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24일(현지시각) 오후 5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한국 시간으론 2월 25일 오전 10시, <TV조선>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시상식을 보는 가장 큰 재미라면 어느 후보가 트로피를 차지할 것인지 실시간으로 예측해보는 것일 터. 이 재미를 즐기기 위해선 후보작 관람이 필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양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 절반 이상이 작년과 올해 초 개봉해 관객을 찾았다. 매해 그러했듯,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몇 편의 영화들은 시상식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앞뒀거나 개봉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앞으로 국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들을 한자리에 정리했다. 넷플릭스와 IPTV로 만날 수 있는 후보작들도 있으니, 유형별로 체크해 기대작을 놓치지 마시길!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
국내 극장 개봉이 확정된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은 다음과 같다.
콜드 워 | 2월 7일 개봉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 출연 요안나 쿨릭, 토마즈 코트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노미네이트
작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콜드 워>는 냉전 시대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러브 스토리다.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던 1949년 폴란드. 첫눈에 반한 줄라(요안나 쿨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국가를 오가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단번에 뇌리에 박히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탄생시킨 촬영, 정밀한 연출에 대한 호평이 남다른 작품이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 | 2월 14일 개봉
감독 롭 마샬 출연 에밀리 블런트, 메릴 스트립, 콜린 퍼스, 벤 위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미술상, 음악상, 의상상,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메리 포핀스가 돌아왔다. 1964년 개봉한 <메리 포핀스> 이후 55년 만에 관객을 찾은 속편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메리 포핀스가 어른이 된 뱅크스 남매를 다시 찾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연기력은 물론 <숲속으로>로 노래 실력까지 인증한 에밀리 블런트가 새로운 메리 포핀스를 연기하고, 메릴 스트립, 콜린 퍼스, 벤 위쇼, 줄리 월터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러닝타임을 빈틈없이 메울 예정.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필람작이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2월 21일 개봉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올리비아 콜맨,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노미네이트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후보작.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이다. 18세기 초 영국,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의 눈에 들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권력의 실세 사라(레이첼 와이즈)와 하녀 애비게일(엠마 스톤)의 경쟁 구도를 담았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라면 단연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 전 세계 유수 시상식의 여우주연 부문에 모조리 이름을 올린 올리비아 콜맨은 베니스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를 비롯한 굵직한 시상식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아카데미 역시 그녀에게 손을 들어줄까?
더 와이프 | 2월 27일 개봉
감독 비욘 룬게 출연 글렌 클로즈, 조나단 프라이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올리비아 콜맨에 맞설 강력한 상대는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다. 작가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내 조안의 이야기로, 글렌 클로즈가 ‘킹 메이커’ 조안을 연기했다. 글렌 클로즈는 <더 와이프>를 통해 올해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수상 소감을 들어보면 이 영화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엄마 생각이 났어요. 평생 아버지를 위해 헌신하셨는데, 여든이 넘어 '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운 좋게도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우리 여성들은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요구 당하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꿈을 좇아야 합니다”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남긴 글렌 클로즈는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아카데미에서도 이 풍경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퍼스트 리폼드 | 4월 개봉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노미네이트
이라크에 파병 간 아들이 죽고, 그 고통으로 인해 가정까지 잃은 뉴욕의 교회 목사 톨러(에단 호크)는 술에 의존해 사느라 위암 진단까지 받은 상태다. 그의 앞에 임신한 젊은 신도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나타나고, 메리는 톨러에게 “더 이상 지구에 아이를 태어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그녀의 급진 환경 주의자인 남편 마이클(필립 에팅거)을 만나주길 청한다. 에단 호크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작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의 각본을 쓴 폴 슈레이더 감독의 신작이다.
넷플릭스, IP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올해의 화제작 <로마>가 없는 시상식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올해 아카데미는 <로마>를 비롯해 몇 편의 넷플릭스 영화를 후보작에 올렸다. 북미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국내에선 2차 시장으로 직행한 작품도 있다. VOD, 스트리밍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후보작들을 소개한다.
