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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어웨이>는 샘 페킨파 영화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영화로 평가된다. 당대의 스타인 스티브 매퀸과 알리 맥그로가 출연했고 결말도 드물게 해피 엔딩이다. 그래서 샘 페킨파의 작품세계를 말할 때 거론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겟어웨이>가 정말 좋다. 70년대 여배우의 스타일을 간직한 알리 맥그로가 좋고, 그 화사한 해피 엔딩이 좋다. 무엇보다 70년대의 그 거칠고 황량한 느낌이 좋다. 샘 페킨파, 아서 펜, 돈 시겔 등이 만든 70년대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가 성인이 된 것은 그 시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조금씩 발전해가다가 마침내 모든 성장이 멈춘 시기. 아니 ‘멈춤’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아니라 한 단계로서의 ‘완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로서.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연출과 촬영, 편집 등 모든 면에서 70년대 영화들은 틀이 꽉 잡혀져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영혼은 자유롭다. 현실의 틀을 거스르고 싶어하는 반항정신이 확고하게 박혀 있다
그 시대의 반항정신에 바침,스티브 매퀸의 <겟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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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0년, 경주용 자동차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도중 사람을 얼마나 많이 들이받는가에 따라 챔피언이 가려지는 무시무시한 축제가 시작된다. 누덕누덕 기운 신체를 온통 검은 가죽옷으로 감싸고 있는 괴력의 사나이, 프랑켄슈타인이 올해에도 우승을 거머쥘 것인가? 미국의 전 국민은 이 잔혹한 카니발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폴 바텔이 연출하고 로저 코먼이 제작한 <죽음의 경주>는 그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B급영화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시작한다. 급하게 덧칠했음이 명백한 세트의 조악함에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도 전편에 넘쳐흐르는 짜릿하고 섹시한 스릴에 서서히 익숙해질 즈음, ‘미래윤리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야심이 언뜻언뜻 드러나는 드문 장면과 급기야 파시즘의 망령을 때려잡는 ‘교훈적인’ 결말에 이르면 저예산이라는 물적 한계에 절대로 굴하지 않는 'B급만의 세계‘에 어느덧 흠뻑 빠져들게 된다! <매드 맥스> 시리즈의 모태가 된 전설적인 컬트작이자, 이제
B급만의 세계,<죽음의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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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자는 만족을 원한다. 그는 명예에 굶주려 있다. 이 영화는 괴상한 욕망을 다루는 실화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황제가 된 그해에 이야기는 시작한다.” 스트라스부르그, 1800년. 시장의 조카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결투를 신청한 페로 중위는 체포된다. 체포 명령을 전달하러 온 뒤베르 중위에게 자신을 모욕했다며 결투를 신청한 페로 중위, 그렇게 둘의 악연은 시작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나파르트가 유럽을 휩쓸던 시절 둘은 함께 전장을 누비며 몇년에 한번씩 마주칠 때마다 거의 숙명처럼 결투를 벌이게 된다. 그것은 러시아를 거쳐 1816년 파리로까지 이어진다.조셉 콘라드의 단편 <결투>는 그의 또 다른 작품들처럼 그렇게 정복에 탐닉하는 제국주의적 욕망에 관한 메타적 글쓰기이다. 이제 콘라드의 <결투>를 영화화한 <결투자들>에서 단 한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지어버
리들리 스콧의 위대한 데뷔,<결투자들>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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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이유없이 맞지 말자. 직업 나이트클럽 영업부장. 취미 권투. 애창곡 <그집 앞>. 학력 고졸. 해병대 제대. 장래희망 나이트클럽 사장. 나이 20대 중반. MBC 주말드라마 <죽도록 사랑해>의 남자주인공 김재섭(이훈)의 프로필이다. 때는 아직 서울에도 ‘동네’가 있던 1970년대. 초등학교 친구들이 평생 지기가 되고, 이웃집과 사돈을 맺는 시절이다.홀어머니의 기대와 달리 대학 진학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재섭은 고3 때 경찰서 피의자 대기실에서 만난 또래의 설희(장신영)를 평생 ‘죽도록 사랑한다’. 그러나 이수일의 순정보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믿는 설희는 그를 이용하고 끝끝내 내친다. 속칭 피엑스(PX) 양키 물건 장사를 하는 어머니와 양공주 출신 언니를 보면서 자란 설희에게 사랑은 거추장스러운 사치일 뿐이다.재섭은 오래간만에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일편단심 민들레, 고전적인 남성상이다. 한국사회는 더이상 이 촌스런 남성상에 열광하지 않지만, 여전히 일
