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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한국의 조폭 여두목과 맞장뜰 만한 중국쪽 선수 한명 나와보시오∼, 라고 했더니만 바로 장쯔이가 왔다. 장쯔이는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에서 중국 상학패 보스로 카메오 출연하여 조폭계의 누님 신은경과의 한판 액션 대결을 보여준다. 이미 <무사> <와호장룡> 등 한국에도 많은 팬을 형성하고 있는 장쯔이는 “한국영화를 많이 봤고, 또 <조폭 마누라> 1편을 보고 팬이 됐다”고 출연계기를 밝혔다. 무엇보다도 이번 그녀의 출연에는 국제적인 교류의 의사도 있었다고 하는데, “양국간 문화교류 면에서도 이 출연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장쯔이는 밝혔다. “<조폭 마누라> 3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나온 게 없어 얘기할 게 없지만, 이 영화의 3편이 아니더라도 한국영화에는 또 참여하고 싶다”고 하니, 언젠가는 그녀를 인근 현장에서 좀더 오랫동안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어쨌거나 한국 여두목과 중국 여두목이 붙으면 누
[사람들] 한국 여두목 나와라!장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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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미소, 매끈한 매너의 그 모습을 광고에서만 보고 살면 무슨 재미겠는가? 그래서 기쁜 소식. <이중간첩>을 뒤로 하고 잠시 휴식을 가졌던 한석규가 액션스릴러 <소금인형>(감독 이순안, 제작 힘픽쳐스)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번에 그에게 떨어진 임무는 ‘위기에 빠진 아내를 구출하라’. 일단, 움직였다 하면 크게 움직이는 한석규, 그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영화 <소금인형>은 대낮에 길에서 아내를 납치당한 뒤, 납치범들이 전하는 ‘살인 지령’을 받아들고 동분서주하는 한 남자의 악전 고투기를 그린다. 그러니 당연히 범인들과의 수싸움이 펼쳐질 테고, 납치당한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처신까지 요구되겠지? 그리고 긴박한 상황인 만큼 혼신의 감정까지 깃들어야겠지? 지적이면서도 자상한, 냉철하면서도 뜨거운 그의 이미지는 <소금인형>에도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바로, 지성과 감성으로 문제의 상황을 헤쳐가는 변호사
한석규, <소금인형>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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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童話)를 걷어버린, 20대 후반의 연애는 여전히 달콤할 수 있을까. 섹스프리(sex-free) 혼전 동거, 남자와 여자 사이의 우정, OL들의 유리천장, 임신과 결혼 혹은 싱글맘 등의 테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싱글즈>는, 시트콤 <연인들>을 거쳐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진짜 내 얘기 같아서) ‘울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자 한 노혜영 작가의 손끝에서 빚어진 ‘드라마’다(노 작가는 이게 로맨틱코미디는 아니라고 말한다).94년 일본 <후지TV>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를, 다시 소설로 꾸민 가 원작이라지만, 여주인공 나난(소설에서는 노리코)이 극 초반에 겪는 일련의 사건(전직, 실연, 원형탈모증)과 이성 친구들끼리 한집에서 산다는 설정 외에는 크게 원작과의 연계를 찾기 힘들다. <싱글즈>의 작가 노혜영은 “드라마는 자막이 없어 포기했고, 소설은 굳이 찾아 읽기 싫었다”는 말로 애초부터 원작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현실적인, 현실이고 싶은 여성 이야기,<싱글즈> 작가 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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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맑은 사람을 만나는 건, 순정만화가 그리는 것처럼 누군가 전학올 때마다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닳고 단 만화책 책장만큼이나 세상엔 먼지가 많은 탓이다. 그런데 성큼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선 조현재는 살짝 피하는 눈길 끝에서도 청량한 기운을 던지는, 꿈속의 전학생처럼 보였다.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뭔가 다른게 없을까” 일찍 험한 일에 뛰어들었다는 청년. 스무살 무렵에 이미 돈버는 일의 쓰라림을 체득했고,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 연예계에 스스로 발을 디뎠던 조현재는, TV가 만들어준 깨끗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되비추고 있었다. 권력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혼자 벽을 보며 노여움을 쏟아내고 순진하고도 당당하게 저잣거리를 활보하던 <대망>의 세자가, 미움도 사랑도 안으로 삼키면서 잘 다린 신부복 옷깃처럼 구김없는 마음을 잃지 않던 <러브레터>의 안드레아가, 갈색머리 주황색 티셔츠의 낯선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서 있었다.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앉은 조현
“착하게만 나와서 아쉬워요”, <스캔들>의 조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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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바에서 두 남자가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의 그들을 다른 이들과 구별해주는 것은 약간의 호주 악센트. “이상하지 않아?” 광대뼈가 튀어나온 갈색머리 남자가 말했다. “당신이 울버린이고, 내가 헐크라니….” 한발 앞서 할리우드에 진출한 <엑스맨>의 휴 잭맨과 축배를 든 이는 <헐크>의 에릭 바나였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닥치는 우연”이라는 생의 좌표는 그렇게 에릭 바나를 운명처럼 우연처럼 할리우드로 이끌고 있었다.
