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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충무로 파워 50 - [5] 31위~40위
2001-05-03

오지철, 신철, 김성수, 김지운, 정태원, 박병무, 정지영, 염태순, 장윤현, 이광모

● 31.오지철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 49년생| 2000년 순위 31위

“그가 있어서 문화관광부에 대한 미련이 그래도 존재한다”는 한 추천인의 촌평은 과찬이 아니다. 97년 문화산업국장 시절부터 전문성과 비전을 겸비한 합리적인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화 관련 단체 인사들 사이에선 “말이 가장 잘 통하는” 행정 관료로 꼽힌다. 99년 문화정책국장 시절, 표준전산망 사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혜의혹이 불거져 영화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그에게만큼은 ‘면죄부’가 주어졌던 것도 그 때문. 지난 4월 기획관리실장으로 승진, 부처 내 예산과 기금 운용 등을 맡고 있다.

지나온 1년 완결하진 못했지만, 복수 시스템과 네트워크망 형성 등의 원칙하에 영진위 등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만큼 통합전산망 사업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1년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이 늘고 있지만, 시나리오나 연출 등을 좀더 다듬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스크린쿼터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으므로, 영화계 내부의 단결이 필요한 한해다.

● 32.신철 신씨네

대표| 57년생| 2000년 순위 23

<편지> <약속>의 흥행으로 재기한 뒤 <거짓말>을 제작해 한차례 몸살을 앓았다. 제작에서

개봉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 영화라 후유증이 컸다고 말한다. “다들 지쳐서 베트남전에 다녀온 기분이었다”고. 인터파크 등 외부투자를 받아 회사 규모가 조금 커졌고 제작편수를 늘릴 예정이다. “구상중인 아이템이 여러 개 있지만 확정 안 된 상황에서 미리 떠들 수 없다”며 구체적인 계획에 관해선 함구한다. 장기적 제휴를 제안하는 투자사나 다른 사업을 벌이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제작에만 주력할 계획.

지나온 1년 예전에 비해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교도소 월드컵>을 제작했다. 5월19일 개봉예정. <엽기적인 그녀>가 촬영에 들어갔다.

앞으로 1년 올해 3편 정도 찍을 계획. <엽기적인 그녀> 외에 2편이 제작준비 단계에 있다.

● 33.김성수 영화감독|

61년생| 2000년 순위 첫 진입

국내 감독 가운데 드물게 테크니션으로 분류되는 그는 신작 <무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50위 안에 처음 진입했다. <런어웨이>로 데뷔해 <비트> <태양은 없다>를 만들었고 배우 정우성, 프로듀서 조민환, 촬영 김형구, 조명 이강산, 무술 정두홍 등과 계속 작업했다. 현재 호주에서 <무사> 후반작업을 진행중인데 이번 영화에선 특히 난이도 높은 촬영을 많이 시도했다. 대작 액션영화를 완성도 있게 찍을 수 있는 드문 감독 중 하나로 꼽히며 컷 수가 많은 영화를 찍는 걸로도 유명하다. 샘 페킨파와 구로사와 아키라를 존경하며 힘있는 영화, 남성적인 영화를 만든다.

지나온 1년 중국 대륙을 횡단하다시피하며 <무사>를 찍었다. 사고 위험이 많은 험난한 현장이었지만 노련한 스탭과 김성수 사단의 팀워크가 뒷받침돼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앞으로 1년 6월에 완성된 프린트를 들고 귀국한다. 7월에 개봉할 예정.

● 34.김지운 영화감독|

64년생| 2000년 순위 36

공포와 코미디를 독특하게 교배한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7)으로 충무로에 성공리에 입성했고, 2000년 설 극장가를 뒤흔들며 서울에서만 81만여명 관객을 동원한 <반칙왕>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반칙왕>은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 등 많은 해외영화제에 초청되고, 지난 3월에는 홍콩에도 수출, 개봉 첫주에 <트래픽>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40분짜리 인터넷 단편영화 <커밍아웃>도 조회 수가 42만회를 넘는 성공을 거두었다.

지나온 1년 <반칙왕> 들고 해외영화제 다녔다. 판타스포르투,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여러 영화제도 돌아보고, 인터넷영화 <커밍아웃>도 만들었다. 앞으로 1년 올 여름, 진가신 감독이 속해 있는 홍콩 영화사의 제안으로 타이, 홍콩, 한국, 일본 4개국 감독들이 옴니버스식으로 공포 단편을 만든다. 전생이 악마인 여자를 그린 정통 공포영화.

● 35.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64년생| 2000년 순위 첫 진입

외화수입업자로 알려졌던 그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비천무>를 통해 제작자로서 인지도를 높였다. 뉴라인, 미라맥스영화의 국내 배급을 도맡다시피해 시네마서비스의 외화 라인업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다. 80년대 미국 가수들의 내한공연을 기획하다 88년부터 영화수입을 시작했고 매니지먼트 사업에도 손을 댔다. <할렐루야>로 본격 제작에 뛰어든 뒤 <산전수전> <키스할까요> 등도 제작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스타일이며 대중영화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지나온 1년 <비천무>로

인해 돈도 벌고 비판도 많이 받았다.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은 몇달간 배창호 감독을 쫓아다닌 결과로 만들게 된 영화다.

