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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인디’를 버리다?<터미네이터3>가 드디어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동안 부진에 빠져 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재기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새로운 터미네이터 T-X로 등장하는 크리스타나 로켄이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임스 카메론이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이다. <브레이크 다운>으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너선 모스토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처음엔 ‘어떤 미친 사람이 이 영화를 감독하려고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팬으로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었을 영화와는 다르겠지만 말이다”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을 정도다.얼마 전 <AP 통신>이 <터미네이터3>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조지 루카스 없는 <스타워즈&g
새로운 <인디아나 존스>에 대한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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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환상, 모험'의 축제 제7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18일 오후 폐막식을 갖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가수 김창완, 방송인 배유정의 사회로 부천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폐막식은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행사 스케치, 축하 공연 매직 퍼포먼스에 이어 경과보고와 시상식 순서로 진행됐다. 폐막식에는 알랭 코르노와 심사위원 콜린 게디스, 얀 할란, 김윤진, 유키구도, 김동원 감독, 김인권 등 심사위원과 여배우 실비 테스토, 제제 다카히사 감독, 빈센조 나탈리 감독,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등 영화인들과 영화팬 등 1천여 명의 관객들이 참석했다.폐막식 본행사 이후에는 가수 이적이 폐막공연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으며 이어 폐막작인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싸이퍼'가 상영됐다.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화제작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였다. 이 작품은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의 장편부문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백윤식), 관객상 등 3개 부문을 차지했다. 단편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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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18일 폐막한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의 부천초이스 장편부문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구를…>은 이외에도 관객상과 남우주연상(백윤식)을 휩쓸어 지난달 모스크바 영화제의 감독상 수상에 이어 국내 흥행부진의 서운함을 덜었다. 감독상은 <로봇이야기>를 출품한 한국계 미국감독 그렉 박에게, 여우주연상은 <로봇이야기>에 출연한 와이 칭 호에게 돌아갔다. 그밖의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장편 심사위원특별상=<그들이 보고 있다>(노베르토 로페즈) △단편부문 대상, 관객상=<침묵의 랩퍼>(이언 클락) △단편 심사위원특별상=<대동단결>(한스 페터 몰란트)
<지구를 지켜라> 부천영화제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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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 <결혼 피로연>과 <아이스 스톰>의 감독 리안은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의 폭력적인 갈등을 그리스식 비극풍으로 장엄하게 묘사한 2시간 반짜리 영화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꾸준히 가족간의 상하갈등을 모티브로 삼았던 리안의 이전 필모그래피와 연결되며 미국 문화의 가장 유명한 아이콘 중 한명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관객이 이 영화 <헐크>의 장엄한 심각함에 거북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만화책은 얼마나 진지해질 수 있을까?
만화팬들의 요란한 항의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항의의 대부분은 맞는 소리다. 세상엔 한없이 진지한 만화책들이 있다. 예술 작품이 속해 있는 매체로 개별 작품의 진지함과 깊이를 저울질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더 제한해보자. 미국 슈퍼히어로 만화책은 얼마나 진지해질 수 있을까? 이번에도 항의가 들어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미국
<헐크>의 장엄한 황당함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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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 너무 당당한 걸!철없던 어린 시절, 그러니까 내 나이 스물다섯살 때 사무실의 내 옆자리에는 말로만 듣던 공포의 아홉수, 인생막장이라고 여겨지던 스물아홉살의 여자선배가 앉아 있었다. 그 선배는 좀 터프하고 웃기는 사람이었다. 나는 만날 그 선배랑 시시덕거리고 놀면서도 속으로는 자주 ‘어휴, 저러니까 시집을 못 가지’, ‘어머 저 팔뚝 좀 봐. 아주 인생을 포기했구먼’ 하면서 씹었었다. 그리고 그 선배가 스물아홉의 마지막 자락에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을 때 마치 내 딸을 시집보낸 양 가슴을 쓸어내렸다.스무살 무렵에는 그때쯤 결혼도 하고, 커리어도 탄탄대로일 것이라 기대했던 바로 그 스물아홉살 때 나는 여전히 일에서도 빌빌거리며 후줄그레한 연애전선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는 승전보처럼 연일 청첩장이 날아왔고 내 수첩에는 일수놀이하는 아줌마의 장부처럼 0일 김00, 011-***-%%%%%, 00일 박00 016-$$$-&&&& 같은 소개팅 일정이
