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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7. 12. 한영애 콘서트 <Full Moon>통유리 창 밖으로 내내 조용히 비내리는 오후, 그렇게 낮이 밤보다 편하고 밤이 낮 속에 스며들고 모종의 정서가 고이고 안온한 내 집이 너무도 대견하여 푹 빠지듯, 적셔지듯 한잠 자고 싶은 시간 다소 황망한 소리로 걸려온 전화가 모든 것을 산산조각냈다. 전에 댁으로 찾아뵌 적도 있는데요, 전인권씨 팬클럽 일로, 지금은 한영애 팬클럽인데요, 오늘 한영애씨가 콘서트를 하는데요, 좀 와주십사, 초청장 미리 못 보내드려서 죄송하구요, 전 현경애구요, 한영애가 아니라….한영애와 두세번 스쳐 지나듯 인사를 했지만 한영애가 직접 그런 전화를 할 리도 없고 더군다나 공연 당일날 목매달 일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니 굳이 한영애가 아니라고 부연설명을 할 필요는 없지만, 하도 구분이 다급한지라, 나는 그냥 어버버댄다는 게 그만 가겠다고 약속을 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성균관대 새천년홀은 무대가 깊어 공연장소로 적합해 보였다. 객석의 규모
이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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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만화가 전설 호에로 펜> 1∼3권“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하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오늘도 펜을 불사르는 만화가의 이야기를 그린 <열혈 만화가 전설 호에로 펜>(시마모토 가즈히코 지음/ 북박스 펴냄/ 3천원)이 나왔다. <허리케인 죠>를 연상시키는 극화풍 그림체에 고풍스럽기까지 한 열혈 대사들은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극적으로 과장되긴 했지만, 이 만화에 묘사되는 주인공인 만화가 호노오 모유루의 일상은 꽤 사실적이다. 이미 하나의 마감을 끝냈지만 또 다른 마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어시스트들은 사정이 생겨서 남아 있지 않고, 작품은 안 풀리고 도망치고 싶어도 그러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수를 쓰기엔 시간도 체력도 허락하지 않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대한 묘사는 처절하기 그지없다. 2년 전 다른 출판사에서 <울어라 펜>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기도 했다.<원피스>
[만화계 뉴스] <열혈 만화가 전설 호에로 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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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사 ‘로딩’(Loading)은 ‘어린’ 회사다. 2003년 3월 사업자등록증을 받았으니 이제 넉달이 지난 ‘갓난아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만드는 사람까지 초보자는 아니다. 이 분야에서 각자 6년 넘게 작업해온 베테랑 3명이 주축이 돼 만든 회사가 ‘로딩’이다. 감독이자 대표로 있는 김기표(31·사진)씨는 <마리이야기> 조감독 출신. PD로 있는 이준엽씨는 선우엔터테인먼트에서 ‘스페이스 힙합 덕’팀에 있었다. 아트디렉터 이주석씨는 양철집에서 <원더풀 데이즈> 차기 프로젝트 기획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김 감독과 이 PD는 ‘미메시스’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됐고, 김 감독과 이주석씨는 장편애니메이션 <비너스>의 기획작업을 함께했다.이들을 한데 묶은 것은 만화가 이익선씨가 잡지 <영챔프>에 연재한 화제작 <밀가루 커넥션>. ‘물건이 되겠다’ 싶어 무작정 만화가를 찾아갔다.“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제 애니메이션에서 비주얼
함께 가니 더 좋네요,젊은 애니를 껴안다 ⑦ - 김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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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만화’의 고루함을 돌파하다학습만화라 불리는 상당수의 만화들은 4×6배판의 큼지막한 크기에 좋은 종이를 쓰고 컬러로 인쇄한 모양새를 갖고 있다. 이 학습만화들은 ‘학습’이라는 강박증에 시달려 만화의 재미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잘 본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어린이들은 이미지 언어에 대해 우호적이기 때문에 잘 보는 것이지 어정쩡한 학습만화가 재미있어서 보는 것은 아니다. 학습 강박증은 만화의 완성도를 곧잘 무시하곤 하는데, 몇 페이지에 한번씩 학습코너를 집어넣으면 만화 자체의 완성도를 대거 상쇄할 수 있다는 완곡한 믿음, 혹은 뻔뻔스러움을 발견할 때는 당혹스럽기도 하다.만화에 학습만화란 있을 수 없다. 만화는 그냥 만화다. ‘학습’이라는 당혹스러운 접두사가 어울리지 않는다. 학습소설? 학습영화? 학습노래? 어울리는가? 당연히 어울리지 않고, 이런 발상을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만화에만 학습만화라는 용어가 자연스러울 정도로 확산된 것
박시백 <만화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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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된 제품을 싸게 파는 반품사이트가 화제다. TV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개봉만 하고 쓰지 않은 채 되돌아온 상품을 시중가보다 50% 이상의 싼값에 판매한다. 쇼핑몰쪽에서도 반품을 처리할 수 있으니 좋고, 소비자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그야말로 윈윈 전략인 셈이다. 지난 7월11일 KBS 에서 반품 매장에 대해 다룬 뒤로 더욱 널리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방송에 소개된 할인율이 모든 품목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상품별, 등급별로 할인율이 달라서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www.kbs.co.kr/2tv/vj)이 뜨겁다. 또 접속자 폭주로 인해 접속이 불안정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요 반품 쇼핑몰로는 반품닷컴(www.vanpum.com), 메이트마트(www.matemart.co.kr), 트레이디포(www.tradepot.com), 온트랙코리아(www.ontrackkorea.com) 등이 있다. 각각 취급상품에 차이가 있다. 반품닷컴과 트레이디포는 일반 쇼핑몰
