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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새로운 중세라 할 것인가? 21세기판 십자군 원정과 지하드 성전, 그리고 각양각색의 원리주의적 광신이 전세계를 횡행하는 가운데 필름으로 찍어 바친 멜 깁슨의 2500만달러짜리 헌금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
지난 수개월간 영화 속의 거의 모든 내용에 대해서 태형을 당하듯 비판받아온 멜 깁슨의 이 126분짜리 참혈잔혹극은 예수가 지상에서 보낸 최후의 수 시간을 영화화하고 있는데, 경건하기보다는 야단법석스런 소동에 가까워 보이고 종교적 현신(現身)이라기보다는 영화 흥행사상 흥미로운 일화의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9인치 대못에 대한 설왕설래부터 프랭크 리치에 대한 살해 위협, 영화에 대한 교황의 공공연한 옹호, 그리고 올해 85살인 멜 깁슨의 아버지가 라디오 방송에서 늘어놓은 이상하기 짝이 없는 반유대주의적 극언에 이르기까지, 종교영화답지 않게 백악관 특별 시사도 가지지 못한 이 영화를 둘러싼 모든 소동에 대해서 우리는 최소한 “그들은
2500만달러짜리 헌금,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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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학자가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폐악‘드디어’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국내에서 상영되기 시작했다. 성서의 예수 고난 이야기를 ‘그대로’ 영상화했다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은 복받치는 눈물을 흘리고 있고, 비기독교인들은 제대로 이유나 영문도 밝히지 않는 예수의 고난묘사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성서의 사실 그대로’라고 감상을 표현한 바티칸 교황과 그 주변의 신부들은 성서의 예수를 제대로 모르거나 아니면 영화에 대한 문외한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래도 교황인데 예수를 모를 리 없다고 믿어 그분이 영화를 잘 모른다는 쪽으로 생각을 하려 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러나 정말로 이 영화가 예수의 고난을 사실 그대로 묘사했을까? 잠시만 생각해봐도 ‘역사의 사실’ 운운하는 것은 흥행성을 위한 허구에 불과함을 잘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시공간을 분할하고 내용의 취사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영화매체의 특성상 ‘사실 그대
성서를 모르거나, 영화를 모르거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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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영화의 오이디푸스, 잠재적 아버지로서의 소년
<씨네21> 446호 ‘기획’에서 허문영은 전쟁 직후의 폐허에 원빈만을 남겨둔 <태극기 휘날리며>의 결말로부터 한국영화의 ‘소년성’을 추론해낸다. 공동체를 대변하는 영웅이 아니라 공동체와 무관하게 홀로 남겨진 소년이 성장영화의 큰 틀에서 한국영화의 대성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몇장 뒤에는 최근의 페미니즘 논쟁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 황진미의 <사마리아> ‘영화읽기’가 실려 있었다. 상당한 공감과 부분적인 이견을 촉발한 두 글에 하나의 화답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은 <사마리아> 역시 주인공을 홀로 남겨두며 끝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지 성별이 다를 뿐. 아버지 없는 이 두 소년소녀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없다. 그래서 김기덕의 지정학이 중요해진다. <태극기…>가 대박의 신화를 쓰는 동안, <태극기…>로는 엄두도 못 낼 상을 탄 <사마리아
한국영화의 ‘소년성’진단과 김기덕, 페미니즘 논쟁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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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독립.소통 주제로 열흘간 252편 상영대안영화의 새로운 지표를 연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3일부터 열흘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등에서 252편(장편 116편, 단편 136편)을 상영한다. 자유, 독립, 소통을 주제로 한 영화제는 안성기, 장나라의 사회로 23일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개막되며, 이어 민병국 감독의 데뷔작 <가능한 변화들>로 시작된다.특히 올해 영화제는 자본과 주류에 맞선 세계의 도전적인 독립영화 16편이 소개되는 영화제 섹션 `인디비전'이 마련돼 지역과 장르 구별 없이 독립영화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이밖에 일본 독립 영화의 역사 전체를 재조명하는 영화제 섹션 `일본 독립영화의 현재'에서는 일본의 영화 제작과 배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5개의 영화단체가 선정한 16편의 다양한 독립 영화들과 영화 속의 음악을 음미하는 `전주 소니마주' 등도 꼭 챙겨볼만 하다.2003년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들 가운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
전주국제영화제 23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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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함과 모험 ‘숨은 소리’ 찾기
영화 성찬3 - ATG 회고전으로 보는 일본 예술영화의 힘
1961년에 발족된 일본의 ATG(Art Theater Guild)는 ‘예술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일본 전역에서 10여개의 예술영화전용관을 확보하고, 그 영화관에서 상영할 영화를 직접 만들기 위해 조직된 ATG는 일본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양산했고, 다양한 성향을 가진 감독들이 메이저 영화사에서 시도할 수 없는 영화를 저예산으로 만들 기회를 제공하였다. ATG는 86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했고, 참가한 감독의 성향에 따라 크게 3기로 구분된다. 메이저 영화사가 거부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곳, ATG는 감독의 자유로운 창작욕을 불태웠다는 점에서 일본 예술영화의 수원지라고 할 수 있다. 1, 2기는 메이저와 불화를 겪은 감독, 아예 접촉조차 하지 않았던 예술영화 감독들이 활동한 시기다. 반면 3기는 기존의 영화나 TV에서는 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시도해
