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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을 향해 튀어!-소설 영화화, 배우 출신 감독, 작가영화
이영진 강병진 장영엽 2012-08-21

소설 영화화

글렌 클로즈 vs 이미숙 vs 장백지

<위험한 관계> Dangerous Liaisons 감독 허진호 / 출연 장동건, 장백지, 장쯔이 / 제작 존보미디어 / 개봉 10월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영화화하는 건 더이상 흥미로운 뉴스가 아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포함한 범세계적인 <위험한 관계> 프로젝트들은 ‘이번에는 어느 시대, 어떤 공간인가’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위험한 관계>의 배경은 1940년대 상하이다. 상류층 인사들이 모이는 무도회장에서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모지에이(장백지)는 셰이판(장동건)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셰이판은 호텔을 가진 거부이자 당대의 플레이보이다. 모지에이는 그에게 어린 베이베이를 유혹해달라고 제안하지만, 셰이판은 남편과 사별한 뒤 자선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뚜펀위(장쯔이)를 목표로 삼는다. <위험한 관계>의 시나리오를 쓴 이는 <진링의 13소녀>의 원작자인 소설가 옌거링이다. 칸영화제 공개 당시의 비평에 따르면, 그는 일제강점기의 상하이의 불안을 원작의 무대인 혁명 전야의 프랑스와 거의 평행한 구도에 올려놓았고, 허진호 감독은 당시 상하이 상류층의 덧없는 화려함과 거짓된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글렌 클로즈, 이미숙과 비교될 장백지의 연기 또한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는 후문이다.

휴 잭맨의 장발장을 기대하라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감독 톰 후퍼 / 출연 휴 잭맨, 러셀 크로,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 개봉 12월 당신이 알고 있는 장발장 이야기가 맞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5년형을 받은 장발장(휴 잭맨)은 거듭된 탈옥 시도로 19년의 형을 살고 출옥한다. 전과자로 낙인찍힌 그를 받아주는 건 미라엘 주교다. 자신을 감싸주는 주교의 모습에서 세상에 대한 믿음을 되찾은 장발장은 마들렌이란 이름의 시장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자베르 경감(러셀 크로)은 마들렌 시장이 전과자 장발장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그런데 책으로, TV만화로, 뮤지컬로 봤던 <레미제라블>을 굳이 또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영화 <레미제라블>도 뮤지컬이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의 감독이 <킹스 스피치>를 연출한 톰 후퍼라면 어떨까. 그는 “절대로 <레미제라블>이 연극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표현을 위해 뮤지컬 양식을 사용했을 뿐이다. <레미제라블>은 매우 남성적이고 현실적인 영화다.” 자신의 연출관을 관찰하기 위해 톰 후퍼는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의 노래를 녹음했다고 한다. 휴 잭맨은 알프스 주변에서 찍은 장면을 유심히 보라고 말했다. “관객은 내 목소리에서 추위를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정말 추웠으니까.”

아빠 참 웃기다!

<남쪽으로 튀어> 감독 임순례 / 출연 김윤석, 오연수, 한예리, 김성균 / 개봉 하반기 <남쪽으로 튀어>는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민주, 나라, 나래란 이름의 세 아이는 언제나 말썽만 일으키는 아버지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연금도, 시청료도 내지 않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 아빠 해갑(김윤석)은 좋게 말해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남자이지, 사실은 ‘진상’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가족에게 남쪽으로 가서 살자고 제안한다. 결국 아이들과 해갑의 아내는 그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괴팍하기 짝이 없는 아빠가 과거 학생운동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은 아버지를 창피하게 여긴 지로가 결국 아버지로부터 올바른 정의를 배우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임순례 감독은 원작을 확장해 시대의 장애를 꼬집는 한편, 가족의 의미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원작의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김윤석이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 오랜만에 아버지를 연기하며, 한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었던 오연수가 해갑의 아내이자 비밀을 품고 있는 여인 봉희를 맡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단번에 기대주에 오른 김성균은 해갑의 후배인 만덕으로 등장한다.

