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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다. 키, 몸무게 등을 재는 신체검사말고. 이 나이 되도록 건강검진받는 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전 업무 작파하고 건강 기록표 한장씩 든 채 엑스레이 찍어주는 차 앞에 늘어선 동료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하긴 마다할 놈이 누가 있겠나. 일 않고 시간 보내고, 거기다 건강검진받게 해주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덧붙여졌을 테니.안정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고 어이없는 것인지를 우리는 지난 5, 6년 사이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몇년 전에 무슨 은행 없어질 때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던 은행원들 모습도 생각난다. 요새야 은행원들이 농성하는 일이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참 낯설었다. 데모하는 놈들 때문에 차 막힌다고 구시렁거리던 사람들이 평생 가볼 일 없을 거 같았던 명동성당에 앉아서 농성을 하자니 기가 막히기도 했을 것이다. 이처럼 안정된 직장이라는 게 끝장난 지 오래건만 아직도 그것에 매달려 자기는 정식이고 다른 이는 계약이라며 흐뭇해하는 사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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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부럽지 않다2D는 아무리 많은 그림들을 정교하게 제작하더라도 평면의 그림을 겹쳐놓은 것에 불과하기에 사실적인 깊이는 느낄 수 없다. 가장 진보된 기술로 알려져 있는 3D 역시 결국 실사를 닮기 위한 몸부림이나 현재의 수준은 어색함을 면할 길 없다. 그러나 미니어처로 직접 촬영한 배경은 실사이기 때문에 그 질감과 깊이가 어떤 가상의 표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국내 굴지의 프라모델 전문가들과 조각가, 미니어처 전문가들 30여명이 10개월간 밤낮으로 매달려 만들어낸 <원더풀 데이즈>의 배경화면은, 2D와 3D, 그리고 미니어처 촬영이 어우러져(multi-mation), 그대로 눈을 압도하는 사실성이 있다. 프로덕션디자이너자 미니어처 섹션 감독을 맡은 이석연(38)씨의 손을 자세히 쳐다보게 되는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터과 제작자들을 놀라게 한, ‘원더풀’한 화면의 뒤안에는 제작팀의 처절한 ‘데이즈’가 있었다면 농담처럼 들릴까.
<원더풀 데이즈> 프로덕션디자이너 이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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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트루먼 쇼> 개봉 뒤 미국 평론가들은 짐 캐리에 대한 배우론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기괴한 표정과 과장된 몸짓이 전부인 줄 알았던 코미디언이 알고보니 진지한 연기세계를 갖추고 있다더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했다. 클럽 출신의 3만5천달러짜리 스탠드업 코미디언에서 단 세편의 영화(<에이스 벤츄라> <마스크> <덤 앤 더머>)로 2년 만에 2천만달러짜리 A급 스타가 된 배우. 진지한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개런티를 8백만달러나 깎아가며 도전했던 <트루먼 쇼>가 제몫을 다한 셈이었다. 그뒤 짐 캐리는 <맨 온 더 문>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그린치> <마제스틱> 등 코미디와 드라마를 좀더 편하게 오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맨 온 더 문>과 <마제스틱>은 이전만큼 감동적이지 못했고, 한동안 모습이 뜸했던 그의 컴백 자리엔 특유의 코믹한
웃기는 게 다는 아니지, <브루스 올마이티>의 짐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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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여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청맹’ 상태에 빠진다. <질투는 나의 힘>을 봤을 때도 그랬다. 여자감독이 만든 이 영화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여자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쓸데없이 알고 있는 듯한 투로 말을 꺼냈다. 화근이었다.“남자 둘을 번갈아가면서 만나고, 그 남자 둘이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거 보고 있는 여자는 여왕벌 아니냐? 자궁에서 남자들을 화해시키려는 엄청난 여신적인 욕망 아니냐?”어떻게 그런 한심한 소감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느냐는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형, 그렇게 본 건 X가 X만 봤기 때문이에요. 그 영화는 그냥 남자들의 뻔뻔스러움에 대한 영화예요. 수컷들은 어떤 경우든 거들먹거린다는 거, 박해일처럼 거들먹거리지 않는 시늉을 취하는 경우도 사실은 ‘나는 안 거들먹거려’라고 거들먹거린다는 거, 남자 둘이 화해하는 건 그 둘이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같다는 거예요.”나는 목간에서 미끄러진 것처럼 민망했지
건달,<싱글즈>를 보고 여성 판타지의 종합선물세트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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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자금집행 필요하다
한 영화의 권리를 두고 투자사와 제작사 사이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충무로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해당 영화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제작자의 횡령에 따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일부 영화인들은 이번 사태가 불거질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을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제작자 A씨는 투자사이자 공동제작사인 ㄱ사의 대표 B씨와 이사 C씨를 상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 7월16일에는 서울지방법원에 해당 영화의 제작 및 상영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한편, 투자사 ㄱ사 또한 이에 대한 대응으로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맞고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인 제작자 A씨가 제시한 사건 경위서에 따르면, ㄱ사가 의도적으로 제작에 있어 자신의 권리를 강제적으로 박탈했다고 적고
