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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물은 어디에? (3)

<씨네21>이 추천하는 2013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Must List 30

<도모구이> Backwater 아오야마 신지 / 일본 / 2013년 / 102분 / 아시아영화의 창 / 드라마, 섹스

아오야마 신지의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아직도 화해불가다. 화해는커녕 그 아버지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도모구이>에 돌아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17살이었다. 1988년이었다”라는 주인공 토마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가 죽기 직전 있었던 그 파란만장한 가족사의 한 토막이 전개된다. 아버지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색광인 데다 섹스를 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가학 성애자다. 토마는 그런 아버지의 피가 자신에게도 흐를까봐 두렵다. 하지만 그 자신도 일찌감치 여자친구와 섹스를 하는 도중 폭력의 욕망을 느낀다. 토마를 낳아준 어머니는 지척에 있지만 아버지는 지금 젊은 여자와 동거 중이고 실은 토마도 아버지의 그녀에게 묘한 매혹을 느낀다. 종국에 이 마을에는, 이 가족에게는 파국이 찾아온다. 아오야마 신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 기이한 대립을 앞세워 음침하면서도 생생한, 그래서 매력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뿜어낸다.

<그랜드 센트럴> Grand Central 레베카 즐로토브스키 / 프랑스, 오스트리아 / 2013년 / 94분 / 플래시 포워드 / 드라마

‘방사능 로맨스영화’라고 해야 할까. <그랜드 센트럴>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목숨과 돈을 맞바꾼 일상을 살아가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 개리(<예언자>의 타하 라힘이 연기한다)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남자다. 위험하지만 적지 않은 보수를 준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게 된 그는 결혼을 앞둔 동료의 연인 캐롤(레아 세이두)과 사랑에 빠진다. 개리와 캐롤의 은밀한 관계는 방사능 노출의 위험으로 만연한 그들의 아슬아슬한 직업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두 남녀의 위험한 사랑과 원자력 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상을 교차편집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모습과 금세 깨질 수 있는 유리처럼 위태로운 연애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타하 라힘보다는 레아 세이두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처음 본 개리에게 키스하며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고, 시야가 흐려지고, 어지러우며, 다리가 후들거리지. 그게 바로 방사능이야”라고 말하는 그녀의 인상적인 등장 장면을 놓치지 말 것.

<수르제키-죽음의 천사>

<축복받은 부카라>

비운의 수작을 만나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 영화

어느 나라의 영화사마다 격동의 역사 속에 묻힌 비운의 수작들이 있는 법이다. 부산영화제가 마련한 특별전 ‘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 영화’는 소련의 붕괴와 내전 등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앙아시아의 영화들을 재조명한다.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제작된 중앙아시아 4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영화 8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제작연도별로 상영작의 면모를 살펴보면,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은유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영화에 반영했던 1990년대 초기작으로부터 보다 개인적인 주제와 관계를 탐구하는 2000년대 중반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중앙아시아영화의 어떤 경향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옛 소련영화의 미학에서 벗어나 카자흐스탄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칼리백 살리코프의 <발코니>(1988), 스티븐 스필버그의 <E.T.>를 패러디한 우즈베키스탄의 포스트모던영화 <압둘라얀 혹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바침>(1991), 모자이크 구조를 취하고 있는 타지키스탄영화 <축복받은 부카라>, SF와 액션 장르가 결합된 영웅영화 <와일드 이스트>(1993) 등이 소개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일본 / 2013년 / 121분 / 아시아영화의 창 / 가족

이런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한 가정을 지녔고 아이가 여섯살이다. 그 아이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나의 피를 받고 나를 닮아 더 사랑스럽다고 당신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다시 상상해보자. 그 아이가 실은 당신의 친자가 아니고 친자는 다른 집에 있다는 것이다. 그때 당신의 선택은, 당신의 행동은 어떠한 것일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두 가족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양쪽 집의 아이가 간호사의 잘못으로 서로 바뀌었던 것이다. 부모들은 서로 모른 채 각자의 방식으로 충실히 아이를 키웠는데 그 아이가 대여섯살쯤 되었을 때에야 사실을 알게 된다. 한집은 부유하지만 엄한 분위기 속에서 외동아들로 키우고 있고 또 한집은 좀 가난하지만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여러 형제 중 하나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정이 만나 차근차근 친자 교환하기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리고 드라마 <고잉 마이 홈>에 이르기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근작들은 성찰적이되 유연하다. 자신보다는 아내와 훨씬 더 친하게 어울리는 어린 딸의 모습을 보며 그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단지 나의 피를 주었다는 이유로 나는 아버지라 할 수 있는가?” 하고. 진짜 아버지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한 것이다. 그 자문이 1970년대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와 결합하며 한편의 영화가 됐다. 피할 수 없는 삶의 사건과 관계를 온화하면서도 깊은 방식으로 길어올려 보여주고 생각하게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장점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작품.