이 사나이 순정에 반해도 되나?,<죽도록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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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여기 없다신재인 감독의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2002년/ 16mm)는 예측불허의 단편이다. 감독의 상상력과 영화적 감수성이 물속에서 빛을 발한다. 처음부터 성경 구절을 인용했거나, 직접 지어낸 그럴듯한 대사들이 근엄해 보이는 인물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병원과 법원 그리고 성당, 모든 규율이 가장 강하게 적용되는 공간에서 주인공은 멋대로 말들을 내뱉는다. 분위기는 심각하지만, 주인공이 뱉어낸 말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냥 웃고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앵글은 시시각각 변하고, 화면은 흑백과 컬러를 오간다. 과연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실이 무엇일까 궁금해질 무렵 영화는 급전직하로 치달아 지금까지의 상황을 한 인물의 상상으로 돌려놓는다. 차갑고 축축한 현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는 잡담들. 물속에서 허우적거렸을 주인공에게는 그것만이 진실이었을 것이다.구성우 감독의 1995년작 (1995년/ 16mm)는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단편이다. 한 여성노동
[독립·단편영화]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 <5.56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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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감독 송해성 출연 최민식KBS2 6월7일(토) 밤 10시50분
삼류건달 강재는 여전히 인생이 제자리걸음이다. 용식은 조직의 보스가 되어 있지만 강재는 삐끼 노릇을 면치 못한다. 어느 날 용식은 홧김에 사람을 죽이고 이 사건을 강재가 대신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강재에겐 아내의 부음이 전해지는데 언젠가 위장결혼해준 중국 여인이 숨졌다는 것이다. 그는 시신을 거두기 위해 강원도로 떠난다. 배우 최민식과 장백지의 섬세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
[주말TV] 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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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rsation, 1974년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진 해크먼 EBS 6월7일(토) 밤 10시
<대부> 시리즈의 코폴라 감독작. 도청전문가 해리는 어느 기업 사장에게 고용되어 젊은 남녀 한쌍의 대화를 도청한다. 앤과 마크라는 남녀다. 둘은 공공장소에서 밀회를 즐기지만 전문가인 해리에겐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해리는 직업 탓에 자신의 개인적 삶을 철저하게 비밀로 한다. 심지어 애인에게도 말이다. 해리는 자신의 의뢰인이 끔찍한 범죄를 꾸미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도청’을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로 70년대 코폴라의 대표작 중 한편.
[주말TV] 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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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ghts, 1931년, 감독 출연 찰리 채플린EBS 6월8일(일) 낮 2시<시티 라이트>를 촬영하던 당시 채플린은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여성이 떠돌이 채플린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 여성은 거리에서 꽃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 그런데 채플린을 백만장자로 착각해야만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다. 자, 어떻게 이 장면을 찍을까? 시각장애인 여성이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란? 같은 장면을 수십번 되풀이해서 찍던 채플린은 한 가지 묘책을 발견했다. 그것은 소리의 응용이었다. 거리를 걷던 떠돌이는 정지한 자동차를 통과해 문을 닫은 뒤 다시 땅에 발을 딛는다. 그러니까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여성이 채플린을 백만장자인 줄 알게 되는 것이다.일거리가 없어 도시를 방황하는 떠돌이는 꽃파는 아가씨를 만난다. 아가씨는 앞을 볼 수 없다. 그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떠돌이는 동전을 털어서 꽃을 사게 된다. 그리고 눈을 수술할 비용을 마련해주
눈을 떠요, 사랑해요,찰리 채플린 감독의 <시티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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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이 ‘휴교령’을 내렸다. 지난 5월26일 대구 계명대에서 촬영이 있었던 <남남북녀>(감독 정초신/ 제작 아시아라인)의 현장에 학생 1천여명이 조인성을 보기 위해 몰려든 통에 학교는 어쩔 수 없이 하루 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날의 촬영장면은 남한의 대학생 김철수(조인성)가 북한의 여대생 오영희(김사랑)를 캠퍼스에서 만나는 장면. 조인성은 <클래식>과 <마들렌> 이후 상승한 인기를 ‘현장’에서 확인한 셈이다. 남북의 젊은 두 대학생 남녀가 벌이는 로맨틱코미디 <남남북녀>는 8월 개봉예정이다.
