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나는 너무 어린애였다.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극장에 처음 갔을 때 난생처음 들어가보는 거대하고 깜깜한 공간과 난생처음 들어보는 커다란 굉음들과 고개가 뒤로 젖혀져 나자빠질 것만 같은 거대한 화면에 얼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때 상영 중인 영화는 한국전을 다룬 국산 전쟁영화였는데 그 엄청난 스케일의 폭음과 비명과 다급한 외침들과 팔다리가 지뢰에 날아가는 까무러칠 장면들을 보다가 결국, 논두렁에서 개구리나 잡고 놀던 게 전부였던 나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난처해지신 어머니는 결국 영화를 다 못 보시고 경기를 일으키듯 울어젖히는 나를 데리고 극장을 나와야 했다. 그뒤로도 오랫동안, 나는 남모르게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종종 전쟁꿈에 시달리곤 했다.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영화란 정말 너무 생생한 경험이다.그저 때리고 치고 박고 던지고 뛰다가 놀다 지쳐 해지면 잠드는 어린애에서 보고 듣고 읽기에 집중할 줄
감사 - 세상 모든 영화들
-
얼마 전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히 김기덕 감독님을 ‘구경’할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재빨리 사진도 한장 찍었다. 영화제 일정을 매일 디카로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주고 있었는데, 배우나 유명인사의 사진이 없으니까 재미가 없다고 나를 압박하던 차였다. 감독님은 선선히 포즈를 취해주셨고, 그러는 와중에 잊고 있던 한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만일 그 우연한 만남이 없었다면, <내인생의 영화>에서 이 영화를 떠올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명색이 시나리오 작가인 나는 그러나 지극히 평범하고 대중적인 취향을 갖고 있다. 마니아들이 줄줄 외는 고전, 혹은 걸작으로 불리는 작품성 있는 영화들은 아예 기억 속에 없다. 어두컴컴한 시사실에서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감독의 고뇌를 억지로 머릿속에 쑤셔넣기보다는, 쾌적한 영화관에 앉아 액션영화를 보며 박수를 치고 러브스토리를 보며 훌쩍대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나라는 인간이 그다지 깊이있는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
세상의 비밀을 잠깐 엿봤나봐, <파란대문>
-
178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부르주아 혁명. 우리 사회는 2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이 봉건제 척결을 위한 움직임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다. 전국의 부르주아들이 떨쳐 일어났다. 이 모두가 ‘구체제’ 아래 엄청난 특권을 누려온 귀족들을 타도하고, 귀족들의 전제정치로부터 이 사회를 해방하기 위한 운동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봉건귀족들은 수세를 만회하려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 극렬한 저항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최근에 자살한 어느 “노동귀족”의 급여 명세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얼마나 부당한 특권을 누려왔는지 알 수 있다. 기본급이 무려 102만원에, 근무한 지 20년밖에 안 된 주제에 ‘근속수당’으로 무려 6만7천원, 회사가 바쁠 때에 잔업 좀 해주었다고 ‘시간외 수당’으로 따로 43만원, 한달에 자그마치 16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챙겼다.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이가 70평생을 모아 남긴 돈이 29만원이라고
귀족과 부르주아
-
<봄날은 간다> 허진호부터 <살인의 추억> 봉준호 까지… 20명의 감독이 모여 만드는 디지털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이공(異共)>제작발표회가 10월28일 저녁 7시 압구정동에서 100여명의 취재진과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공(異共)>은 그것이 숫자이건, 나이이건, 이름이건 관계없이 ‘20’을 주제로 20명의 감독이 각각 5분여로 제작하는 단편을 모은 새로운 형식의 옴니버스 영화다.이날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이공(異共)>의 김영 프로듀서(<장화,홍련>프로듀서)는 한국영화아카데미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모이게 되었고, 디지털을 이용한 자유롭고 빠른 제작방식과 모바일, 인터넷, 극장까지 다양한 관객과의 만남이 용이한 유통방식까지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영화 만들기의 가능성을 열고자 이들 감독이 연합전선을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이 날 행사에는 감독들 외에도 김주혁, 김인권, 임수
영화 <이공(異共)> 제작 발표회
-
-
▲엄정화, 김주혁 주연의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제작 제니스엔터테인먼트ㆍ감독 강석범)이 최근 첫 촬영을 시작했다. <…홍반장>은 변두리에 치과를 개업한 완벽주의자 여자 치과의사(엄정화)가 이 동네의 동반장(김주혁)을 만나 함께 만들어가는 연애담을 그린 코믹 멜로 영화. 내년 1월 중순까지 촬영한 후 3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더 자두'의 멤버 자두가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영어완전정복>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참여한다. 장혁ㆍ이나영 주연의 <영어완전정복>은 영어 콤플렉스에 빠진 남녀의 유쾌한 사랑 만들기를 그린 영화. 자두는 현철이 부른 트로트 '사랑의 이름표'의 리메이크 버전을 부른다. (서울=연합뉴스)
[영화가] <…홍반장> 촬영 시작 외
-
스포츠 마케팅 전문회사인 현대 스포츠 인터내셔널(HSI)이 카레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 <G.T>(가제, 제작 노브스컬쳐)의 제작ㆍ투자를 시작으로 영화 사업에 진출한다고 29일 밝혔다. HSI는 1997년부터 국제유도연맹의 마케팅 사업을 대행하고 있으며 2001년 한ㆍ일 프로축구 올스타 연합 대(對) 세계 올스타 시합 등 국내외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 주관해온 회사. 영화 <G.T>에는 공동 제작사와 메인 투자사로 참여한다.
