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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새 봄엔 새 술을 새 부대에
강병진 2011-04-11

최평호 싸이더스FNH 퇴임 등 대기업 영화부문 줄줄이 인사이동

싸이더스FNH의 2011년 첫 투자배급작인 <혈투>

싸이더스FNH의 최평호 대표가 지난 3월30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모회사인 KT에서 콘텐츠&미디어사업본부를 맡았던 강인식 상무가 새로운 대표로 취임했으며, 최평호 전 대표는 향후 6개월간 고문을 맡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평호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5월, 전임인 차승재, 김미희 공동대표를 대신해 대표직에 올랐다. 당시 인사이동의 핵심은 싸이더스FNH를 제작 중심의 회사에서 투자배급 중심의 회사로 전환하는 것이었고, CJ엔터테인먼트의 한국영화산업본부장을 거쳐 싸이더스FNH의 투자배급본부장이었던 당시 최평호 전무가 유력한 신임대표로 지목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표직 사임의 공식적인 사유는 ‘임기만료’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보는 시선이나 내부적인 눈에서나 비공식적인 사유는 2009년 5월 이후 싸이더스FNH의 실적인 듯 보인다. 한국영화로만 따져본다면 2009년 여름 이후 싸이더스FNH의 개봉작은 <요가학원> <불꽃처럼 나비처럼> <부산> <킬미>였다. 지난해에는 <하녀> <집나온 남자들> <웨딩드레스> <친정엄마> <그랑프리> <이층의 악당> 등이, 올해 2월에는 <혈투>가 개봉했다. 이중에서는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전국 누적관객 230만명을 동원하며 선전했지만 다른 영화들의 부진한 성적까지 가려줄 정도는 아니었다. 추석 시즌 기대작이었던 <그랑프리>는 약 17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호평을 받았던 <이층의 악당>의 기록은 약 60만명에서 멈췄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2010년 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약 3.4%의 관객점유율을 기록한 싸이더스FNH는 전체 배급사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고, 한국 영화배급사 순위에서는 5위 안에 오르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2월 개봉한 <혈투>의 관객 수는 약 4만4천명이었다. 싸이더스FNH의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사유까지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바깥에서 생각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싸이더스FNH의 인사이동 소식이 눈에 띄는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다른 투자배급사들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그룹 전체의 정기인사를 통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최건용 전 상무가 자리를 떠났다. 최근에는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본부의 최준환 본부장이 CJ E&M으로의 개편에 맞춰 CGV 아메리카 대표로 발령을 받아 미국 내 E&M사업을 총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사이동의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경우는 업계 내 1위 기업을 향한 공격적인 행보에 맞춰진 것으로, CJ E&M의 인사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인사로 보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공격적 태세를 갖추는 움직임이든 세계시장을 향한 포석이든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의 최근 인사가 지난 겨울시즌의 결과와 어느정도 관련있을 것이란 관측도 타당해 보인다. <황해> <김종욱 찾기> <라스트 갓파더> <글러브> 등 흥행 기대작이 부진했고 관심권에서 멀리 있던 <쩨쩨한 로맨스>나 <헬로우 고스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등이 우세했을 뿐만 아니라, 예상 밖의 흥행작들 때문에 상위의 투자배급사들이 비교적 약세를 보인 겨울이었다. 말하자면, 관객의 기호를 예상해오던 기존의 관점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순히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2011년의 본격적인 시작이 아닐까? 올해 연말 결산의 결과를 떠나 각 회사들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는 이제 영화콘텐츠사업에서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1위 탈환을 다짐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라인업은 어떤 모습일까, 그룹 내 미디어 관계 사업을 통합한 CJ E&M이 보여줄 시너지는 어느 정도일까. 영화계의 봄은 인사이동과 함께 찾아왔다. 봄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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