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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크스의 푸줏간에서 일하는 노총각 마티는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35살이 되도록 변변한 데이트 한번 해보지 못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그는 어서 결혼을 서두르라는 주변의 성화에 더더욱 좌절감을 느낀다. “나도 이제는 여자를 보기만 하는 것에는 질렸어. 정말 내 운명을 찾고 싶다구!” 모처럼 참여한 토요일 댄스파티에서도 여전히 구경꾼 신세를 면치 못하던 마티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교사 클라라와 우연히 친해지게 되고, 자신과 너무나 닮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소외받던 이들의 영혼은 외부로부터의 상처에 익숙해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았을 때, 과연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상대방의 그것까지 끌어안는다는 낯설기만 한 과정이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수 있을까? 더할 수 없이 정직하고 사려 깊은 드라마 <마티>는 그해 아카데미 4개 부문(작
너무나 닮은 그와 그녀가 만났을 때,<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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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연애경험중년인 이효종씨가 정말 따분한 표정으로 장을 본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집에 와서는 쉴 틈도 없이 쌀을 씻고, 도라지를 다듬고, 전을 부친다. 옆에서 시어머니는 하나도 거들지 않으며, 잔소리만 퍼부어댄다. 다른 가족들은 이효종씨에게 아무 관심을 두지 않는다. 너무도 평범한 가정의 일상풍경이지만, 참 가슴시린 정경이다. 정희성 감독의 <이효종씨 가족의 저녁식사>(16mm/ 2003년)는 이렇게 한끼 식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처참히 그려낸다. 그리고 기묘한 반전을 통해 주제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나이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남자에게 매달리는 역할을 맡은 연극배우 현영은 연출가에게 연애도 해본 적이 없냐고 핀잔을 듣는다. 그녀에겐 정말 연애의 경험이 없을까? 그런 어느 날 방송사 카메라가 갑자기 현영의 집을 찾아온다. 스타가 초등학교 때의 옛 친구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영은 그 친구를 기억하지 못한다. 졸업앨범까지
[독립 단편영화] <이효종씨 가족의 저녁식사> <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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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9월7일(일) 밤 11시
한국영화 중에는 애초 기획부터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들이 많다. 최근 90년대 말부터 이른바 ‘기획영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그러할 텐데 60, 70년대에도 그런 ‘기획영화’들이 많았다.
이형표 감독의 <속 이별> 역시 그런 ‘기획영화’이다. 이 영화는 1973년 신상옥 감독이 먼저 만들어 발표한 <이별>의 속편이다. 1971년 길옥윤 작곡, 패티 김 노래의 <이별>이 발표되고 대중적으로 크게 사랑을 받자 신상옥 감독은 노래 <이별>을 영화주제가로 하고, 파리 로케이션 촬영으로 김지미, 신성일, 오수미 주연의 <이별>을 만들었다. <이별> 1편이나 이 영화 속편 역시 그 당시 최고의 가수 패티 김과 그의 노래를 전면에 내세워 흥행을 노린 기획영화이다. 속편까지 만들어진 이유는 당연히 1편이 흥행에 크게 성공했기 때문(당시 15만명 정도가 본 것으로 기록되어
[한국영화걸작선] 70년대의 기획영화,<속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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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劇之王, 1999년감독 주성치출연 주성치, 오맹달, 막문위 SBS 9월5일(금) 밤 12시55분
사우의 꿈은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대사 한마디 없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촬영현장에서 무능한 존재로 낙인찍힌 사우는 그래도 굴하지 않고 마을복지회관에 연기학교를 열어 사람들에게 연기를 보여주려 한다. 사우의 연기학교에 피우라는 아가씨가 찾아온다. 순진한 여대생 흉내를 내야 하는 피우는 사우에게 연기를 배우면서 그를 좋아하게 된다. 사우는 부망이라는 여배우에게 발탁돼 주연을 맡는 행운을 얻는다. 주성치와 장백지가 출연하는 코미디. ▶ 영화 상세보기
[주말 TV] 희극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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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est Yard, 1974년감독 로버트 앨드리치출연 버트 레이놀즈 EBS 9월7일(일) 낮 2시
전직 풋볼 스타인 폴은 교도소에 수감된다. 만취상태에서 운전 중 체포된 것이다. 교도소 수감자들로 구성된 풋볼팀을 만든 폴은 팀에 단결심을 불어넣고자 애쓴다. 헤이즌 소장은 폴에게 조기출소를 제안하면서 한 가지 다른 제안을 덧붙인다. 풋볼팀의 승패를 마음대로 하려는 것. 소장에게서 게임에 져줄 것을 부탁받은 폴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버트 레이놀즈와 에디 앨버트 등이 출연하는 스포츠영화.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풋볼장면이 압권이다. 로버트 앨드리치 감독작.▶ 영화 상세보기
