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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곤, 학락, 준형 셋은 30대 후반의, 같은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운전기사다. 그만그만한 밥벌이에 별다른 희망이나 활력이 있기 힘든 셋은 퇴근 뒤 호프집에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해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떤 여자와 자 봤네, 내 삼촌이 옛날 월남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네, 요즘 세태가 어쩌네 등등. 하나마나 한 얘기지만 그게 위로가 되면서 셋 사이에 쌓이는 정이 커갔던 모양이다. 노총각 해곤은 불법 취업한 연변 처녀를 사랑하고, 이혼한 학락은 딸 과외비에 쪼들리고, 유일한 대졸자인 준형은 망나니 형 때문에 집안이 거덜날 형편에 처하는 등 저마다 힘든 사연이 있다. 택시회사 상무가 이들이 빌려준 돈을 떼먹고 달아나자 준형과 학락은 돈많은 점쟁이 할머니 집을 털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별 실속없이 쌓인 이 우정이 문제다.옳던 그르던 혼자서 큰 일을 저지르지 못하는 이 셋이 서로를 방해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벌이는 에피소드들이 계속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의 무게가 만
<라이방> 세친구의 좌충우돌 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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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하면 답이 오는 것일까. 지난주를 기점으로 종영 위기에 처했던 <고양이를 부탁해>가 미약하나마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뒤늦게 찾아온 뜻밖의 원군은 가수 조영남씨. 제작사인 마술피리에 따르면, 10월24일 조영남씨는 마술피리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어제 영화를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돕겠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고양이 살리기 운동본부’를 꾸리자는 제안을 해왔다.<고양이를 부탁해>는 시사회 직후 쏟아진 호평을 등에 업고 10월13일 전국 47개관에서 개봉했지만, 1주 만에 스크린 수 3개관, 전국관객 3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주저앉는 분위기였다. ‘고양이 살리기 캠페인’에 지지를 보낸 이는 조영남씨만이 아니다. 오기민 프로듀서는 “포기하려던 차에 다시 시작해보라는 격려 전화가 쏟아져온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서지 않아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인천시, 문화계쪽 인사들이다.일단은 이들과 힘을 모아 인천 등지에서 재개봉한 뒤, 부
고양이 좀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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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와 <나비>는 결국 기대함직한 소수의 관객조차 만나지 못하고 종영을 맞이할 것 같다. 앞으로도 작고 의미있는 영화들이 줄지어 있어, 많은 영화인들이 근심하고 있다. 이건 관객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즉각적인 자극을 주지 않지만 오래 남는 영화들한텐 그들만의 배급 룰이 필요하다. 김소영 교수가 새로운 룰을 긴급제안한다. 편집자주지금 한국영화 문화엔 이중의 자물쇠가 잠겨 있다. 첫 번째 자물쇠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영화용이다. “문화적 종 다양성의 힘”이라는 슬로건으로 확장된 스크린쿼터 운동과 새로운 감독들과 기획자들 그리고 한국영화로 돌아온 관객 덕분에 이 첫 번째 자물쇠는 훌륭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해방 이후 이제까지 한국영화시장을 독점해온 할리우드영화라는 불한당을 막아낸 것이다. 물론 이것도 최근의 일이며 거의 이변에 가까운 사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밖에선 잘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자물쇠다. 도대체 이 두 번째 문 안에 무엇이 있는가
“문제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 `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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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감독은 처음 <라이방>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부터 김해곤, 최학락, 조준형, 세 배우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들이 주인공 하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게 <라이방>을 만든 이유 중 하나일 만큼 세 배우에 대한 그의 신뢰는 두텁다. 세 배우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조준형은 장현수 감독의 대학 3년 후배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김의석 감독의 단편 <창수의 취업시대> 출연을 시작으로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남자의 향기> 등 장현수 감독의 영화 3편에 출연했다. 그는 부산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이 <라이방>을 찍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매일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 찍을 때도 살아 있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학락은 <게임의 법칙>을 찍으면서 장현수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이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로 데
<라이방>의 세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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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 루어만의 <물랑루즈>가 오는 11월21일 미국 극장가에서 재개봉된다.
