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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서 제주도로 떠나온, 혹은 돌아온 사람들은 무언가 필사적으로 잊으려고 한다. <그림자 먹는 개>의 제주 역시 바다 냄새와 바람의 감촉이 선연한 안식처를 내어주며 망각을 종용한다. 문제는 나모(김남오)가 비대해진 자의식을 지닌 채 고립을 자처하는 예술가라는 점에 있다. 그가 컴컴한 암흑으로 가득한 뒤주를 열어보는 모호한 오프닝 이미지와 같이 영화는 마음 한켠에 봉인해둔 어떤 상자를 열어서 그 안쪽을 고통스럽게 바라본 뒤, 다시 조용히 뚜껑을 닫기까지의 심리적인 여행기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한인 화가인 그는 오랜만에 한국을 찾아 전시를 준비하는데, 수익에 목마른 미술품 딜러인 문수(방중현)의 권유로 전에 없던 비즈니스 일정을 소화하느라 고되다. 그에게 선뜻 자기 방을 내어준 이는 배우 서갑숙이 1인2역을 연기한 갑숙이라는 인물.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나모는 자신을 위해 묵묵히 희생한 아내(서갑숙)의 외로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떠나보낸 아픈 기억이 있고, 그 기억은
<그림자 먹는 개> 선택에 따른 대가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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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그저 따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리세이(잭 로던)가 유일하게 열성을 기울이는 것은 ‘글쓰기’다. 주변에서는 무언가를 끄적일 시간에 밴드를 결성했다면 이미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일자리나 빨리 찾으라고 핀잔을 준다. 그런 그에게 “너무 똑똑해서 자신이 한 말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감상을 남겼던 독자 린더(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가 나타나고, 모리세이는 이 인연으로 기타리스트 빌리(조디 코머)와도 가까워진다. 처음으로 무대에도 서보고, 밴드 노즈블리드에 공석이 생겨 런던 공연에 보컬리스트로서 합류할 기회까지 얻게 되면서 과감하게 다니던 세무서도 그만둔 모리세이. 하지만 런던 공연이 좌절되면서 그는 다시 슬럼프에 빠진다.
전설적인 브릿팝 밴드 더 스미스의 탄생 비화를 담았다. 일반적으로 떠올릴 법한 성공 신화 대신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의 청년 시절에 집중했다. 모리세이는 겨우 한번 공연을 한 후 자신의 천재성이 발견됐다며 으스댈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캐
<잉글랜드 이즈 마인> 전설적인 브릿팝 밴드 더 스미스의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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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구연으로 아이들을 끌어모아 허접한 장난감을 파는 소라게 할아버지가 전설 속의 매직박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짜 장난감이 아닌 진짜 보물을 손에 쥐게 되는 뜻밖의 주인공은 아기상어 메이(이제인). 메이를 처음 보는 물속 생물들은 상어의 외양만 보고 기겁해 달아나기 바쁘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에 익숙한 메이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메이는 분홍 해파리와 산호초 사이를 유유히 거닐면서 얄 은 마음을 삭이는 데 익숙하다.
<빅샤크: 매직체인지>의 매직박스는 제법 일찍 실체를 드러낸다. 진짜 이야기는 제목처럼 메이의 아빠 빅샤크(장병관)가 매직박스의 기이한 마법 때문에 아기상어로 변하면서부터다.
