 앞에서도 냉정한 남자. 줄리아 로버츠가 “일종의 존재론적 초월”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워싱턴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고대 마야의 성벽처럼, 온기가 느껴지면서도 견고하다. 그는 영화 속에서나 현실로 돌아와서나 기대고 싶은 어른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누군가의 삶의 근거가 된다는 것, 당신들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결코 알지 못할 거다”라고 백인 기자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워싱턴이 처음으로 연출한 <앤트원 피셔>는 이런 점에서 그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영화다. 그는 빠듯한 제작비와 카메라 뒤에 섰다는 불안에 시달렸지만
초월적 우아함이여,<앤트원 피셔덴> 연출한 덴젤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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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일까. 배두나는 친숙한 느낌을 준다. 스크린 속에서, 카메라 앞에서 혹은 인터뷰어와 함께 있을 때, 그러니까 배우가 자신을 배우로서 드러내는 방식들에 어떤 일관성이 있어서 그 사람의 안과 밖을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투명한 인식이라니, 아마도 착각일 것이다. 그래도 이건 이색적인 착각이었다.
“아니, 배두나! 오늘의 의상 컨셉이…” 하며 친한 체하자 그는 “아아이~ ” 하며 다리를 꼬았다. 그녀 자신도 익숙지 않은 분홍색 치마는 <튜브>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튀는 영화임을 새삼 상기시켰다.
영화 속에서 갖고 다니던 클림트 그림 이야기를 꺼내자 대뜸 “그거 왜 가지고 다니는지 모르죠?”라고 묻는다. 당연히 모른다. 영화 안에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몰라…”라고 혼잣말을 한 그는 “아빠의 유품이에요. 그 안에 바이올린이 들어 있는데 돈 때문에 잃었다가 소매치기로 되찾은 거고요”라고 설명했다. 편집과정에서 사라
위엄, 위험, 그리고 나른함, 분홍 고양이, <튜브>의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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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문성근 주연의 영화 <질투는 나의 힘>(제작 청년필름)이 5일과 17일 각각 비디오와 DVD로 출시된다. <질투는 나의 힘>은 같은 남자에게 여자를 두번 빼앗기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 한 남자가 자신의 애인으로부터 유부남을 사랑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남자의 주변을 서성거린다는 것이 대략의 스토리다. <셔터맨>, <느린 여름>로 알려진 박찬옥 감독의 데뷔작으로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초 로테르담 영화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차지했다. (서울=연합뉴스)
<질투는 나의 힘> DVD 정보 보기
<질투는 나의 힘> 비디오ㆍDVD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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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서는 오는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되는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의 자격은 만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 동포 및 국내 거주 외국인으로 영화제 전 기간 동안 참여가능하며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자원봉사자의 근무기간은 2003년 10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12일 간이며 일부 자원봉사자는 조기근무자로 활동하게 된다.응모는 개인접수를 원칙으로 하며 6월 2일부터 접수가 시작되어 오는 6월 30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 홈페이지 (http://volunteer.piff.org) 내의 '자원봉사자모집' 메뉴에서 '온라인지원' 을 통해서만 접수가 가능하다. 선발과정은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으로 진행되며 최종 합격자는 오는 8월 4일 오후 5시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http://www.piff.org)를 통해서 발표된다.자원봉사자 모집분야는 사업, 프로그래밍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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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납치했다 제작비 74억중무장한 강기택(박상민) 일행이 지하철을 납치해 승객들을 인질로 잡는다. 전원을 끊으면 터지는 폭탄을 장치해 지하철을 세우지 못하게 하고 달리다. 5공시절 국가정부보 요원이었던 강기택은 반정부 인사 납치와 암살 등 비밀공작을 수행하다가 민주화가 되면서 축출된, 이를테면 국가가 쓰고 버린 인물이다. 중부경찰서 형사 장도준(김석훈)이 지하철에 타고서 강기택과 맞선다.제작비 74억원에, 촬영 8개월, 후반작업 7개월을 거쳐 내놓은 <튜브>의 지하철 액션과 대규모 폭발장면은 지난해 나온 일련의 한국 블록버스터급 영화보다 훨씬 발전했다. 달리는 지하철이 야기할 여러 사고를 막기 위한 지하철 통제실 요원들의 노력을 함께 배치하는, 재난영화 같은 구성도 신선하다. 그러나 <튜브>는 중요한 인물의 감정을 이야기와 함께 상승시키는 게 아니라 미리부터 정해놓는다. 장도준이 강기택에게 적개심을 갖는 건 그의 전 애인이 강기택의 범행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튜브>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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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얀(임가흔)은 새로 이사 간 낡은 아파트에서 죽은 원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공포에 빠진다.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정신과 의사 짐(장국영)의 치료를 받게 된 얀은 짐과 가까워지면서 공포를 극복하지만 정작 짐에게 죽은 첫사랑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 Review
<이도공간>은 영화적이지 않다. 영화적으로 볼 때 <이도공간>은 상투적이고 신파적이다. <성원>과 <성월동화>의 각본을 쓰면서 ‘죽음’을 눈물샘 자극이라는 지상 목표에 봉사하는 소재로 활용했던 나지량이 직접 감독한 이 영화에서 사용되는 ‘원혼’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소재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디 아이>나 <링> <검은 물 밑에서> 같은 아시아권 공포영화가 요즈음 공통적으로 관심 갖는 ‘원혼’의 심리적 깊이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짐(장국영)을 쫓아다니는 원혼도 그 끔찍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사다코’의
위대한 비극이 주는 `울림`,<이도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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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전설적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 옹이 2일 노후 컬러 필름의 보존 및 복원에 기여한 공로로 필름보존상을 받았다. 1983년 <화니와 알렉산더>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베리만(84)옹은 브뤼셀에 위치한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으로부터 이 상을 받았다. 베리만 옹은 스톡홀름 스웨덴영화연구소(SFI)에서 거행된 시상식에서 "이 상을 받고 나니 나도 이런 열정적 단체의 회원이 된 기분이다"고 말했다. 필름보존상은 올해가 세번째로 2001년 미국 영화감독 마틴 스코시즈에 이어 지난해 포르투갈 영화감독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가 수상했다.