루어만 감독은 희망과 부활에 관한 희비극인 이 영화가, 테러리스트 공격 이후 우울증에 걸려 있는 미국 관객에게 `완벽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재개봉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오스카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물랑루즈> 미국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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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문화정책연구소(소장 김수남)가 제정한한국영화문화상 수상자로 「봄날은 간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뽑혔다.
시상식은 11월 2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내 한국영상자료원 로비에서 열린다.
한국영화문화상은 지난해 처음 제정됐으며 「춘향뎐」의 제작자인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 앞서 오후 4시 영상자료원 세미나실에서는 `디지털 영상문화에 대한 논의`란 주제 아래 한국영화문화 세미나가 개최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와 서정남씨가 각각 사회와 주제발표를 맡고 최영철 한양대교수와 서정신 문화평론가가 토론자로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한국영화문화상에 허진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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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이 12월로 예정된 영국 배우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SAG의 윌리엄 대니얼스 위원장은 9만8천명의 SAG 멤버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의 배우조합 이쿼티가 새로운 계약 조건을 얻어내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영국영화 출연 계약을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이쿼티는 조합원들이 출연 영화가 TV로 방영되거나 비디오, DVD로 출시될 경우 정당한 보너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조합원들에게 11월30일 이후 영국영화의 출연 계약서에 사인하지 말도록 권고한 바 있다.
미국 배우들, 영국 배우 파업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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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 주말 <조폭 마누라>에 밀렸던 <킬러들의 수다>가 입소문에 힘입어 2주차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개봉 10일째인 10월21일 전국 100만명을 돌파했고 10월25일까지 전국관객 120만명을 기록했다.
<킬러들의 수다> 개봉 2주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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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OFFICE(서울) 10.27-10.28순위TITLE개봉일스크린좌석수서울주말서울누계(전야제)전국누계1킬러들의 수다2001.10.125213,04482,400589,5001497,7002조폭 마누라2001.09.283610,66163,6001280,1004550,0003물랑루즈2001.10.263412,17562,10082,400148,2004아멜리에2001.10.19112,18116,80080,200127,1005바운스2001.10.27203,93716,60019,10035,2006와이키키 브라더스2001.10.27184,17514,00015,20028,9007귀신이 온다2001.10.26122,2255,3006,50012,5008시리즈 72001.10.2754153,5004,1007,4009오리지날 씬2001.10.1244992,60076,200179,20010봄날은 간다2001.09.2835431,700374,800782,800# 참고사항1) 배급위원회 회원사 및 자사 관객
BOX OFFICE (서울) 10월 27일 -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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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톱스타 톰 행크스가 25일 미국영화협회(AFI)가 제정한 `생애업적상'의 30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5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된 행크스는 93년 <필라델피아>와 94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잇따라 수상했다.AFI 생애업적상은 일생에 걸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영화인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역대 수상자에는 잭 레먼, 엘리자베스 테일러, 스티븐 스필버그, 더스틴 호프먼등이 포함돼 있다.올해 45세인 행크스는 오는 6월12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이 상을 받게 된다.TV 코미디 시리즈 <소중한 친구들>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행크스는 84년 로맨틱코미디 영화 `스플래시'에서 주연을 맡은데 이어 84년 `총각파티', 87년 `드라그넷'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했다.88년에는 `빅'에서 어른의 몸을 한 소년의 역할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처음 지명됐으며 93년 로맨틱 코미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과 `필라델피아' 등으로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