메이와 친구들은 아빠를 무사히 되돌릴 수 있을까? 거대 생물들 사이에서 지혜를 발휘할 꼬마들의 활약상이 짠한 동시에 명랑함을 자아낸다. 메이, 물개 보보, 꼬마 잠수함 올리처럼 어리고 순진한 해양 생물들의 눈속에 비친 바닷속은 모든 것이 놀 거리가 된다. 구
<빅샤크: 매직체인지> 전설 속의 매직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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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교외 아파트에 거주하는 에밀리(다이앤 키튼)는 남편이 남기고 간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 다락방에서 팔 만한 물건들을 찾는다. 낡은 망원경을 찾은 에밀리는 망원경으로 아파트 맞은편 숲을 보다가 숲속에 살고 있는 도널드(브렌던 글리슨)를 발견한다. 에밀리는 숲에서 판잣집을 짓고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도널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계속 관찰하게 된다. 한편 도널드가 살고 있는 땅을 매입한 건설사는 도널드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도널드가 응답을 하지 않자 용역 직원을 시켜 도널드를 폭행한다. 망원경으로 이 사건을 목격한 에밀리는 경찰을 불러서 도널드를 구해준다. 얼마 후 우연히 만난 도널드와 에밀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도널드는 에밀리를 자신의 숲속 집으로 초대한다. 그후 에밀리는 사람들과 함께 도널드를 돕고자 하지만 도널드는 도움을 거부하며 화를 낸다.
영화는 도널드의 소박한 자급자족 생활을 위협하는 재개발에 대한 항의를 담고 있지만 사회적 리얼리즘이라기보다는 중년의 사랑을
<햄스테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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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글로브> 경제부 기자 마이어스(지오바니 리비시)에게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에이드리언 스파크스)는 우상 같은 존재다. 그는 종군기자였던 헤밍웨이를 따라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뛰어들어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마이어스는 헤밍웨이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썼지만 부치지 못한다. 그걸 본 마이어스의 신문사 동료이자 연인인 데비(민카 켈리)가 마이어스 몰래 편지를 헤밍웨이에게 부친다. 어느 날 마이어스는 “편지를 잘 읽었고, 쿠바 아바나로 와서 함께 낚시하자”는 헤밍웨이의 전화를 받고 아바나로 향한다.
제목대로 <헤밍웨이 인 하바나>는 헤밍웨이가 아바나에서 보낸 7년간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당시 쿠바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다. 변호사였던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일으켰고, 바티스타의 독재정권이 정부군을 동원해 혁명세력을 탄압했다. 영화는 마이어스를 통해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던 헤밍웨이의 인간적 면모를 세심하게 묘사한다. 바티스타 정권과 결탁해 강도 높
<헤밍웨이 인 하바나> 헤밍웨이가 아바나에서 보낸 7년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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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모험과 발명을 사랑하는 왕자다. 그는 자신이 만든 열기구를 타고 있는 이웃나라 공주 바바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아름다운 바바라에겐 수많은 청혼자들이 몰려들지만, 그녀는 자신의 외모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바라가 실종된다. 이웃 나라의 왕은 공주를 찾는 이에게 왕국의 절반을 주고 그녀와의 결혼을 승낙하겠다고 말한다. 이반 왕자는 숲속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용과 함께 공주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한편 사고뭉치인 이반의 두형은 조용히 동생과 용의 뒤를 쫓는다.
<드래곤 프린세스>는 <개구리 왕자>풍의 이야기에 이국적인 작화를 덧입힌 작품이다. 진실된 마음을 시험하는 다양한 임무를 거쳐 사랑에 이르게 된다는 줄거리는 동화풍의 애니메이션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이다. 하지만 영미권과는 또 다른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작화가 흥미롭다. 이반과 용이 함께하는 여정에는 다
<드래곤 프린세스> 감쪽같이 사라진 왈가닥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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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이 돌아왔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스튜디오의 20번째 작품으로, 영화의 설정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내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사이의 시간대에서 앤트맨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요청으로 독일까지 가서 아이언맨 일행과 싸우고 돌아온 스콧(폴 러드)은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꾼다. 그가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러스)와 호프(에반젤린 릴리)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자, 호프는 미지의 양자 영역에 갇혀버린 엄마 재닛(미셸 파이퍼)의 메시지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행크 핌 박사는 자신의 비밀 연구소에서 그동안 개발해왔던 양자 터널과 탐색기를 이용해 1대 와스프 재닛의 구출작전을 펼치려 하지만, 정체 모를 존재 고스트(해나 존 케이먼)가 나타나 방해를 하면서 일이 꼬여간다. 딸을 극진히 아끼는 부성애 히어로 앤트맨 고유의 매력
<앤트맨과 와스프> 앤트맨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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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여배우 세레나(알렉산드라 소차)는 앨라배마 채프먼(알렉스 허트)이라는 감독의 저예산 공포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앨라배마는 세레나에게 영화는 리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감독의 전작을 찾아보던 세레나는 여배우가 영화를 찍고 살해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터넷도 되지 않는 숲속 촬영장에서 영화를 찍던 세레나는 스탭으로부터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앨라배마와 영화의 비밀을 알게 된다.