베리만 옹은 약 60편의 영화를 만든 뒤 영화제작에서 은퇴했으나 아직도 연기지도를 하고 간헐적으로 TV쇼를 연출하는 등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55년 '한여름밤의 미소'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낭만적 코미디물인 이 영화는 스티븐 손다임에 의해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평론가와 관객들로부터 진정한
거장 베리만 감독, 필름보존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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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순둥이 데이브(애덤 샌들러)는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어 ‘성질 죽이기’ 치료를 받으라는 판결에 처해진다. 프로그램 운영자는 알고보니 비행기에 동석했던 버디 박사(잭 니콜슨). 그런데 이상하게 박사는 데이브의 화만 돋우고, 그의 애인 린다(마리사 토메이)까지 넘본다.
■ Review
<어바웃 슈미트>가 잭 니콜슨의 영화이고 <펀치 드렁크 러브>가 애덤 샌들러의 영화라면, <성질 죽이기>는 이 둘의 영화일 수밖에 없다. 잭 니콜슨은 정년퇴직자의 무기력을 털고 다시 능구렁이 같은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애덤 샌들러는 예의 사람 좋은 얼굴로 위트 섞인 잽을 날리다 막판에 감동의 한방을 먹인다. 영화는 두 스타의 ‘개성’이 부리는 ‘성질’을 아이로니컬하게 조합하지만, 결국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으로 귀결된다. 그 과정의 아기자기함과 디테일의 풍성함에 녹아든 할리우드 컨벤션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역으로, 걸출한 배우
두 스타의 `개성`이 부리는 `성질`의 조합,<성질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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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끈질긴 근성만 남은 형사 장도준(김석훈)이 테러리스트 강기택(박상민)의 뒤를 쫓고 있다. 전직 국가정보부의 비밀요원이던 강기택은 권력 상층부로부터 축출당한 뒤 요인을 암살하고 수배 중이다. 신임 시장이 지하철을 둘러보던 날, 강기택이 지하철을 탈취한다. 그 지하철에 탑승하게 된 소매치기 인경(배두나)이 짝사랑하던 장도준에게 연락을 해주고, 장도준은 강기택이 점령한 지하철을 되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 Review
할리우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일부는 다인종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영화를 소재로 테마파크로 꾸며놓은 지 꽤 오래됐는데 그곳의 한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평범해 보이는 지하철역이 등장한다. 갑자기 역이 폭파되는 굉음이 울리면서 천장과 벽이 쩍쩍 갈라지고 비명소리와 함께 물벼락이 쏟아진다. 재난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의 시간은 불과 몇초에 지나지 않지만 스펙터클의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 솜씨는 충분히 감탄스럽다.
그들의 노하우와 물량은 가뿐하게
제2의 `쉬리`를 꿈꾸며,<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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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광대어 말린(앨버트 브룩스)은 아내 코랄과 2세들의 부화를 기다리던 중 상어의 습격을 받는다. 알을 보호하려던 아내는 상어 입속으로 행방불명되고 수백개의 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에게 말린은 니모라는 이름을 붙인다. 사건 이후 큰 바다를 무조건 겁내게 된 말린은, 한쪽 지느러미가 부실한 니모(알렉산더 굴드)를 과보호한다. 하지만 니모는 등교 첫날 잠수부에게 납치돼 시드니에 있는 치과의사의 수족관에 끌려가고, 슬픔으로 혼비백산한 아빠 말린은 평소의 심약함을 잊고 ‘니모 찾아 삼만리’ 길에 오른다. 말린이 단기기억상실증을 지닌 명랑한 파란 물고기 도리(엘렌 드제너러스)의 도움으로 상어, 심해어, 해파리의 위협을 뚫고 동호주 해류로 향하는 동안, 니모는 수족관의 새 친구들과 탈출을 모의한다.
■ Review
“<해저 2만리>에 나오는 니모 선장의 후일담인가?” <니모를 찾아서>라는 제목이 일으키는 첫 번째 상상이다. 니모가 노틸러스호와 상관
아들 찾는 물고기의 액션 모험극,<니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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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異氏>
문화이발소의 이발사 ‘아무개씨’를 마을 사람들은 그저 이발소를 운영한다고 해서 농담 삼아 ‘이씨’라고 부른다. 그는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잘 안 피우는 성실한 사람이다. 어느 날 이발소 이씨는 오해에 휘말려 구멍가게 구씨와 심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제목에 쓰인 다를 ‘이’(異)자가 보여주듯 <이발사 異氏>는 성(姓)씨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성(性)별에 관한 영화이다. 남자들만의 공간으로 대표되는 이발소. 푹푹 찌는 한여름 동네 남자들은 그곳을 휴게소 삼아 찾아와 웃통을 벗어젖히고 짓궂은 농담과 음담을 늘어놓는다. 마을 남자들이 눈치보지 않고 입 안의 찌꺼기를 뱉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그곳이다. 그러나 그곳의 주인 ‘이씨’는 아무리 더워도 먼지 들어올까 문도 안 열 만큼 깔끔하고, 구멍가게 구씨의 말대로라면 “마누라나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만을 즐겨 듣고, 말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농담에 끼어들 생각도 안 하며, 걸쭉한 음담
[단편Review] <이발소 異氏><아버지의 노래를 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