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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팬들이여 모두 모여라.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대표작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이 정식으로 개봉한다. 1970년대 초반 미국 개봉을 통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컬트 영화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은 그간 표현수위와 신성모독의 문제 때문에 국내 개봉이 미루어졌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영화 중 유일하게 개봉한 <성스러운 피>도 부분 삭제를 감수해야 했다. 이번에 개봉하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두 영화는 HD급 화질로 리마스터링됐다는 점도 기대할만한 요소다. 수입사 위드시네마에 따르면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은 오는 2월중 개봉할 계획이다.
<엘 토포>, <홀리 마운틴> 국내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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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이 <거룩한 계보>를 촬영하기 전부터 트리트먼트를 써놓았던 <아들>은 매우 단순한 이야기다. 무기수 강식은 15년 전 세살난 아들을 바깥에 두고 살인강도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왔다. 교도관 박 경사와 동행하여 하루 동안 귀휴를 나가게 된 강식은 할머니와 살고 있는 고등학생 아들 준석을 만나러 간다. 상영시간이 85분 남짓 될 <아들>은 이처럼 15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정이 쌓이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조차 모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하루를 담을 뿐이지만, 밋밋한 드라마 위에는 애틋하고 당혹스럽고 코믹한 감정이 스쳐가곤 한다. 장진 감독은 <아들>이 단 하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무기수가 귀휴를 나왔는데 그 시간이 이틀이든 일주일이든, 그것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는 다르다. 강식은 아들이 홀로 집에 돌아오면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아들을 교문 앞까지 마중나가지 않는가. 관객도 하루라는 시간 때문에
<거룩한 계보> 장진 감독의 신작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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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전>은 김유진 감독이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가기까지 2년 넘게 공을 들인 사극이다. 2003년 <와일드카드>를 마친 김유진 감독은 잊혀진 한민족의 검과 검술을 발굴하여 중국의 무협영화와는 다른 스타일을 가진 검술영화를 만들고자 했지만, 어느 문헌에서도 그 원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일본과 중국의 검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우리 고유의 검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던” 김유진 감독은 오래전에 읽었던 신문기사를 떠올리고는 어쩌면 비슷한 주제를 다른 소재로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기사는 조선시대 설계도면에 따라 제작한 중신기전이 발사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최초의 미사일인 신기전은 수학과 물리와 화학이 모두 고도로 발달하기 전에는 나오기 힘든 무기였는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있다. 할리우드에는 자국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영화가 많은데, 우리 영화는 너무 우울하지 않나. 민족적 자긍심이 뿌듯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약속> <와일드카드> 김유진 감독의 신작 <신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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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이 준비중인 장편데뷔작 <소년>(가제)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시네마트의 공식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올해 24회를 맞이한 시네마트는 로테르담 영화제의 마켓으로 총 500여편의 프로젝트가 출품됐고, 총 48편이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한국영화로는 김기덕 감독의 <숨>도 포함됐다.
2007년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개최되는 시네마트에는 그동안 정재은 감독의 <태풍, 태양>, 장선우 감독의 <천개의 고원>, 박찬욱 감독의 <파주>등이 선정된 바 있다. <소년(가제)>은 한국영화 장편 데뷔작으로는 최초로 시네마트 프로젝트에 선정된 케이스. <소년>은 살인을 저지른 한 소년이 도시를 떠돌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현재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 있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등으로 독립영화의 기대주로 여겨졌던 김종관 감독은 단편 <모노로그 #1>도 로