리얼리즘에 대한 편협한 이해를 가진 감독의 영화라는 메타 영화적 소재를 가미한 저예산 호러영화다. 이 저예산 호러영화의 거친 편집은 종종 미하엘 하네케가 <히든>(2005) 등에서 그랬던 것처럼 앨라배마가 만든 영화 속 영화와 영화 자체를,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게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하엘 하네케처럼 사유의 지점을 만드는 영화는 아니며, 영화는 철저히 B급 슬래셔 무비라는
<킬링 인 더 무비> 촬영현장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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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도 예상하지 못한 폭우가 쏟아진 어느 날. 완벽한 계획을 짰다고 자부한 6명의 강도가 발렌시아의 메디테라네오 은행을 습격한다. 은행 지점장 산드라(파트리시아 비코)에게는 강도 사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대형 스캔들로 구설에 올랐던 정치인 소리아노에 관한 어떤 명단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강도단은 폭우 때문에 도주를 위해 미리 파놓았던 땅굴이 무용지물이 되어 분노하고, 산드라는 이중 갈리시아인(루이스 토사)에게 314번 금고에 있는 소리아노의 기밀문서를 빼내오라는 제안을 한다. 강도와 협상을 시도하는 범죄수사대, 소리아노의 비밀을 은닉하려는 정치인들과 정부 당국까지 은행을 중심으로 엮이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여타의 하이스트 무비와 매우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후 밖으로 탈출하는 대신 내내 한곳에 고립된 상태로 영화가 전개되고, 여기에서 중요한 범죄는 강도 자체보다는 스페인 정부의 부패다. 등장인물이 많고
<스틸 더 머니: 314 비밀금고> 은행 강도 VS 범죄수사대 VS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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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 세츠코(데라지마 시노부)는 직장에 근속하며 가족도 없이 혼자 쓸쓸하게 살아간다. 아마 ‘루시’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면,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며 늙어갔을 것이다. 어느 날 조카의 권유로 영어학원에 등록한 그녀는 유독 ‘허그’를 좋아하는 미국 강사 존(조시 하트넷)을 만난다. 가벼운 인사에 불과할지 모를 존의 포옹은 그녀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존이 붙여준 이름 루시와 노란 가발로 세츠코는 전에 없던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후 세츠코의 행동은 일종의 해프닝에 가까워 보인다. 세츠코는 LA로 떠난 존을 찾아나서고, 그곳에서 존에게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문제는 상대의 반응이 아랑곳없다는 데 있다. 세츠코의 집착에 가까운 행동은 마치 자신의 상황을 좀 봐달라는 절박한 외침처럼 보인다. 영화의 첫 장면. 세츠코의 출근길 지하철, 역내 방송에서는 ‘위험하니 흰색 선 안으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그 ‘안전선’ 안에서 숨죽인 채
<오 루시!> 나는 사랑에 빠진 루시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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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마약 대신 새로운 사업 모델인 불법 밀입국에 집중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다. 불법 밀입국자들 속에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들어와서 폭탄 테러를 자행하자 미국은 전면전을 개시한다. 명령을 하달받은 CIA 작전 책임자 맷(조시 브롤린)은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와 함께 마약 카르텔끼리 전쟁을 붙이고자 한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다시 칼을 빼든 알레한드로는 카르텔 보스 레예스의 딸 이사벨라(이사벨라 모너)를 납치해 경쟁 카르텔 한복판에 떨어뜨리려 하지만 작전이 꼬이면서 위기에 처한다.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2015년에 만들어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뉘앙스와 몇몇 요소, 설정만 빌려온 채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FBI 요원의 눈을 빌려 법 테두리 바깥의 폭력과 늑대들의 세계를 드러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시카리오(암살자)들의 세계 한가운데로 관객을 밀어넣는다. 