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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도시 평양의 비정치적인 가족사
“창밖의 경치를 보면서도 3명의 오빠들과 조카들을 생각한다. 동시에 나는, 내가 결코 조국의 품에 안긴 것도 아니며 혁명의 수도를 향하고 있는 것도 아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 보고 싶은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디어 평양> 중 양영희 감독의 내레이션)
새롭게 다가온 것은 아버지만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지상낙원’으로 주입됐던 평양 역시 그러했다. “맨 처음 평양을 방문한 것은 중학교 때였다. 11년 만에 오빠들을 처음 만났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계속해서 울기만 했다.” 면회 시간은 짧았고, 하루 일정은 각종 ‘혁명 박물관’ 방문들로 꽉 짜여져 있었다. 조국과 혁명과 충성의 완고한 벽이 그를 가로막았고, 오빠들과 거의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는 후회는 이후에도 앙금처럼 마음속에 남아 그를 괴롭혔다. 10여년 뒤 다시 평양을 찾게 되었을 때 양영희 감독
어느 조총련계 재일동포 가족 이야기, <디어 평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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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조총련의 간부였다. 세 오빠는 철이 들기도 전에 모두 북한에 보내졌다. 김정일 수령님, 김일성 장군님에 대한 충성은 집안의 불문율이었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던 딸은 아버지의 사상을 거부했고, 아버지는 딸의 선택을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부정으로 받아들였다. <디어 평양>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화해의 과정이 담긴 드라마다. 재일동포 2세인 양영희 감독은 캠코더 2대로 10년에 걸쳐 작품을 완성했고, 일견 홈비디오처럼 투박해 보이는 화면 안에 빛나는 진심을 담아냈다. 일본과 북한을 오가며 펼쳐지는 <디어 평양>은 평양의 인간적인 얼굴을 조명하는 동시에, 재일동포들의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작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아시아영화상과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양영희 감독은 “맥주를 너무 좋아한다”며 명랑하게 웃음을 터뜨리다가
어느 조총련계 재일동포 가족 이야기, <디어 평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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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SE 3. <프레리 홈 컴패니언>의 피츠제럴드극장
마지막 쇼는 우리와 함께
이곳은 피츠제럴드극장이야. 건물 밖에 걸린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극장은 바로 그를 기리는 장소라고 할 수 있지. 오늘은 이 극장의 역사에 있어 무척 중요한 날이야. 극장을 사들인 재벌이 바로 내일 이 건물을 허물고 주차장을 짓기로 결정했거든. 그러니까 오늘부로 피츠제럴드극장은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 운명인 거지. 이곳의 마지막 밤을 목격하게 된 기분은 어때? 비극은 그것만이 아니야. 극장 폐쇄로 이곳에서 30년 넘게 진행돼온 라디오 생방송 쇼 역시 목숨이 다할 지경에 이르렀거든. 쇼의 이름은 ‘프레리 홈 컴패니언’. 쇼의 진행자 G. K.부터 자매중창단 론다(릴리 톰린)와 욜란다(메릴 스티립), 욜란다의 딸 롤라(린제이 로한), 카우보이 듀엣 더스티(우디 해럴슨)와 레프티(존 C. 라일리), 늙은 가수 척(L. Q. 존스)까지 오래도록
가이드 소단을 따라 나선 극장 탐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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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내 이름은 소단, 성소단(김꽃비)이야. 삼거리극장의 매표원 겸 이번 극장 투어의 가이드지.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투잡족이냐고? 근래에는 주로 가이드 일만 하고 있으니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지도. 극장에서 일한 경험을 내세워 운좋게 가이드로 발탁돼 입에 풀칠은 하고 있지만 말야. 그럼 먼저 이번 투어의 코스를 소개할게. 알다시피 이 투어는 2박3일 코스로 삼거리극장, 로즈극장, 피츠제럴드극장, 송단평이 설계한 이름 없는 극장, 물랑루즈를 차례로 방문하게 돼. 하나같이 마음을 뒤흔드는 사연을 지닌 유서 깊고 흥미로운 장소들이지. 먼저 삼거리극장엔 오후 6시에 도착해 극장의 요모조모를 구경할 거야. 해가 완전히 질 무렵 환상의 혼령 쇼가 여러분들 앞에 펼쳐질 거고. 둘째 날 오전 10시 무렵엔 로즈극장에서 셰익스피어에게 연애담을 들은 뒤 사인을 받는 자리가 마련돼 있어. 물론 극장 구경은 필수겠지? 오후 7시엔 허물어지기 직전의 피츠제럴드극장을 방문해 퀴즈쇼를 즐길 거고.
