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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특유의 습하고 젖은 공포영화를 만들겠다."일본 공포영화 <주온> 시리즈의 시미즈 다카시(31) 감독이 4일 <주온2>의 홍보차 여배우 사카이 노리코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시미즈 감독은 <주온>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 감독. <주온> 1편은 5억엔의 입장 수입을 거둔 일본뿐 아니라 한국(전국 110만명)과 홍콩 등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첫 내한이라는 그는 "조금 전에 맛있는 한정식을 먹었다. 한국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욕구가 솟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주온>은 저주가 내린 집을 배경으로 원혼들이 세상에 대해 벌이는 복수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한 남자는 부인을 살해한 후 자신도 숨진 채 발견되고 이후 어린 아들도 아무 흔적없이 사라진다. 그 뒤로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저주를 받게 된다는 것이 1편의 내용. 5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속편에서는 이 집에서 납량특집 프로그램
[인터뷰] <주온2>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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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동안 잡지를 만들면서 미리 본 영화 가운데 <오! 브라더스>가 며칠째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 영악한 형이 조로증을 앓고 있는 어린 이복동생과 부득이한 동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주축으로 한 이 영화는, 대략 분류하자면 비평계보다는 대중관객의 취향을 더 많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이럴 경우 효력이 검증된 흥행 장치에 의존하게 마련인데, <오! 브라더스> 역시 조폭영화로부터 변주되어 나온 양아치 캐릭터의 코믹 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거기에 장애우와 이른바 ‘정상인’의 소통과 이해라는 휴먼드라마를 가미했고, 어린아이가 질서잡힌 세계에 들어와서 일으키는 무구한 혼란이 이른바 ‘어른’들에게는 공포일 수 있다는 관찰을 웃음의 원천으로 끌어들인다.상업영화로서 평범한 길을 가면서도 새로운 노력까지 조금 보태어 대중영화를 한뼘쯤 착실하게 갱신시키는 작품들을 만날 때, 한국영화가 균형있게 성장 중이라는 확신이 짙어진다. 그런데 이런 유의 확신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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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라고 불리는 한국의 주류 영화계 안에 30대의 역량있는 여성프로듀서들이 열한명이 넘는다는 소식, 그러니까 우리가 알 만한 유능한 여성프로듀서가 도합 20명쯤 된다는 사실은 정말 흥분되는 일이다(우리나라에서 연간 만들어지는 주류영화가 대략 60∼70여편 된다). 이와 관련해 함께 나눔직한 이야기들이 이번주 <씨네21> 특집 기사에 상당량 들어 있다. 나는 여기에 그분들이 살아내고 있는 길과 삶의 태도에 대한 존경의 인사를 덧붙이고 싶다.그리고 행복하게도 지난 한주 동안 어떤 영화에 사로잡혀 지냈다. 다큐멘터리 <영매>다. 한창 신명이 오른 무당이 그리도 서럽게 우는 모습과 함께 영화 만들기가 중반을 넘어서고야 그 이유를 알았다는 내레이션으로 대뜸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서서히 호흡 조절한 끝에 급기야 관객도 울린다.카메라 앞에 선 무당, 그들이 중재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세계, 화면 속 관중,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까지 꿰뚫어 소통시키는 박기복 감독의 역
경계를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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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 작품과 작품의 바깥, 인물의 내면과 인물들의 상호관계를 묘하게 섞으며 추적한 프랑수아 오종의 흥미로운 영화 <스위밍 풀>은 닫힌 물의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에서도 그랬지만 오종은 폐쇄된 공간을 주어진 상황으로 설정해놓고 그 안에 인물들을 던져넣기를 즐긴다. 라신 같은 프랑스 고전비극 작가의 폐쇄적 구조를 연상케 하는 설정 방식이다. 그 설정 속에서, ‘질투’와 같은 감정적 동력원이 만들어내는 힘으로 이야기는 시계톱니바퀴들의 연쇄처럼 정교하게 돌아간다.음악을 맡은 필립 롱비(Phillipe Rombi)는 1999년작 <죄지은 연인들>(Les Amants Criminel) 이래로 오종과 모두 3편을 작업하고 있다. 2002년작 의 음악을 쓴 크리슈나 레비를 빼면 최근 오종 영화의 단골 작곡가인 셈.그의 음악은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은 음악가의 격조를 느끼게 해준다. 오종의 2001년 작품인 <모래 밑에서>(Sous le Sable)의
닫힌 물,5각형의 음악 <스위밍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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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껴안은 임권택에 대한 간절하고 세밀한 접근
난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은 무려 607장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같은 분량으로 2권이다. 1214쪽으로 이루어진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한다>는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 사이의 대화다. 아니 강박이며 집념이며 집요함이다. 나는 그 대화에, 그 간절함에 귀를 기울인다. 한국 영화사와 근대사의 틈새 속에 봉인되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빨치산의 아들로 성장한 임권택이 ‘무국적’의 액션영화들과 검술, 사극, 새마을영화를 거쳐 한국의 근대사를 담아내기까지 그의 말들은 정말 가슴에 “사무친다”. 예컨대 임권택은 70년대를 이렇게 말한다. “이를테면 세상은 가고 그저 변두리에서 우물우물 따라사는 그런 인간으로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서”(216쪽), 연좌제에 묶여 살다가 장관의 특별한 허가를 얻어 대만영화제에 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아무도 한국에 관심