리안이 <헐크>를 연출하기로 한 것만큼이나 놀라웠던 사실은 주인공 브루스 배너 역으로 에릭 바나가 캐스팅된 사건. “그러게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리안이 스타가 아닌 날 선택했다는 것보다 스튜디오가 그 무모한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는 사실, 그게 더 놀라웠죠.”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이면서도 소심한 과학자의 분열된 내면을 품을 만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찾아 헤매던 리안의 레이더망에 걸
유머를 숨긴 액션히어로,<헐크>의 에릭 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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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 롤 로 그
조재현이라는 이름이 뿜어내는 향기는 독특하다. 피와 땀이 범벅된 듯한 이 야성의 살내음은 조재현을 다른 배우들과 구별하게 하는 징표다. <악어>부터 <나쁜 남자>까지 김기덕 감독 영화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내 안에 부는 바람>(내 안에 우는 바람???) 등 저예산 작가영화에서 진동했던 그의 냄새는 TV드라마 속의 상반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쇄되지 않는다.
<청풍명월>에서 풍기는 향기 또한 영락없이 그의 것인 듯 느껴진다. 인조반정이라는 역사의 급류 속에서 우정과 대의, 그리고 자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규엽 또한 거친 향을 발산한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나름의 사연이 있고 굴곡이 많은 규엽쪽이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꺼이 선택은 했지만 처음 접하는 정통 무협 액션영화이다 보니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3개월간 승마와 검술을 익히고 체력 특훈도 했건만, 그늘도 없는 뙤
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청풍명월>로 돌아온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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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만날 독립영화는 서민적인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작품이다. 안영석 감독의 <냉장고>(1999년/ 16mm/ 29분)는 70년대 달동네의 한 가족을 담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 뜻하지 않은 냉장고가 집에 들어오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막내를 제외하곤 냉담하다. 하지만 한여름 시원한 물 한 모금과 얼음 한 조각이 시원하게 땀을 씻어주듯이, 냉장고는 가난한 가족들의 관계변화를 가져온다. 카메라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응시하면서, 가난한 가정에서 시원하게 행복이 피어나오는 표정을 소박하게 담아내고 있다. 대형 냉장고와 에어컨이 있어도 그들만큼 작은 행복에 기뻐하진 못할 것 같다.이와 달리 유상곤 감독의 <체온>(1998년/ 35mm/ 8분)은 별다른 드라마의 꼴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장면장면의 매력은 곱씹을 만하다. 한 노인이 장애인인 여자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달린다. 그들의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묻어 있지 않다. 거리의 풍경과 힘겹게 오르는
[독립·단편영화] 얼음 한 조각,담배 한 모금 <냉장고>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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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1988년, 감독 테리 길리엄 출연 존 네빌 EBS 7월20일(일) 낮 2시
바론 남작은 네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각기 특기를 하나씩 지니고 있다. 힘이 세거나 시력, 청력이 좋거나 발이 빠른 것. 남작은 부하들의 도움으로 터키 황제와의 내기에서 이겨 보물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화가 난 황제가 남작의 뒤를 쫒고 남작은 기구를 타고 탈출하는 신세가 된다. <브라질>을 만든 테리 길리엄 감독작. 원작동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기괴한 유머, 과장된 비주얼이 눈에 띈다. 우마 서먼이 출연하고 있다.
[주말 TV] 바론의 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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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 After, 1999년감독 앤디 테넌트출연 드루 배리모어 MBC 7월20일(일) 밤 12시25분
다니엘은 계모와 언니들을 새식구로 맞이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 계모보다 다니엘을 먼저 찾고 이 사건을 계기로 계모는 다니엘을 평생 원수로 삼는다. 다니엘을 하녀로 부려먹기 시작하는 것. 어느 날, 다니엘은 도망치던 헨리 왕자를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그를 도둑으로 오해해 사과로 명중시킨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살짝 비틀어 정치적으로 올바른 배드타임 스토리를 선사한다. 연기자이자 TV시리즈 각본가로 일했던 앤디 테넌트 감독작. 드루 배리모어, 안젤리카 휴스턴 주연작이다.
