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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운경 작가의 팬이다. 94년 <서울의 달>부터였으니 꼭 10년 됐다. <서울의 달> <옥이이모> <파랑새는 있다> <흐린 날에 쓴 편지>는 모두 주말극이어서 한동안 주말에 여행도 가지 못했다. 아니, 가고 싶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체세포들이 벌써 흥분하기 시작했고, 오프닝 타이틀이 뜰 때 거실 정중앙 로열석에 자리를 잡고는 CF를 보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월·화드라마였던 <도둑의 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도둑의 딸>이 조기종영한다는 뉴스가 날벼락이었을 뿐이다.<서울의 달>에서 지금도 생각나는 건, 달동네 다세대주택에 단칸방 하나씩 차지하고서는 쪼잔한 대화와 시비로 날 새던 사람들, 갓 상경한 얼빵한 촌놈(춘섭이었던가)을 진짜 촌놈보다 더 촌놈같이 연기하던 최민식, 그리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노래를 부르며 늘 뭔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나대던 제비족 한석규가 어느
김운경의 장기근속 팬으로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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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했다. 말이 ‘공개’지 공개된 것은 하나도 없다. 민주당이 공개랍시고 한 것은 사실상 선관위에 신고용 공개 액수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이라면 민주당이 대선 기간에 그 정도 액수만 썼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액수는 선거대책본부가 발족한 이후에 쓴 것만 포괄할 뿐, 지난해 4월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이후에 사용된 “사실상의” 대선자금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희망돼지와 온라인으로 들어온 국민성금은 50억원 정도라 하나, 그나마 확실한 것은 30억원뿐, 나머지는 정체가 애매하다고 한다. 설사 50억원이라 해도 그 액수라면 민주당이 선거 치르고 남긴 이른바 ‘잔여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민주당은 굳이 국민성금이 없었어도 대선을 치르는 데 별 지장이 없었던 셈이다. 당시 희망돼지는 ‘참여정치’의 표본으로 대대적으로 선전되었으나, 그 참여정치의 실상은 허탈하게도 이렇게 누추한 것으로 드러났다.누추하
돼지가 물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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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하거나 무섭거나.’이 나라 공중파 방송에서 남성동성애자(게이)가 다뤄지는 방식이다. 남성동성애자 (캐릭터)는 코미디 프로그램과 추적 다큐프로그램의 단골 손님이다. 이 두 장르를 통해 이들은 극단적으로 희화되거나 위험집단으로 타자화된다. 90년대 중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통해 동성애자가 공중파에 ‘데뷔’한 이래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들을 다루는 방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언감생심 동성애자 내부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이들의 일상을 찬찬히 응시하는 시선을 아직 이 나라의 공중파에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동성애자라는 낯선 존재 앞에 어찌 할 바를 모르는 ‘포비아’(공포증)의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은 조금 딱하다. 최근 한 코미디와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또다시 ‘호모포비아’(동성애 공포증)가 전파를 탔다.KBS2TV <개그콘서트> 갈갈이 삼형제의 ‘느끼남’은 계집애 같은 말투와 행동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게이 캐릭
변태들,나가 있어!호모포비아를 조장하는 방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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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하기 힘든 어둠을 본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변하게 된다. 술이나 마약으로 도망치거나, 감정을 숨긴 채 냉정해지거나, 악마의 유혹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전세계가 말려든 전쟁, 군인보다 민간인 사상자가 많았던 전쟁, 인간이라는 종의 극한까지 봐버린 사람들은 어둠으로 빠져들게 된다. 필름 누아르도 그런 사람들의 도피처였다.41년에 등장한 존 휴스턴의 <말타의 매>는 할리우드 필름 누아르의 시작이라고 평가된다. <말타의 매>에는 모든 음모의 중심에 서 있는 ‘팜므파탈’, 차가운 도시의 풍경과 극단적인 명암의 조명, 미디엄 숏의 빈번한 활용, 비관적인 세계관 등 필름 누아르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또한 원작인 대시얼 해밋의 소설이 가지고 있던 하드 보일드적인 차가움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필름 누아르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당연히 <말타의 매>를 먼저 봐야 한다.사립탐정 샘 스페이드(험프리 보가트)는 윈덜리라는 여성에게 사건 의뢰
