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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홍콩-아시아필름 파이낸싱 포럼(HAF)에서 피칭한 영화가 완성되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지난 한해를 돌아본다면.
올리버 시쿠엔 찬 지난해 HAF에서 펀딩을 받은 건 아니지만 HAF에 감사한 마음이다. 부산에서 프리미어 상영됐고 다시 홍콩필름마켓에서 쇼케이스를 가지게 되었다. 4월24일 개봉해 홍콩 관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담선언 펀딩 전부터 출연을 결정했었는데, 이렇게 영화가 완성된 데 감사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프리미어를 가졌고 다음 도쿄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됐으며 홍콩에 다시 돌아왔다. 한국과 일본 관객들이 좋아했던 이 영화를 홍콩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된다.
로춘입 이 영화는 주류 상업영화가 아니다. 많은 테마가 이 영화에 녹아 있기 때문에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동시에 벅차기도 하다.
- 영화의 제목이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다. 작업하면서 현대 모성이 과거 모성과 어떻게 다르다
[기획] 엄마가 된 여성의 러브 스토리 -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 올리버 시쿠엔 찬 감독, 배우 담선언·로춘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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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아시아필름 파이낸싱 포럼(HAF) 수상을 축하한다. 프로듀싱한 <데드 타이드>는 어떤 영화인가.
<데드 타이드>는 내가 두 번째로 제작한 말레이시아영화다. <아방 아딕>(2023)에 이어 제작하게 됐다. 최근 출소한 살인범과 수년간 방에 갇혀 지낸 정신질환 여성의 러브 스토리다. 고립된 두 사람이 깊은 절망에서 순수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 이 작품에 배우가 아닌 프로듀서로 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의 단계에서는 한 영화에서 하나의 역할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싱엔 막중한 책임이 따르고 전체 제작 과정에 긴밀히 관여해야 한다. 그래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느낀다. 또 젊은 배우들이 재능을 펼칠 기회를 만들고 싶다.
- 배우가 아닌 프로듀서로 일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카메라 뒤에 서는 것 모두 영화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고 나는 둘
[기획] 배우의 감성과 프로듀서의 이성 사이 - <데드 타이트> 프로듀서 리신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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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분위기가 아스라이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내겐 홍콩이 그렇다. 동서양이 교차하는 듯 보이고 인구가 밀집해서인지 묘한 활기가 도는 곳. 누구나 홍콩영화에 한번쯤 푹 빠져봤으니 공감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매년 3월이면 옛 홍콩영화의 활력을 이어받은 것처첨 많은 영화와 방송 관계자들이 모여 비즈니스를 벌이는 홍콩필름마켓(The Hong Kong International Film and TV Market), 일명 ‘필마트’(FILMART)가 열린다. 올해 제29회를 맞은 필마트에 참석하여 어떤 방식의 협업과 비즈니스가 펼쳐지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CJ ENM, NEW, 플러스엠 등 한국의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부스를 꾸려 손님을 맞았고, KBS, MBC, JTBC 등 방송사들도 단골 참석자가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상 테크놀로지 기업들도 만날 수 있었다. 아울러 ‘홍콩 뉴웨이브’라고 불릴 만큼 다양성이 커지고 있는 홍콩영화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획] 아시아영화가 시작되는 곳 - 제29회 홍콩필름마켓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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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020년.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원년이었다. 바이러스의 마수 앞에 촬영 현장은 기약 없이 중단됐고, 영화관은 문을 닫았다. <씨네21> 또한 짧게 휘청이고 금세 자구책을 도모한 한국영화계의 곁에 서서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영화계의 흐름을 치열하게 진단하고 조명”(장영엽 전 <씨네21> 편집장)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영화산업의 여러 구성원과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 대담을 진행했다. 또한 언택트가 ‘뉴노멀’이 된 시대에 극장과 관객의 관계, 나아가 영화적 체험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기사 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1년 내내 가늠했다.
창간 25주년을 맞아 <씨네21>은 연출, 연기, 촬영, 미술, 의상, 편집, 투자·배급 등 산업 모든 분야의 1990년대생 영화인들을 만났다. 이 기획은 여러모로 ‘젊어진’ 한국영화계의 세대교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표준근로계약의 정
[특집] <씨네21>이 기록한 한국영화 2020년~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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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015년은 <씨네21>의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창간 특별호인 1000호의 표지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 배우 김민희·김태리·하정우가 장식했다. 2015년 3월은 <아가씨>의 촬영을 약 두달 앞둔 시점. 역사적인 영화와 기념할 만한 표지가 될 것을 예상하듯 <씨네21> 또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문화역서울284를 대관했고, 40여명의 참여 스태프, 3대의 분장차, 4명의 취재기자, 3명의 사진기자까지 도합 50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표지 촬영 현장이었다.