선택! 2004 전주국제영화제 - [3] 일본 예술영화 ATG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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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아, 솔라스의 ‘혁명영화’와의 조우
영화 성찬2 - 쿠바영화 특별전
1960년대 브라질에서 글라우버 로샤가 ‘굶주림의 미학’을 주창했다면 비슷한 시기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나라인 쿠바에서는 훌리오 가르시아 에스피노자라는 영화감독이 ‘불완전한 영화’를 새로운 영화의 시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에스피노자의 이 개념은 당연히, 당시의 쿠바처럼 영화적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나라에서 기술적·예술적 완성도를 지향하는 영화적 시도란 소모적일 뿐 아니라 그릇된 것이라는 생각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이 ‘불완전한 영화’가 단지 당대의 물질적 제한에만 대응하는 영화, 그래서 부주의하게 혹은 볼품없이 만들어도 되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건 분명 에스피노자의 생각을 오해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나중에 그는 자신이 의미하는 게 새로운 영화문화의 전개에도 동화하고 그것에 관심을 갖는 영화라는 점을 재차 밝혀야만 했다. 즉 필요에 의해 그 어떤 양식이나 장르를 활용하는 절충주의의 방법
선택! 2004 전주국제영화제 - [2] 쿠바영화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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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계속된다영화 성찬1 - 거장들의 과감한 도전에서 젊은 감독들의 날카로운 시선까지, 강력추천 8편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감독 짐 자무시/ 미국/ 2003년
<블루 인 더 페이스>(1995)에 출연하여 애연가의 철학을 읊조리기도 했던 짐 자무시는 1986년과 1989년, 그리고 1993년 각각 10분 내외의 단편 연작 <커피와 담배> 시리즈(이중 1993년에 만든 3편은 그해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를 만들었다. 총 1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번 상영작 <커피와 담배>는 그 단편작업의 확장이며, 또한 모음집이다. 로베르트 베니니와 스티븐 라이트가 우스꽝스런 만남을 갖고, 이기 팝과 톰 웨이츠가 심오하게 횡설수설하며, 케이트 블란쳇이 전혀 다른 성격의 1인2역을 하고, 록밴드 화이트 스트라이프의 멤버들이 일장설을 늘어놓고, 빌 머레이와 랩그룹 우탕클랜의 멤버들이 엇갈린
선택! 2004 전주국제영화제 - [1] 강력추천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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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수도 있고, 때로는 용두사미가 되기도 한다. 무덤에서 일어나 ‘빌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길고 긴 복수의 여정에 나섰던 전직 암살원(일명 브라이드, 우만 서먼)이 마침내 목적지에 당도했다. 4월13일, 미국 개봉을 며칠 앞두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2>를 LA 할리우드의 아크라이트 극장에서 만났다. 때맞춰 아크라이트 극장에서는 타란티노 회고전이 진행 중이었다. <킬 빌 Vol.1>의 DVD 발매와 겹쳐 이곳저곳에서 다시 타란티노의 얼굴을 볼 일도 많아졌다. 직접 선곡한 전편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히트하면서, 영화 못지않게 음악에 대한 취향도 인정받은 타란티노가 요즘 가장 인기있는 TV 가수 발굴쇼,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내미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4월16일, 타란티노가 가장 좋아한다는 아크라이트의 유명한 돔 극장에서는 <킬 빌 Vol.1>에 이어 &l
[현지보고] 극찬 받은 <킬 빌2>의 LA 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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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보증보험제도(이하 완성보증) 도입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지난 3월29일 전경련 문화산업특위의 발족과 세미나는 완성보증보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는 4월12일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의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으로 재론되면서 문화산업계 전체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언급된 내용의 골자는 문화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하여 문광부가 금융계, 전경련과 공동으로 2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고 문화산업완성보증보험제도를 2005년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 편집자
전경련에서 완성보증보험제도의 도입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온 이병욱 산업조사실장의 “아이디어 자체로는 간단한 개념”이라는 지적처럼 완성보증은 “약속된 제작기간과 예산 범위 내에서 영상물을 제작완료하여 배급자에게 인도하는 것을 완성보증사가 보증”하는 평범한 개념이다.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는 “제작자, 배급사, 투자자 또는 은행과 완성보증사간 계약을 통해 상호간의 리스크 헤지(Risk Hedge: 투
완성보증보험 - 심사·평가 전문인력과 조직구성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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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가 오는 5월 12일부터 5월 2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57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어 <올드보이>까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함에 따라 한국은 최초로 두편의 영화를 동시에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 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에 이어, 두번째로 3대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게 되었다.
