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짐 캐리, 테아 레오니 주연의 <뻔뻔한 딕 & 제인>(3월 30일 개봉 예정)이 3월 16일 대한극장에서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제인 폰다가 주연했던 1977년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지난해 12월 미국 개봉에서 <킹콩>과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1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남긴 작품이다.
영화는 IT기업의 홍보담당자 딕(짐 캐리)이 홍보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드디어 회사 고위 임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사실과 엄청난 연봉과 두둑한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는 실로 대단한 혜택에 딕은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누가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라 했던가. 그가 승진하고 첫 출근을 한 바로 그날, 회사가 파산하고 만 것이다. 회장(알렉 볼드윈)은 주식을 챙겨 이미 발을 뺀 상태고, 딕에게 남겨진 것은 순식간에 불어나는 빚더미뿐이다.
<뻔뻔한 딕
짐 캐리 주연 <뻔뻔한 딕 & 제인> 첫 공개
-
윤희(김지수)는 남편의 과도한 집착 때문에 삶 자체가 고통스럽다. 자살을 결심한 생의 막다른 길에서 윤희는 형준(조재현)의 도움을 받는다. ‘세상에는 살아 있는 것도 버거운 사람이 있구나’, ‘세상엔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아껴줄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는 두 사람.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둘은 다시 만나지만, 윤희는 감옥 같은 결혼생활에서 도망칠 수가 없고, 형준은 그런 그녀를 잡지 못한다. 으아, 안타까운 이별. 그렇다고 여기가 끝일 리는 없다. 운명은 두 사람을 다시 마주 앉히고, 윤희와 형준은 서로 없이는 삶이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그러나 극 초반에 문제아가 계셨음을 잊진 않으셨겠지? 질투에 사로잡힌 윤희의 남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다가오는 위협과 마주한 형준, 윤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이 커플의 카리스마
멜로 드라마는 이리 적으나 저기 적으나 일단 요약해놓으면 진부해 보인다. 관건은 이 진부한 틀 속에 어떤 상황과 대사를 담아내는가,
모든 것을 버린 안타까운 사랑, <로망스>
-
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다보면 귓가에 BGM이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야가미 유의 <고-웨스트!>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펫 숍 보이즈의 <고 웨스트>가 등 뒤에서 쾅쾅 울려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강약없는 선이 그려내는 시원한 서부의 풍광, 빠른 호흡으로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들 그리고 꼬여 있지 않고 거침없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펫 숍 보이즈의 시원한 노래와 함께 한바탕 소동극을 만든다.
주인공 나오미는 영국에서 자란 일본인 고아 소녀. 부모가 신대륙의 서부에 있다는 단서 하나만 가지고 신대륙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열여덟 소녀가 혼자 여행하기에 서부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비정하고 이유없는 총격전이 난무하고, 때로는 사막이 때로는 백인 카우보이를 증오하는 인디언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런 나오미의 길을 만들어주는 것은 서쪽만을 향해 전진하는 말 ‘레드’, 그리고 나오미의 오빠라고 우기는 흑인이며 현상
서부시대 가족의 탄생, <고-웨스트!>
-
정말이지 우리는 또 다른 히치콕 책을 필요로 하는가? 최근 들어 서구의 영화 관련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많은 책들로 빼곡이 채워져 있는 히치콕 서가에 또 한권의 책이 추가될 때마다 그렇게 자문하곤 한다. 히치콕은 영화 자체를 정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혹은 단연코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이었기 때문에, 영화 서적의 주제로 가장 많이 다뤄진 인물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여전히 영화서적 출판이 활발하다고는 할 수 없는 국내의 경우를 서구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도 히치콕에 대한 인터뷰집, 전기, 비평서를 몇종 가지고 있기에 <히치콕>이란 제목을 단 책이 새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같은 질문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히치콕 책이 또 필요하단 말인가? 이에 대해 패트릭 맥길리건이 쓴 책은 긍정적인 대답을 마련해놓는다.
