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영화를 선정한 건 <씨네21> 기자와 평론가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8명의 영화감독과 7명의 프로듀서도 올해의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각각 1편씩 꼽았다. 그들 각자의 리스트와 선정 이유를 함께 공개한다(배치 순서는 직군별, 이름 가나다순).
★감독
김한민 <최종병기 활> 감독
<리얼스틸> “한국영화는 내가 연출한 <최종병기 활>을 꼽고 싶지만…(웃음),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면서도 굵직한 리듬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 점에서 <리얼스틸>은 올해 최고의 대중?상업영화였다.”
박정범 <무산일기> 감독
<두만강> <세상의 모든 계절> “장률 감독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과 영화 자체가 가진 메시지가 많은 영감을 주었다(<두만강>). 개인적으로 마이크 리 감독을 좋아한다. 그가 매 작품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회 언저리에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시선과 방식이 언제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세상의 모든 계절>).”
손영성 <의뢰인> 감독
<북촌방향> <사랑을 카피하다> “<절멸의 천사>의 형식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하지만 <절멸의 천사>가 이야기의 밖을 향한 지독한 조소로 가득 차 있었다면 <북촌방향>은 따뜻한 미소와 연민이 이야기의 안을 향해 있다(<북촌방향>). 좋은 로맨스영화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영화이며, 정말 좋은 미스터리영화는 일상을 넘어 초현실과 대면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사랑을 카피하다>).”
윤성현 <파수꾼> 감독
<써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많은 캐릭터를 극에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솜씨가 세련된 영화였다(<써니>). 악당을 단순하고 표면적으로 묘사해온 과거의 할리우드영화와 달리 악당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묘사했다. 블록버스터 장르를 통해 인간을 깊이있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경이로웠다(<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윤성호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감독
<써니> <더 브레이브> “돈도 많이 벌고 걸그룹들이 따라하기 바쁘고 여러모로 부러운 콘텐츠(<써니>). 몇몇 평자들에게 부당하게 평가절하됐지만 뺄 거 빼고 날씬하게, 그럼에도 실속을 차리면서 보잘것없는 우리 모두의 나름 위대했던 순간을 회고한다. 그리고 올해 본 최고의 소녀 캐릭터(<더 브레이브>).”
윤제균 <해운대> 감독
<완득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배우들의 리얼하고 진정성있는 연기와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게 묘사한 연출이 돋보였다(<완득이>). 말을 못하는 침팬지의 심리 변화를 리얼하게 묘사했고, 인간과의 교감 과정을 잘 표현한 것 같다(<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이해영 <페스티발> 감독
<만추> <아이 엠 러브> “보통 한국에서 멜로 장르는 캐릭터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추>는 공간과 공기, 배우들의 연기 등 본디 멜로가 가져야 할 여러 가지를 모두 갖춘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아이 엠 러브>는 최근에 본 영화 중 서사적으로, 이미지적으로, 스타일적으로 가장 황홀한 영화였다.”
장훈 <고지전> 감독
<7광구>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개봉 당시 혹평 일색이었지만 언젠가 <7광구>가 성취한 기술적인 시도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이전의 할리우드영화와 달리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CG가 구현한 생명체의 느낌은 너무 놀라웠다.”
★프로듀서
김미희 스튜디오 드림캡쳐 대표이사
<그대를 사랑합니다>?<써니> <블랙스완> “만화 원작도 좋았고,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영화적인 표현을 효율적으로 구사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그대를 사랑합니다>). 여배우만을 위한 영화가 너무 없었는데, 여배우만으로도 흥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써니>).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털리 포트먼의 디테일한 연기와 이야기의 긴장감이 인상적이었다(<블랙스완>).”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무산일기> <그을린 사랑> “<무산일기>를 통해 한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을린 사랑>은 참으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숨이 막힐 만큼 충격을 받은 작품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
<파수꾼> <그을린 사랑> “독립영화 <파수꾼>이 주류 영화계에 던진 충격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충무로가 각성해야 할 점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본다. <그을린 사랑>은 고전적인 이야기 안에서 전쟁과 비극을 한데 담아내는 테크닉이 인상적이었다.”
안영진 <오싹한 연애> 프로듀서
<도가니> <블랙스완> “법적취약자에 대한 보호,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영화가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도가니>). 감독의 연출도 연출이지만 내털리 포트먼의 압도적인 심리 표현이 너무나 매혹적이었다(<블랙스완>).”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완득이> <머니볼> “<완득이>는 캐릭터의 힘만으로도 서사를 진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것은 관객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함께 보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같은 이유로 <머니볼>을 지지한다.”
윤창업 문와쳐 대표
<써니> <세 얼간이> “감성까지도 마음에 젖어들게 한 영리한 내공(<써니>). 평범한 영화의 정석이 제대로 빛나는 영화(<세 얼간이>).”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두만강> <그을린 사랑> “강렬하고 강력하다. 이야기는 세고 구조는 더없이 촘촘하다. 장률 감독이 이렇게 능란한 이야기꾼이었다니!(<두만강>) 레바논 이야기를 캐나다로 끌어오면서 구조가 흔들리고 서사가 약해지긴 했으나 논쟁을 거부하지 않는 영화 같은 영화(<그을린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