제작비 50억원이 투입될 <G.T>는 드라마와 레이싱 액션에 역점을 둔 스포츠 영화. 제목 <G.T>는 자동차 경기의 최고 클래스인 `Grand Touring'의 약자다. HSI는 영화에 대해 "글로벌 소재를 한국적 드라마에 담아낼 프로젝트"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꾸준히 영화 제작 혹은 투자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T>는 캐스팅 작업을 마친 후 내년 3월부터 촬영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현대스포츠, 로 영화산업 진출
-
<황산벌>의 위력이 만만치가 않다. 개봉 2주째인 25~26일 주말에도, 충무로 메이저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제작한 첫 영화 <위대한 유산>의 도전을 물리치고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뒤 2주 동안 <황산벌>은 서울 57만명, 전국 172만명(씨네월드 집계)의 관객을 동원했다. 3주째가 되는 11월 1~2일 주말 예매율도 맥스무비 집계로 1위다. 이 추세라면 <매트릭스 3>이 개봉하는 11월5일 전까지는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 같다.임창정, 김선아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위대한 유산>은 개봉 첫 주말인 25~26일 서울관객 11만1천명으로, 12만5천명의 <황산벌>에 근소한 차이로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성룡 주연의 <메달리온>, <은장도> 등의 순
<위대한 유산> 도전 물리친 <황산벌>
-
세상은 편견과 편견의 전쟁터다. 한 집단에 지울 수 없는 오명이 붙어 있을 때, 그 오명을 지우는 방법은 역편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동성애자의 이미지가 그렇다. 동성애자들은 변태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 ‘정치적으로 올바른 편견’을 만들어낸다. 남성 동성애자가 (특히 여성에게) 좋은 친구라는 이미지도 그 중 하나다. 촐싹거리고 꼴값떠는 징그러운 게이 이미지가 판을 치던 한국의 안방 극장에 마침내 다정다감한 게이 이미지가 도착했다. SBS드라마 <완전한 사랑>의 홍승조(홍석천)가 바로 그것이다.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인 지나(이승연)와 시우(차인표) 사이에 홍승조가 있다. 세 사람은 어릴 적부터 친구다. 지나는 시우에게 일편단심이지만, 시우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친구로 지낸다. 승조는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관계의 현명한 중재자다. 특히 지나에게는 각별하다. 승조는 지나가 시우에 대한 미련으로 상심할 때마다 보듬어주고 위로해준다. 그는 원숙한 조언자이기도 하
[TV방송] 게이는 여자들의 친구? <완전한 사랑>
-
“박 서방! 우리집 아궁이 좀 고쳐줘요”, “예, 곧 갑니다 ”, “꼭이요”라는 대사와 함께 타이틀이 오르는 강대진 감독의 1960년작 <박서방>은 한국영화 전성기 가족멜로드라마의 전형이다.
1남2녀의 아버지인 박 서방(김승호)은 연탄 아궁이를 수리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가장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랑거리인 자식들이 있는데, 착하게 자란 두딸(조미령, 엄앵란)과 제약공장에서 사무일을 보는 아들(김진규)이 그들이다. 자식들에게 완고하지만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잘살길 바라는 건 아버지로선 당연한 것이었다. 아마 어렵던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이런 바람을 가지고 힘든 세파를 버티며 살았으리라.