아가씨 <싱글즈>를 보며 공감하면서도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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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점점 말라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다.내 어렸을 적에는 저녁이 되면 온 식구들이 실컷 울 준비를 하고는 <저 눈 밭에 사슴이>나 <검은 십자가> 같은 연속극을 들으러 라디오 앞에 모였다. 우리가 학교에서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단체관람하러 갈 때 엄마들은 손수건을 챙겨들고 <미워도 다시 한번>을 보러 갔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인지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반공소년 이승복’을 기리는 동요의 마지막 소절 “구름도 울고 넘는 운두령고개/ 하늘도 성이 났다/ 오랑캐들아”를 부를 때는 얼마나 비장했던지. 74년 8월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났을 때 고등학교 1학년생이던 나는 또 얼마나 울었던가. 언니들과 엄마도 함께 대통령 부인의 장례식 TV생중계를 지켜보면서 눈이 퉁퉁 붓도록 대성통곡했다.어쩌면, 그 74년 무렵이 한국사회에서 중세의 마지막 날들이 아니었을까. 사회의 공기는 어둡고 무거웠으며,
어디 질 좋은 안약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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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섹스를 즐기는 바람난 여자들이 온다
역사와 삶이 일관된 의미나 방향을 갖고 있다는 믿음에 소극적인 시대이지만, 그래도 만약 한국 영화사를 굳이 한줄로 꿰어보자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이다. 남성감독들의 시선을 통해 빚어지고 남성주인공들의 고뇌와 욕망에 따라 부침하면서도, 그녀들은 지금 여기 내 삶의 기원을 서글프게, 때로는 매혹적으로 재구성해준다.
근대 이후, 그러니까 영화 속에 삶이 기록되기 시작한 이후, 여성이 문제적 존재로 되는 것은 늘 육체로부터 비롯되었다. 지적이고 도전적인 신여성의 삶을 살았던 초창기 여배우 복혜숙은 영화 속에 종아리가 노출되고 남자배우와 대낮에 손을 잡는 장면 때문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비너스다방의 마담으로서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고 일제 당국에 보내는, 말하자면 육체의 욕망을 공인하라는 정치적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유혹과 봉쇄를 동시에 뜻하는 한복 아래로 그 아름다운 육체를 감추고 있던 최은희
바람난 여자들이 온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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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싱글? No, 쿨한 싱글!
섹스를 제대로 알게 되서 쿨해지는 걸까, 쿨해서 섹스를 잘하는 걸까
여성의 섹스에 대한 온전한 성찰은 5년 전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처음 제기됐고, 할 만한 말을 죄다 해버렸다. 이 기념비적 작품에서 연(진희경)은 가장 ‘쿨’하지 못한 캐릭터여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연은 섹스를 사랑과 분리하지 않으며 당연히 결혼과도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작 그가 섹스를 할 때면 불감증이다 못해 고통스러워한다. 그랬던 그가 비로소 오르가슴에 오른 순간은 그의 꿈이었던 ‘가야금 연주론’(남자를 가야금처럼 눕혀놓고 애무와 삽입의 타이밍과 방식을 주도적으로 펼치는 것)을 실행할 때였으며, 그 시기는 결혼을 전제로 집착했던 남자(조재현)와의 관계에서 ‘쿨’해졌을 때다. <밀애>의 미흔은 쿨해지면서 섹스를 즐기게 된 연의 경우와 반대다. 미흔은 윗집 남자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다는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은 채 그가 제안한
바람난 여자들이 온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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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병든 게 변명이 되니?
나는 이 여자가 싫다 -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주일매
박은주/ <한국일보> 기자
(얼굴 모자이크 처리, 음성 변조) “처음엔 그 여자가 저를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체육관에서 결혼한다는 게 제 스타일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참았죠. 그런데 그 여자, 죽을 병에 걸리고도 아무 말도 없이 저랑 결혼을 하려고 했다니 말이 됩니까? 부모님은 그날 충격을 받고 아직도 매일 아침 공복에 우황청심원을 두알씩 복용하고 계십니다. 이거 결혼사기 아닙니까?”
“일매는 지가 지키겠심더.” 여자친구에게 손끝 하나 안 대는 것을 사랑이라고 믿는 손태일(차태현)이나, “니만 믿는다”는 선생 영달(유동근)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육체와 정신의 합일점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교하거나 ‘가부장적 틀을 온존시키려는 구시대적 인물’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낭비다. 이른바 ‘대박’영화, 혹은 멜로영화에서 제대로 여성성
바람난 여자들이 온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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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속물기지배,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나는 이 여자가 좋다 - <고양이를 부탁해>의 혜주
김은형/ <한겨레> 기자
그녀는(솔직히 그년은) 밥맛이다. 약속에 늦은 주제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다짜고짜 “너 이거 집에서 한 거지?” D.I.Y. 방식으로 공들여 물들인 머리꼭지에 재를 뿌리고, 보태주는 것도 없으면서 “유학은 아무나 가니? 돈이 있어야 가지” 염장을 지른다. 게다가 또래의 회사 동료들에게는 만날 튕기면서 상사에게 생글거리는 꼴이라니….
