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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감정으로 액션 클릭
이후경(영화평론가) 사진 백종헌 2014-01-31

<용의자> 신민경 편집기사

Filmography

<신의 한 수>(2014) <역린>(2014) <빅매치>(2014) <용의자>(2013) <감시자들>(2013) <스파이>(2013)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박수건달>(2012) <도둑들>(2012) <알투비: 리턴투베이스>(2012) <카운트다운>(2011) <블라인드>(2011) <체포왕>(2011) <>(2011) <이층의 악당>(2010) <심야의 FM>(2010) <베스트셀러>(2010) <전우치>(2009) <해운대>(2009) <미쓰 홍당무>(2008) <바보>(2008) <세븐 데이즈>(2007) <극락도 살인사건>(2007) <타짜>(2006) <달콤, 살벌한 연인>(2006) <해바라기>(2006) <광식이 동생 광태>(2005) <분홍신>(2005) <태풍태양>(2005) <범죄의 재구성>(2004) 데뷔작 <싱글즈>(2003)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는 맥프로도 두손 두발 다 들고 멈춰버리더라.” 올해로 12년차인 신민경 편집기사는 <용의자>의 촬영 소스가 쏟아지는 6개월간 “진정한 숨 막힘”을 경험했다. “소위 ‘매트릭스 촬영 공법’(카메라를 동시에 여러 대 사용해 모든 각도에서 촬영하는 방법.-편집자)을 써도 잘 찍힌 컷은 정해져 있다. 근데 이건 모든 컷에 다 진심이 담겨 있으니 뭘 버려야 할지 모르겠더라.” 백미는 지동철(공유)이 후진해서 계단을 내려가는 카 액션 시퀀스였다. “한달이 넘도록 촬영 소스에서 차만 나오는 거다. (웃음) 용산 골목 부분을 줄이자니 나름 합이 다 강렬하고, 용산에서 빠져나간 뒤를 줄이자니 사실은 거기가 본 게임이고. 관객이 조금 엉덩이가 아프더라도 다 볼 수 있게 하려고 온갖 경우의 수를 다 검토했다.” 원신연, 윤제균,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 빠른 편집 스타일을 구사해왔으나 “실은 <007 스카이폴>의 오프닝 신처럼 긴 호흡의 액션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고민 끝에 숏수가 많음에도 진득한 호흡을 자랑하는 카 액션 신을 완성시켰다.

물론 화려한 액션이 블록버스터의 만능 키는 아니다. 그 사실을 그녀도 잘 안다. “카 액션만 해도 더이상 새롭게 시도할 만한 게 안 남아 있잖나. 국내에선 <황해>에서 차를 뒤집은 이후로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졌고.” 그러니 어쩌면 더 중요한 건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것이 그녀가 “장르보다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를 먼저 질문하는” 이유다. 원신연 감독과도 액션의 설계만큼이나 드라마의 설계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용의자>의 경우 답은 “느린 플래시백”에 있었다. “지동철의 과거는 앞쪽에 수북이 쌓여 있고, 전체 인물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까닭은 뒤쪽에 몰려 있는 이야기 구조”를 좀더 친절하게 풀어줌으로써 “단순히 다다다다 이어붙인 액션이 아닌 감정까지 실어낸 액션”을 완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듯 ‘연출의도’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그녀의 노력은 “편집기사가 편집상을 타는 것보다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줄 수 있는 편집이 좋은 편집”이란 그녀의 믿음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녀의 믿음이 시험에 들 때도 적지 않다. “6개월 동안 같은 소스를 수만번씩 들여다보고 있으면 객관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심지어 <해운대> 때는 “멀미 날 정도로 바다만 들여다봐야 했고”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때는 “허구한 날 맨 하늘에 헤딩하며 비행기들의 동선을 계산했다”. 신기한 건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인다”는 사실. <도둑들>과 <감시자들>의 스타일리시한 리듬과 텐션도 그런 직관의 산물이었다. 한편 그녀의 “작두 타는 손가락”은 평소 뮤직비디오 편집으로 손가락 운동을 꾸준히 해온 결과물이다. “자체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도 새로운 기술을 보여줘야 하는 게 편집이다. 뮤직비디오야말로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장르잖나. 바로바로 나오는 팬들의 리뷰를 읽으며 많이 배운다.” 그런 그녀의 달력엔 벌써 <신의 한 수> <역린> <빅매치>의 디-데이가 표시돼 있다. 2014년에도 액션, 액션, 액션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어떤 새로운 합들이 만들어질까? “‘넌 이제 됐거든? 이제 나 딴 사람 만날 거야!’라며 새 영화와 연애를 시작할 때 제일 흥분된다”는 신민경 편집기사. 그녀의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연신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애플 마우스

“애플숍에 걸린 마우스들을 1분쯤 노려보다 딱 찍으면 항상 제일 부드러운 아이가 걸린다.” 산후풍과 직업병이 겹쳐 비만 오면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쑤신다는 신민경 편집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바로 쌍둥이로 입양한 애플 마우스. 광클릭에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초고감도 제품으로, 지난한 편집을 함께 버텨주는 떡두꺼비 같은 자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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