반품은 반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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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게임의 가능성게임 역사 초창기에는 한명이나 두명이 만든 게임이 적지 않았다. 녹색과 흰색의 점과 선만으로 이루어진 조악한 그림으로는 많은 인적 자원을 잡아먹을 일이 없었고, 그것도 없이 구구절절 말로만 설명하는 게임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상상으로 대체하던 것들을 전부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시대가 왔다. 모니터 속에 완벽한 3D세계를 구현하는 건 더이상 꿈이 아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는 데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게임 제작 인원과 비용은 예전의 백배, 천배가 되었다. 현 단계의 기술 수준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작업에만 수십명이 필요하다.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예전에는 몇만장만 팔리면 충분히 성공한 게임이었지만, 지금은 몇십만장, 아니, 몇백만장을 팔아야 간신히 수지를 맞추는 게임이 있다. 할리우드뿐 아니라 게임계에서도 대작주의의 악순환이 생겨난 지 오래다. 독창적인 작은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은 사라지고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
<주키퍼>와 <더 미스테리 오브 타임 앤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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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하실래요?좀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못 마신다. 조금만 마셔도 속이 쓰려서 몇 시간 동안은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향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는 사실. 그래서 누군가가 커피, 그중에서도 헤이즐넛향 커피를 마시고 있을라치면, 정신을 잃고는 그 커피를 먹어봐야겠다고 달려들기도 한다. 물론 한 모금 들이켜는 순간, 바로 후회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에서인지, 고등학교 때부터 커피우유를 최고의 음료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커피우유는 먹는데, 카페오레는 못 마신다는 말이지?’라며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지만,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30 중반을 바라보는 이 나이까지 커피우유를 애호하고 있다.그런 커피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상황 때문에, 어느 자리에서건 커피가 화제에 오르면 입을 닫아버리는 습관
<브루스 올마이티>에 출연한 콜롬비아 커피의 얼굴 후안 발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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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로서 <헐크>는 완벽한 실패작이었다. 2시간30분이라는 믿지 못하게 긴 러닝타임 동안, <스타워즈> 몇회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과잉으로 뒤얽혀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컷 수를 늘린 화면은 또다시 화면분할 기법으로 조각나 있다. 늘 프로작(항불안제)을 상용하는 것 같은 심중있는 무사인 리안은 갑자기 처방전을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로 바꾼 사람처럼 공격적인 연출 스타일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는 특수효과라는 마법을 처음 손아귀에 쥔 아이처럼, 기존의 카메라로는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극단적인 줌인과 줌아웃으로 개구리 눈알과 헐크의 눈동자를 늘렸다 줄였다 좁혔다 멀어지게 했다 만든다. 관객의 감정이입은 산산조각나고 헐크와 슈렉의 차이가 무언가 하는 질문이 끼어드는 사이, 영화는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헐크의 가족사에 시간을 낭비한다. 그러니까 <헐크>는 <배트맨>이 보여주는 장대한
블록버스터 공식을 위반하며 미국을 심층 분석한 <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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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7월16일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메가토크 행사에서 김소영 영상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영화학자 스티븐 슈나이더의 강연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스티븐 슈나이더는 하버드대와 뉴욕대학 티시예술대에서 철학과 영화학 박사과정에 있으며 <공포의 디자인: 영화적 공포의 미학> <뉴 할리우드의 폭력> <호러영화와 심리분석> 등의 책을 쓰고 엮었습니다.
괴물 = 일그러진 예술품
나는 호러영화의 역사 속에서 살인을 예술과 동일시하는 시선을 본다. 이 시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 표현주의 공포영화나 <오페라의 유령>(1925), <프랑켄슈타인>(1931) 등 수많은 고전기 호러무비는, 괴물이라는 존재를 더럽혀지고 망가진, 실패한 예술 작품과 동일시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뿌리를 더듬으면 문학작품에서 영감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이같은 비유법은, 영화에 이르러 더욱 생생하게 재현됐다. 예컨대
호러영화 속 괴물들 - 스티븐 슈나이더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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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딘지 낯익은 이 화두는 인문학자로서의 내 자신에게 결코 끊이지 않는 자아성찰의 의문 중 하나이다. 요즘처럼 첨단 기계문명이 인간의 하루하루를 좌우하는 시대에도 이 화두는 여전히 그 무게감을 떨구지 않는다. 과연 과학과 인간은 우리 세계의 서로 다른, 대립적인 축인가?