<노르테, 역사가 끝나는 곳> Norte, the End of History 라브 디아즈 / 필리핀 / 2013년 / 250분 / 아시아영화의 창 / 역사

파비앙은 법을 공부하던 대학생이었지만 그만두었다. 자신의 지식인 친구들을 상대로 논쟁이나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저 악랄하고 추잡한 고리대금업자 노파다. 다소 몽상적이고 과격한 파비앙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행한다. 노파를 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파비앙은 죄 없는 노파의 어린 딸까지 살해하고 만다. 여기까지는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다름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하지만 라브 디아즈는 원전을 느슨하게 각색한다. 아니 원전에 바탕하되 다른 정황으로 나아간다. 파비앙이 저지른 죄를 호아킨이라는 하층민이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고 그의 아내 엘리자가 힘겨운 삶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간다. 파비앙은 성인이 되어가고 엘리자는 쓰러지지 않으며 파비앙은 고통스러워한다. 이 세 인물에 관한 4시간 동안의 느리고 길고 깊은 이야기를 통해 라브 디아즈는 죄와 벌과 구원에 관한 심대한 성찰을 전하고 있다.

<가족투어> Family Tour 릴리아나 토레스 / 스페인 / 2013년 / 80분 / 월드 시네마 / 가족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릴리는 가족이 살고 있는 스페인으로 휴가차 귀국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어머니와 딸이 자동차를 타고 친척들의 집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이룬다. 하지만 릴리는 친척들을 만나러 다니는 이 여행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그들을 마주해야 하는 게 영 부담스럽다. 한편, 릴리는 친척들 앞에서 딸을 포장하려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딸이 자기밖에 모른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영화는 화해의 대단원을 향해 가지 않는다. 그저 끝없는 갈등의 연속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의 막바지에 릴리는 카메라 앞에서 어른의 옷을 벗고 아이의 옷을 우스꽝스럽게 껴입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이는 너무나 달라져버려 다시는 예전처럼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그녀의 현재 상태를 보여준다.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가족관계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이다.

<닫힌 커튼> Closed Curtain 자파르 파나히, 캄보지아 파르토비 / 이란 / 2013년 / 106분 / 아시아영화의 창 / 미스터리, 드라마

이란 정부로부터 20년간 영화를 만들 수 없는 형을 받고 가택연금 중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 사랑하는 개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느 시나리오작가가 주인공이다. 그는 개를 터부시하는 이란 사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검은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남매가 작가의 집을 방문해 누군가로부터 쫓기고 있으니 잠시만 집에 숨겨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을 뒤쫓는 이들이 발걸음을 돌린 뒤에도 남매 중 여동생은 작가의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자파르 파나히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신작에는 자유로울 권리를 박탈당한 예술가의 고독과 절망의 정서가 더욱 짙게 깔려 있다. 실제로 경험했을 현실과 허구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으며, 이란 사회에 대한 정치적 은유 또한 은밀하게 내포되어 있는 이 작품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예술적 에너지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셔틀콕> Shuttlecock 이유빈 / 한국 / 2013년 / 107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 가족, 성장

가족이 철천지원수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어느 날 의붓누나 은주가 부모님이 남긴 유산 전부를 가지고 사라진다. 통장 잔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궁지에 몰린 민재는 누나의 행방을 쫓아 남쪽으로 떠난다. 강렬한 복수의 감정으로 시작한 민재의 여정은 우연히 그의 어린 의붓동생 은호가 동행하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민재의 계획은 번번이 어그러지고, 그는 복수를 시작하기도 전에 은호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기대와 다르게 바람에 휘날려 엉뚱한 장소에 떨어지는 셔틀콕처럼, 소년의 운명은 목적지가 아니라 자꾸만 샛길로 그를 인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샛길에서 무언가를 내려놓고,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셔틀콕>의 성장담이다. 삶의 굴곡에 끼인 운명의 공을 담담하게 제자리로 가져다놓는 소년 민재를 연기한 배우 이주승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천 한 개의 사과> 1001 Apples 타하 카리미 / 쿠르드 / 2013년 / 74분 / 와이드 앵글 / 다큐멘터리, 전쟁

사담 후세인 정권의 안팔(전리품) 작전으로 1987년부터 89년까지 약 18만명의 쿠르드족이 학살당했다. 특히 1988년 화학무기로 할라브자 마을의 5천명이 떼죽음을 당한 사건은 그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란계 쿠르드족인 타하 카리미 감독은 안팔 작전으로 희생당한 이들의 가족과 생존자들을 만나 흩어진 전쟁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모은다. 희생자들의 이름과 얼굴은 남겨진 사진과 편지를 통해 화면 위에 새겨지고, 지워진 흔적들은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피와 살을 얻는다. 이는 추상적인 비유가 아니라 직접적인 묘사다. <천 한 개의 사과>라는 제목처럼 생존자들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아픈 기억은 건네받은 사과 위에 조각이 되어 새겨진다. 영화는 하나의 의식처럼 희생자들의 아픔과 남겨진 이들의 회한을 사과 위에 꽂아 모으고 완성된 조형물을 강물에 띄워 떠나보낸다. 아픔과 분노는 있을지언정 증오로 곪진 않도록, 영화 자체가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애도의 의식이다.

