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7월11일 개막, 개막작 <슈팅 라이크 베컴>, 38개국에서 온 장·단편 170편 상영여섯 번째 영화 환상특급의 기적이 울렸다.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개막을 한달 앞둔 6월11일 인사동 미로 스페이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폐막작을 비롯한 올해의 상영작을 발표했다. 월드컵 강진의 여운이 잦아들 무렵인 7월11일 영화제의 막을 올릴 작품은 인도계 영국 여성감독 거린다 차다의 <슈팅 라이크 베컴>(Bend It Like Beckham). 4회 부천영화제에 <왓츠 쿠킹?>을 출품했던 차다 감독의 <슈팅 라이크 베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흠모하며 축구선수가 되기를 열망하는 인도계 소녀들의 쾌활한 드라마다. 올해부터 더 많은 관객에게 개막작 감상 기회를 제공한다는 결정에 따라 <슈팅 라이크 베컴>은 개막식 직후 한 차례 더 상영된다. 축제의 피날레를 알릴 두편의 폐막작은 <가위>의 안병기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 <폰>과 빔 벤더스, 베르너 헤어초크, 스파이크 리, 짐 자무시, 첸카이거, 빅토르 에리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단편 7편을 묶은 <텐 미니츠-트럼펫>(Ten Minutes Older-The Trumpet)이 선정됐다. 올해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소개됐던 <텐 미니츠-트럼펫>은 트럼펫 선율을 통주저음으로 하여 탄생과 죽음, 섹스, 역사 등의 테마를 다룬 독특한 포맷의 영화. 우수한 단편영화의 집결지로 신뢰를 쌓아온 부천영화제의 색깔과 조화를 이루는 선택이라는 것이 프로그래머들의 설명이다.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장편섹션에는 한국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를 필두로 <링>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 신작 <검은 물밑에서>, 2001년 선댄스 경쟁부문 진출작인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장국영이 킬러로 분한 <이도공간>, 영화음악가의 기묘한 연애담인 불가리아영화 <악마의 꼬리>, <방콕 데인저러스>로 국내 관객과 상견례를 나눈 바 있는 타이 형제감독 옥사이드, 대니 팡의 <디 아이>, 파우스트 전설을 각색한 <파우스트 5.0>, 뱀파이어 대신 자신을 뱀파이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우리 오빠는 뱀파이어>, 오스트리아 출신 폴 하라더 감독의 블랙코미디 <사마귀 부인> 등 9편이 선정됐다. 부천 초이스의 단편부문에는 <양상추 여자와 송어 남자>(Salad Days), 고영민 감독의 등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망라한 9개국 9편이 초청돼 상을 겨룬다. 흥미로운 장르영화들의 성찬인 월드판타스틱시네마 부문은 ‘씨네락 나이트’와 안성맞춤인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독일판 <앨리의 사랑만들기>’로 불리는 <여자, 전화>, 호러 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의 원작을 영화화한 <데이곤> 등 29편을 만날 수 있다. 이 부문에서는 과거 부천영화제와 인연이 있는 린 스톱케비치 감독(<키스드> <딥 리버>)과 해리 싱클레어 감독(<뉴질랜드 이불 도난 사건>이 5회 영화제 작품상 수상)이 각각 여성 록 뮤지션 다큐멘터리 <릴리스 페어>와 여자친구를 아무렇지 않게 기만하는 남자의 변모 스토리인 <토이 러브>로 부천 관객과 상봉한다. 부천영화제의 ‘하드코어’인 제한구역 부문에는 골목길에서 만난 상대의 누드를 찍는 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동일한 시나리오를 갖고 다른 배경, 다른 연출로 해석한 단편 모음 <골목길의 아이>, 죽은 자가 부활하는 치유의 숲에서 벌어지는 온갖 피투성이 결투를 보여주는 류헤이 기타무라 감독의 <버수스>, 안드르제이 체크조트 감독의 도발적 애니메이션 <에덴>, 세편이 포진됐다. 부천영화제가 자랑하는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부문은 강도높은 호러, 스릴러 취향보다 폭넓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지고 경향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것이 프로그램팀의 소개.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를 배경에 깐 뮤직비디오 <삼국지>, 빌 플림턴의 <먹이>, 산업용 교육비디오를 하드고어 장르의 어법으로 비튼 <지게차 운전수 클라우스> 외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소품들을 양껏 즐길 수 있다. 정규 섹션 정예화, 특별전 강화 방침에 따라 푸짐해진 특별전 프로그램으로는 뉴 저먼 시네마의 거인 베르너 헤어초크, 스타가 된 컬트감독 피터 잭슨, 일본 V시네마의 대표작가 미이케 다카시, 1960년대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조지, 마이크 쿠차 형제감독의 영화가 준비돼 있다. 베르너 헤어초크전은 거장에 대한 레스 블랭크의 다큐멘터리도 묶어 다각도의 조망을 제시한다. 한국영화 걸작 회고전은 ‘영화와 만난 문학’을 큰 제목으로 걸고 <순애보> <소나기>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의 클래식을 돌아본다. 지난해 영화제에 이어 문화적 종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심화할 SRF 프로젝트와 함께 메가토크의 테마를 던져줄 프로그램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제도권 밖에서 만들어진 에로틱 무성영화인 블루무비의 특별 상영. 무성영화의 상영 방식을 되살려 DJ 달파란이 배경음악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제6회 부천영화제는, 프로그래밍에서 드러난 ‘즐기는 영화제’, ‘관객친화적 영화제’의 지향을 행사 운영방식에도 반영한다는 전략이다. 폐막식을 공식 폐막 이틀 전에 치르고 포스트 페스티벌 상영을 확충함으로써 주말에 집중되는 수도권 ‘통근’ 관객의 참여 기회를 늘리는 한편, ‘깨비 타임’으로 지정된 오전 11시 상영작에 20% 할인제도(4천원)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혜리[사진설명] 170여편의 상상력 빛나는 대안영화와 장르영화로 라인업을 갖춘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축구를 향한 꿈을 통해 성장하는 두 소녀 이야기 <슈팅 라이크 베컴>으로 문을 열어, 한국 호러영화 <폰>과 거장들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텐 미니츠-트럼펫>으로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