김종관의 <소년>(가제), 로테르담 영화제 시네마트 프로젝트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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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를 개봉시킨 이후 윤종빈 감독의 머릿속에는 ‘서울, 그리고 강남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돈, 자본(주의), 계급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맴돌았다. 쉽게 얽힐 것 같았던 이 두 이야기는, 하지만 서로 궤도가 다른 위성처럼 좀처럼 결합되지 않았다. 폭넓게 소통할 수 있고 색다른 재미를 주는 영화가 뭐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고향인 부산의 한 친구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이른바 ‘호빠’, 즉 호스트바에서 ‘마담’으로 일했던 그 친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의 뇌가 되새김질한 것이다. 특히 그의 촉수를 잡아당긴 것은 ‘일을 해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여자를 꼬여 빌붙어살려 한다’는 호스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호스티스들은 술을 마시건 몸을 이용하건 일을 해서 돈을 벌지만, 그들을 주고객으로 삼는 호스트들은 호스티스들을 상대로 착취해서 살아간다는 그들의 현실은 그가 고민하던 두개의 축을 하나로 엮어줄 것 같았다. “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의 신작 <비스티 보이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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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쇼! 여기는 모던의 기운이 도래한 1930년대 경성. 저잣거리 구석에 숨어 있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했다면 당신은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지하에 당도한 승강기 문이 열리면 ‘문화구락부’의 은밀한 전경이 펼쳐진다. 자욱한 궐련과 대마 연기 사이로 맥고모자를 쓴 남자가 피아노를 두드리고, 치파오를 입은 여급들이 종종걸음친다. 흥청대는 군중 가운데 쪽 빠진 줄무늬 양복에 은빛 프린스 시계를 번득이는 출중한 미남이 눈에 띌지니, 바로 <모던 보이>(가제)의 주인공 이해명이다. 이 청년은 방금 사랑의 벼락을 맞았으니, 말걸지 말라. 상대는 카리스마로 무대 위를 휘젓고 있는 가수 조난실. 마를렌 디트리히도 울고 갈 그녀가 이끄는 곳이라면 지옥불 속이라도 따르리라는 결심을, 청년의 풀린 눈은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해피엔드>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한 시대극 <모던 보이>(제작 KnJ엔터테인먼트)는 아무 생각없는 경성 최고의
<해피엔드> <사랑니> 정지우 감독의 신작 <모던 보이>(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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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찬 감독의 <로마빵집의 휴일>은 <소름>과 함께 준비됐다. 데뷔 당시 그가 준비한 이야기는 세 가지. 심리공포에 가까웠던 <소름>, 누아르풍의 폭력물, 그리고 멜로 성향이 짙은 <로마빵집의 휴일>. “세 이야기는 장르적 차이는 있지만 주제적 측면에서는 하나로 관통된다”는 윤종찬 감독은 <로마빵집의 휴일>과 재회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그는 대작 <청연>을 끝낸 뒤 <인간극장>을 원안으로 한 <친구와 하모니카> 시나리오 집필에 한동안 매진했다. 그러나 <친구와 하모니카>는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도 아니었고 촬영환경과 이야기 구성의 어려움이 겹쳐 난항을 계속한다. 고심 끝에 윤종찬 감독은 가슴에 품었던 <로마빵집의 휴일>을 꺼내어 차기작으로 결정한다. 그가 수년 동안 반복해서 찾아갔던 강원도 철암의 공간적 아우라가 이러한 결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윤 감독이 강원도 철암
<청연> 윤종찬 감독의 신작 <로마빵집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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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시작된 미국 박스오피스 슬럼프의 구원자는 디즈니의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2006년 7월 첫 주 개봉해, 개봉 첫 주 단숨에 1억 달러의 고지를 넘어섰고, 전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가 6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입을 개봉 17일 만에 넘어서는 등 흥행 신화를 세웠던 영화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미국 내에서 세운 흥행 기록은 4억2330만 달러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개봉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2005년 시작된 슬럼프가 계속 될 것이라는 추측과 관객이 극장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예측이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증명되는 듯 했으나, 조니 뎁, 올랜도 블룸, 키라 나이틀리를 전면에 세운 캐리비안 호는 7주 동안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머물며 2006년 박스오피스를 수렁에서 건진 구원자가 되었다.
재주는 디즈니가 부렸지만, 2
<캐리비안의 해적2>, 2006년 미국 박스오피스의 구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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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은 죽지 않는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조니 뎁, 올랜도 블룸, 키라 나이틀리, 제프리 러시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개봉예정 5월25일
잭 스패로우는 부활할 것인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바다 괴물 크라켄의 뱃속으로 잭 선장을 밀어넣으며 후속편을 향한 기대치를 극대화했다. 시리즈 3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이하 <세상의 끝>)은 사라진 줄만 알았던 1편의 악당 바르보사를 등장시키며 깜짝효과를 선사했던 전편의 피날레를 잇는다. 윌과 엘리자베스는 바르보사의 안내를 받아 잭 스패로우를 되살리기 위한 항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데비 존스의 심장을 획득한 동인도 회사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을 조종하며 해상의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세상의 끝>의 가장 큰 기대 요소는 뭐니뭐