임권택에 대한 세밀한 접근,<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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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개봉일인 지난 14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서울 51만명, 전국 143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60회 베니스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의 주인공 문소리는 지난해 〈오아시스〉에 이어 두해 연속 초청되며,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영화제의 결과는 7일 나올 예정이다.숀 코너리 주연의 액션영화 〈젠틀맨리그〉와 윌 스미스, 마틴 로런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2〉 역시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2,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은 영화도 마이클 더글러스, 앨버트 브룩스 주연의 코미디 〈위험한 사돈〉과 한국 공포영화 〈거울 속으로〉로 지난주와 별 변동 없는 순위를 보였다.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극장가의 싸움이 시작되는 이번주부터는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5일 개봉하는 영화는 〈오! 브라더스〉(사진) 〈불어라 봄바람〉 〈조폭마누라 2: 돌아온 전설〉 등 한국 상업코미디 영화
한가위 겨냥 4일 개봉영화 7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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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32세를 일기로 요절한 조은령 감독의 추모전이 18-20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가난한 사람들>, <생> 등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바 있는 조은령 씨는 1997년 <스케이트>(사진)를 국내 단편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시키며 주목받은 독립영화 감독. 지난 4월 자택에서 실족해 뇌진탕으로 숨졌다.추모전은 고인의 남편인 김명준 촬영감독과 <꽃섬>의 정일곤 감독, 박유경 편집감독 등 지인들이 주축이 된 조은령 감독 추모사업회가 동숭아트센터, 독립영화협회, 영상미디어센터, 영진위 등의 후원을 받아 마련하며 <가난한 사람들>, <스케이트>, <생>(生) 등의 유작들이 상영된다.특히 추모전에는 고인이 미완성 유작 다큐멘터리 <프론티어>의 제작을 위해 취재중에 만났던 사람들이 조씨를 회상하는 인터뷰 등을 실은 추모 영상물 <하나를 위하여>가 상영되며 습
조은령 감독 추모영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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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디지털 5.1’ 음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화채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CJ미디어가 다음달 1일 개국 예정인 영화오락채널 XTM과 프리미엄 영화채널인 캐치온은 조만간 입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돌비 디지털 5.1’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스카이라이프도 NVOD(유사주문형비디오)인 '스카이초이스'에 이 음향 서비스를 도입해 현재 매주 평균 8편의 영화를 돌비 디지털 사운드로 방송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채널이 ‘돌비 디지털 5.1’ 서비스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홈씨어터 기능을 갖춘 수상기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가입자들의 고음질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데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영화채널들, ‘돌비 디지털 5.1’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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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 비중 높아져 호평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 막을 올린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3일 현재 11일간의 일정 가운데 70% 이상을 소화하며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당초 1년 계약을 하고 베를린 영화제에서 베니스로 말을 갈아탄 모리츠 데 하델른 집행위원장의 체제가 순항할 것이냐는 것.지난해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연임 체제에 돌입한 하델른은 할리우드 선호 경향이라는 세간의 딱지를 떼어내면서도 관객의 눈길은 끌어야 하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부문 리스트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채우되 미국의 스타급 감독의 영화를 비경쟁으로 초청하는 이중전략으로 평단과 관객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600편의 참가 신청작 중 140편을 추린 지난 해보다 1천591편에서 143편을 고른 올해가 상영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약간 높다는 게 중
종반으로 치닫는 베니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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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은 흥행 점쟁이?1997년 초, 플로리다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잠깐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그레그 슈미츠라는 미국 청년은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인 위스콘신으로 돌아온 그는 쉬엄쉬엄 직장을 찾아보면서, 한편으로는 평소에 좋아하던 영화에 심취하게 된다. 그러다 그는 TV 영화 프로그램들은 물론 잡지들까지 개봉을 코앞에 둔 영화들에만 집중하는 것에 불만을 품게 된다. 제작이 진행 중인 영화들에 대한 정보가 소홀히 다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에 관련 뉴스를 시간순으로 찾아보려 할 때마다 난관에 봉착했던 것. 전공인 도서관학을 공부하면서 인터넷에 가까워졌던 그는 그런 불만을 스스로 해소해보고자 인터넷을 활용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영화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기로 친한 친구들과 의기 투합한 것. 그렇게 해서 1997년 여름, 슈미츠와 친구들은 당시 잘 나가던 커뮤니티 사이트인 지오시티에