가이드 소단을 따라 나선 극장 탐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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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은 시골에 농촌봉사활동을 떠난 도시 남자와 시골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찾아보면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커플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꽤 있다. <인어공주> <나의 결혼 원정기> <백만장자의 첫사랑> <내 마음의 풍금> <클래식> 등. 이를 토대로 작은 마을 ‘참봉리’의 라디오 방송국 DJ 마봉춘을 주인공과 봉PD가 만들어가는 엽기 콩트를 구성해보았다. (주의사항: 이 콩트와 위에 언급한 영화는 내용상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옛날, 옛날, 호랑이 말보로 피우던 시절이었슈,,,,, 봉 피디님, 지 목소리 어때유? 괜찮쥬? 안녕하세유. <정오의 라디오 스타> 진행을 맡은 마봉춘이유. 아참! 방송 들어가기 전에 꼭 할 말이 하나 있슈. 5분이면 되니께 쪼까 이해해줘유. 할아버지는 장돌뱅이 출신이구유, 아부지는 전국 각지를 떠돌던 장사꾼이었슈. 지가 10대 시절을 화개장터
<정오의 라디오 스타> DJ 마봉춘이 소개하는 영화 같은 사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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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시간만큼 물심양면으로 진보하라
<킹콩> vs <킹콩>
위의 교훈을 보기 좋게 뒤집은 사람도 있다. 피터 잭슨이다. <킹콩>이 어찌 <혹성탈출>만큼 유명하지 않았으랴마는 그는 이 전설의 괴물을 되살려 전세계적인 흥행과 호평을 일궈냈다. 어색하게 가슴을 두드리던 옛 킹콩은 피터 잭슨의 마술 손 아래 생생한 숨결을 얻었다. 커다란 콧구멍과 멧돼지 같은 이빨, 개구리 같은 눈두덩에 초코볼 같은 눈알을 하고 있던 야수가, 영롱하고 슬픈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로 진보한 것이다. 피터 잭슨은 야성의 괴물에게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었다. 그는 상냥하고 영리한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를 인간마냥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죽음을 불사하는 비극의 ‘남자’가 되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레골라스나 아라곤을 통해 검증된 바와 같이, 피터 잭슨은 멋진 남자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킹콩을 사
리메이크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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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가 유위강, 맥조휘의 홍콩 누아르 <무간도>를 자기 식대로 되만들었다. 한국영화 <시월애>는 얼마 전 <레이크 하우스>라는 제목의 미국식 사랑 이야기로 변신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리메이크 붐을 일으킨 일본 호러 장본인 <주온> 시리즈는 곧 <그루지2>로 관객을 찾는다. 할리우드는 <괴물> <장화, 홍련> <정사> 등 한국영화들의 리메이크를 계획 중이다. 명성 높은 아버지를 둔 아들의 처지와 비슷한 리메이크. 원작과 비교되며 욕먹기 십상인 험로를 굳이 가려는 이유는 뭘까? 또 그 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근래 리메이크된 영화들을 통해 되짚어본다.
