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긴~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길게는 9일을 쉴 수 있는 이번 연휴에 방바닥과 친구삼아 시체놀이를 할 여러분들을 위해 잠자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질 강추 DVD를 알려 드립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영화를 골라보세요~
하루종일 방콕, 폐인파 -TV 드라마 DVD 완전 정복
<24> 국내에서도 공중파 방영과 DVD 등을 통해 마니아층을 양산하고 있는 <24>는 테러진압 요원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 분)의 활약상을 그린 스릴러물. 24시간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하루 동안 벌어지는 긴박감 넘치는 사건을 24회로 나눠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렌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렌즈 전 시즌 패키지가 재발매 되었다. 카페인과 농담, 어리석은 연애에 구제불능 뉴욕의 여섯 친구들과 함께라면 추석이 짧아진다.
<지구에서 달까지> 1998년 4월5일부터 12주 동안 <HBO>를 통해 방영된 <지구에서 달까지>는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텔레비전영화로, 무한한 감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톰 행크스는 평소 우주에 대한 관심을 제작자로, 또 에피소드 1편의 감독으로 그리고 배우로 참여하며 흔치 않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놀랄 만한 완성도로 이끌어간다.
<연애시대> DVD 타이틀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비교적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TV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는 뭔가를 기대할 순 없지만, 드라마에 매료되었다면 가볍게 즐기기엔 좋은 것들이 다수 있다. 드라마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주요 배우들과의 인터뷰 영상은 작품에 관한 개인적 느낌과 생각을 담고 있어 우선적으로 추천할 만한 부록이며, 노영심이 얘기하는 음악에 대한 설명, 번역작가 신유희로부터 들어보는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가 다른 드라마 DVD와는 차별되는 성격을 지녔다.
<부활> 수많은 ‘드라마 폐인’들을 배출한 <다모> <네 멋대로 해라> <발리에서 생긴 일>을 이어간, 또 한편의 ‘마니아 드라마’. 경쟁 드라마였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대중적 인기에 가려지긴 했지만, <부활>은 잘 만든 드라마로 손색이 없었다. <부활>은 엇갈린 운명을 살아가는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로, 시종일관 탄탄한 구성으로 살인사건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을 밀도있게 그려낸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특히 첫 주연 작품임에도 1인2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엄태웅의 눈부신 연기가 발군이다.
인기작만 골라보는 실속파 -9월 마지막 주 판매 DVD 인기 순위
<왕의 남자> <왕의 남자>는 한정판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극장판과 일부 추가된 장면이 수록된 확장판을 함께 제공하며, 맛보기가 아닌 상당한 분량에 잘 구성된 부가영상으로 짜여져 있다. 부록은 극장판 디스크에 이준익 감독과 프로듀서, 조감독, 그리고 배우들이 진행하는 2개의 음성해설을 수록했고, 세 번째 디스크가 나머지 부록 모두를 담고 있다. 많은 부가영상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영화에 사용된 여러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현과 타>를 통해 이병우 음악감독의 자세한 해설을 들어볼 수 있고, <왕의 남자> 원작인 연극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爾(이), 왕의 남자 그 넘어>에서는 연출자로부터 들어보는 연극이 담고자 했던 의미, 실제 공연 모습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인물인 연산군에 대한 내용도 빠뜨릴 수 없다.
<태풍> 곽경택 감독의 야심작 <태풍>은 결과적으로 어정쩡한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한국영화 사상 최대라는 제작 규모는 분명 그 과정을 궁금하게 만든다. 부록의 핵심은 다른 한국영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제작다큐멘터리. 비록 영화상으로는 그 규모를 피부로 느끼기에 스펙터클이 떨어지긴 했지만, 제작다큐멘터리를 통해 보는 촬영현장의 느낌은 대작다운 모습이다. 최초의 영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로케이션, 비주얼 효과, 미술과 세트 제작 등의 과정을 꼼꼼하게 수록해서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특수효과와 관련한 부분은 할리우드영화를 보는 듯한 색다른 기분도 든다.
