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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그 영화들이 보고 싶다
문석 2011-05-23

칸영화제 소식은 언제나 영화광들을 흥분시킨다. ‘세계 3대 영화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들어 칸영화제의 위상은 베를린과 베니스의 그것과는 비교되지 않게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칸 조직위원회는 세계적인 감독들을 줄세우고 이런저런 꼼수를 부려가며 상영작을 선정해 비난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칸은 최고의 홍보장이자 시장인 것을. 언제부턴가 매년 튀어나오는 ‘올해 칸은 형편없었어’라는 박한 평가는, 오만하지만 그 위상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칸영화제에 대한 최선의 악담인지도 모른다.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이화정 기자의 중간평가에 따르면 올해 칸도 쟁쟁한 모양이다.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 워낙 생경한 이름의 감독이 많아서 살짝 걱정됐는데 그래도 좋은 영화가 많은가 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영화는 테렌스 맬릭의 <생명의 나무>. 영화계의 현자로 불리는 그가 <뉴월드>의 실패 이후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기대가 크다. 어차피 그의 영화가 시적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데다 그런 면을 좋아하는 것이니 분명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가 사는 피부>나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를 탄 소년>, 난니 모레티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르 아브르>,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 린 램지의 <우린 케빈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어>도 보고 싶다. 또 하나의 기대작은 파올로 소렌티노의 <디스 머스트 비 더 플레이스>인데, 최근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9주년 기념영화제에서 <일 디보>를 본 이라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들 영화가 수입될 것인가이다. 최근 몇년 동안 한국시장에서 예술영화는 고전에 고전을 거듭해왔다. 걸작 또는 수준작으로 평가받았던 예술영화 중 한국에서 약간이라도 반응을 이끌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연히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또한 힘겨운 상황이다. 전주영화제에서 만난 한 예술영화 전용관 대표는 “진작에 극장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칸영화제 마켓에서는 한국 수입업자들이 작품을 물색하느라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겠지만 팔릴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예술영화들을 건져올 이가 있을지 걱정스럽다. 수입업자 여러분, 부디 용기를 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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