[주말 TV] 에버 애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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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Fantome De La Liberte1974년, 감독 루이스 브뉘엘출연 줄리앙 베르토 EBS 7월19일(토) 밤 10시“쇠사슬에 묶인 사람이 세계를 폭발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눈을 감는 것이다.” 루이스 브뉘엘 감독은 옥타비오 파스의 이런 이야기를 즐겨 인용했다. 브뉘엘 감독의 <안달루시아의 개>(1928)는 영화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바꿔놓았다. 영화가 질서정연하고 현실적 세계로부터 벗어나 인간 무의식을 향해 자유로운 탐험을 시작한 것이다. <안달루시아의 개>의 충격은 세기를 뛰어넘을 만한 것이다. 어느 여인의 눈을 베는 영화의 오프닝은 ‘초현실주의’라는 사조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 되었다. 초현실주의 운동은 조롱과 경멸, 무의식의 강조, 그리고 합리적 인과율을 무시하는 경향을 띈다. 브뉘엘 감독은 그 선봉에 해당하는 연출자였다. 그는 <황금시대>와 <비리디아나> 등의 영화에서 신성모독은 물론이고 부르주아 계급을 향한 영화적 공격
마음껏 세상을 조롱하라,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자유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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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의 성격파 배우 잭 니콜슨이 또 소리를 질렀다. 일전에도 NBA 경기장에서 주심에게 시비걸었다가 뉴스메이커가 되더니, 이번엔 프랑스 센 강변에서 확성기까지 동원했다고. 요즘 문화예술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다소 소란스러운 프랑스. 니콜슨은 이곳에서 영화촬영 중이었는데, 어디선가 시위대가 나타나 세트장 주변으로 몰려들더니 자리를 뜨지 않더라는 것. 호기심을 못 참고 사정을 물어보니, 그들은 프랑스 정부의 실업수당 감축 움직임에 항의하는 중이었다. 열혈배우 니콜슨, 예술가들의 권리가 위협받는 현실을 접하고 가만 있었을 리 없다. 피끓는 무언가를 느끼고 프랑스어로 그가 외친 한마디. “투쟁은 계속된다!”
[사람들]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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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이 되살아왔다. 지난 6월 말 나란히 첫 전파를 탄 한국방송의 <인물 현대사>와 <미디어 포커스>는 87년 6월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이고, 반성문이다. 제1텔레비전의 <인물 현대사>가 민주화운동 열사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으로, 제2텔레비전의 <미디어 포커스>는 독재권력에 부역했던 방송사의 고해성사로 첫 포문을 열었다. 내게 이 두 프로그램은 지난 대선을 통해 주류 권력을 장악한 386세대 혹은 민주화운동 세력이 마침내 방송까지 접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혔다.자고로 권력을 얻으면 역사를 고쳐쓰고 싶게 마련이다. <인물 현대사>에는 역사를 다시 쓰고 싶어하는 386세대의 욕망이 녹아 있다. 이런 점에서 <인물 현대사>는 영상으로 ‘다시 쓰는 한국 현대 인물사’이다. <인물 현대사>가 그 첫머리에 민주화운동의 주력부대였던 대학생의 어머니(어머니의 이름으로, 배은심 편), 노동의 새벽을 열어젖힌 청
또 다른 악어의 눈물,<인물 현대사>와 <미디어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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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거장, 지금은 ‘과대 평가된 감독’의 하나로 손꼽히는 앨런 파커. 아이들의 갱스터 <벅시 말론>, 올리버 스톤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를 영상화한 <더 월>,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버디>까지 앨런 파커의 초기 작품들은 찬사 일변도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범작과 졸작의 연속이다. 근작인 <데이비드 게일> 역시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페임>은 앨런 파커의 영화세계를 대표하는 걸작은 아니지만, 당시 대중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던 작품이다. 제작연도인 80년이 말해주듯, <페임>은 번들거리던 80년대 대중문화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완벽주의를 지향하던 록음악이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팝 뮤직에 영광을 넘겨주게 되고, 영화 역시 뉴시네마의 종언과 함께 블록버스터가 장악하게 되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
그들은 다시 일어선다,<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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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재즈 그룹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활동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보컬 겸 기타리스트 콤파이 세군도(96)가 14일 새벽 숨을 거뒀다. 그의 아들인 살바도르는 이날 “최근 신장질환이 악화된 아버지가 아바나의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밝혔다.1907년 쿠바 동부 산티아고에서 스페인 철도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세군도는 어린 시절 쿠바의 전통 악기와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재즈 뮤지션의 꿈을 키워갔다. 20년대 접어들어 보컬과 작곡에도 두각을 나타낸 세군도는 쿠바혁명이 일어난 59년 이전까지 쿠바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으로 자리잡았다. 혁명 이후 공산주의 이념을 담은 포크 음악에 쿠바의 옛 노래들이 밀려나면서 그는 20여년 동안 담배공장 노동자로 연명해야 했다.그러나 90년대 중반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 보컬 이브라힘 페레 등 70~80대 노장 뮤지션으로 이뤄진 재즈 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활동으로 그는 다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쿠바 부에나 비스타 보컬 세군도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