제작비 운용 두고 제작자-투자사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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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마케팅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 우리 회사가 마케팅한 작품을 묻기에 제목들을 쭉 나열했다. 갑자기 그 클라이언트 왈,“어, 나 그 영화 사기당해서 봤는데!”웬 사기? 그 다음 말이 더 걸작이다.“우리 영화도 그렇게 사기를 쳐서라도 흥행이 잘되게 해주세요.”/ “네?”이거 사람을 완전히 사기꾼으로 모시네.◈ 친구들과 모임 |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영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한 친구 왈,“그 영화 완전히 속아서 봤어. 야한 줄 알고 봤다가 두 시간 동안 졸다 나왔다.”변명의 여지도 없이 그날 난 완전히 사기꾼으로 몰렸다.한쪽은 속아서 영화를 본다고 울상이고 한쪽은 제대로 속이지 않는다고 울상이고. 이럴 땐 차라리 내가 울고 싶은 심정이다.간혹 거리를 지나가다, 지하철을 기다리다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서 하는 얘기들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마치 관객을 속여서 영화를 보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사기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영화의 단점은 감추고 장점만
잘되면 영화 덕,안 되면 홍보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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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Up> 이세이 노로제이브 발매카시오페아의 멤버들 중 최근 가장 왕성한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세이 노로의 2002년작. 프렛리스 기타가 지니는 유연한 느낌을 백분 살려낸 이세이 노로의 연주가 돋보인다. 어떤 곡을 들어도 쉽고 편안한 점이 매력. 어떤 가사라도 내맘대로 붙이면 금방 나만의 곡이 될 것 같은, 한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의 <Together>, 보사노바풍의 <Ma·Do·Be>가 실려 있다.<World Music Party>스톰프 뮤직 발매남아프리카, 모로코, 캐리비안섬,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의 전래동요 모음집이다. 각국의 전통악기로 연주되어 이미 알고 있는 곡이라고 해도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삽입되었던 <The Lion Sleeps Tonight> 의 원곡인 남아프리카의 전래동요 <Awimbowe>가 실려 있다. 별다른 가사없이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문화단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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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내 방식, 나의 인생, 나의 운명, 어차피 내가 갈길 뒷걸음질은 싫어. 내 운명 죽음이라도 상관없어, 상관없어. 카르멘의 길을 갈 뿐.”(뮤지컬 <카르멘> 중 ‘내 길을 갈 뿐’) 이 여인, 참으로 대담하고 거침없다. 살아가기 위해 사랑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고, 미친 듯이 사랑하지만 그 틀에 얽매이는 법없이 사랑하고 싶은 만큼만 사랑하다 마지막 감정의 방울까지 말라붙는 순간 가차없이 다른 사랑을 찾아 날아가버리는 여자 카르멘. 1845년,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중편소설 <카르멘>에서 태어난 집시 여인 카르멘은 15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대담하고 치명적인 열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빌표 당시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소설 속의 카르멘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일 것이다.1875년에 나온 이 오페라는 스페인 세비야 지방을 무대로 담배 공장에서 일하는 매혹적인 집시
설레는 음악과의 동침,창작 뮤지컬 <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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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채널 OCN이 지난 6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메가박스, 무비스트, 네이버, 씨네21 등 영화 전문사이트와 함께 네티즌 3만 9천655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100대 배우'를 5명씩 고르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살인의 추억>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총 1만 6천689표(9.4%)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반칙왕>, < 공동경비구역 JSA >, <YMCA 야구단>, <살인의 추억> 등 출연작마다 호평받아온 송강호는 이번 조사를 통해 연기력과 흥행성을 겸비한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중견배우 안성기는 1만 5천658표(8.8%)로 2위에 올랐으며 연기활동을 중단한 심은하가 3위(9천378표ㆍ5.3%)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중간첩>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한석규는 4위(8천582표ㆍ4.