뒷담화는 지금도 나의 특장이기는 하지만 스무살 무렵 혜주를 만났다면 나는 허구한 날 다른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모여 혜주의 ‘뒷담화’를 ‘깠을’ 거다. “쟤 진짜 재수없지 않냐?” “그렇게 잘나서 얼마나 잘되나 보자.” 그러고는 혜주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나 또한 ‘티나지 않게’ 개발에 땀나듯 종종거리고 살았겠지.
그러나 서른살 무렵 우리는 ‘본의 아니게’ 친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고부가가치 인생
바람난 여자들이 온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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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업계가 한국의 상영등급분류 처리기간이 불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영화협회(MPA:Motion Picture Association)는 최근 문화관광부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영화의 등급분류 기간이 10∼15일에 이르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영화와 공평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ㆍ위원장 김수용)의 운영규정은 국내외 영화 모두 등급분류 처리기간을 10일로 규정하고 있으나 내부 지침에 따라 국내외 영화를 구분해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심의물량이 많은 외국영화의 평균 처리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며 신청이 폭주할 때는 기한을 넘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입사끼리 협의해 먼저 신청한 영화와 접수순서를 바꿔 심의를 받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20세기폭스의 허인실 대리는 "미국과 동시개봉하는 영화의 경우에는 보통 프린트가 늦게 도착하는데, 수입추천을 거쳐야 하는 데다 등급분
미국영화계, 심의기간 차별시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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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3∼24일 영국에서 열리는 제57회 에든버러 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 세 편을 초청했다. 백운학 감독의 <튜브>와 정윤수 감독의 <예스터데이>는 `한밤의 놀이(Late Night Romps)' 부문에서,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은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로즈버드(Rosebud)' 부문에서 각각 상영된다.
에든버러 국제영화제는 전세계 비경쟁 영화제 가운데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2002년에는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와 <화산고>(김태균), 2001년에는 <눈물>(임상수)을 초대했다. (서울=연합뉴스)
에든버러영화제, 한국영화 3편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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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동료들과 함께 늦은 대화를 마치고 카페 문을 나설 때였다. 느닷없이 내린 눈발이 나지막한 담장 위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는데, 새끼손톱만한 크기의 눈송이들이 녹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서로 몸을 기댄 채 가로등 빛을 받아 일제히 반짝였다. 허리를 굽혀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눈의 결정체들은 어느 것 하나 서로 같지 않았고,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눈송이 하나도 이러할진대 천지간의 우주는 어떻겠느냐는 어느 책 한 구절을 감동적으로 회상했다.우주물리학은 나에게 접근을 허락지 않는 어려운 세계이지만 그래도 쉽고 아름답게 쓰여진 대중서를 통해 간혹 그쪽 세상을 구경하곤 한다. 최초의 경험은 <우주의 역사>라는 책이었는데, 20세기의 인류가 겨우 도달한 우주에 관한 지식을 정리하면서 그 한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고대 동양의 어떤 민족은 우주가 거북이 열몇 마리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믿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동그랗고 평평한 우주 모델이 거북이 모
우아한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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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도 뉴델리에서 막을 올린 제5회 시네판영화제의 경쟁부문에 변영주 감독의 <밀애>가 초청됐다. 김윤진과 이종원이 주연을 맡은 <밀애>는 남편의 불륜에 충격을 받은 평범한 가정주부의 자아찾기를 그린 영화로 도쿄, 베를린, 홍콩, 멜버른 등의 국제영화제에서도 공식 상영됐다.시네판영화제는 인도영화전문지 `시네마야'와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가 공동주최하는 행사. 올해 경쟁부문에서는 <밀애>와 함께 사부의 <행복의 종>(일본), 호핑의 <게임의 법칙>(대만), 바흐티아르 쿠도이나자로프의 <양복>(러시아) 등 13편이 대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지난해에는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이 초대됐다.
박기용 감독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모텔 선인장>, <낙타(들)>도 상영된다. (연합뉴스)
<밀애>, 시네판영화제 경쟁부문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