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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워낭소리>와 <똥파리> 2009년의 한국 독립영화
주성철 2019-08-23

최근 한국 독립다큐멘터리 역사를 새로 썼던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2009)를 기억하는 분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지난 7월 경북 봉화군 상운면에 있는 <워낭소리> 속 노부부의 집이 화재로 사라졌고, 그 주인공인 이삼순 할머니 또한 그보다 한달 앞서 6월 19일 별세했다. 영화 속에서 답답한 할아버지를 향해 (사진관에서 웃지 않는다며) “웃어!”, (온갖 잡동사니를 다 끌어안고 산다며) “버려!”라고 외치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는 2013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평균 수명 15년을 훌쩍 넘겨 노부부의 보살핌 속에 무려 마흔살까지 살았던 누렁소가 2011년 워낭소리공원에 묻힌 뒤였다. 그렇게 최근 뜻하지 않게 뉴스로 <워낭소리>를 오랜만에 떠올리게 됐다. 어느덧 10년 전 영화다. 2009년 한국 독립영화의 약진은 당시 한국영화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2009년 1월 개봉한 <워낭소리>가 293만 관객을 모았는데, 이 기록은 비슷한 시기 <원스>가 22만 관객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거의 10배 넘는 엄청난 기록이었다. 이후 2014년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480만 관객에 이어 역대 한국 독립영화 흥행 2위에 자리해 있다. <워낭소리>에 이어 4월에 개봉한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한국 독립영화 극영화로서는 최초로 10만 관객을 돌파했고,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최고상인 타이거상 등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무려 38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렇게 한국 독립영화의 찬란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 이후 <똥파리>로부터 김보라 감독의 <벌새>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의 크고 작은 기록은 이번호 한국 독립영화 특집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해외 영화제에서 거의 30개 넘는 상을 받고, 감독 자신의 자전적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날아다니는 동물 제목이라는 점(농담처럼 느껴지긴 하나 뭔가 위태롭고 힘겨운 비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비슷할까)에서 10년 전의 <똥파리>와 지금의 <벌새>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아버지를 극복하려 하지만 그 아버지를 닮아가고 마는 <똥파리>의 그 지겨운 고해의 남성 서사가, 오히려 <똥파리>보다 앞선 1994년을 배경으로 하는 <벌새>에 이르러 한 여중생의 내밀한 유년기의 여성 서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그야말로 한국 독립영화의 인식론적 단절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똥파리>가 역시 그보다 10년 전에 나왔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와 마찬가지로 한국 독립영화의 불굴의 남성적 생명력의 기록이라면, 그리하여 뭔가 그것이 마치 한국 독립영화 고유의 이미지나 에너지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였다면, <벌새>를 비롯하여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과 <우리집>,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개봉예정인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 이옥섭 감독의 <메기> 등을 통해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특집을 그 거대한 전환의 기록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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