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없는 사이 인형들이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받는다면’, ’내가 사랑한 인형이 말을 걸어온다면’. 피그말리온 신화부터 피노키오까지 다양하게 변주된 이 고전적인 상상은 <마네킹> <토이 스토리> 등의 영화 속에서 재기발랄하게 그려진 바 있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고, 소중했던 인형의 이름은 기억조차 희미해지게 마련. 그러므로 그 무책임한 상상이 막상 현실이 된다면, 인형들이 복수를 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지도 모른다.
인형의 모델이 되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털털한 성격의 조각가 해미(김유미). 그는 모델 같지 않은 직업모델 태승(심형탁), 19년 넘는 세월을 인형 데미안과 살아온 영하(옥지영) 등 자신과 같은 이유로 모여든 네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을 맞는 것은 음산한 인형제작자(김보영)와 최 관장(천호진), 이유없이 해미의 주변을 맴도는 미나(임은경), 그리고 곳곳에 존재하는 괴기스러운 인형들이다. 가장 불안해 보이던 영하가 발작을 일으키고 그
무심한 인간에게서 잊혀진 인형의 애틋한 배신감, <인형사>
-
로봇-기계-피조물의 반란이라는 소재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까지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닳고 닳은 소재가 여전히 창작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그것이 매혹과 공포의 교접에서 탄생한 원형적 주제들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일 게다. 고전적인 작품들의 경우 의식을 지닌 존재를 창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위반해서는 안 될 한계를 넘어선 데 대한 가혹한 처벌과 반드시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의식을 지닌 피조물에게 인간 자신의 존재론적 갈등이 투사될 때 이는 좀더 철학적, 신학적인 차원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이런 설정이야말로 참으로 현대적인 것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거기엔 인간적 실존과 사물적 존재 사이에 놓인 우리가 어느 순간 문득 경험하게 되는 긴장과 떨림이 반영되게 마련인 탓이다.
<아이, 로봇>에서 자유의지를 지닌 피조물- U.S.R.사 건물 전체를 관장하는 메인컴퓨터 ‘비키’(VIKI)-
의식의 진화가 일어난 미래세계 로봇들의 반란, <아이, 로봇>
-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발칙한 영화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지지고 볶다가 결국 인연으로 맺어지는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이 이 영화에선 여러 번 틀어진다. 우선 여자 셋에 남자가 하나다. 여자 셋은 심지어 우애 좋은 친자매간이다. 그들 모두가 한 남자와 은밀하게 연애를 한다. 그러다 결국 그중 누구 하나와 맺어질까? 글쎄다. “세상에 한 가지 사랑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남자는 말한다. 여자들도 그 말에 공감한다. 동방예의지국, 많이 컸다, 싶다.
그 남자 수현(이병헌)은 <왓 위민 원트>의 멜 깁슨처럼 여자의 속마음을 훤히 읽어낸다. 한술 더 떠, 여자의 억눌린 욕망과 무의식까지 흔들어 깨운다. ‘사랑은 쇼핑’이라고 생각하는 자유분방한 셋째 미영(김효진)에겐 순진한 듯 무심한 듯 다가가, 밀고당기는 기술로 옴짝달싹 못하게 사로잡아버린다. 경험으로 알아야 할 세상사의 이모저모를 책에서 구하는 학구파 둘째 선영(최지우)에겐 인문학적 교양을 과시해 접근한
세 자매와 한 남자의 은밀하고 발칙한 욕망론, <누구나 비밀은 있다>
-
트럭 뒤칸에 몸을 실은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다. “인생이라는 놈은 나를 산과 계곡으로 떠돌게 하고 나이들게 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네….” 이때에 영화를 보는 우리가 어떤 당혹감을 느꼈다면, 인생의 경로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이런 식의 노래는 인생의 여러 험한 굴곡들을 거쳐온 어른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느낀 당혹감의 원인은 또 있었다. 영화 속 쿠르드족 아이들, 어린 나이에 생존을 위해 힘쓰다 삶의 쓰디쓴 맛을 본 그 아이들은 그 같은 노래를 부를 ‘자격’(?)이 충분히 있는 이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에 무엇보다도 우리는 당혹해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후 독일의 참상을 다뤘던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영년>(1947)에서 이미 봤듯이, 통상적인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의 조건 속에 처해 있을 때 아이들의 성장은 보통의 속도를 넘어서며 이뤄진다. 바흐만 고바디의 인상적인 데뷔작 <취한 말들을 위한 시
어느 동정없는 세상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의 울림,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
-
올해 칸영화제가 끝난 직후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화씨 9/11〉에 대해 “이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한 것은 어떻게 변명하든 간에 정치적 제스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썼다. 올해 칸의 경향이 얼마간 미심쩍었던 나는 시원한 비판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비로소 본 지금, 이 영화에 관한 칸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것은 칸의 선택이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정치적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화씨 9/11〉은 미국의 문제아 마이클 무어가 부시의 재선을 막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목적이 명료하고, 내용 또한 명료하다. 부시가 얼마나 무식하고 게으르고 탐욕스러운지, 또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그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사악한지를 폭로한다. 그는 전작 〈볼링 포 콜럼바인〉의 디브이디판에서 “나는 일반적인 디브이디에서처럼 코멘터리를 하지 않겠다. 이 영화는 그것 자체로 말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화씨 9/11〉보다 모든 코멘터리를 더 무색하게 만드는 작품을 상