<씨네21>과 부산국제영화제는 나이가 같다. 탄생은 <씨네21>이 1년 빠르지만, 주년으로 나이를 셈하는 <씨네21>과 달리 부산국제영화제는 날 때부터 1회였기 때문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맞아 <씨네21>은 영화의전당과 함께 ‘아시아영화 100선’을 선정했다. 한편 <씨네21>은 영
[특집] <씨네21>이 기록한 한국영화 2015년~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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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004년은 <실미도>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편당 관객 1천만 시대가 열린 해다. <실미도>가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2월,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을 때 <씨네21>은 차분히 “한국 영화산업의 제2차 도약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기사를 냈다. 중장년층 관객까지 끌어들인 두 영화가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함께 도래한 멀티플렉스 시대의 스크린 독점 문제를 짚어내고 성공 뒤에 따르는 위험 요소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류가 그저 신기한 현상이나 한국 스타의 발견으로 이해되고 있던 시기에 <씨네21>이 나섰다. 일본, 중국, 홍콩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살펴본 한류의 현실을 전달하고 문화사적 의미까지 살펴보며 용어를 재정립했다. ‘지금 한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 뒤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지금도 유효해 보
[특집] <씨네21>이 기록한 한국영화 2004년~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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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과 김태용(왼쪽부터). 기념비적인 투숏이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내놓은 한국영화아카데미 13기 동기생이자 스물아홉, 서른 언저리의 두 감독이 자신들의 영화를 정리한 언어는 눈밭만큼 새하얀 미소로 웃는 얼굴들처럼 지금까지도 명료하다. “여성영화, 그리고 퀴어영화로 봐줬으면!”
2000년 1월. 조선희 편집장은 에디토리얼 ‘즐거운 밀레니엄 소동’ 글에서 최초의 국소적 ‘디지털화’를 준비 중인 매체의 운명을 앞두고 이렇게 썼다. “기자가 된 뒤엔 한때 ‘전자신문이 등장하면 장차 종이신문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므로 실직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90년대 들어 PC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모든 직장이 곧 재택근무 체제로 이행할 것처럼 이야기할 때, 출퇴근을 즐기는 편인 나는 벌써부터 서운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이미 나올 만큼 나온 이야기. 그런데 25년 뒤인 지금도 세상은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하고, 대체로 ‘현상 유지’ 중이다.
한국 최초, 유일한
[특집] <씨네21>이 기록한 한국영화 2000년~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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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씨네21>이란 제호는 독자가 보낸 1만2103통의 제호들 가운데 선택됐다(후보 중엔 <영상21> <필름> <시네컴> <시네마한겨레> 등이 있었다). <씨네21>은 “영화와 영화관을 뜻하는 ‘씨네’와 21세기를 뜻하는 ‘21’을 합성한 것”으로, “영화를 중심으로 텔레비전, CF, 만화 등영상문화 전체를 다루지만 영화가 주된 관심사”라는 매체의 방향성이 반영됐다. “우리는<씨네21>이라는 제호가 장차 영화로부터 뻗어나가고 또 영화로 수렴되는 모든 문화를 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제호가, 누구든 영화에 관한 정보나 비평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기를 기대한다."
<씨네21>은 창간을 기념해 영상산업에 종사하는 100인을 상대로 ‘한국 영상문화를 움직이는 인물들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실시해 ‘전문가 100명이 선정한 영상인 베스트 50인’을 선정했다.
[특집] <씨네21>이 기록한 한국영화 1995년~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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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창간되고 30년이 흘렀다. 다만 1995년은 <씨네21>만의 생일은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 CJ ENM, 명필름, 싸이더스(당시 우노필름) 등 20~21세기를 거치며 한국 영화산업을 견인했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국영화의 상징적인 해이기도 하다. <씨네21>은 이 30년의 세월 동안 한주도 거르지 않고 1500권의 주간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1990년대 중후반 영화 문화의 폭발적인 성장과 20세기 중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기부터 영화 매체의 존재론이 흔들거리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씨네21>은 한국영화가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묻고, 찍고, 써냈다. 30년 동안 <씨네21>이 쌓아온 기록의 (극히) 일부를 1500호 창간 특별호를 맞아 공개한다. 봉준호와 장준환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학생으로 인터뷰에 참여하고, 영화진흥위원회와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생겨나고, 영화인들이 모여 스크린쿼터 투쟁에 참
[특집] HAPPY BIRTHDAY! - <씨네21>이 기록해온 한국영화 30년사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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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에 들어가지 않은 시청자에게 대기업 회장의 손녀 여은남(홍화연)은 멋없는 캐릭터일 수 있다. 숨겨진 정치 비자금을 둘러싼 남자들의 권력 다툼 안에서 멜로를 담당하는 순정적인 여자주인공. 그러나 안에서 보면 다르다. 남자들과 똑같이 욕망하며 어딘가에 묻힌 진실을 손에 쥐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정략결혼의 보호를 거부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동주(박형식)의 수난을 추적하며 아버지(주상욱)의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게 10회까지 여은남이 보여준 본모습이다. 그가 이토록 의지력이 강한 인물로 빛날 수 있었던 건 배우 홍화연의 힘이 컸다. 그는 여은남을 “내면에서 몰아치는 소용돌이를 철저하게 숨기는 단단한 인물”로 봤다. “죽은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새아버지 허일도(이해영)를 포함, 은남이를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식구들 앞에서 차갑고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 잘 웃고 표현도 많이 하는 본래의 자신은 촬영 동안 잠시 접어두었다. 데뷔
[WHO ARE YOU] <보물섬> 홍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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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그리고 꼿꼿함 - <토니 에드만>
- 연기에 관해 말하자면 <토니 에드만>의 잔드라 휠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너무너무 좋았다! <토니 에드만>을 보고 어떻게 저런 배우가 있을 수 있나 싶었다. 그에 관해 더 잘 알고 싶은데 생각보다 잔드라 휠러에 관한 정보나 인터뷰가 한국에 잘 전해져 오질 않는다. 어쨌든 <토니 에드만>을 본 뒤에 잔드라 휠러에게 완전히 사로잡혔다.
