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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화관의 추억, 극장의 친구들에게 묻다, 당신에게 씨네큐브란?
씨네21 취재팀 사진 씨네21 사진팀 2025-11-14

배우 심은경

언제나 굳건히 아트영화관으로서의 존재감을 지켜온 씨네큐브. 몇편의 영화 GV를 진행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와 <해피엔드>GV 행사가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 씨네큐브의 아늑한 공기와 관객들의 영화를 향한 열기가 어우러져, 그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여느 때보다 긴장을 풀고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씨네큐브에서 더 좋은 작품들을 보고, 관객과의 만남도 자주 이어가고 싶다. 항상 응원합니다. 한국영화, 그리고 씨네큐브!

배우 이솜

사랑하는 영화관 씨네큐브는 나의 영화 취향을 만들어준 곳이다. 지금도 씨네큐브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들이다. 씨네큐브에 내 영화가 상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배우 일을 하면서 항상 했었는데 영화 <소공녀>가 씨네큐브에서 상영되었다. 좋아하는 공간에, 애정하는 내 작품이라니! 잊지 못할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배우 이동휘

좋아하는 영화는 꼭 씨네큐브에서 틀었다. 고로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동안 늘 곁에 있기를 바란다.

정재은 감독

씨네큐브에는 그분이 일하고 계신다. 갑자기 영화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나는 그분에게 묻곤 했다. 그분은 영화에 관해서 척척박사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은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고 지금도 극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뻐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관객들을 위해서 누구보다 조용히 일하는 그분. 씨네큐브에는 그분이 일하고 있다.

윤가은 감독

2013년 12월, 씨네큐브에서 진행한 이창동 감독님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대담이 아직도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하다. 간신히 티켓을 예매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존경하는 두 마에스트로의 대화를 들으러 갔는데, 나 같은 팬들과 영화 지망생들이 가득 찬 극장의 열기가 대단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이창동 감독님이 “시나리오 쓰는 일이 너무 괴로운데 그 고통을 어떻게 대면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고레에다 감독님의 얼굴에 순간 말하기 힘든 어려움과 난감함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는데… 한참 뒤 나온 첫마디. “저는 시나리오 작업이 그렇게 괴로운 적은 없었는데….” 극장이 떠나갈 듯한 박장대소가 이어졌고, 이창동 감독님도 같이 웃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마다 가장 괴로운 순간이 되면 어쩐지 그날의 두 감독님의 대화가 떠오른다. 그사이 나는 장편영화를 세편 만들었고 여전히 시나리오 쓰는 일이 너무나 괴롭다. 하지만 그 대화를 생각하면 잠시 괴로움이 사라지고 웃음이 난다.

장건재 감독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누리는 12월의 호사(豪奢)가 있다. 해질녘의 광화문으로 나가 교보문고에서 책 몇권과 이듬해 다이어리를 사고,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본 후, 형형색색의 청계천을 걷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일. 연말엔 반드시 하루쯤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한해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애인이 없을 땐 혼자서, 결혼 후엔 아내와, 아이가 자라면서는 종종 셋이 함께한다. 그 가운데 언제나 씨네큐브의 영화가 있다.

이종필 감독

당연하다는 듯 드나들던 종로구의 극장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관철동, 소격동, 동숭동 그리고 낙원동에 있었던 극장들에 관한 추억은 많다. 그때는 소중한 줄 몰랐다는 회한과 더불어 <8월의 크리스마스>대사를 변형하여 씨네큐브 25주년을 축하하고 싶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영화들처럼, 극장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씨네큐브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이옥섭 감독

씨네큐브는 서울독립영화제 개막 영상으로 제작한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2016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경쟁 대상을 수상했던 순간으로도 기억된다. 어디든 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이 주어져 구교환 선배와 뉴욕, 쿠바를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씨네큐브를 생각하면 여행이 떠오르는 건 그래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이다. 윤가은 감독과 막 친해질 무렵에 함께 영화를 봤다. 너무 좋아서 극장에서부터 경복궁역까지 걸어가면서 하염없이 이야기를 나눴던 추억이 떠오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나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길로도 기억되는 영화관이다. 그리고 씨네큐브는 사람이 북적일 때도 좋지만 평일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에 찾았을 때의 마력이 있다. 드나드는 사이에 어느덧 마음이 차분해진다. 로비 공간이 주는 특유의 미술관 같은 느낌도 좋아한다.

이지혜 찬란 대표

씨네큐브에서 처음 보았던 영화가 <원더풀 라이프>였는데 겨울이었고 날씨가 추웠다. 다시 겨울이 왔고 여전히 씨네큐브는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25주년 축하합니다.