2007년 개봉예정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8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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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는 지난 2006년 8월, 1년 뒤 할리우드의 여름을 전망했다. <스파이더 맨3> <슈렉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 등 세편의 시리즈가 3편으로 돌아오는 2007년 여름은 “빅3의 해”라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2006년과 마찬가지로 2007년 역시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 속편들의 잔치가 될 것임을 말했다. TV만화 시리즈의 극장판 <더 심슨 무비>나 로버트 저메키스의 3D애니메이션 프로젝트 2탄(1탄은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블록버스터급 예산의 코미디물 <에반 올마이티> 등을 포함한 빽빽한 리스트 중에서 8편을 추려냈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스파이더 맨,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 3년 만인 오션 일당과 제이슨 본, 조니 뎁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해적 잭 스패로우가 있고 마이클 베이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각 감독과 제작자로 합심해 만든 SF애니메이션 <트랜
2007년 개봉예정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8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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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타 역사를 새로 쓴 ‘사건’의 주인공
강인오 <My World>
올해 대한민국을 대표했거나 들뜨게 했던 화제의 용어이자 화두 중 하나는 단연 ‘UCC’가 아닐까 싶다. 그런 수많았던 영상이나 홍보물 중에서 음악적으로 크게 화제를 모은 것은 유명한 클래식 곡인 파헬벨의 <캐논>을 멋진 일렉트릭 기타 실력으로 소화해낸 아마추어 뮤지션 임정현이었다. 갑작스러운 텔레비전 깜짝 출연과 이어진 광고음악 삽입 등 매스컴의 힘을 업고 거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은 아쉬웠지만. 그렇다면 다음의 기사 타이틀은 기억이 나시는지?! “기타리스트 강인오, 미 연주음반 사이트서 2위 기염”, “기타 하나로 이뤄낸 작은 한류 강인오씨 미 차트서 2위 기록”. 각각 지난 3월 말쯤 <마이데일리>와 <동아일보>에서 다룬 기사 제목이다. 강인오의 <My World> 앨범은 2005년 11월부터 발매되어 국내에선 굉장히 더딘 홍보가 시작되었었다. 워낙 현
10명의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2006년 베스트 음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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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했다. 올해의 베스트 음반 10. 방법은 지난해와 같이 10명의 대중음악평론가에게 10장의 리스트를 받고 그중 한장의 음반에 대한 글을 받았다. 유독 올해는 ‘순위 없음’으로 도착한 리스트들이 많았고, 국내 음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두드러졌다.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팝과 록, 재즈, 월드뮤직, 가요 등 평론가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리스트들이 모여 균형을 이룬다. 그 와중에도 중복 언급된 음반들은 다음과 같다. 크라잉넛의 <OK목장의 젖소>,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Welcome To The Black Parade>, 뮤즈의 <Black Holes And Revelations>, 밥 딜런의 <Modern Times>,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와 ‘머스탱스’의 셀프 타이틀 앨범들, 불싸조의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등이 두
10명의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2006년 베스트 음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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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아이> <이상한 소파> <윌로데일 핸드카> <쓸모 있는 조언>
에드워드 고리 지음 | 미메시스 펴냄
에드워드 고리는 그림책 작가다. 하지만 ‘그림책’이라고 쉽게 보면 안 된다. 주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그림과 글을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한 그의 섬세하고 단정해 보이는 그림체에 혹해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오그드레드 위어리의 재미있는 포르노’라는 부제가 붙은 <이상한 소파>의 예를 들어보자. 일단 ‘오그드레드 위어리’라는 이름은 저자 에드워드 고리의 영문 철자를 뒤섞어 만들어낸 것.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을 펼치면 용수철처럼 끝이 강하게 꼬부라진 영문 글씨 아래 한글 번역이 되어 있는 왼쪽 페이지와 간결하지만 필요한 요소를 단 하나도 빼놓지 않은 섬세한 그림이 실려 있다(고리는 책마다 글씨체를 달리 작업했다). 내용은 앨리스라는 여자가 공원에서 섹시하고 성기가 큰 사내를 만
광기어린 단정함이 숨쉬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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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et Out Of This Country> 카메라 옵스큐라 | 파스텔뮤직 발매
2집 <Underachievers Please Try Harde>(2004) 때까지 카메라 옵스큐라는 챔버팝의 대명사 ‘벨 앤드 세바스천’(B&S)의 후예에 머물러 있었다.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챔버팝 밴드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B&S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이 이들의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한 이유가 컸다. 3집의 프로듀서는 로파이신의 대표 뮤지션 에드 하코트의 앨범을 작업했던 자리 하팔라이넨이다. 그러나 하팔라이넨의 터치는 이번 앨범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밴드의 보컬 겸 리더 트레이시안느 캠벨의 자존심과 의지다.
오죽하면 앨범 제목이 ‘이 나라를 벗어나보자’일까. 스코틀랜드가 아닌 스톡홀름에서 녹음했다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3집은 단순히 간질간질하고 가벼운 챔버팝이 아니다. 유치할 정도로 밝고 단순한 멜로디를 시원하게 편곡한 보컬
롤모델을 뛰어넘은 긍정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