- 특히 어떤 부분에 사로잡혔나.
꼽을 수 없다. 영화 전반에 드러난 그의 연기 변화와 흐름이 너무 좋았다. 후반부에 아버지의 권유로 노래할 때, 이네스(잔드라 휠러)가 처음부터 끌고 온 감정이 없었다면 그의 노래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을 거다. 이네스가 어떤 마음으로 아버지를 견뎠고 어떤 심정으로 그 공간에 있는지를 휠러가 정말 잘 보여줬다.
- 이네스와 아버지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는 언젠가 화해할 수 있을까. 혹은 절대 만나지 않는 평행
[인터뷰] 속절없이 무너뜨리는 영화 - 배우 전소니의 영화관(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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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질문을 건넬 필요가 없었다.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전소니는 방금 극장에서 나온 관객처럼 영화를 볼 당시 주변의 공기, 풍경, 연쇄적으로 떠올랐던 질문과 기분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과 영화에 관해 종종 적어둔다”는 그는 중간중간 자신의 메모를 들려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전소니를 투과해 당도한 영화들, <킬링 디어> <파프리카> <패왕별희> <토니 에드만> <조 블랙의 사랑>은 한층 깊고 다채로워져 있었다.
- 다섯 작품을 고르는 데 얼마나 걸렸나.
10분 정도? 사실 인생 영화를 물어보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속상하다. 좋아하는 영화들 중에서 한두편만 꼽기가 어려워서인데, 그 어려워하는 시간이 꽤 쌓이다보니 어차피 바뀔 거라는 전제로 그때그때 떠오르는 작품을 답하곤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중간에
[인터뷰] 속절없이 무너뜨리는 영화 - 배우 전소니의 영화관(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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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해서 아름다운 인간 - <바빌론> <파벨만스>
- 자연스럽게 <바빌론>으로 넘어갔다. 온갖 오물 범벅 속에서 영화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 40시간 근로제가 업계 전반에 정착하기 전, 그날 방영본을 그날 촬영하던 옛 생각도 했다.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거였다면 대체 그때는 왜…. (웃음) 하지만 누군가는 치열하게 작품을 만들어간 과거를 또렷이 기억한다. 양가적인 마음이 든다. 영원할 줄 알았던 세상의 법칙은 너무 쉽게 변하지만, 그때의 난장판이 없었다면 지금도 없다. 넬리(마고 로비)가 촬영장에서 겪는 좌충우돌이나 촬영장에 나비가 날아드는 장면에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다. 적어도 현장에서 나비가 우연히 포착된 순간은 어떤 인공지능도 만들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
- 촬영 현장 자체가 통제 밖 사건의 연속 아닌가. 예술이 갖는 최선의 아름다움이 우연을 통해 완성된다고 믿나.
믿는다. 그리고 변수가 존재하
[인터뷰] 내가 사랑하는 영화들 – 배우 이준혁의 영화관(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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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 분명 ‘영화란 무엇인가’에 해당하는 다섯 작품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건만 인터뷰 전날 이준혁으로부터 열 작품이 도착했다. 두배에 달하는 목록을 보고 참 그답다 싶었다. 많이 알려진 대로 배우 이준혁은 영화 보기를 사랑한다. 지난 몇년간 이준혁의 시네필리아를 지켜보면 이따금 그가 영화를 사랑하다 못해 두팔 걷어붙이고 영화 사이에서 중매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는 어제 본 영화가 좋았으면 어떻게든 남에게 소개하려 하고, 꼭 만나보라는 투로 이 영화의 장점을 곁들인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영화를 엮어내며 영화끼리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어질 대화도 마찬가지다. <가타카>와 <아노라>, 니콜 키드먼과 마동석은 어떻게 어울릴까. 전혀 다른 작품, 배우도 영화에 대한 이준혁의 순정이면 절로 궁합이 점지된다.
-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만 해보자.
각 잡고 이야기하려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의 목록은 직감으로 떠올
[인터뷰] 내가 사랑하는 영화들 – 배우 이준혁의 영화관(觀)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