김난숙 영화사진진 대표

지난해 여름, 씨네큐브에서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희생>을 봤다. 30년 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는 또 달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종로 코아아트홀의 공간에 대한 기억과 감각이 떠올라 묘하고 즐거운(?) 혼란을 경험했다. 씨네큐브는 나에게 충무로, 을지로, 대학로, 종로의 극장들을 전전하며 통과해온 영화의 시간을 연장시키는 소중한 극장이다. 오늘도 나는 영화 보러 극장에 간다. 씨네큐브에 가면 언제나 영화와 닮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친구들 사이사이에 내가 있다. 씨네큐브가 있어서 다행이다. 씨네큐브가 올해 25살?!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파이팅!

뮤지션 이상순

11년의 제주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정착한 곳은 평창동이다. 제주로 이사 가기 전에도 이 동네에 올 일은 거의 없었기에, 우리에게는 낯설고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을 거란 걱정이 앞섰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우리가 좋아하던 장소들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씨네큐브, 광화문 교보문고, 낙원상가…. 특히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우리에게 늘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나 제주에서 가끔 올라오는 친구들과도 함께 영화를 보고, 인근 맛집에서 식사를 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화려한 간판도, 다양한 팝콘 콤보가 있는 매점도 없지만, 씨네큐브는 누군가 정성스레 고른 좋은 영화들을 집중해서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앱으로 상영작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 정보 없이 가볍게 들러도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셀렉션의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25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씨네큐브는 언제나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그 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용히 품어주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따뜻함을 건네준 씨네큐브가 참 고맙다.

유현택 그린나래미디어 대표

씨네큐브는 우리 영화가 많이 상영되는 중요한 일터이기도 했지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는 조금 더 경건한 마음으로 영화를 마주하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영화들, 함께 영화를 본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눈 술잔과 대화들까지 모두 추억이다. 그리고 나에게 씨네큐브는 유독 겨울의 이미지인데 기억에 남는 영화들을 유난히 많이 만난 계절이라서다. 한겨울 <렛미인>을 보고 친구와 뜨끈한 만두전골에 소주 한잔을 나누던 그날, 우리는 유난히 말을 아꼈다. 그 조용한 온도와 공기, 그리고 영화가 남긴 묘한 슬픔의 잔상이 아직도 선명하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질척대고 괜히 (자랑스레) 엮는 것 같아 잠시 주저했지만, 씨네큐브와 내가 일하는 마음산책이 창립 연도가 같다는 걸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책 만들며 영화 봐온 세월이 25년이나 되었다. 울컥하지만 눈물은 아낄 것이다. 바로 다음 대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박찬욱 감독님과 <박찬욱의 몽타주><박찬욱의 오마주>계약서를 쓴 곳이 씨네큐브였다. 내게는 역사적인 명소가 되겠다. 때는 바야흐로 2004년. 책 출간 관련 논의는 진척되었지만, 아직 계약서를 쓰지 못한 상황에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 감독님이 귀국했다. 만나야 한다, 계약서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지로 찾아간 곳이 씨네큐브가 마련한 ‘박찬욱 감독 특별전’. 공식적인 감독과의 대화 자리도 있다 하니, 무엇이 더 두려우랴. 사전에 연락드린 대로 공식 일정이 끝난 감독님과 마음산책 스태프들은 씨네큐브 건물 1층 카페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 다음해에 두권의 책이 출간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장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이 추억이 있어서일까. 씨네큐브 가는 길은 늘 마음이 섬세하게 들썩인다. 무뎌진 몸의 어떤 감각이 되살아난다. 광선치료처럼 빛을 뿌려 내 마음과 몸을 고쳐내곤 하던 씨네큐브. 25주년 정말 축하합니다. 나의 영화 사랑이 안전하도록, 영원히 함께 가요!

정상준 을유문화사 대표

돌아보면 씨네큐브는 극장 특유의 프로그램 선정으로 우리네 삶의 애환을 체험하고 확장하며 재편성하는 공간이었다. <타인의 삶>을 보고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의 감동을 되새겼고 <북촌방향>을 관람한 날 밤엔 광화문에서 굳이 안국동 선술집까지 달려갔다. 다큐멘터리영화 <메이플쏘프>를 보다가 객석에서 전기를 출간하겠노라 결심한 적 있으며 <그을린 사랑>을 보고 나오다가 그만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던 기억도 난다. 씨네큐브는 나를 계속 아프게 한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극장은 한 시절의 은밀한 제의가 벌어지는 곳이다. ‘스크린의 유령’을 숭배하는 비밀 결사를 찾는 것처럼 그곳을 드나들었다. 극장의 시간들은 이미 기화되었지만, 어떤 이미지의 파편들은 물질의 형태로 신체에 스며들어 있다. 영화 <환상의 빛>의 유미코가 검은 나무 계단을 걸레질하다가 갑자기 주저앉는 것처럼 그렇게, 지상으로 올라오다가 거대한 ‘망치 인간’ 아래서 무릎이 꺾이는 순간들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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