로마 | 넷플릭스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 타비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노미네이트
<로마>는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순간부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그 자자한 명성에도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 적기일 듯싶다. <로마>는 1970년대 초반, 격동의 세월을 보내며 여러 일을 겪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중산층 가족의 가정부 클레오(얄리차 아파라시오)의 삶을 비춘다.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생애 첫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로마>는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거뒀다.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시상식 최다 후보작이 됐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카우보이의 노래 | 넷플릭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팀 블레이크 넬슨, 제임스 프랭코, 리암 니슨, 조 카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의상상,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카우보이의 노래> 역시 넷플릭스 영화의 필람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버스터 스크럭스라는 남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앤솔로지 형식의 서부극. 유머러스한 농담과 풍자가 이어지지만 그 뒤에 놓인 섬뜩한 메타포와 풍경들이 더 인상 깊은 작품이다. 모든 에피소드가 죽음이란 테마를 공유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코엔 형제의 작품으로, 버스터 스크럭스를 연기한 팀 블레이크 넬슨과 함께 제임스 프랭코, 리암 니슨, 조 카잔 등 탄탄한 배우들이 함께했다.
블랙클랜스맨 | IPTV, VOD 사이트
감독 스파이크 리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아담 드라이버 | IPTV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저격하는 영화. 작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블랙클랜스맨>은 1978년 백인 우월 집단 KKK단에 잠복해 비밀 정보를 수집한 흑인 형사 론 스툴워스(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KKK단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순수한 백인 남성'으로 소개한 그는 KKK단 입단을 권유받는다. 론 스툴워스 형사는 KKK단과의 실제 만남에 유대인 짐머만 형사(아담 드라이버)를 내보내 수사를 진행한다. 덴젤 워싱턴의 아들 존 데이비스 워싱턴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스파이크 리 감독의 신작으로, 국내에선 극장 개봉 없이 2차 시장으로 직행했다.
개봉 미정 영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는 물론, 이전 여러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인정받은 작품들. 그러나 아직 국내 개봉은 미정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몇 편의 작품은 기획전을 통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바이스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스티브 카렐, 샘 록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외 8개 부문 노미네이트
크리스찬 베일이 온갖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휩쓸고 있는 영화 <바이스>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 불렸던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을 다룬 전기 영화다. 크리스찬 베일의 고무줄 연기가 다시금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그가 딕 체니를 연기하고 그의 아내 린 체니를 에이미 아담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샘 록웰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 3월 6일까지 CGV 아트하우스에서 진행하는 '2019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
감독 줄리안 슈나벨 출연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재작년 수많은 시상식에서 호명된 윌렘 대포가 천재로 변신해 천재적인 연기를 선보인 작품.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는 가장 고통스러웠지만 가장 많은 명작을 남겼던 빈센트 반 고흐 생애 후반을 다룬다. 오스카 아이삭이 고흐의 절친한 동료였던 폴 고갱을, 매즈 미켈슨이 고흐의 정신과 상담을 돕는 신부를 연기한다.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감독 베리 젠킨스 출연 키키 레인, 스테판 제임스, 레지나 킹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노미네이트
<문라이트> 베리 젠킨스 감독의 신작. 1974년 출판된 제임스 볼드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할렘에 거주하는 여성 티시(키키 레인)가 뱃속에 있는 아이를 돌보며 인종차별주의자 경찰에게 휘말린 남편 포니(스테판 제임스)의 무죄를 입증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티시의 엄마 샤론 리버스를 연기한 레지나 킹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작품. 레지나 킹은 올해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수많은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캔 유 에버 포기브 미?
감독 마리엘 헬러 출연 멜리사 맥카시, 리차드 E. 그랜트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
<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로 할리우드 코미디 여왕 자리에 오른 멜리사 맥카시 색다른 연기 톤이 기대되는 작품. <캔 유 에버 포기브 미?>는 세상을 떠난 유명인들의 편지를 위조해 돈을 번 저널리스트 리 이스라엘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리 이스라엘을 연기한 멜리사 맥카시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발칙하고 유쾌한 설정이 돋보였던 <미니의 19금 일기>로 주목받은 마리엘 헬러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 의상상 노미네이트
시얼샤 로넌과 마고 로비의 불꽃튀는 대결을 만나볼 수 있을 작품.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는 비운의 스코틀랜드 영왕 메리 스튜어트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이다. 메리 스튜어트로 변신한 시얼샤 로넌의 강단 있는 연기가 기대되는 작품. 그녀의 사촌이자 세기의 라이벌인 엘리자베스 1세는 마고 로비가 연기한다. 3월 6일까지 CGV 아트하우스에서 진행하는 '2019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