<박서방>은 대표적인 한국 가족멜로드라마다. <마부> <로맨스 빠빠> <삼등과장>처럼 자식들 잘되길 바라는 우리네 아버지의 엄하지만 넉넉한 가슴을 느낄 수 있는 고전 멜로영화다. 1960년에서 1962년까지 만들어진 한국영
[한국영화걸작선] 가족멜로드라마의 고전,<박서방>
-
아버지와 아들이번주 방영될 독립영화는 두편의 아시아 단편이다. 타이의 <키작은 아빠>(A Little Dad/ 타페퐁 프라툼윙/ 타이/ 35mm/ 2002년)는 자신의 아들과 키가 똑같은 난쟁이 아버지의 모습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하기 위해 하루종일 학교에서 돌아올 아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들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늦게 돌아온다. 아버지는 섭섭해하고, 둘은 잠시 등을 돌리지만 아들은 아빠는 물론 친구들과도 함께 축구를 하게 된다.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쓸쓸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하늘 위의 아버지>(The Heavenly Father/ 페이먼 나한 고드라티/ 이란/ DV 6mm/ 2003년)는 아이가 등장하는 이란의 착한 영화이다. 모흐젠은 학교에서 아버지의 직업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직업이 무엇인지 진짜 알지 못한다. 어머니도 쉽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학교에서 혼이 난 모흐센은 아버
[독립·단편영화] <키작은 아빠> <하늘 위의 아버지>
-
Sphere 1998년 감독 배리 레빈슨출연 더스틴 호프먼 SBS 11월2일(일) 밤 11시45분
외계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우주선이 발견된다. 미 정부는 최고의 탐사팀을 결성하는데 심리학자 굿먼 박사와 그의 옛 애인이었던 생화학자 헬퍼린 박사, 수학자인 애덤스 박사, 천체 물리학자인 테드 등이다. 굿먼은 상황을 가정하여 논문을 제출한 적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 따라 심연의 외계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떠난다. 외계물체는 커다란 구형이며 금색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스피어 발견 이후 탐사팀은 수면에 있는 해군 본부와 연락이 끊긴 채 고립된다. 이후 의문의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더스틴 호프먼, 샤론 스톤 등이 출연.
[주말 TV] 스피어
-
Cast Away, 2000년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출연 톰 행크스 KBS2 11월1일(토) 밤 10시50분
택배회사에서 근무하던 척 놀랜드. 일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는 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처럼 연인 캘리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해외 출장을 가라는 호출이 받고 그는 회사 전용기에 오른다. 목적지로 가던 도중 척은 악천후로 인한 비행기 사고를 당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도착한 곳은 무인도. 섬에는 사람은커녕 동물조차 살지 않는다. 톰 행크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 <포레스트 검프> 등을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작이다.
[주말 TV] 캐스트 어웨이
-
"관변영화도 이렇게 참신하고 건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인권 의식을 일깨우는 계몽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적으로도 다양한 표현과 풍부한 재미를 갖추고 있지요. 감독마다 각기 다른 개성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시선>의 제작 총지휘를 맡은 이현승(43) 감독(사진)은 지난 28일 기자시사회를 마친 뒤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임순례ㆍ정재은ㆍ여균동ㆍ박진표ㆍ박광수ㆍ박찬욱 등 충무로의 간판 감독 6명이 메가폰을 잡은 <여섯 개의 시선>은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인 뒤 캐나다 밴쿠버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상영됐다. 일반 관객과 만나는 것은 11월 14일이다.
"시사회를 많이 가져 입소문을 낸 뒤 전국의 40∼50개 스크린에 간판을 내걸 생각입니다. 중고생의 단체관람까지 유치하면 20만∼30만 관객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제작비 5천만원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
[인터뷰] <여섯 개의 시선> 이현승 감독
-
Once More, with Feeling1960년, 감독 스탠리 도넌출연 율 브린너EBS 11월2일(일) 오후 2시고전음악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예는 적지 않다. 디즈니가 제작한 <환타지아>(1940)를 하나의 실험적 시도의 기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리와 이미지의 실험작인 <환타지아>는 클래식의 선율이 어떻게 애니메이션과 결합될 수 있는지 실증했다. <돌아와요, 내 사랑>에서 음악은 중요하다. 영화의 시작은 남다르다. 베토벤에서 차이코프스키 등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이 짤막하게 소개되면서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돌아와요, 내 사랑>은 어느 교향악단 지휘자와 그의 아내의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음악적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클래식의 선율이 장면에 배치되곤 하는 것. 이렇듯 자잘한 재미를 지니고 있는 <돌아와요, 내 사랑>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코미디다
음악도 사랑도 조율은 어려워,<돌아와요,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