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송강호 - OCN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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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착하지 않아, 세상이 싫다올해 칸영화제에서 많은 화제를 뿌렸던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이 8월 1일일 개봉한다. 칸에서 상은 못 받았지만, 이 영화는 경쟁작들 가운데 두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막상 영화를 보면, 라스 폰 트리에는 영화 형식의 실험은 꾸준히 하지만 사람과 사회에 대한 탐구는 하지 않는 이 같다. 카메라를 마구 흔들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고(백치들), 끔찍한 현실과 대비되는 판타지를 수려한 뮤지컬에 담아 현실장면 속에 느닷없이 삽입시킨(어둠 속의 댄서), 기발하고 현란한 실험을 거둬놓고 보면, 두서를 잃은 부조리극(백치들)이거나 작위성 짙은 신파(어둠…)였다. 이 기획력 강한 감독은 장애인, 모성애 같이 쉽게 무시하기 힘든 요소를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특히 <어둠…>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익숙하게 보아온 이야기에 이런 실험을 곁들여 쿨한 현대의 관객들이 눈물
칸영화제 화제뿌린 <도그빌> 8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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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무대 결합 신촌 ‘아트레온’ 색다른 멋 연출영화판에서는 대형 상영관과 음식점, 오락공간을 버무린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유행이다. 이른바 극장건축의 블록버스터화인 셈인데, 서울 신촌의 옛 신영극장 소유주인 최호준씨와 젊은 건축가 김준성씨는 이런 흐름이 찜찜했던 듯 하다. 먹고 마시는 소비공간보다 화랑과 공연무대 같은 문화공간을 결합시킨 멀티플렉스는 어떨까. 소비지대로 전락한 신촌에 문화의 향기를 심자고 둘은 의기투합했다.신촌 전철역과 이대 전철역 사이 신촌대로변, 옛 신영극장 자리에 우뚝 선 종합문화공간 ‘아트레온’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당찬 포부가 빚어낸 결실이다. 2001년 1월 착공해 다음달께 완공되는 지상 15층, 지하 4층의 이 콘크리트 철골 건물에는 9곳의 영화전용 상영관(모두 2319석)이 있어 단독건물 최다 상영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건물의 미덕은 규모보다 문화적인 얼개와 동선에 있을 성 싶다.건물 정면은 소비지역 신촌의 성격에 맞게 내부와 외부를 투사하는 전
먹고 마시기만 하는 멀티플렉스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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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백두대간이 다음달 1-7일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일본애니메이션 걸작선'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축제를 마련한다. <인랑>, <공각기공대>, <고양이의 보은> 등 여섯 편의 영화가 오전 11시부터 하루 다섯 차례 상영되며 관람료는 7천원(조조, 학생 6천원). 맥스무비(www.maxmovie.com),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무비오케이(www.movieok.co.kr) 등 인터넷 예매 사이트를 통해 미리 표를 구입할 수 있다.하루 종일 다섯 편의 영화를 모두 관람하는 관객에게는 그동안 씨네큐브 상영작으로 출시된 비디오를 선물한다. ☎(02)2002-7770, 인터넷 www.cinecube.net상영작은 다음과 같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ㆍ전체 관람가) =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일본 개봉 당시 2천400만명을 동원한 바 있다. 10살짜리 소녀 치히
씨네큐브 ‘일본 애니 걸작선’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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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아직 기록되지 않았다….” <터미네이터3: 기계들의 봉기>(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 시작과 함께 젊은 내레이터는 엄숙하게 선언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비록 아놀드 슈워제너거로 무장한 이 영화의 미래 박스오피스 성적이 어떨 것인지는 이미 자명하지만. 이 작품은 올 여름영화 전쟁에서 엄청난 사전예매를 기록함으로써 향후 흥행여부를 거의 중력의 법칙만큼이나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놓았으니 말이다.
만약 지금이 다시 <터미네이터> 시즌이라면, 필경 모 공화당 후보가 재선을 위해 뛰고 있어야 맞다. 무명의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하고 1930년대 이래 가장 충격적인 프랑켄슈타인 몬스터를 출연시킨 오리지널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로봇 오페라는 그 정체가 사람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1984년 대통령 재선 하루 전날 개봉함으로써, 레이건식 ‘새로운 아침’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대안을 마련해준 바 있다. 또 <터미네이터2: 심판의
비디오 게임 같은 <터미네이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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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store Cowboy1989년,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맷 딜런 EBS 7월26일(토) 밤 10시
마약중독자인 밥은 아내 등과 함께 돌아다니며 동네 약국을 턴다. 이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약국에서 약을 훔치고 황홀경을 체험하면서 지낸다. 그런데 네이딘이 약물을 과다복용하면서 숨지고 밥은 자신의 삶에 대해 조금씩 회의하기 시작한다. 그뒤 밥은 마약을 끊고 새 출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한다. <아이다호>의 구스 반 산트 감독작이다. 맷 딜런과 헤더 그레이엄 등이 출연한다.
[주말 TV] 드럭스토어 카우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