자신의 스타일로 바꾸어라
<무간도> vs <디파티드>
흥분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유위강, 맥조휘의 영화를 마틴 스코시즈가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말이다. 속해 있는 공간도 스타일도 다르지만, 이들은
리메이크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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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재킷’(metal jacket) 혹 ‘재킷’(jacket)에는 ‘총탄의 금속 외피’라는 뜻이 있다. 설용근씨의 특수의상·소품 업체 ‘메탈자켓’도 거기에서 연유된 상호명이다. 사무실과 창고가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메탈자켓의 취급 물품은 경찰 및 군 관련 제복을 비롯한 각종 유니폼과 총기 관련 소품들. 200여벌의 경찰복 및 S.W.A.T 복장, 계급에 따른 군복뿐 아니라 환경미화원 복장까지도 상·하의에 벨트, 모자, 신발, 소지품을 세트로 구비해놓고 있다. 지하창고 구석에는 의사 가운과 간호사 신발, 최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쓰인 간수복도 한 아름 쌓여 있고, 총기류는 콜트에서부터 M-60에 이르는 모형 총기를 주요 배역용(정밀한 모형 제품)과 보조출연자용(거의 껍데기만 있는, 몹신을 위한 저가 모형)으로 나눠놓았다. 차를 타고 5분여를 가면 두곳의 차고지가 있다. 대형차량과 소형차량으로 분류해놓고 순찰차 15대, 형사 기동대 봉고차 4대, 특공대 버스 2대
유니폼 및 총기 관련 소품 보유한 특수소품창고, 메탈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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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하는 곳 말이죠?”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율성리.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중년 남자에게 금호상사의 덕소 차고지를 물었더니 자신있게 그곳을 안다면서, 종종 영화촬영도 하는 것 같다는 첩보도(?) 친절히 들려준다. 1937년산 엑스칼리버부터 1980년산 페라리까지, 1960년대 코로나부터 1990년대 슈퍼살롱까지, 200종 가까운 희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상사.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잦다보니 율성리 사람들은 이곳을 차고지가 아니라 촬영소라고 오해한다.
성인 남자 키의 2배는 너끈히 넘을 것 같은 높이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경찰차를 비롯한 각종 트럭들이 경비원처럼 버티고 서 있다. 값비싼 희귀 차량은 일부러 안쪽에 배치한 건가. 도둑 걱정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차고 관리를 맡고 있는 백중기씨는 “대문은 안 잠가요. 워낙 특이한 차들이라서 잃어버려도 수배가 금방 되니까”라며 차량들을 한대씩 소개한다. 백중기, 백중길씨 등 3형제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금호상사가 있기까지는
200여종 희귀 차량 보유한 특수소품창고, 금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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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줄과 머리빗
오 헨리의 단편을 묶어 만든 에피소드영화 <마지막 잎새>(1978)의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할 때 사용한 시곗줄과 머리빗이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사고, 아내는 머리를 깎아 시곗줄을 사준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설정을 따왔다. 이 장면에 들어갈 소품 마련을 위해 종로 일대 금은방과 시계방을 모조리 돈 끝에 오래된 명품을 고르긴 했는데, 이성구 감독이 원작에서처럼 금빛 시곗줄을 원해서 새로 도금을 해야 했다. 그 바람에 애초 오메가 시계에 달려 있던 은빛 시곗줄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대신 50년도 더 된 시계지만 밥만 주면 여전히 재깍거려서 김호길씨는 가끔 심심할 때 차고 외출한다고.
목칼
<춘향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 조선시대 형구 중 하나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에 채워놓았던 기구다. 차순하씨는 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이 목칼 제작시 실제
창고 대개방 ② 남양주 한국영화소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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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종합촬영소 내에 있는 소품센터의 주인공은 모두 다섯명이다. 차순하, 김호길, 이태우, 김태욱, 이예호 등 1960년대부터 소품 스탭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들은 한국영화 소품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영화의 소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들을 찾는 건 당연한 일. 현재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등에 참여하고 있어 모두 함께 자리하지 못했지만, 손재주라면 충무로에서 따라갈 자 없다는 차순하, 오랫동안 시대의 흔적을 수집해온 김호길, 전국에 모르는 골동품상이 없다는 이태우 등 3인에게서 지난 40년 동안의 충무로 소품사를 들었다. 인터뷰는 <근대의 풍경-소품으로 본 한국영화사>(차순하 외 지음/ 도서출판 소도/ 2001)를 참조해 이뤄졌음을 밝힌다.