필름 누아르의 원형,<말타의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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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 아르젠토, 지알로로 돌아오다! 아마도 70년대 이탈리아 호러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이 단 한 문장만으로도 당장 가슴이 뛸 것이다. 60년대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했던 싸구려 펄프 소설을 일컫는 말인 ‘지알로’가 호러와 결합하는 순간, 그것은 심장이 멎는 듯한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피범벅 누아르를 지칭하는 유사어에 다름 아니다. 대신 아르젠토는 ‘범인이 누구인가’나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는 전혀 관심없다. 아름다운 육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난도질당하는 방식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면서, 사지절단의 카니발을 어떻게 가장 인상적인 표현주의적 양식으로 드러낼 것인가에 골몰할 따름이다. 90년대 들어와 70, 80년대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한 채 잊혀져가는 듯했던 아르젠토의 신작 <슬립리스>는 그가 다시 초기 작품들의 ‘그 분위기’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금은 한밤중, 난 침대에서 몸부림쳤네. 나와 짐승들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지
피범벅 누아르의 잉태,<슬립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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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와 앨런 휴즈 형제는 1993년 21살이라는 나이에 “스파이크 리도 이젠 한물갔지”라고 외치는 듯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데뷔작 <사회에의 위협>으로 ‘제2의 코언 형제’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사회에의 위협>은 마약과 죽음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흑인 소년들이 왜 전 세대들의 ‘그릇된’ 궤도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거리 폭력에 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를 무기 삼아 마치 범죄현장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듯한 현실감을 과시했었다. 그리고 야심차게 준비한 그 다음 작품 <데드 프레지던트>를 통해 휴즈 형제는 바로 그 전 세대에 관한 고찰을 시도한다.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혁명의 기운과 베트남전을 체험한 세대들의 혼돈과 절망을 통해 지금 현재 흑인들의 상황을 거꾸로 비춰보고자 했던 것이다.1968년,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있는 흑인 소년 앤서니는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그의
평화의 시대와 그 그늘,<데드 프레지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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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8월3일(일) 밤 11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의 원전인 <장화홍련전>은 장화와 홍련이 재산에 눈이 먼 계모 허씨와 이복동생 장쇠가 갖가지 누명과 소동을 동원해 두 자매를 죽이고, 혼귀가 된 그들이 아버지 배좌수와 고을 현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여 결국 원수를 갚고 편안히 저승길을 떠난다는 우리 고전 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한국 영화사에서 이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현대판을 포함한다면 여섯 작품이 된다. 기록에 의하면 1924년 김영한 감독의 무성영화가 시초이고, 홍개명(1936), 정창화(1956, 1962) 감독 등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적 공포영화를 얘기할 때 <장화홍련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주로 괴기, 공포영화를 연출했던 이유섭 감독의 1972년작 <장화홍련전>은 공포, 괴기영화의 요소인 흰 소복을 입은 자매 귀신의 등장이나 기괴한 사운드 정도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영화걸작선] 죄짓고 살지 마라, <장화홍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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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ch, 2000년감독 대니 보일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SBS 8월3일(일) 밤 11시45분
리처드는 새로운 모험을 찾아 방콕을 찾는다. 마약중독자 대피를 만난 리처드는 어떤 섬에 관한 비밀을 전해듣는다. 섬은 지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낙원이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해변이 펼쳐져 있다는 것. 천신만고 끝에 해변을 찾은 리처드 일행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비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들보다 먼저 섬을 찾아왔고 아예 세상과는 결별한 채 섬에 정착해서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 감독작이다. 평이한 할리우드영화.
[주말TV]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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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Can Wait, 1978년감독 ·출연 워런 비티 EBS 8월3일(일) 낮 2시
조는 어느 날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천국으로 직행한다. 다행히 인심 좋은 천사를 만난 조는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조의 육체는 이미 재가 되어버린 상태. 다시 살아나고 싶은 조는 곧 죽을 운명인 어느 백만장자의 몸속으로 영혼이 들어가는 것을 제안받는다. 처음엔 거절하지만 조는 어느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마음이 변한다. <초원의 빛>으로 청춘스타가 된 워런 비티가 영화감독과 배우를 겸한 작품. 멜로적 감성을 부각하는 판타지영화다. 줄리 크리스티 등이 출연.