미스터 킴이 웃는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위하여,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그의 미소>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김동호. 그에 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미스터 킴’에 관한 사실들이 있다. 그는 폭탄주의 일인자였으며 젊은 친구들을 꿈나라로 보내는 원샷의 킬러였다. 하지만 동이 트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세계 어느 곳에 가나 아침 조깅을 빼놓지 않는 자기 관리의 모범이었으며 영화를 두루두루 보는 데다 관련 행사까지 놓치지 않는 슈퍼맨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유명하게 한 것은 그의 인자한 미소였으며 그 미소를 지은 채 세계 각국의 영화계 인사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소개하고 알린 그 공로였다. 그는 수많은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만들었는데 그중 한명이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마흐말바프 감독이 자신의 아들 메이삼 마흐말바프와 함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촬영한 <그의 미소>가 상영된다. 김동호의 소신, 김동호의 일상, 김동호의 영화(영화에는 단편 <주리>를 연출하는 김동호 감독의 현장이 담겨 있다)에 관해서 잘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2012년 줄리엣 비노쉬와 얼싸안고 춤추는 장면이 들어 있는 등 부산국제영화제의 일면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그의 미소>를 통해 김동호를, 김동호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느껴보는 것이 가능하다.

<떠돌이 개> Stray Dogs 차이밍량 / 대만, 프랑스 / 2013년 / 138분 / 아시아영화의 창 / 작가

“말할 만한 이야기란 게 없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감독의 말’에서 <떠돌이 개>에 관하여 차이밍량은 그렇게 첫마디를 적어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 몇 가지만 나열하였다. 한편, 빠른 속도들은 자신의 방향감각을 상실시킬 뿐이라며 “내게 느림은 그 혼란들에서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자 도구”라고 다른 자리에서 말했다. <떠돌이 개>는 실제로 이야기라고 불러야 할 것들이 거의 없고, 무한정 느려서 때로 어떤 장면은 이것이 정지화면이 아닌가 여길 정도다. 섬뜩하면서도 기괴한 첫 장면부터 그 점이 확연하다. 차라리 거대한 설치미술 작품이라고 불러야 옳을 정도로 조형적 공간성이 두드러진 장소도 등장한다. 최근에 그가 영화적으로 집중해왔던 것들이 <떠돌이 개>에서 만개한 듯한 인상이다. 그리고 그것들로 차이밍량은 걸작을 만들어냈다. 반면에 오랫동안 차이밍량의 세계를 대변하던 특징들도 여전하다. 먼저 어슬렁거리는 혹은 떠도는 인물들이 있다. 한 남자(물론 그는 차이밍량의 페르소나 이강생이 연기한다)는 고급 저택을 홍보하는 피켓 홍보맨이다. 그가 도시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남매로 보이는 어린아이 두명은 마켓에서 시식 음식을 주워 먹고 여기저기 그냥 다니며 시간을 때운다. 차이밍량 영화에서 인물들의 관계가 늘 그러하듯이 그들이 부모와 자식 관계라는 건 몇개의 장면이 지난 다음에야 밝혀진다. 하지만 영화에는 끝내 확연히 정리되지 않는 관계도 남는다. 차이밍량의 여배우들, 양귀매, 천샹치, 류이칭이 세명의 여인을 연기하는데, 그들은 각자 따로인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하나의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각적으로 더 강성해지고 담대해진 차이밍량의 ‘표류 세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다.

<실혼> Soul 청몽홍 / 대만 / 2013년 / 112분 / 아시아영화의 창 / 스릴러

‘외팔이’ 왕우가 백발이 되어 돌아왔다. <실혼>에서 그가 연기한 아버지는 사건의 중요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서른살의 아추안은 식당에서 일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그는 아버지(왕우)의 산장이 있는 시골로 보내진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산장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아추안의 누나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고, 아버지는 죽은 누나의 시체 옆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추안을 발견한다. <실혼>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 전형적인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따르는 영화가 아니다. 살인사건 이후 벌어지는 아버지와 아추안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가족의 사연을 차근차근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영화다. 그렇게 형성된 긴장감과 비밀스러운 정서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힘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또,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돌아온 외팔이>를 비롯한 쇼브러더스의 수많은 무협영화에 출연했던, 전설의 배우 왕우가 다시 주인공을 맡아 정극연기를 보여주는 설정은 꽤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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