[비평 릴레이] <화씨 9.11>, 허문영 영화평론가
-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은 24일 시리즈의 마지막 3탄 제목을 <에피소드 3> 대신 <리벤지 오브 더 시스(Revenge of the Sith)>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5월 개봉될 예정인 이 영화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인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착한 노예 소년에서 은하계를 부수는 악당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이 영화는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역을 맡은 아나킨이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는 세력인 우주군 가운데 사악한 세력에 가담하는 것으로 묘사해 그를 타락시키는 내용이다. 루카스 필름측은 수만명의 공상과학영화 팬들이 연례적으로 모이는 `코믹-콘 인터내셔널'이란 행사를 통해 새 영화명 제정 소식을 발표했다.이같은 영화 제목변경은 과거 스타워즈의 열렬 팬들이 <더 팬텀 메너스(The Phantom Menace)> <어택 오브 더 클론즈(Attack of the Clones)>라는 속편 제목
<스타워즈> 완결판 내년 5월 개봉
-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올해 10월 7일 개막하는 제9회 영화제기간에 상영될 특별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확정된 특별프로그램은 `가린과 넥스트제너레이션'이라는 부제의 인도네시아 영화 특별전과 일본, 중국, 태국 등의 신작 장편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아시아 장편 애니메이션영화 등 2개의 특별전에다 월드시네마 부문의 국가별 특별전과 한국영화 회고전의 세부 프로그래밍이 추가됐다.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마련된 독일영화 특별전에서는 60-70년대 동.서독의 대표적 문제작에서부터 거장과 신예들이 만들어 낸 통일 이후 독일의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15편의 화제작이 소개된다. 또 같은 섹션에서는 최고의 작가주의 감독으로 불리는 테오 앙겔로풀로스 특별전이 마련돼 그의 대표작 12편이 상영된다. 이밖에 5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이어진 한국-홍콩 합작시대를 되돌아 보는 테마전도 올해 영화제 특별전에서 열릴 예정이다.(부산=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상영 프로그램 확정
-
<올드 보이>의 박찬욱을 비롯해 김지운, 허진호 등 감독 9명이 영화사 나인디렉터스(대표 이태헌)를 설립했다. 최근 법인신고를 마친 이 영화사에는 이밖에 봉준호, 유하, 이재용, 김성수, 이현승, 권칠인 감독이 참여했다. 영화사는 각 감독이 자본금의 일부를 출자한 유한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작품 사전개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태헌 대표는 "감독들의 작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고 설명하면서 "아직 투자유치가 결정된 것은 없지만 나인디렉터스의 투자방식이 앞으로 새롭고 합리적인 영화제작 시스템의 한 모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인디렉터스는 작품의 사전개발비를 확보,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직접 제작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대표는 "제1 혹은 제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되 기존 영화계로부터의 투자는 피할 것"이라고 밝히고 투자금의 회수는 투자자와 제작사 사이에서 결정하는 방식
박찬욱 등 감독 9인, 영화사 공동설립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모델로 한 기업소설로 화제가 됐던 작가 안혜숙씨의 '잃어버린 영웅'(찬섬출판사刊)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소설에서 대우그룹은 상우그룹이라는 가공의 대기업으로, 김우중 회장은 김준상 회장이란 가상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은 이런 소설적 장치를 통해 대우그룹의 성장과 해체과정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신화로까지 불리다 지금은 해외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김우중씨 개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 및 그의 세계경영 철학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소설은 또 권력 실세들에 의해 기업이 몰락해가는 과정과 이 과정의 수많은 비화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등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로 서점가에 선보이자마자 베스트셀러로 진입했다.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기로 한 제작사는 영화 <몽정기> 등을 공동제작한 휴먼컴. 휴먼컴 신동준 과장은 "현재 프로듀서를 물색중이며, 프로듀서와의 의견조율을 거쳐 빠른 시일 안에 감독 등 스태프를 구성하고 주연배우를 선정, 이르면 9월초에 크랭크인할
대우그룹 전회장 김우중씨 모델 소설 영화화
-