톰행크스 `생애업적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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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기를 맞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영화산업이 알맹이 없는 거품 성장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강한섭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는 2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올림피아호텔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환경과 일본에서의 위상`이란 주제로 열릴 국제세미나에서 한국영화위기론을 주장할 예정이다.그는 미리 배포한 `한국영화 제작환경의 변화'란 제목의 주제발표문을 통해 "한국영화 붐 현상은 한국영화의 수준 향상이나 수요 증가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영화산업 진흥책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계기가 되기보다 다른 나라에 견주어 비교 우위를 지닌 영화장르를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강교수는 한국영화산업이 질적 성장이 아닌 양적 성장에 그치고 있다는 증거로 한국영화의 평균 수익률을 들었다.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할 때 평균 총제작비는 지난 95년에 견주어 330%나
“한국영화 붐은 거품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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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폐공장.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의 류승완 감독이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를 밤샘 촬영중이다. 그런데 공포물도 아닌 액션영화의 촬영장이 꽤 괴기스럽다. 부도난 뒤 오래도록 방치된 공장 자체가 워낙 음산한데, 45m 크레인을 동원해 비를 뿌리고 `번개 라이트'로 이따금 벼락치는 효과를 내자 분위기가 딱 잡힌다. 폐차 직전의 차가 공장 안으로 질주한다. 전도연씨가 달려드는 차를 가까스로 피하지만, 차에 내려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르는 이혜영씨까지 피하지는 못한다. “컷!”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나자 두 배우가 지친 표정으로 곧장 모니터 앞으로 다가와 방금 촬영한 분량을 유심히 살핀다. 그러더니 서로 말도 없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 물에 젖은 몸을 닦아내며 휴식을 취한다. 어딘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듯한 긴장감이 두 배우를 감싸고 돈다.격한 액션이 줄곧 이어지는 영화의 특성이 적잖이 작용한 탓이다. 마치, 여성버
감독 왈 펄프 누아르 “피도 눈물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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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은 개인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일지 모른다. 집단간에, 나아가 국가나 민족 간에 벌어지는 일들의 동기를 설명하거나 책임을 따질 때 도덕이라는 게 쓸모가 있을까. 전쟁이 벌어져 집단적 광기가 횡행할 때, 도덕을 믿고서 눈 앞에 보이는 시람을 찾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어리숙한 인간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배신을 당할 수 있다.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는 중국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귀신이 온다>는 그 배신의 순간을 충격적으로 잡아낸다.일본군 기지 바로 옆 마을의 한 집에 복면한 이들이 나타나 포박한 일본군인 두명을 맡긴다. 주인에게 총을 겨누고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이 두명을 가둬놓고 있으라고 협박하고 돌아간다. 어쩔줄 몰라하던 주인은 마을회의를 열어 복면한 이들이 중국군일 것으로 단정짓고 그들이 올 때까지 두명을 광에 가둬두기로 결정한다.선량한 주인은 두명에게 정성을 다해 밥을 지어 먹이고, 일본군에게 들킬 위험에 처해 마을 사람들이 죽이
일본군 구해줬더니 학살로 갚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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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를 맞아 이제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1월 9일부터 17일까지 8일 동안 부산의 5개 극장, 15개 스크린을 통해 영화의 향연을 펼친다. 예년보다 3주 정도 늦게 시작하는 탓에 가을이 제철인 전어의 싱싱한 맛을 즐기기는 힘들어졌지만, 60개국 203편의 상영작은 여전히 이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힘든 선도 높은 것들이다.올해는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많아졌고, 영화 초청 국가수가 늘면서 영화들이 더 다양해졌다. <칸다하르> <델바란>에서는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간접적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고, 한국과 함께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이 폭증하고 있는 타이와 프랑스의 흥행작들을 만날 수 있다. 코언 형제, 고다르, 허우샤오시엔 등 대가들의 신작을 예년보다 많이 만날 수 있는 것도 한 특징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신진 감독들의 영화들을 상대로 한 경쟁부문 `새로운 물결' 등 6개 상영 부문 외에 타이영화 1
[부산국제영화제] 60개국 203편 화제작 큰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