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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쾌락,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가 시작된다
김용언 2009-06-22

여름이 좋다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덥고, 눅눅하고, 장맛비 퍼붓고, 땀띠나는 계절에 굳이 기를 쓰고 사람 많은 바닷가로 피서를 가서 더 더워지는 그 일련의 과정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하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7월 16일부터 26일동안 공포와 폭소, 판타지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월드 프리미어, 그러니까 전세계에서 PiFan 관객들이 가장 먼저 스크린으로 보게 되는 신선한 영화들의 숫자도 38편(장편 15편, 단편 23편)이나 된다. 게다가 이번 영화제는 무려 13회(!) 째다.

올해 PiFan의 개폐막작 역시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되는 따끈따끈한 화제작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와모토 히토시의 <MW>은 일본 만화의 신화 데즈카 오사무의 비관적인 원작을 영화화했다. 테러리스트와 신부, 두 절친한 친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잔혹한 조국 일본을 향해 복수를 기도한다. 두 꽃미남 청춘 스타 타마키 히로시와 야마다 다카유키가 주연을 맡았다. 폐막작은 인도네시아의 무술 액션 영화 <메란타우>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인 실랏을 글로벌 액션 장르의 새 피로 수혈시킨 이 작품은 최근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최신작이다.

공식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장편’에선 12편이 상영된다. 이중 톰 솅클랜드의 <더 칠드런>, 인도네시아와 싱가폴의 합작 호러 <마카브르>, 파스칼 로지에의 고문호러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한국 좀비영화의 새로운 발견 <이웃집 좀비>, 대만에서 날아온 슬래셔 무비 <인비테이션 호러> 등이 관심을 모은다.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는 전세계 장르영화의 다양한 최신 흐름을 보여주는 PiFan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B급 호러의 정서로 넘쳐나는 브루스 캠벨 표 코미디 <내 이름은 브루스>, 16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호러 <사우나>, 웨스 크레이븐의 데뷔작을 리메이크한 <왼편 마지막 집>, 미스터리 작가 가이도 다케루의 인기 원작을 영화화한 <제네럴 루즈의 개선> 등이 선보인다. ‘명예의 전당’ 격인 ‘스트레인지 오마쥬’ 섹션에선 영화의 최전방에서 던지는 여섯 편의 장르적 쾌감을 소개한다. 이만희 감독의 <삼각의 함장>을 비롯, 끌로드 샤브롤과 제라르 드 빠르디유의 미스터리 <벨라미>, 일본 호러의 파격 소노 시온의 <러브 익스포져>, 독일 적군파에 관한 뛰어난 역사적 기록 <바더 마인호프> 등이 소개된다.

또한 올해 두 번째를 맞이한 ‘오프 더 판타스틱’ 섹션에선 장르영화의 틀을 자유롭게 벗어난 새로운 재능들을 소개한다. 2009년 일본 열도를 눈물로 적신 히로키 류이치의 화제작 <4월의 신부>, 인천의 록 레이블 ‘루비살롱’의 밴드들을 주인공으로 한 본격 막장 다큐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중국의 매혹적인 드라마 <사랑과 죽음의 방정식> 등의 화제작을 볼 수 있다. 더 이상 과격할 수 없는 ‘금지구역’ 섹션은, 프로그래머의 말에 따르면 근래 몇 년 간 가장 센 영화들만 모았다고 한다. 70년대 뉴욕의 실존 ‘섹스’ 클럽의 연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아메리카 70 섹스 천국>, <도쿄잔혹경찰>의 니시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두 번째 작품 <V소녀 대 F소녀> 등이 사지절단과 광란의 쾌락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이하는 ‘애니 판타’ 섹션에선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브랜드 파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루토 질풍전 극장판 3기>,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 <교향시편 유레카세븐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 <풍운결>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패밀리 판타’ 섹션에선 인도 맛살라 영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유쾌한 <이발사 빌루>, 주니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본선무대의 곳곳을 누비는 음악 다큐멘터리 <나도 스타가 될 거야> 등이 관객을 기다린다. 특별전 ‘판타스틱 감독백서: 그들만의 뱀파이어’는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조엘 슈마허의 심장 뛰는 뱀파이어-청춘물 <로스트 보이>, 로만 폴란스키의 <박쥐성의 무도회>, 토브 후퍼의 <뱀파이어> 등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명단이다. 그 외에도 일본 공포영화의 대표작 <주온>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을 가져온 <여고괴담> 10년을 기록하는 전작전, SF와 유머의 특별한 결합을 보여주는 낯선 SF 강국 체코를 소개하는 ‘체코 SF 특별전’, ‘한국영화 회고전-에로틱스케이프: 1980도시성애영화’ 특별전에선 <무릎과 무릎 사이>, <성야>, <세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 <적도의 꽃> 등 한국의 80년대 특유의 모순적 상황 아래 활발히 제작되었던 ‘에로영화’의 감춰진 면모를 풀어놓는다. ‘낭만도시: 홍콩제작사 D&B 회고전’은 80년대 홍콩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대표적 제작사이자 도회적 분위기의 다양한 장르를 제작했던 회사 D&B의 <가을날의 동화>, <지하정>, <정노정전> 등이 소개된다. 이외에도 작년부터 시작한 장르영화 전문교육 프로그램 ‘환상영화학교 2009’에선 세계적 SF작가 테드 창과 일본 감독 야마오카 노부타카 등의 특별 강연을 들을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선사한다.

부천영화제의 개ㆍ폐막작을 제외한 일반 상영작 티켓 예매는 오는 6월 29일 오전 11시부터 PiFan 홈페이지(www.pifan.com)를 통해 할 수 있다. 당신의 빠른 손가락을 시험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