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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를 선정한 건 <씨네21> 기자와 평론가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8명의 영화감독과 7명의 프로듀서도 올해의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각각 1편씩 꼽았다. 그들 각자의 리스트와 선정 이유를 함께 공개한다(배치 순서는 직군별, 이름 가나다순).
★감독
김한민 <최종병기 활> 감독
<리얼스틸>
“한국영화는 내가 연출한 <최종병기 활>을 꼽고 싶지만…(웃음),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면서도 굵직한 리듬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 점에서 <리얼스틸>은 올해 최고의 대중?상업영화였다.”
박정범 <무산일기> 감독
<두만강> <세상의 모든 계절>
“장률 감독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과 영화 자체가 가진 메시지가 많은 영감을 주었다(<두만강>). 개인적으로 마이크 리 감독을 좋아한다. 그가 매 작품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회 언저리에 있는 인물을 보여주는 시선
영리한 내공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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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올해의 과대평가 외국영화
해묵은 주제와 형식
테렌스 맬릭의 영화가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뉴 월드>부터지만 나는 초점이 없는 서사와 추상적으로만 성격이 부여된 인물들이 어슬렁거리는 그 영화에서도 맬릭이 젠체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는 소화불량의 예술적 야심이 체증을 일으킨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맬릭의 실책은 구체성을 가진 맥락들을 모두 거세해버린 것이다. 짐작건대 이 영화는 미국의 상흔, 특별히 <황무지>에서부터 그가 질기게 붙들고 온 베트남전의 기억이 텍스트 뒤편에 어른거리는 우화다. 열아홉살 동생의 죽음을 고지하는 우체부의 전보에서 희미하게 이런 상황이 암시되지만 기억이 형성되고 쌓여가는 의식의 흐름에 모든 걸 맡긴 채 영화는 미로를 헤매고 고답적인 상징화로 빠져든다.
구체적인 실감을 누락하고 순전히 머리로만 만들어낸 이야기다 싶게 &
올해의 과대·과소평가 외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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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1. <세상의 모든 계절>
인생의 모든 행복과 불안을 그리다
지질학자 톰과 심리 상담사 제리 부부 이야기가 올해의 외국영화 1위에 올랐다. 마이크 리의 <세상의 모든 계절>이다. 평범한 노부부의 이야기 한 토막이 이렇게 따스하면서도 서늘하게 가슴을 어루만질 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예상했을까. <해피 고 럭키> <비밀과 거짓말> 등을 연출한 마이크 리의 영화이기에 감동을 예감하긴 했으나 결과는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계절>은 많은 이들에게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 일상적인 삶과 관계 속에서 종종 드러났다가도 은연중 묻혀버리거나 사그라지는 미묘한 문제에서부터 언젠가는 결국 마주쳐야 하는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마이크 리는 현자의 시선으로 그 모든 행복과 잔인함과 소란들을 포용한다. 영화는 어느 한 배우도 흠잡기 어려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 연기력과 그걸 끌어낸 감독의 조화가 이 영화의
현자 마이크 리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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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제작자 <마당을 나온 암탉> 심재명 명필름 대표
거침없는 기획력과 돌파력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명필름의 29번째 작품이자 첫 애니메이션이다. 원작과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는 해도 실사영화를 제작할 때와 분명 달랐다. “제작기간도 길었고, 한국시장에서 수익을 낸 애니메이션이 없어서 힘들었다. 무엇보다 타깃 관객층을 설정하는 게 어려웠다.” 그럼에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와 부모 관객 모두 사로잡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첫 20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믿어준 그의 투지에 경의를 표한다”(김지미), 그러나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이번 성과는 명필름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 제작한 ‘오돌또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파트너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명필름의 30번째 영화는 이용주 감독의 신작 <건축학 개론>이다. “지금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올해의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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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자배우 <만추> 탕웨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우라
탕웨이가 없는 <만추>를 상상할 수 있을까. “탕웨이는 <만추>에 딱 맞는 대단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오롯한 존재감을 뿜는 그녀, 사랑할 수밖에 없다.”(황진미) “그녀의 이미지만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남동철) 올해의 여자배우로 탕웨이를 선정한 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위의 두 평과 비슷했다. 그러니 그녀 없는 <만추>는 상상할 수 없다. 휴가차 간 마카오에서 탕웨이가 장문의 이메일로 선정 소감을 보내왔다. “모든 감정의 고통은 애나가 겪고 상은 내가 탄다. 애나가 꿈속에서 나한테 따지러 올지도 모르겠다. 하하!”