[주말 TV] 교도소의 풋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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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t Obscur Object De Desir, 1977년감독 루이스 브뉘엘출연 페르난도 레이EBS 9월6일(토) 밤 10시초현실주의 대부의 기발한 유서루이스 브뉘엘의 영화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다. <자유의 환영>이라는 영화에선 점잖은 사람들이 변기 위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달루시아의 개>에선 어느 여인의 눈이 칼로 도려지는 오프닝이 충격적이다. 논리적 설명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영상실험을 하는 것이 브뉘엘 감독의 영화세계였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브뉘엘 감독의 유작이다. 생애 마지막으로 만든 영화에서 초현실주의 영화의 대부격인 이 감독은 기발한 장난을 준비했다. 한 캐릭터를 두 여배우가 연기하는 것. 콘치타라는 캐릭터를 안젤라 몰리나, 캐롤 부케라는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고 있다. 한 여배우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촬영한 뒤 다른 여배우가 불쑥 등장해 콘치타로 분하는 식이다. 로버트 스탬은 “이 영화는 관객이 보고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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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 3D와 미니어처 실사 촬영이 합성되는 멀티메이션(Multimation, Multi-layered Animation)으로 제작되었던 국내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가 9월 6일 DVD 로 출시된다. 이런 제작방식으로 87분 전편을 제작한 노하우를 이번에 출시되는 DVD 에서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2개의 DISC로 구성된 <원더풀데이즈> DVD 는 극장 상영분인 87분의 영상과 함께 김문생 감독을 비롯 2D, 3D, 미니어처, 각각의 감독들과 프로듀서, 컬러, 특수효과 등의 수퍼바이저들이 생생한 인터뷰로 제작과정과 함께 제작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으며,‘비상’뮤직비디오는 물론 티져와 본 예고편의 영상등이 DISC1에서 제공되고 있다.또 생략 DISC2 에는 DVD 팬을 위한 60분의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사운드 작업 이후까지 <원더풀데이즈>가 제작되고 있던 5년간 늘 함께한 메이킹 팀에 의해 리얼 메이킹 필름으로 소개된다. 또
<원더풀데이즈> DVD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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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살아있는 물에 관하여
프랑스영화는 지루해…. 그녀, 혹은 그가 말한다. 몇몇의 예외는 있지만 프랑스영화는 대개 지루하다. 그들은 현실이라는 거대한 실험실에 갇혀 있는 우리, 모르모트의 운명을 회고하고 검증하며 그 안에서 절망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가 거대 자본주의 산업의 일환으로 떠오르고 할리우드영화들이 프랑스 국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영화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국문화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전폭적 지지와 사랑을 등에 업고, 프랑스 영화적 메타포를 진화해가면서 말이다.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의 성공이 그렇고, 로 세계적 관심을 모은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 ,<스위밍 풀>이 그렇다. 전자가 유려한 미장센과 색채감각, 오컬트적 구성으로 메타포의 재미를 더해줬다면, 후자는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영화 속 인물들을 거대한 메타포 안에 머물게 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도발자에서 창조자로의 진화
프랑수아 오종과 <스위밍 풀>을 이해하는 키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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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L’enfermement
오종은 특정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제시하고 그들을 그 안에 가둔다. 그러나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실제로 갇히는 것은 물리적 개념의 공간이 아닌 자의식과도 같은 추상적인 개념의 공간이다. ‘식인 괴물에게 갇혀 학대받는다’는 상황의 특수함을 제거하고 보면 공포영화판 헨젤과 그레텔, <범죄의 연인들>이 갇혀 있는 곳은 죄의식이라는 거대한 심리적 공포 속이고, 남편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의 손길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랑의 추억>의 마리도 남편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의식 속에 갇혀 있는 한 여자의 초상인 것이다. <스위밍 풀>의 사라 역시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는 하지만 작가로서도 여자로서도 고갈되어가는 그녀 역시 수영장의 물처럼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자기 안에 갇혀 있다.