앞으로 1년 외화로는 <반지전쟁> <골드코스트> 등이 있고 한국영화는 <흑수선> 외에 2∼3편을 준비중이다. 이번엔 ‘최악의 영화’라는 소리 듣거나 함께 일한 감독에게 비난받지 않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 36.박병무 로커스홀딩스

대표| 61년생| 2000년 순위 첫 진입

지난 2월12일 시네마서비스를 인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최대 지주회사로 떠올랐다. 제작, 음반, 매니지먼트의 싸이더스, 배급의 시네마서비스를 확보했기 때문. 박병무 대표는 이같은 인수합병을 “엔터테인먼트를 산업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로커스(대표 김형순)가 코아텍을 인수해 로커스홀딩스를 만들기 전에 M&A 전문변호사로 널리 알려졌다. 국내 최대 법률회사 김&장의 M&A팀장이던 그는 김형순 대표의 제안으로 로커스홀딩스 대표를 맡아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80년 서울대 전체 수석합격, 법대 수석졸업, 하버드 로스쿨 졸업 등 경력이 화려하다.

지나온 1년 시네마서비스를 인수, 로커스홀딩스가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로 뿌리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앞으로 1년 자회사인 싸이더스와 시네마서비스가 어떤 시너지효과를 내느냐가 관건. 1단계 목표는 영화, 음반,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서 강력한 콘텐츠군을 만드는 것인데 아직 1단계의 시작일 뿐이다. 월트 디즈니처럼 하나의 작품을 영화-음반-애니메이션-게임-방송-인터넷 등으로 결합하는 작업이 목표다.

● 37.정지영 영화감독| 46년생|

2000년 순위 19

직배반대투쟁부터 스크린쿼터사수투쟁까지 한국영화계의 투사이자 든든한 맏형. 특히 영화인회의 이사장으로 영화계의 개혁정책을 펼치는데 힘써왔다. 작년말에는 오랫동안 접어두었던 신작을 위해 이사장 자리를 후배 이춘연에게 내어주었다. <남부군> <하얀전쟁> 등 굵직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안고 있는 정감독은 “감독으로 파워50에 들어가고 싶지 그 외적인 이유로 선정되는 것은 ‘은퇴’하고 싶다”는 말로 이제는 ‘영화감독’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리라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지나온 1년 바빴다. 하지만 영화인회의 이사장으로서 영화계 신구파의 모양새를 제법 갖추고 그만뒀다는 것이 보람이다. 앞으로 1년 차기작 <은지화>의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거의 끝냈다. 이번달 말쯤엔 완성될 것 같다. 계절상으로 여름에 찍어야 하는 작품이라 촬영이 가을로 넘어가진 않을 거다.

● 38.염태순 (주)유니코리아

문예투자·드림벤처캐피탈 대표| 53년생| 2000년 순위 26

“잘 만들면, 잘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1차 관객은 영화인이다.” 유니코리아 문예투자의 보이지 않는 사훈이다.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의 작품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뚝심’을 발휘, 아이찜을 만드는 ‘가방공장 사장’이라는 직함 위에 좀처럼 유혹에 곁눈길 두지 않는 건실한 투자자라는 평가도 얹었다. 장선우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는 직접 제작하는 케이스. 제작비 마련을 위한 투자조합 결성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곧 RGP프랑스사로부터 100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

지나온 1년 <오! 수정> <시월애>, 이지상 감독의 <돈?gt; 등에 75억원 투자. 칸영화제에서 진행한 간단한 프로모션으로 <바리공주> 제작비 100만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

앞으로 1년 올해도 투자액수는 약 90억원가량. 홍상수 감독의 차기 프로젝트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준비.

● 39.장윤현 영화감독·씨앤필름

대표| 67년생| 2000년 순위 24

<텔미썸딩> 이후 후속작이 없지만 강우석, 강제규의 뒤를 쫓는 차세대 감독 겸 프로듀서로 꼽힌다. 씨앤필름 외에 디지털영화를 제작하는 아이오직과 온라인마케팅을 하는 헬로닷티브이라는 두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엉뚱한 사업다각화가 아니라 영화제작에 종속된, 제작의 필요에 의한 다각화”라고 말한다. 씨앤필름 대표로 제작자임에 틀림없지만 그가 그리는 영화사는 일반적인 영화사와 그림이 좀 다르다. “영화 만들고 싶은 프로듀서와 감독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마당을 제공하겠다”는 것. 제작자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다양한 작품이 많이 나오는 영화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나온 1년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건 안정적인 제작시스템의 토대를 닦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탓이다. 송일곤 감독의 <꽃섬>을 제작했다. 앞으로 1년 직접 연출할 SF영화 <테슬라>는 9월경 촬영에 들어가는 게 목표. <테슬라> 외에 준비중인 영화도 3편 이상 있다.

● 40.이광모 영화감독|

61년생| 2000년 순위 47

<아름다운 시절> 이후 내내 관심을 모아온 신작 <어머니>는 아직 준비단계지만, 접을 생각까지 했던 수입·배급·제작자로서 백두대간의 면모를 재정비한 1년이었다. 멀티플래넘 극장을 표방하고 지난해 12월2일 흥국생명 신사옥 내에 개관한 씨네큐브 광화문의 기획과 책임운영을 맡았고, 제작면에서는 대중성 있는 영화를 내놓을 시네마 상상을 설립했다. 장기적으로 백두대간과 시네마 상상을 합쳐 연간 3편 정도의 영화가 굴러가는 제작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 <어머니>는 올해 안에 다큐멘터리 부문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지나온 1년 씨네큐브 광화문을 개관했고 40여편의 프로그램을 확보했다.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야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성공적으로 개봉했고, 2차에 걸친 공모를 통해 백두대간과 시네마 상상이 제작할 영화의 시나리오를 확보했다.

앞으로 1년 백두대간 제작, 시네마 상상 공동제작의 스릴러 <오르페우스>(감독 김용하)가 여름에 크랭크인하고, 코미디 <아내>(가제)가 차기작으로 준비중. 3차 시나리오 공모가 하반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