<만추>를 찍은 지 거의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탕웨이는 <만추>와 관련한 모든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애나는 참 행복한 여자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올해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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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감독 <북촌방향> 홍상수
늘 변화하고 늘 설레게 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감독으로 또다시 홍상수 감독이 선정됐다. 먼저 한 젊은 평론가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들어보자. “이제 그만하고 싶다. 솔직히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다음 영화는 또 어떨까 하는 기대로 설레게 하는 감독이라니! 홍상수는 머물지 않는다. 어떤 방향으로든 늘 변화하고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홍상수는 홍상수다. 지치지만 보지 않을 수 없고 보고나면 다음이 궁금해진다. 이미 그는 내 의지를 벗어나 있다. 그래서 올해도 그다.”(송경원) 그렇다면 같은 맥락을 촌철살인으로 요약한 선언문도 하나 들어보자. “작품을 쉬지 않는 한 무조건 그를 뽑는다.”(주성철)
두해째 같은 감독이 선정된 것은 식상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면 앞선 두 평자의 촌평의 뉘앙스에 주목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말은, 새로운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을
올해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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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올해의 과대평가 한국영화
퇴행적 운명론과 신자유주의 이념 잔치
<써니>는 여성들이 추억을 통해 개인사를 복원하고, 우정의 연대를 확인하는 영화인 양 소개되었다. 그러나 <써니>가 말하는 건 퇴행적 운명론과 신자유주의 이념이다. 게다가 거대사와 미시사를 괴상하게 접합해 여성을 탈역사적 존재로 고정하고 거대사를 조롱한다.
<써니>는 “나도 역사가 있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 말한다. 그러나 ‘역사’란 단순한 사연이 아니라 ‘아와 비아의 투쟁’이다. 영화는 이들이 어떤 주체적 투쟁으로 개인의 역사를 발전시켰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춘화는 어떤 투쟁으로 자본가가 되었는지 역사가 괄호쳐져 있다. 나미가 중산층 아줌마가 된 것 또한 남편의 운발(“김서방이 이리 잘될 줄 알았니?”) 덕분이다. 이들의 과거와 현재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결국 <써니>가 말하는 건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퇴행적 운명론이다. <써니>
올해의 과대·과소 평가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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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1. <북촌방향>
공간과 시간과 기억의 기묘한 체험
<북촌방향>이 올해의 영화 1위다. 압도적인 표차였다. 3분의 2에 가까운 필진이 <북촌방향>을 1위에 올리는 진기록이 세워졌고 그로써 2위에 오른 영화와의 격차도 유례없이 컸다.
문득 북촌에 불시착한 것처럼 보이는 한 남자. 그의 불명료하며 정의하기 힘든 이 여행은 놀랄 만큼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안겨주었고 그에 상응하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근거는 여러 갈래다. 혹자는 “패턴에 대한 강박과 패턴화로부터 탈주하려는 해체의 에너지가 한몸을 이룬 기묘한 텍스트”(장병원)라고 구조적 가능성을 해명했다. “서울 강북에 애정을 혹은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한창호)라고 말할 때에는 이 영화에 담긴 공간과 시간과 기억의 기묘한 접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과 기억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축적되는 축과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는 축, 둘의 엇갈림이 팽팽하고 아름
홍상수의 압도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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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씨네21>의 한해 마무리는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을 선정하는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 기자와 평론가 33명이 참여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베스트5를 각각 선정했고 2011년을 빛낸 한국영화계의 감독, 남녀 주연배우, 제작자, 촬영감독, 시나리오, 남녀 신인배우, 신인감독도 뽑았다.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도 있다. 올해는 한국과 외국영화 모두에 과대, 과소평가 부문을 신설했고 해당 작품의 비판 및 지지자들의 촌철살인 촌평을 실었다. 한편, 15명의 감독 및 프로듀서들에게 ‘올해 당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목록도 함께 실었다. 2011년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을 여기 소개한다. <씨네21>이 보내드리는 정성스러운 송년 인사다.
2011 BEST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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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는 280억원짜리 전쟁영화이며 2010년 10월15일부터 2011년 6월12일까지 8개월간 156회차의 촬영을 했다. 1939년 노몬한 전투(일본군 대 몽골·소련의 전투), 1941년 독일 대 소련의 전투, 1944년 노르망디 전투(독일군 대 연합군) 등이 영화에서 재현되고 있다. 제작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사진들을 추렸고, 송민규 프로듀서, 이모개 촬영감독, 조근현 미술감독, 강제규 감독의 제작기를 듣고 모았다.