<프레디 vs. 제이슨>의 성공을 예견한 웹서비스 `업커밍 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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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훈(왼쪽), 한혜진(오른쪽) 부부나는 안재훈(34), 한혜진(33) 감독 부부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2000년 일본히로시마애니메이션페스티벌로 기억한다. 히치콕 영화의 주요 장면을 절묘하게 연결시킨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를 공동 연출해 이미 꽤 주가를 올리고 있던 그들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안 감독과 하얀 모자에 흰색 면티, 하얀 면양말이 잘 어울리는 한 감독이 신혼 냄새를 폴폴 내며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사는 모습은 말 그대로 한폭의 정겨운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 누가 알까.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 하루 20시간 가까이 회삿일을 하고 남는 조각시간을 이용해야 했다는 것을.“왜 그랬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렇게 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제 작품을 한다는 기쁨이 없었으면 힘들었겠죠. 저희 ‘연필로 명상하기’팀에서 함께 고생하던 친구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제 몫을 잘하고
소중한 장편의 꿈,젊은 애니를 껴안다 ⑩ - 안재훈, 한혜진 부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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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툰을 권한다‘디지털’이라고 말하자 ‘돼지털(어찌 들으면 되지퉁이라고도 들린다)?’이라고 되묻는 CF가 있었다. 흔히 디지털이라고 하면 기계와 인간이라는 낯설고 차가운 금속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CF는 디지털이 오히려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고 주장했다. 그럴까? 정말 디지털 기술이 이 험난한 세상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을까?지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3. 너무 적은 공간을 풍부한 볼거리로 채워 동대문 옷가게 스타일처럼 느껴지던 디지털 카툰전에서 그 가능성의 한 자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 걸린 카툰은 액자가 아닌 LCD 모니터를 통해 존재했으나 현란한 움직임이나 음향을 동원하지 않고 나지막하고 잔잔하게 반복되며 LCD 모니터를 액자로 변환시켰다. 전시디렉터인 모해규 작가가 오랜 시간 의지를 갖고 준비한, 작은 움직임과 주기적 반복, 약간의 음향이 어우러진 디지털 카툰은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아날로그와 만나 더
카툰 작가 12인의 디지털 작품집 <굿모닝 디지털,굿모닝 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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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조리한 쿨함 같으니!마돈나와 조디 포스트가 자발적인 미혼모로 나섰을 때 세상은 놀라워서 한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약속한 듯 거의 동시에 갈채를 보냈다. 먼저 박수를 친 것은 여성이었지만, 곧이어 언론도 ‘시대를 앞서가는 행보’로 맞장구 쳤다. 한국 언론에도 ‘아비없는 호로 새끼’를 낳아 기른다는 논조는 없었다. 아니, 미혼모에 대한 세상의 통념이 어느새 이렇게 바뀌었단 말인가!서울의 평범한 20대 회사원이 그랬다면 세상의 반응은 어땠을까? 우리 몸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행여 모르겠다고 생각되면, 내 누나 혹은 여동생이 그런 결단을 고지했을 때 ‘나’의 반응이 어떠할지 상상해보라. 평소에 미국 언론이 평범한 미혼모를 보는 삐딱한 시선도 ‘개인주의’와 ‘인권’이라는 좀더 두터운 거름종이를 거친다는 것뿐 한국과 뭐 그리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세상은 왜 마돈나와 조디 포스트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냈을까? 짐작하건대, 이들 여성은 미혼모를 배제하면서 사수하고픈 가부장
건달,<바람난 가족>을 보고 남성이 만든 여성영화에 대해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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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 신학생 토마는 하룻밤 묵게 된 농가의 주인이 마녀임을 깨닫는다. 반쯤 죽을 정도로 마녀를 두들겨패고 달아난 토마는 다음날 지역 영주의 외동딸이 죽어가면서 임종미사를 집행해줄 사람으로 자신을 지명했다는 전갈에 의아해한다. 영주의 저택에 도착한 토마는 그 딸이 바로 어젯밤 자신이 만났던 마녀임을 깨닫는다.러시아 국민작가 니콜라이 고골리는 유럽 곳곳에 퍼져 있던 마녀 전설을 거의 훼손하지 않은 채 단편 <비이> 속으로 간결하게 옮겨왔다. 마녀와 괴물과 악령이 신성한 교회를 장악함으로써 신성모독과 믿음 사이의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명백하게 ‘윤리적으로 모호한’ 테마이다. 현실 세계 곳곳에 만연한 악의 잔혹함에 언제나 깊은 관심을 기울였던 고골리가 이 전설에 매혹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내가 들은 그대로 한치의 가감없이 쓴’ 고골리의 작품을 일대일의 비율로 스크린 위에 옮겨온 영화 <악령-비> 역시 고골리
니콜라이 고골리에 대한 기억,<악령-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