배우 출신 감독

더 뜨겁게, 더 절실하게

<완전한 사랑(가제)> 감독 방은진 /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 개봉 10월 중순 사랑과 헌신으로 설계된 치밀한 범죄. 히가시노 게이고의 걸작 <용의자 X의 헌신>은 과학자와 수학자간의 대결이 돋보이는 정교한 미스터리물이자 애절한 멜로물이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삼는 <완전한 사랑>(가제)은 좀 다른 영화가 될 것 같다. 한 여인(이요원)과 사랑에 빠진 수학자(류승범)가 그녀의 살인을 덮어준다는 기본구조는 같지만, 수학자는 소설에서처럼 혼자만의 짝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원작의 물리학자에서 형사(조진웅)로 변화를 꾀한 ’추적자’ 캐릭터는 이성이 아니라 본능에 의지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야 하는 것은 물론, 두 연인의 사랑마저 끊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원작보다 훨씬 동적이고 감정의 밀도가 높은 작품이 나오리라 짐작한다. <오로라공주>를 연출했으며, 어쩐지 이제는 배우보다 감독이라는 직함이 더 어울리는 듯한 방은진 감독의 작품.

유지태, 사랑과 삶에 대해 묻다

<마이 라티마> 감독 유지태 / 출연 배수빈, 소유진 / 개봉 하반기 예정 연출에 대한 배우 유지태의 진지한 접근은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단편 <자전거 소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나도 모르게> <초대> 등을 꾸준히 작업해온 유지태의 첫 장편영화 <마이 라티마>가 개봉한다.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인물들을 조명하는 이 작품은 ’그러나 더 나은 미래가 나타났을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진 것 없는 남자 수영(배수빈)은 시댁에 핍박받던 필리핀 여인 마이 라티마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도피 뒤 생활에 허덕이던 그에게 한국 여자 영진이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흔들린다. 사랑과 삶에 대한 선택의 문제를 감독 유지태는 어떤 시선으로 담아냈을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 지원대상작이다.

이젠 연출력에 주목해주세요

<아르고> Argo 감독 벤 애플렉 / 출연 벤 애플렉, 테일러 실링, 브라이언 크랜스톤 / 개봉 10월18일 최근 빅 히트작이 없지만, 벤 애플렉은 여전히 그냥 스쳐지나갈 수 없는 이름이다. 맷 데이먼과 함께 집필한 <굿 윌 헌팅>의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이 그의 재능을 알려줬다면, 지난해 초 개봉한 범죄영화 <타운>은 감독으로서 벤 애플렉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해준 작품이다. 그런 그가 연출과 주연을 겸한 <아르고>를 선보인다. 1979년 이란 테헤란에서 일어난 인질사건을 기반으로 CIA의 위장잠입, 탈출작전을 조명할 이 영화의 프로듀서는 조지 클루니. 두 남자의 매력과 지성이 성공적으로 결합됐다면 기대해볼 만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캐나다 ‘국민 여동생’의 자존심

<테이크 디스 왈츠> Take This Waltz 감독 사라 폴리 /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 개봉 9월27일 사라 폴리는 캐나다 국민의 자존심이다. 한국 관객에겐 <새벽의 저주>나 <스플라이스>의 여배우로 알려진 그녀는 열한살 무렵 출연한 TV드라마 <에이본리로 가는 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 그녀가 줄리 크리스티를 오스카 후보에 올린 <어웨이 프롬 허>를 연출한 여성감독으로 거듭났으니, ‘국민 여동생’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캐나다 국민들의 마음은 감개무량할 거다. <테이크 디스 왈츠>는 사라 폴리가 연출한 또 다른 영화다. 최근 로맨틱영화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미셸 윌리엄스가 남편과 불륜남 사이를 왈츠 추듯 오가며 사랑을 탐구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래, 현대의 부부관계를 심도있게 파고든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

구혜선의 세 번째 영화

<복숭아나무> 감독 구혜선 / 출연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 서현진 / 개봉 10월 예정 단편 <유쾌한 도우미>, 장편 <요술>에 이은 배우 구혜선의 세 번째 연출작. 몸은 하나이나 얼굴은 두개. 상현과 동현은 샴쌍둥이다. 30년간 집에 고립되어 살아가던 형제는 생애 처음 만나는 ‘이방인’ 승아의 등장에 동요한다. 바깥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상현과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동현을 기다리는 건 필연적인 ‘이별’이다. 이 비극의 과정을 구혜선 감독은 판타지적인 영상으로 구현해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비전 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를 두고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성경 속 카인과 아벨 일화의 구혜선식 해석”이라고 평했다. 배우 류덕환이 비운의 샴쌍둥이 중 한명으로 출연한다.