전작이 아무것도 할 수 없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목표를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린 작.전.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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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라는 단어에는 상반된 울림이 뒤섞여 있다. 지긋지긋해 도망치고 싶다가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학수(박정민)는 어머니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던 건달 아버지와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래퍼의 꿈을 키우고 있다. <쇼미더머니> 도전만 6번째, 계속된 탈락에 지칠 무렵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은 많은 것이 변했다. 자신을 남몰래 좋아했던 선미(김고은)는 작가가 되었고, 자기가 괴롭혔던 친구 용대(고준)는 건달이 되었으며, 자신의 시를 훔쳐간 교생 원준(김준한)은 지역신문기자가 되어 나타난다. 흑역사와 차례로 마주한 학수는 도망칠 곳이 없다.
영화는 세련된 연출과는 거리가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이 수시로 삽입되는 탓에 극적인 긴장감이 고양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형식적인 야심과는 거리가 먼 이 평이함이 도리어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끈다. <변산>은 눈에 밟혀 자꾸 돌아보게 되는 고향을 닮았다. 전반
<변산> 눈에 밟혀 자꾸 돌아보게 되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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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이귀동(강하늘)은 지난 10년 동안 한편의 영화도 찍지 못했다. 생일을 맞은 그는 숲속에서 홀로 케이크를 먹으며 시나리오 작업에 열중한다. 이야기가 풀리지 않자 귀동은 세상이 다 망했으면 좋겠다고 외친다. 그 순간 굉음이 들려오며 어디선가 네명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중 ‘야쿠르트 아줌마’ 복장을 한 중년의 여성(이혜영)은 평소 귀동의 굉장한 팬이었다며 그에게 작업 중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알려달라고 한다. 귀동은 그녀에게 지구 종말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아포칼립스 프로젝트>(가제)를 들려준다.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 한나(김소희)와 야구모자를 쓴 남자(김성균)의 동행기, 평생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교수 의무(김학선)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여학생(송예은)의 이야기, 주부 수민(장영남)을 데리고 자신의 거처로 떠나는 자칭 그녀의 후배, 미션(이주영)의 이야기가 디스토피아적인 풍경 속에서 펼쳐진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지구종말을 하루 앞두고
<나와 봄날의 약속> “같이 아름답게 잘 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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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거룩한 분노’와 어울리는 재니스 조플린의 목소리가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도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가사 노동을 여성의 신성한 권리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노라(마리 루엔베르게르)는 남편과 시아버지, 두 아들의 수발을 드는 일에 염증을 느낀다. 미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평화, 평등을 향한 저항과 축제로 들썩이던 시기였다. 영화는 유럽에서 가장 늦게 여성 투표권이 인정된 당대 스위스의 분위기를 담는 방법론으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독일의 사회운동가 패트릭 켈리의 말을 따른다. 취리히가 아닌 도심에서 꽤 떨어진 시골마을을 배경 삼은 이유다.
남편의 허락 없이는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노라는 조카 한나가 자유로운 연애관으로 비난받는 모습 등을 지켜보며 전에 없던 의문들을 품기 시작한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은 노라를 마이크 앞에 세우고, 졸렬한 비난과 조롱은 숨어 있던 동료들을 불러모은다. 노라의 서사를 역사적 패러다임의 변화로 환원시키는 연
<거룩한 분노> ‘나답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