오해를 막기 위해서 먼저 지적하자면, 맥길리건의 <히치콕>은 히치콕이 스크린 위에
인간 히치콕에 대하여, <히치콕>
-
-
MK픽처스가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와 <잎싹-마당을 나온 암탉>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공동제작 및 수익배분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잎싹-마당을 나온 암탉>은 알을 낳아 품으려는 암탉 ‘잎싹’이 양계장을 나와 겪게 되는 이야기. 2000년 동화책으로 출판돼 현재까지 45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출판사)을 원작으로 하는 <잎싹-마당을 나온 암탉>은 <접속> <텔미썸딩> <시월애> <안녕, 형아> 등의 시나리오를 쓴 김은정 작가가 1년에 걸쳐 각색을 마쳤고,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오성윤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된다. 디즈니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헤라클레스>를 연출했던 이춘백 감독, <아기 공룡 둘리> <날아라 슈퍼보드> 등에서 배경 연출을 했던 유승배 배경 감독, 영화 <와니와 준하>의
<잎싹-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 돌입
-
박건형과 김효진이 출연하는 <生, 날선생>(제작 필름지, 감독 김동욱)이 3월11일 모든 촬영을 마쳤다. 지난해 11월25일 촬영을 시작했던 이 영화는 한 ‘불량 교사’의 이야기를 그리는 코미디. 마지막 촬영은 서울 용산의 옛 수도여고에서 이뤄졌다. 학교와 교사를 무시하고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진주(강은비)에게 문제가 생겨 교사 우주호(박건형)가 경찰서로 달려가는 장면이었다. <生, 날선생>은 5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박건형, 김효진 주연 <生, 날선생> 촬영 종료
-
<투사부일체>의 제작사 시네마제니스, <방과후 옥상>의 제작사인 씨네온엔터테인먼트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케이앤엔터테인먼트가 후속작 5편에 대한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작품은 권칠인(<싱글즈>) 감독의 <내 인생의 패스워드>, 신인 이규만 감독의 <천개의 혀>, 김호준(<어린신부>) 감독의 <플라이투더문>, 봉만대(<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감독의 <신데렐라>, 조명남(<간큰가족>) 감독의 <대도 송학수>다. 케이앤엔터테인먼트는 또 권성국(<피아노 치는 대통령>) 감독의 <원탁의 천사>는 현재 촬영 중이며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과도 이미 차기작에 대한 감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기업 휴림미디어의 자회사인 케이앤엔터테인먼트는 13개의 제작사를 계열사로 두고
케이앤엔터테인먼트, 영화 6편에 감독 계약 체결
-
“대통령 임기 5년은 너무 길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물론 4년 중임제 개헌을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이 말을 들으니 짓궂은 생각이 든다. 임기 5년이 길다고? 그래, 그게 또한 국민이 느끼는 바이기도 하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이 오랜만에 국민의 심정을 제대로 대변했다. 되지도 않는 개혁에 피곤함만 늘어가고, 정말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문제는 그 권력을 넘겨줄 대상이 없다는 데에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한나라당인데, 이들에게 권력을 줬다가는 나라가 결딴날 게다. 골프장 경비원을 폭행한 김태환 의원, 기업인들에게 맥주병을 던진 곽성문 의원, 동료 의원에게 맥주를 끼얹은 박계동 의원, 술집 여주인에게 모욕적인 폭언을 한 주성영 의원, 국회의장실에 술을 반입하고 의장실 여비서들에게 폭언을 한 이규택, 임인배 의원. 거기에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최연희 의원. 이게 어디 정당인가? 조폭이지.
공주를 대표로 모시다 보니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박다르크와 흑기사들
-
위염께서 발작하시어 토사곽란이 찾아왔다. 온 세상이 허연 게, 눈앞에 뵈는 게 없다. 대엿새 지루하게 몸을 추스르고 나니 이번엔 감기님이 방문했다. 기침이 가슴을 치자 몸뚱이가 하늘로 솟아오를 듯하고, 눈과 목을 불태우는 작열감에 더욱 뵈는 게 없어졌다.
학생이었을 때는 아프면 고마웠다. ‘이 컨디션 유지하면 학교 안 가도 되겠지.’ 학교로 전화를 해주시는 어머니가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다. 회사의 녹을 받는 지금, 아프면 나만 손해, 인생만 괴로워질 뿐이다.
열심히 ‘나만 손해’ 생활을 하는 중에 덜컥 제임스 브라운의 공연 날이 됐다. 세개의 자아가 혼돈의 도가니에서 불탄다. 폭주하는 기침에 시달리는 것이 하나요, 정신없이 회사 일을 하고 있는 게 또 하나요, 이래서야 30분은 족히 늦겠다고 불안해하는 게 마지막 하나다. ‘공연 간다고 일 팽개치면 욕 듣는다. 1개 할 거 2개 해놓고 가.’ ‘융통성 없는 년, 30분이나 늦을 거냐? 동행도 길바닥에 기
[오픈칼럼] 최고의 처방은 음악과 감동
-
LA의 FBI 폭력범죄 전담반이라는 설정, 연쇄살인과 아동학대 등 엽기적인 범죄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 등 <인사이드>는 다른 수사물과 별다를 게 없다. 증거 자체에 주력하는 <C.S.I.>나, 수사와 법정극이 절반씩 펼쳐지는 <로 앤 오더>처럼 가시적으로 보이는 변별점이 없는 것이다. 굳이 찾아내자면 엽기의 강도가 좀 세고, 제목 그대로 ‘인사이드’에 집중한다는 것. 하지만 그게 바로, <인사이드>의 매력이다. 내면의 극단적인 악을 드러낸다는 것.