1년 전 주말이었다. 여느 때처럼 비디오 앞에 둘러앉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스탠리 큐브릭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 <A.I.>는 뜻밖이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인해 대중에게 외면당했다지만 영화를 야곰야곰 뜯어보는 습관이 있는 내게는 실로 가슴 철렁한 무거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나만 그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들과 주말 저녁을 보내려고 가볍게 시작했던 기대는 어긋났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우리 가족은 점점 무겁게 무겁게 고요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던 것이다.
영화는 인간과 기계문명의 관계를 피노키오의 플롯을 따라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 나간다. 얼핏 낡아 보이는 그 주제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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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다. 키, 몸무게 등을 재는 신체검사말고. 이 나이 되도록 건강검진받는 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전 업무 작파하고 건강 기록표 한장씩 든 채 엑스레이 찍어주는 차 앞에 늘어선 동료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하긴 마다할 놈이 누가 있겠나. 일 않고 시간 보내고, 거기다 건강검진받게 해주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덧붙여졌을 테니.안정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고 어이없는 것인지를 우리는 지난 5, 6년 사이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몇년 전에 무슨 은행 없어질 때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던 은행원들 모습도 생각난다. 요새야 은행원들이 농성하는 일이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참 낯설었다. 데모하는 놈들 때문에 차 막힌다고 구시렁거리던 사람들이 평생 가볼 일 없을 거 같았던 명동성당에 앉아서 농성을 하자니 기가 막히기도 했을 것이다. 이처럼 안정된 직장이라는 게 끝장난 지 오래건만 아직도 그것에 매달려 자기는 정식이고 다른 이는 계약이라며 흐뭇해하는 사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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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부럽지 않다2D는 아무리 많은 그림들을 정교하게 제작하더라도 평면의 그림을 겹쳐놓은 것에 불과하기에 사실적인 깊이는 느낄 수 없다. 가장 진보된 기술로 알려져 있는 3D 역시 결국 실사를 닮기 위한 몸부림이나 현재의 수준은 어색함을 면할 길 없다. 그러나 미니어처로 직접 촬영한 배경은 실사이기 때문에 그 질감과 깊이가 어떤 가상의 표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국내 굴지의 프라모델 전문가들과 조각가, 미니어처 전문가들 30여명이 10개월간 밤낮으로 매달려 만들어낸 <원더풀 데이즈>의 배경화면은, 2D와 3D, 그리고 미니어처 촬영이 어우러져(multi-mation), 그대로 눈을 압도하는 사실성이 있다. 프로덕션디자이너자 미니어처 섹션 감독을 맡은 이석연(38)씨의 손을 자세히 쳐다보게 되는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터과 제작자들을 놀라게 한, ‘원더풀’한 화면의 뒤안에는 제작팀의 처절한 ‘데이즈’가 있었다면 농담처럼 들릴까.
<원더풀 데이즈> 프로덕션디자이너 이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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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트루먼 쇼> 개봉 뒤 미국 평론가들은 짐 캐리에 대한 배우론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기괴한 표정과 과장된 몸짓이 전부인 줄 알았던 코미디언이 알고보니 진지한 연기세계를 갖추고 있다더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했다. 클럽 출신의 3만5천달러짜리 스탠드업 코미디언에서 단 세편의 영화(<에이스 벤츄라> <마스크> <덤 앤 더머>)로 2년 만에 2천만달러짜리 A급 스타가 된 배우. 진지한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개런티를 8백만달러나 깎아가며 도전했던 <트루먼 쇼>가 제몫을 다한 셈이었다. 그뒤 짐 캐리는 <맨 온 더 문>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그린치> <마제스틱> 등 코미디와 드라마를 좀더 편하게 오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맨 온 더 문>과 <마제스틱>은 이전만큼 감동적이지 못했고, 한동안 모습이 뜸했던 그의 컴백 자리엔 특유의 코믹한
웃기는 게 다는 아니지, <브루스 올마이티>의 짐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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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여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청맹’ 상태에 빠진다. <질투는 나의 힘>을 봤을 때도 그랬다. 여자감독이 만든 이 영화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여자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쓸데없이 알고 있는 듯한 투로 말을 꺼냈다. 화근이었다.“남자 둘을 번갈아가면서 만나고, 그 남자 둘이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거 보고 있는 여자는 여왕벌 아니냐? 자궁에서 남자들을 화해시키려는 엄청난 여신적인 욕망 아니냐?”어떻게 그런 한심한 소감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느냐는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형, 그렇게 본 건 X가 X만 봤기 때문이에요. 그 영화는 그냥 남자들의 뻔뻔스러움에 대한 영화예요. 수컷들은 어떤 경우든 거들먹거린다는 거, 박해일처럼 거들먹거리지 않는 시늉을 취하는 경우도 사실은 ‘나는 안 거들먹거려’라고 거들먹거린다는 거, 남자 둘이 화해하는 건 그 둘이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같다는 거예요.”나는 목간에서 미끄러진 것처럼 민망했지
건달,<싱글즈>를 보고 여성 판타지의 종합선물세트를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