“사극 촬영하면 엑스트라가 200∼300명씩 나오는 군중신 있잖아. 근데 내일 갑자기 몹신이 생겼다면서 영화사에서 오늘 아침에야 연락을 한다고. 배우가 스케줄 된다고 하니까
50년 소품지기들, 충무로 소품사를 회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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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멧돼지 박제
멧돼지를 잡을 생각이었다. 태릉 소품실 장석훈씨와 그의 조수들은 <괴물> 시나리오를 읽고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강두(송강호)가 딸 은서(고아성)에게 휴대폰을 사주려고 푼돈을 모아 넣어두었던 사발면 그릇이 ‘야생 멧돼지 박제 뒤에 숨겨져 있다’고 책에 쓰여져 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에 있는 식용 멧돼지 농장을 찾아가서 못 쓰는 멧돼지 머리를 구했다. 소품실에서 손수 도전한 박제 작업이 만만치 않아 농장 소개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게 되었는데 할머니 전문가 왈, “야생 멧돼지는 이리 안 생겼습니다”. 야생 멧돼지와 식용 멧돼지는 “털부터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4시간이나 걸려 찾아간 농장에서 구한 머리는 결국 폐기처분했다. 진짜 야생 멧돼지를 잡아야 했지만 야생동물 박제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어 그 또한 시작부터 불가능했다. 소품실은 결국 전문가에게 제작 전체를 의뢰하기로 방법을 바꾸었다. <괴물>에 등장했던 이 무시무시
창고 대개방 ① 남양주 태릉 소품실 & 파주 소품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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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소품창고가 궁금했다. 저 안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숨쉬고 있는 것일까. 먼지가 내려앉은 소품을 닦아내면 스크린에서 미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 주르르 쏟아질 것 같았다. 먼저 남양주 태릉 소품실과 파주 소품창고를 찾았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두명의 소품지기를 그곳에서 만났다. 소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를 들었더니 이번엔 과거가 궁금했다. 이어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센터를 찾았다. 한국영화 소품 역사의 산증인인 3명의 소품지기들은 소품에 얽힌 웃지 못할 비사를 기꺼이 들려줬다. 흔히 볼 수 없는 소품의 소유자들도 궁금했다. 골동품 차들을 개조하고 각종 유니폼과 총기 액세서리를 만든다는 두명의 소품지기를 또 만났다. 고맙게도 7명의 소품지기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것 말고 그들의 보물창고를 개방해달라는 부탁에도 기꺼이 응했다. 시간과 기억을 머금은 소품, 아니 대품창고를 여기, 최초 공개한다.
세상 모든 물건이 여기에
소품창
남양주와 파주 소품창고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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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계수 감독은 대학 다닐 때부터 가끔 시를 썼고, 김동기 음악감독은 거기에 곡을 붙여 노래를 했다고 한다. <삼거리극장>의 뮤지컬 장면들은 그처럼 오래된 호흡 때문인지 가사와 음악과 무대가 서로 떼어놓지 못할 천생연분으로 만난 듯하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하나의 색으로 녹아드는 삼원색의 판처럼 정신없는 와중에 하나가 되어버린다. 발랄하거나 처연하거나 허풍에 찬 가사를 직접 쓴 전계수 감독에게 어쩌다 이런 마술 같은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 한곡 한곡 코멘트를 부탁했다.
<밤의 유랑극단>
“피로 물든 만월의 밤은 다시 찾아와/ 죽은 혼령들의 차가운 심장을 두드리는 시간
무엇을 망설이느냐 때가 가까웠느니라/ 오늘밤 상상도 못할 끔찍한 공연을 계속하자
우린 모두 밤의 유랑극단/ 희극을 노래하는 비극의 자식들”
원래 오프닝 곡은 따로 있었지만 비오는 밤에 야외 뮤지컬 장면을 찍기가 힘들어서 뺐다. <밤의 유랑극단>이 오프닝처럼 되어버렸는데, 위협적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극장> 뮤지컬 코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