연쇄살인범을 쫓던 전담반의 프로파일러가 얼굴 가죽이 벗겨진 시체로 발견되고, 후임으로 신참인 레베카가 온다. 팀원들이 레베카의 이력을 조사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레베카는 어린 시절 한 남자에게 유괴되어 몇년간 감금되었다가 자력으로 탈출했던 희생자였다. 레베카에게 각인된 트라우마는, 레베카가 범인들의 이력을 분석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프로파일링에 탁월한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B딱하게 보기] 인간이라는 괴물의 심연을 보다, <인사이드>
-
이솝우화 중에 <개미와 베짱이>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개미가 여름에 열심히 일하는 동안 베짱이는 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개미들을 조롱한다. “어이, 개미들. 여름에 겨울 준비를 하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작가가 된 뒤 이 이야기를 다시 보니 생각보다 꽤나 섬뜩하다. 개미들은 겨울이 되어 밥을 구걸하는 베짱이를 냉정하게 거절하고 심지어 공격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열심히 일할 때 당신은 뭘 했나요?” 그리곤 끝내 밥을 안 준다(그럴 수가!).
얼마 전 ‘쌀과 영화’라는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쌀과 영화는 언뜻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개미인 농민과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노는’ 영화인들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2006년 스크린쿼터 투쟁의 난점은 “왜 한국영화를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득력있는 대답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토불이식의 민족주의는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에 관해서는 이제 약발이
[이창] 개미와 베짱이
-
하이, 오언.
<웨딩크래셔> 개봉 목빠지게 기다렸던 나야. 바로 내 사랑 당신이 나오기 때문이었지. <쥬랜더>와 <로얄 테넌바움> <아이 스파이>를 보면서 당신한테 완전 감동먹었던 거 내가 고백했잖아. <스타스키와 허치>의 DVD를 산 것도 순전히 자기 때문이었고,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이 개봉 안 했을 때 땅을 치고 안타까워한 것도 순전히 달링 때문이었던 거 알지? 그러니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웨딩크래셔>를 꼽은 것도 당연한 이치 아니겠어? 프랫 팩이라고 불리는 네 친구들, 벤 스틸러, 잭 블랙, 빈스 본, 윌 페렐 등등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그중 한명만 고르라면 난 1초도 생각 안 하고 당신을 찍었을 거라고(음, 솔직히 잭 블랙과 당신 사이에서 약간의 고민이 있긴 했는데, 잭 블랙이 키 때문에 밀렸어).
근데 나, <웨딩크래셔> 보면서 큰 결심했다. 나, 너 안 할래. 충격받지 않
[투덜군 투덜양] 누가 당신을 정상인으로 만들었지?! <웨딩크래셔>
-
이제 미국은 더이상 알 카에다를 끝까지 추적해서 박멸할 필요가 없다. 박멸? 무슨 헛소리인가! 오히려 ‘이란-콘트라 스캔들’ 같은 비밀스런 짓을 벌여서라도 검은 달러를 듬뿍 움켜줘주고 싶을 판인데!!!
알 카에다가 드디어 2월2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차량 두대를 동원해 자살폭탄 테러를 시도하다가 경비 병력의 총격을 받고 정유공장 입구에서 폭발한 것이다. “테러 기도는 저지됐으며,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사우디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테러사건 직후 이렇게 발표했지만, 국제유가는 당장 4% 급등했다. 하루 상승률로는 지난 1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세계 최대 석유생산량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랑하는 세계 최대 원유처리센터를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 이건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이상으로 오싹하고 불길한 ‘검은 황금의 묵시록’ 같기만 하다.
사실상 묵시록은 미국의 제1차 이라크 침략전쟁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알 카에다와 부시의 ‘적대적 공존’
-
봉준호 감독은 고등학교 때 잠실대교를 기어오르는 괴생물체를 목격했고, 감독이 되면 꼭 그걸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고 한다. 봉 감독의 신작 <괴물>의 티저 예고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정신분석에 능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봉군은 투신자살에 실패한 샐러리맨이 잠실대교를 꾸역꾸역 기어오르는 것을 목격했고, 그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샐러리맨을 괴물로 착각하기 시작했으며, 자가조작된 기억을 구실로 한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한강에 대한 사회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봉 감독의 말을 문장 그대로 해석하고, 문장 그대로 믿는다. 나도 이를테면 ‘괴물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괴물을 처음으로 믿기 시작한 건 20여년 전이었다. <소년중앙>의 ‘세계의 불가사의’ 섹션을 보는데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의 사진이 눈을 잡아챘다. 놈의 이름은 네시였다. 스코틀랜드의 네스호에 살고 있는 놈은 고대로부터 살아남은 수장룡
[오픈칼럼] 괴물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