한편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은 공식 발표일인 22일(한국시간)까지 필름을 영화제 측에 보내지 못했으나 여전히 출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태흥영화는 "열흘 안에 완성본을 영화제 측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히며 "제작사는 영화제측과 연락을 하고 있고 여전히 영화제 측은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드보이>는 지난 1월 비경쟁 부
<올드 보이>도 칸 공식 경쟁부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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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배우의 에이즈감염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건당국이 곧 콘돔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20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주ㆍ카운티 보건국 관계자들은 전날 현행 보건규정은 성인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콘돔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주직업보건안전국(Cal/OSHA)이 주중 관내 포르노업계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이 포르노업계를 대상으로 콘돔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르노업계 변호인들은 관계당국의 법적 권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며 일부 업계 관계자들도 주 혹은 카운티 정부가 배우들에게 콘돔사용을 강제할 경우 다른 주로 옮겨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십억달러 시장규모의 포르노업계에 종사하는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남녀배우 1천200명을 포함해 모두 6천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LA 타임스는 일부 캘리포니아 성인영화 제작자들은 자발적으로 '콘돔 낀' 작품을 만들고
美 보건당국, 포르노제작시 콘돔 의무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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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때리는 여자로 나오는데요. 혹시나 시집못 가나 싶을 정도예요(호호호).탤런트 조미령(31)이 26일 MBC 새 아침드라마 <열정>(극본 주찬옥, 연출 한철수)에서 덜렁대는 허풍쟁이 남편(손현주 분)을 주전자로 열정적으로 패는(?) 다혈질의 시간강사 배역으로 아침 시청자들을 찾는다. 이른바 `패치워크 패밀리'를 다룬 이 드라마는 각각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가정의 모습을 밝고 코믹한 터치로 그려간다.치과의사인 준태(최철호 분)와 전업주부 인희(진희경)부부, 착하지만 몽상가인 우식(손현주)과 똑똑한 시간강사 아내 강지(조미령)부부가 각각 남편의 바람끼와 성격차이로 이혼한 뒤 최철호는 조미령과, 손현주는 진희경과 재혼한다.드라마는 손현주-진희경 커플, 그리고 이들이 각각 데리고 온 6살, 7살짜리 아이들이 한 지붕 아래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가는 얘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강지는 심한 성격 차이를 겪는 남편 준태의 새 여자인 인희를 만나 부족하지만 데리고 살라고 부추기는 당돌
[인터뷰] MBC 새 아침드라마 <열정>에 출연하는 조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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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열리는 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4)의 집행위원회(집행위원장 김홍준)는 20일 오전 서울 인사동의 한 한식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전' 등 특별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23억4천700만원의 예산으로 7월 15-24일 부천 시민회관 대강당과 부천시청 대강당, 복사골문화센터, CGV 부천8에서 열린다.다음은 올해 영화제에서 마련되는 네 개의 특별전 프로그램.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 테코보에서 모모타로까지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재패니메이션의 탄생과 원형을 살펴본다. 시모카와 오텐, 기야타마 세이타로, 고우치 준이치 등 세 명의 창시자들에 의해 재패니메이션의 원형이 만들어진 1917년부터 2차대전 직후까지 다룰 예정.1924년 작 <토끼와 거북이>(야마모토 사나에)를 비롯해 <하늘의 모모타로>(무라타 야스지), <꽃과 나비>(오후지 노부로), <원숭이의 풍어>(무라타 야스
부천영화제, 올해 특별전 프로그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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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ㆍ손창민 주연의 영화 <나두야 간다>(제공 일신픽쳐스, 제작 화이트리 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촬영을 마쳤다. <나두야 간다>는 삼류소설가 동화(정준호)가 조직폭력배 보스 만철(손창민)의 자서전 대필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휴먼 코미디. 지난해 12월 1일 촬영을 시작해 서울과 경기도에서 총 50회 분량으로 촬영됐다. 신인 정연원 감독의 데뷔작으로 후반작업을 거쳐 5월말 롯데시네마의 배급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나두야 간다> 촬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