러시아 벌목장을 봉화에서
영화 속 당시 소련의 쿤그르스크 지역의 벌목장은 봉화 청옥산 자연휴양림에서 촬영했다. “중국이나 러시아 헌팅을 많이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찾는다 해도 영하 45도까지 내려가는 곳들이어서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수백명의 스탭들이 체류할 수 있는 시설도 없었다(강제규).” 대신 이 장면에서는 두 가지 기준을 세워두고 국내 헌팅을 했다. “첫째, 시베리아에서 자생하는 나무의 수종을
새만금에서 라트비아까지 전장에서 보낸 두 계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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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는 280억원짜리 전쟁영화이며 2010년 10월15일부터 2011년 6월12일까지 8개월간 156회차의 촬영을 했다. 1939년 노몬한 전투(일본군 대 몽골·소련의 전투), 1941년 독일 대 소련의 전투, 1944년 노르망디 전투(독일군 대 연합군) 등이 영화에서 재현되고 있다. 제작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사진들을 추렸고, 송민규 프로듀서, 이모개 촬영감독, 조근현 미술감독, 강제규 감독의 제작기를 듣고 모았다.
장동건, 인력거를 몰다
영화 초반부 경성장면은 합천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물론 경성을 재현한 기존 영화의 세트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판을 전부 교체하고 색을 다시 칠하고 일본인 거리와 조선인 거리로 나눴다. ‘활명수’ 같은 당시의 브랜드도 살렸다(조근현).” 인력거꾼 준식(장동건)이 위대한 마라토너 손기정을 손님으로 태우고 경성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 등에서는 “핸드헬드 느낌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인력거 하나를
새만금에서 라트비아까지 전장에서 보낸 두 계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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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에서 느낀 뜨거움은 어떤 거였나.
=어떻게 이토록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실화로 존재할 수 있을까 충격을 받았다. 우리 어르신들이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았다면, 삶에 대한 그런 집념과 애착은 무엇이었을까 싶더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율이 돋았다. 한편으론 나에게 이런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감독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게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준식과 타츠오를 마라토너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사실 당시 징병된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밑바닥의 청년들이었을 거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조선과 일본의 심정적 영웅이다.
=이들을 지탱하는 동력과 힘을 생각하다가 나온 설정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동력은 회귀본능이었다. <마이웨이>의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손기정의 금메달 획득이더라. 또 그 당시에는 별다른 놀이문화가 없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라톤 대회가 큰 행사였다
“그간 과잉이었다 싶어…이번엔 자제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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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연이어 체급을 올리는 권투선수의 도전기를 닮았다. <은행나무 침대>부터 <쉬리>를 거쳐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규모와 기술, 장르적 확장을 시도한 강제규의 영화들은 그때마다 한국영화 전체의 체급을 올렸다. 그리고 <마이웨이>는 강제규와 한국영화가 드디어 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다. 28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의 제작비, 다국적 배우들의 참여와 해외 로케이션, 한국사에서 벗어나 2차대전이란 세계사의 격랑 속으로 뛰어든 이야기. 그의 전작들도 그러했지만 <마이웨이> 또한 한국영화계 전체로 볼 때, 한편의 개봉작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마이웨이>는 전설과 다름없는 실화를 소재로 품는다. 1930년대 후반, 한 조선인이 중국에서 소련으로 넘어갔다가 독일로 향한 뒤, 노르망디 해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상상만으로도 고통과 울림으로 가득한 여정이다. 하지만 <
스펙터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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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가 망하면 큰일난다.” 2011년 한해 동안 수많은 영화관계자들이 기대했고 걱정했다. 한국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마이웨이>는 지금 앞으로 제작될 또 다른 한국영화들의 진행 여부를 결정짓는 책임을 떠안고 있다. 한국의 대작영화들이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올여름을 돌이켜본다면 그 책임은 더욱 막중할 것이다. 지난 12월14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마이웨이>는 현재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얻고 있다. 과연 <마이웨이>의 성취와 한계는 무엇일까. 강제규 감독에게 <마이웨이>의 속내를 물었다. 또한 촬영감독과 미술감독, 프로듀서의 증언을 통해 <마이웨이>의 지난 8개월을 돌이켜봤다
강제규, 다시 링에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