작가영화

유쾌한 종교-정치영화

<하베무스 파팜> Habemus Papam 감독 난니 모레티 / 출연 미셸 피콜리, 난니 모레티 / 개봉 10∼11월 0.44㎦의 작은 ‘나라’, 바티칸은 전세계 영화감독들이 가장 조심스럽게 다루는 성역 같은 곳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정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악동’ 난니 모레티에겐 바티칸 또한 풍자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신임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선언문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이 낭독되기 전, 엄숙한 표정의 추기경들이 서로 교황이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교황 자리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신임 교황과 비밀리에 파견된 정신분석학자의 에피소드까지, 이 영화는 바티칸을 둘러싼 크고 작은 소동극으로 가득하다. 교황 선출 과정을 둘러싼 권력관계의 폐부와 아이러니를 이탈리아인 특유의 유머와 풍자에 녹여 담아낸 난니 모레티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탈리아의 우디 앨런’이란 수식어가 버겁지 않은, 유쾌한 종교-정치영화.

코믹범죄스릴러

<킬링 뎀 소프틀리> Killing Them Softly 감독 앤드루 도미닉 / 출연 브래드 피트 / 개봉 10월4일 앤드루 도미닉. 아직까진 이 이름을 단번에 알아채는 관객보다 어떤 영화가 흐릿하게 떠오르려다 이내 지워지는 관객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5년의 터울을 두고 연출한 <비겁한 로버트 레드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과 <킬링 뎀 소프틀리>, 이 두 영화가 앤드루 도미닉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감독으로 만들었다. <킬링 뎀 소프틀리>는 거액의 도박판을 턴 도둑을 쫓는 해결사 재키(브래드 피트)의 이야기다. ‘코믹범죄스릴러’라는 홍보문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얼뜨기 같은 인물들이 어설픈 행동을 하고 과격한 폭력을 휘두르며 벌어지는 난장극이다. 이 중심에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있다. 도미닉의 전작 <비겁한…>에서 욕망에 눈이 멀어 두목을 암살하는 갱 로버트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하드보일드적인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청계천에서 온 김기덕의 영화

<피에타> 감독 김기덕 / 출연 조민수, 이정진 / 개봉 9월6일 4년 만의 귀환이다. <비몽> 이후 <아리랑> <아멘>이 있었으나,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회고전과 특별전이라는 이름을 빌려 만날 수밖에 없었다. 오는 9월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피에타>가 더더욱 반가운 이유다. ‘신이여,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의 <피에타>는 냉혹한 채무자 강도(이정진)의 삶에 엄마(조민수)라는 여자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기덕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가 “돈과 명예와 같은 엉킴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균열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내용만큼 중요한 힌트는 ‘공간’이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의 주무대를 어린 시절의 중요한 공간이었던 청계천으로 정했다. 과거의 산물이자 현 정권의 상징과도 같은 청계천을 바라보며 거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혹은 어떤 비전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지 확인할 날이 머지않았다.

2013년 오스카가 탐낼 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감독 리안 /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제라르 드파르디외, 토비 맥과이어 / 개봉 12월 벌써부터 오스카 후보작을 점치는 성마른 영화인이 있다면, 이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순 없을 것이다. ‘3대륙, 2대양을 함께 여행하는 10대 소년과 벵골호랑이’라는 서사적인 설정,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와호장룡>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던 리안의 연출력, 그리고 그런 리안이 시도하는 첫 번째 3D영화라는 점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여러모로 2013년 오스카 후보에 안착할 가능성이 많다. 얀 마르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이 영화는 난파된 배에서 살아남은 파이(수라즈 샤르마)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여정을 쫓는다. 이십세기 폭스사의 톰 로스먼 회장에 따르면, 리안은 <타이타닉>과 <아바타>의 규모에 준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타이타닉>의 대형 수조를 넘어서는 규모의 인공 수조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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