[주말TV] 천국의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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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1978년감독 리처드 애튼버러출연 앤서니 홉킨스 EBS 8월2일(토) 밤 10시배우 앤서니 홉킨스에겐 두개의 인생, 즉 <양들의 침묵>(1991) 이전과 이후가 있을지 모른다. <양들의 침묵> 이후 영화가 시리즈로 만들어지면서 그는 심리스릴러영화의 대표적인 배우로서 인식되고 있다. 덕분에 <남아있는 나날>(1994)이나 <닉슨>(1995)에 등장했던 그의 연기가 무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양들의 침묵> 이전에도 그는 스릴러영화에 출연했던 경력이 있다. 출연작은 <매직>이다. <매직>은 어느 복화술사의 깊숙한 내면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는 세상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면 움츠러들고 뒤로 몸을 숨긴다. 이럴 때 복화술사가 대처하는 법이 있다. ‘인형’을 대리자로 내세우는 것이다. 자신의 손놀림과 대사로 움직이는 인형이 조금씩 복화술사의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아차, 싶어서 인형의 주인이 상
분열증의 복화술,리처드 애튼버러 감독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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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왓츠가 신작을 결정했다.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할리우드 리메이크 <링> 등에 출연했던 그의 새 작품은 베티 앤 워터스라는 여인에 관한 실화를 다룰 영화. 아직 제목이 드러나지 않은 이 영화는, 살인죄로 기소된 친오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법정투쟁을 벌이는 여자의 이야기다. 당시 그녀는 고등학교 중퇴 뒤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가 이 사건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갔고 졸업 뒤 끈질긴 조사 끝에 그의 무죄를 증명해냈다고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이 사건은 영국의 유명 영화사 워킹타이틀필름이 영화화를 진행 중. 감독은 <썸원 라이크 유>의 토니 골드윈이다.
[사람들] 법정으로 떠나다,나오미 왓츠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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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행크상’을 받는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음악가 헨리 맨시니를 기념하는 헨리 맨시니 재단(HMI)에서 수여할 이 상은 미국 음악에 뛰어난 기여를 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 재단의 대표 지니 맨시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재즈를 영화 속에 인상적으로 녹여넣어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재즈 넘버들로 심금을 울린 이스트우드의 대표적인 영화들은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더티 하리> <버드> 등. 이것말고도 그는 대단한 재즈 애호가이며 상당 수준의 재즈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상은 오는 8월16일, 맨시니음악회에서 열린다.
[사람들] 모두를 감동시킨 남자,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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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2년 동안 심사숙고했다는 프로젝트 살짝 공개. <가타카> <위대한 유산> <트레이닝 데이> 등으로 알려진 그가 <스테이트>라는 영화를 연출한다. 영화의 원작인 <더 핫티스트 스테이트>는 에단 호크의 첫 장편소설. 각색 시나리오도 본인이 직접 썼다. 아직 캐스트가 확정되지 않은 이 영화는, 강렬한 사랑에 빠져드는 두 청춘 남녀를 통해 열정과 통제 불가능한 감정들을 그릴 것이라고 한다. 이번 영화는 그의 두 번째 연출작. 2년 전 디지털영화 <첼시 월스>를 만들어 칸에 출품했고, 지난해엔 <잿빛 수요일>이란 제목의 두 번째 소설을 냈다. 현재 안젤리나 졸리, 키퍼 서덜런드와 함께 영화촬영 중이라지만, 본업보다 가외활동을 하느라 더 바쁜 배우다.
[사람들] 이제는 감독으로,에단 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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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라이크 베컴>의 똘망한 축구소녀 키이라 나이틀리가 러브콜 세례를 받고 있다. 최근 미국서 개봉한 디즈니사의 여름용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에도 출연했던 그는, 쏟아지는 ‘콜’들 가운데서도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4> 출연 제안을 가장 기뻐하고 있다. “<슈팅…>을 보고 날 만나고 싶어했대요. 그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하지만 맡은 역할에 관해서는 행여 감독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밝히기 꺼렸다. 그는 또 스필버그의 제작사 드림웍스의 신작 <튤립 피버>에 주드 로와 함께 캐스팅됐고, <캐리비안…>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준비 중인 블록버스터 <아더 왕>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사람들] 공룡들과 축구를? 키이라 나이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