조인성, 내 인기는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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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여배우 수잔 서랜던이, 오스카상 조직위원회가 수상자의 트로피 처분까지 간섭한다고 비난했다. 서랜던은 영국 <BBC>의 방송프로그램 소개잡지인 <라디오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는데, 비판 요지는 조직위가 수상자들에게 서류 서명까지 받아가면서 트로피를 처분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 서류에는 ‘트로피를 절대 판매할 수 없고 다만 조직위에 1달러를 받고 되팔 수는 있다’라고 쓰여 있다고. 조직위의 이러한 관행을 비판한 그도 <데드 맨 워킹>으로 96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 헌신적인 급진 자유주의자로 유명한 사람답게 그런 경력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혹시 자기 트로피를 팔았나?
[사람들] 오스카 트로피,왜 팔지 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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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의 배우 메릴 스트립이 인상적인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조카도 졸업생으로 포함된 미국 뉴햄프셔대학 졸업식장을 감동시킨 스트립의 연설 모토는 “세상을 변화시켜라”. 그는, 6천명의 학생들 가운데 여학생이 60명에 불과했던 자신의 대학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여성도 대학에 다닐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남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여성들을 가로막는 장벽을 부수도록 힘써야 한다”며 “이런 일들을 하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좋은 마음가짐을 지키도록 애써야 한다. 날마다 음악을 듣고, 사랑하고, 재미있는 것들, 특히 시를 더 많이 읽으라”고 조언했다.
[사람들] ˝세상을 변화시켜라˝,메릴 스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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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구원자’ 키아누 리브스가 후속작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의 흥행수익 중 5천만달러를 기증한다! 이 엄청난 돈을 받을 사람은 <매트릭스>의 특수효과 담당자들과 의상디자이너들. 그는 <매트릭스> 속편 계약 때 영화 흥행수익의 15%를 받기로 약속했고, 이 두편이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4억5천만달러까지 벌어줄 경우 약 7천만달러가 그에게 돌아가는 것. “돈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번 것만으로도 앞으로 200년은 더 살 수 있다.” 후속편 촬영 당시에는 스턴트맨 열두명에게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주었다고. 관대한 사람으로 유명하다지만, 이건 ‘헌신’에 가까워 보인다.
키아누 리브스, <매트릭스> 흥행수익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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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이나 흥행부진의 쓴잔을 마셨지만, 김민종은 여전히 인기만발이다. <나비>의 흥행부진으로 공공연히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민종이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으로 한국영화의 흥행몰이에 앞장 서 있는 윤제균 감독의 새 영화 <낭만자객>(제작 두사부필름)에 캐스팅된 것이다. 그동안 김민종은 <낭만자객>의 주인공 ‘요이’ 역에 출연해 달라는 윤제균 감독의 청을 줄곧 거절해왔다. 그러나 이미 데뷔 당시부터 <낭만자객>의 아이템을 갖고 있었던 윤제균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민종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끈질기게 구애했다. 거절은 계속되고… 급기야 윤제균 감독이 생각해낸 비책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 김민종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날아든 감독의 한마디, “민종아 사랑해!”에 끝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엉성한 자객들이 목숨을 걸고 처녀귀신들의 한풀이에 나선다는 <낭만자객>으로, 드디어 김민종은
[사람들] 흥행아∼ 내가 간다, 김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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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를 그만두고 나면 이발사를 한다? “여기가 무슨 강간의 왕국이냐”를 외치며 날렵한 이단옆차기를 선보였던 <살인의 추억>의 무식쟁이 시골형사 박두만.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했던 그 모습이 채 식기도 전에 박두만 역의 송강호는 다음 영화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송강호의 다음 영화 속 무대는 청와대이다. 하지만 무슨 ‘요원’은 아니라는데. 알고보니 그의 직업은 ‘이발사’. <효자동 이발사>(제작 청어람, 감독 임찬상)의 주인공인 이발사 ‘성한모’ 역에 캐스팅된 것이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재미있는 스토리로 만들어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송강호는 건들한 시골형사 박두만에서 빠져나와 착실한 이발사가 되기 위해 다이어트 작전에 돌입했고, 꼼꼼하게 개인 이발교습도 받고 있는 중. <효자동 이발사>는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이발사가 우연히 대통령 개인이발사가 되면서 겪게 되는 아이로니컬한 코미디영화이다. 굵은 코미디 연기라면 그 누구도 따
송강호, <효자동 이발사>에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