언어가 주는 음악성과 신비함 La langue, la musicalite et son mystere
오종
프랑수아 오종과 <스위밍 풀>을 이해하는 키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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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나비>가 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의 팔라 갈릴레오 극장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진 데 이어 3일 오전 11시 살라 페를라 극장에서 공식상영됐다.지난 4월 30일 국내 개봉된 <나비>는 삼청교육대를 소재로 한 멜로영화. 조직폭력배를 거쳐 나이트클럽 `제비'로 살아가던 민재(김민종)가 군부 실력자 허대령(독고영재)의 애첩으로 변한 옛 애인 혜미(김정은)를 만나 다시 사랑을 불태우지만 허대령의 음모로 민재는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고 허대령의 심복인 황대위(이종원)의 충성심과 질투심으로 비극을 맞는다는 것이 기둥줄거리.이곳의 기자와 평론가들은 멜로 드라마의 줄기에 액션과 코미디 등을 결합한 형식에 큰 흥미를 보였으며 특히 김정은과 왕도철 역을 맡은 이문식의 코믹 연기에 폭소를 터뜨렸다. 미국 영화학교(AFI)에서 촬영을 전공하고 <흑수선>과 <가문의 영광>에서 비주얼 디
[베니스영화제]<나비> 비평가주간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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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을 즈음 미국 할리우드 톱스타인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리도 섬에 모습을 드러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당초 영화제 초반에 오기로 한 니콜 키드먼이나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방문 일정을 취소해 실망이 컸기 때문인지 두 거물급 배우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자 영화제 관계자와 각국 기자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면 짐을 꾸려 떠나는 기자들이 늘어나 시사회장이나 회견장에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보통. 그러나 이날만큼은 일찍부터 대거 몰려와 미리 자리를 잡지 못한 기자들은 회견장 밖에 마련된 모니터를 지켜보며 취재를 해야 했다.
지난 2월에는 <컨페션>의 감독으로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했던 경험 덕분인지 조지 클루니는 시종 여유있고 친절한 태도로 기자들의 질문에 능숙하게 답변했고, 올해 초 <시카고>로 농익은 연기력을 과시한 캐서린 제
[베니스영화제] 후반 열기 달군 조지 클루니, 캐서린 제타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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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에 회사원 김창현(49)씨가 앉아 있다. 월요일 새벽, 두쪽의 토스트와 우유 한잔. 새벽의 부엌은 고요하고, 그는 우울하다. 다른 무엇보다, 회사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때 잘 나갔던 회사는 IMF를 기점으로 적자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연봉은 제자리지만, 그렇다. 세금이, 웬 세금이 그리 많은 건지, 언제나 억울하다. 이제 곧 정년인데, 쓸 돈은 자꾸만 늘어난다. 생활비 외에도 딸의 교육비에 65만원이 들어간다. 아들의 등록금까지 생각한다면 눈앞이 까마득하다. 아내는, 까르푸를 너무 자주 간다. 몇년 전부터다. 어쩔 수 없이, 그에겐 가계를 챙기는 습관이 생겨났다. 답이 없다. 젊은 시절 뼈를 깎아 진입했던 중산층의 대열에서, 왠지 자꾸만 밀려나는 느낌이다.회사는 어렵고 아내는 무섭다. 생각을 알 수 없는 자식들도 무섭긴 마찬가지지만, 진짜 무서운 건 돈이다. 살면 살수록 그는 돈이 무섭다. 집을 나서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복권 다섯장이 들어 있다. 7시가 되면
체험,삶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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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와 말로리는 극악무도하다. 연쇄살인에, 더더욱 경악할 노릇은 살인의 동기가 너무 사소하거나 아예 아무런 이유가 없기까지 하다. 적어도 살해당한 입장에서는 말이다. 이들은 악마가 아닌가? 악마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렇게 히죽거리며 아무 원한도 없는 사람들을 “어느 누굴 죽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하며 장난으로 살인을 일삼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우발적으로, 혹은 참다참다 못해, 혹은 사소한 오해나 원한 때문에, 살인을 하게 되더라도 그 순간에는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을 테고, 제정신이 돌아온 뒤부터는 정말 제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죄의식과 후회와 자책에 사로잡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다. 상식선에서, 악인의 비참한 말로는 사실, 끝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다. 죄의식은 타인으로부터 처절한 응징을 받을 마음의 준비. 평생 새우잠을 자면서 숨어사는 고통도, 죄의식 때문이다. 망설이면 죽는다. 의심하면 물에 빠진다. 그래서 노력파 악당
최악과 최선 사이 장대높이뛰기,<내추럴 본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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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 김규항입니다.” “예. 조금 아까도 김 선생이 전화하셨습니까?” “예. 30분쯤 전에 제가 했습니다.” “누워서 주사를 맞고 있어서 일어나기가 어려웠습니다.” “많이 편찮으십니까?” “좀 그렇습니다.” “잡지가 이제 거의 짜여져서 한번 찾아뵈려고 연락드렸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드릴 이야기도 있고 하니 한번 와주시겠습니까?” “다음주에 언제가 편하십니까?” “화요일은 서울 병원에 가고 다른 날은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찾아뵙는 걸로 하고 시간은 그날 아침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나는 월요일 아침에 전화 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전날 폭우를 무릅쓰고 산에 올랐다가 전화기에 물이 들어가버렸다. 전화번호야 달리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종일 이래저래 경황이 없었다. 전화 드려야 하는데, 드려야 하는데 속으로만 생각하다 하루가 다 지났다. 새벽녘에 사무실에서 깜박 잠이 들 즈음에야 나는 선생이 이미
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