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공포영화 <분신사바>의 언론시사가 7월 26일 오후 종로의 한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열린 시사회에는 영화의 주연배우 및 500여명의 국내외 기자와 영화관계자들이 참석해 <분신사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가위>, <폰>으로 한국적 공포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안병기 감독의 세번째 작품인 <분신사바>는 왕따 당하던 여고생들이 부른 '분신사바' 주문이 현실이 되며 엄청난 저주를 몰고 온다는 내용. 일찌감치 일본에 300만 달러(약 36억원)에 판매되는 등 국내 개봉 이전에 이미 제작비 이상을 벌어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분신사바>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은 '안병기'라는 공포영화 전문감독의 브랜드가 2002년 <폰>에 이어서도 여전히 유효할지에 집중되어 있다. 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주연의 <분신사바>는 8월 5일 관객에게 주문을 걸 예정이다. 제작 TOILET Pi
<분신사바> 언론에 첫 공개
-
<엑스칼리버> <테일러 오브 파나마>로 잘 알려진 영국의 영화감독 존 부어맨(John Boorman)(사진)이 9월1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61회 베니스영화제의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영화제측은 26일 홈페이지(www.labiennale.org)를 통해 부어맨 감독을 포함한 심사위원 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나머지 심사위원으로는 <굿바이, 레닌!>의 독일 감독 볼프강 베케르,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 세르비아 출신 두산 마카베예프 감독,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주연여배우 스칼렛 요한슨, 이탈리아 감독 밈모 칼로프레스티, 대만 제작자 수펑, 이탈리아 편집감독 피에트로 스칼리아가 포함됐다.이들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남녀주연상, 신인상, 기술공헌상 등의 수상작을 선정하게 된다. 한편, 올해 신설된 '베니스 디지털' 부문의 심사위원으로는 위원장 마이클 피기스 감독을 비롯해 일본의 이치야마 쇼조 프
올해 베니스 심사위원장 존 부어맨 감독
-
조지 부시 미대통령의 對테러 전쟁을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 다큐 영화로는 사상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수입 1억달러를 돌파했다. <화씨 9/11>은 지난 주말 관람료 수입 5백만달러를 기록, 6월말 개봉 이후의 총 관람료 수입이 1억3백35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씨 9/11> 이전 최고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린 다큐 영화는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2천160만달러이다.<볼링 포 콜럼바인>이 이정도 관람료 수입을 올리는 데에는 9개월이 걸렸으나 <화씨 9/11>은 개봉 후 첫 주말에 벌써 2천390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어 감독은 9.11테러 이후 부시대통령의 조치를 비판한 이 영화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로 "미국민들이 지난 3년간에 대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듣지못했고 백악관에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민들이
<화씨 9/11> 다큐 최초 박스오피스 1억달러 돌파
-
러시아영화 <나이트 워치>가 자국 시장에서 <스파이더 맨2> <트로이>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눌러 화제가 되고 있다. 제작비 500만달러가 들어간 대작 <나이트 워치>는 세르게이 루캬넨코의 3부작 SF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11일 동안 850만달러를 벌어 <스파이더 맨2>의 550만달러를 가볍게 눌렀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 콘스탄틴 에른스트는 “러시아인들은 뉴욕에서 찍은, 그들의 일상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이국적인 영화를 보는 데 질렸다”고 성공의 원인을 설명했다. 빛과 어둠의 세력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루고 있는 <나이트 워치>는 특수효과 대부분을 러시아 기술로 만들었고, 러시아인들에게 친근한 자국 배우를 캐스팅했다.
러시아영화가 이런 성공을 거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러시아영화는 대부분 예술영화인데다 소비에트공화국의 붕괴와 함께 영화산업도 몰락했기 때문이다. 배급도 흥행에 장애로 작용해왔다.
<나이트 워치>, 공격적 마케팅으로 <스파이더 맨2> 눌러
-
메가박스가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에 “상영관을 내주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화씨 9/11> 홈페이지에 “메가박스 전국 체인에서는 개봉을 못하게 되었습니다”는 공지가 나붙자 “한개의 개봉관도 내기가 힘드나? 정말 의문이네요”(love29)라는 네티즌들의 항변이 뒤따르고 있는 것. 게다가 한 시사주간지를 통해 칼라일 그룹이 한달 전 메가박스의 50% 지분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 업체 로이스시네플렉스엔터테인먼트사의 대주주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부시의 영향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은 세계 각국의 영화관들과 배급사까지 미치는구나”(sopq)라는 분노도 터져나온다. 막강한 정·재계 인사들을 동원해 군수업체와 금융업체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떼돈을 번 칼라일 그룹은 <화씨 9/11>에서 부시 정권과 빈 라덴 일가의 결탁을 돕는 중재자로 언급된다.
이런 논란에 대해 메가박스쪽은 “미국 로이스 체인에서도 <화씨 9/11>을 상영
[인 사이드 충무로] 메가박스 뭐가 무섭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