<빨간 모자의 진실> 잘 알려진 고전 동화의 이야기를 살짝 뒤집으면서 추리적 요소를 가미한 <빨간 모자의 진실>. DVD는 영어 더빙과 함께 김수미, 강혜정 등이 참여한 우리말 더빙까지 수록해 메리트가 있다. 다만 우리말 더빙이야 예외이지만, 한글자막의 경우 지나칠 정도의 우리식 표현들이 많아서 아쉽다. 화질과 음향은 대단히 우수하며, 부가영상으로 제작진의 인터뷰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 12분 분량의 메이킹 필름과 5개의 삭제장면, 흥겨운 뮤직비디오 영상을 제공한다.
<식스틴 블럭> 법정까지 죄수를 호송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찰 내부의 음모와 그에 맞서는 노쇠한 경관 잭 모슬리의 활약을 그린 리얼타임 액션무비! 브루스 윌리스는 은퇴를 앞둔 맥빠진 경관을 연기하지만, 16블록을 향하는 과정에서 왕년의 존 맥클레인의 일부를 만날 수 있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 타이틀은 극장에서와는 또 다른 엔딩 시퀀스, 리처드 도너와 브루스 윌리스의 인터뷰, 메이킹 필름을 수록했다.
<킹콩>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규모를 생각하면 이번 DVD 타이틀은 일종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맛보기조차 결코 평범하지 않다. 2장의 디스크를 통해 제공되는 부록은 제작과정과 영화배경에 대한 안내의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제작 관련 영상과 영화배경인 1933년 뉴욕에 관한 부록도 뛰어나지만, 역시 이번 타이틀의 핵심은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해골섬에 있다. ‘해골섬의 역사’는 DVD에 수록된 부록 중에서 단연 최고다. 분량은 20분이 채 되지 않지만, 영화 팬들이 보기에는 이 이상의 부록이 없다. 영화의 중요한 무대인 해골섬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고, 매우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흥미를 더한다.
심오한 영화의 세계에 빠지고픈 학구파 -명불허전, 안보면 손해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 이번에 출시된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은 한 제작사가 그 DVD들을 공들여 모아놓은 결과물이다. <돌스>는 기출시된 DVD의 화질이 안 좋았던 점을 감안해 새로 제작됐으며, <자토이치>와 <돌스>의 경우 부록이 보강됐다. 전체적으로 영상과 소리, 부록이 평균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타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기에 당분간 더 좋은 선택은 없지 싶다. <3-4×10월> <그 여름 조용한 바다> <소나티네> <모두 하고 있습니까?> <키즈 리턴>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브라더> <돌스> <자토이치>를 11장의 디스크에 수록한 두툼한 박스를 열면 영화평론가 모은영의 해설책자가 손에 잡힌다.
<장 뤽 고다르 컬렉션> <장 뤽 고다르 컬렉션>에 들어 있는 네 작품의 스펙트럼은 넓다. 할리우드 장르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즐겁고 낭만적인 소품 <국외자들>, 68혁명 직전에 만들어진 부르주아 부부의 끝나지 않는 악몽 <주말>, ‘지가 베르토프 집단’ 시절에 장 피에르 고랭과 만든 <만사형통>, <영화사>를 만들던 1990년대를 마감하는 극영화 <포에버 모차르트>-30년을 관통하는 네 작품은 고다르의 역사이자 분명 영화의 한 역사다. DVD에 포함된 영화평론가 김성욱의 음성해설과 책자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컬렉션> 각 영화의 마지막- 노트 사이 꽃잎을 볼 때(<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언덕 너머로 두 아이가 넘어갈 때(<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남자가 희열에 차 뛰어올 때(<올리브 나무 사이로>), 죽음을 결심한 자가 석양을 볼 때(<체리향기>)- 에서 관객은 문득 영화 속 한 자리를 차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창조자의 손길이 인간과 그가 사는 터전을 스쳐간 이들 작품을 보며 그 손길 아래에 경계가 있다면 그 또한 우스운 일 아닌가 싶다. 키아로스타미 작품의 유일한 경계는 삶과 죽음 사이에만 존재한다.
<짐 자무시 컬렉션> 자무시의 데뷔작 <영원한 휴가>부터 <천국보다 낯선> <다운 바이 로> <미스테리 트레인> <지상의 밤> <데드맨>까지를 수록한 <짐 자무시 컬렉션>이 출시됐다. 세편의 흑백영화와 세편의 컬러영화 중 흑백 편을 들어주고 싶은 건 필자의 취향이겠고, 어쨌거나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다이아몬드나 황금이 아닌 유리로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을 세공해낸 자무시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