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즈 다이어리] <설국열차> 단백질 블록
[헌즈 다이어리] <설국열차> 단백질 블록
-
3 엔딩
01 인디아가 떠난 빈집 인디아의 마지막 새들 슈즈가 현관에 굴러다닌다. 그다음 옥수수밭 장면으로 이어진다. 넓게 봐서 신발도 하나의 운송수단이라고 했을 때, 신발에서 자동차로, 운송수단에서 운송수단으로 장면이 연결된다. 엔딩 신을 뉴욕에서 마무리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다음에 이어지는 자동차 신 때문이다. 재규어 차량은 인디아의 아버지가 삼촌에게 준 것이고 삼촌이 다시 인디아에게 물려준 거다. 뉴욕의 아파트도 아버지가 삼촌에게 준 것을 다시 인디아가 차지하는 설정으로 생각한 장면이니까, 차량이 대신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인디아가 끼고 있는 선글라스도 결국 아버지와 삼촌을 거쳐 인디아에게 온 것이다.
02~03 달리는 재규어 원래 이 장면은 보안관이 차를 세워놓고 쉬고 있으면 인디아의 차가 휭 하고 지나가고 보안관이 놀라서 쫓아가는 모습을 현란한 카메라 무브먼트로 보여주려 했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원하는 그림을 찍지 못했고, 결국 해
가지런히 놓인 필통의 상징은?(3)
-
2 인디아의 바쁜 하루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인디아에게 하룻동안 벌어진다. 집으로 가려고 학교를 나오면 재규어를 몰고 온 삼촌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전날 맥게릭 부인의 시체를 발견했기 때문에 삼촌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돌아서서 뒷문으로 나간다. 그러다 불량배 패거리들한테 걸리고, 연필로 피츠의 주먹을 찌른다. 그런 일들을 겪고 집으로 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전날 밤의 일들을 생각하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삼촌이 다가오고, 피아노 합주를 한다. 침대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서 삼촌이 엄마와 춤을 추며 키스하는 것을 엿보고, 밖으로 나가 윕을 유혹하고, 숲에서 데이트하다가 삼촌과 함께 윕을 죽인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엄마의 머리를 빗겨준다. 이게 모두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영화 전체 상영시간의 20%를 할애한, 인디아의 일생과 운명이 결정지어지는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하루다.
01 인디아의 옆모습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인디아의 옆모습을 주로
가지런히 놓인 필통의 상징은?(2)
-
7월25일 오후 7시30분 CGV압구정에서 ‘KAFA+ 마스터클래스’ 행사가 열렸다. ‘7월의 영화 마스터’로 초청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를 숏 바이 숏(shot by shot)으로 분석했다. <스토커>의 성격과 스타일을 밀도있게 보여주는 일부 장면을 숏 단위로 나누어 설명하는 강연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과정”이라던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연출론과 제작기를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들려주었다. 그 알찼던 두 시간을 지면으로 옮긴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숏과 숏 사이에 듬성듬성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KAFA+ 마스터클래스’는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주최하고 <씨네21>, CJ CGV 무비꼴라쥬가 함께한다.
1 오프닝
애초 각본의 오프닝은 거미가 피아노에서 기어내려오는 장면이었다. 지금의 오프닝은 편집실에서 만들어졌다. 항상 각본과 스토리보드대로 영화를 만들
가지런히 놓인 필통의 상징은?(1)
-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길은 여러 갈래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택한다 해도 반드시 거쳐가야만 하는 과정이 있으니 바로 머릿속 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이미지는 관념을 지나 이미 물질적인 힘을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컨셉아트는 허구의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최전선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제는 영화 제작에 없어서는 안될 작업. 손끝에서 새로운 세상을 빚어내는 컨셉아트의 세계. 기꺼이 안내를 자청해온 <설국열차>의 컨셉아티스트 3인방을 만나보자.
-한 작품에 컨셉아티스트 3명이 참여하는 건 한국 영화계에서는 흔한 일은 아니다.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된 건가.
=장희철_내가 제일 처음 <설국열차>에 참여했고 이후 작업 분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손이 더 필요해져 조민수씨, 지효근씨가 차례차례 합류했다. 조민수씨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함께 작업해서 둘 다 류성희 미술감독과 연이 있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잘 구상한’ 개념이다
-
감독 이석훈 / 출연 김남길, 손예진 / 제작 하리마오픽쳐스 / 개봉 2014년 여름
<해적>은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 조선의 국새를 산적과 해적 일당이 쫓는 이야기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한국형 해양어드벤처영화 <해적>에는 VFX(특수시각효과)로 구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해적선을 비롯한 각종 배, 배들의 해양 전투 신, 영화의 중요 캐릭터인 고래 등이 그 대상이다. <해적>의 컨셉아트는 미술팀과 CG팀이 나누어 작업했는데, 앞에서 언급한 것들은 VFX 작업을 맡은 덱스터에서 담당했다. 공개된 그림은 덱스터의 김종규 작가가 그렸다. <해적>의 VFX 슈퍼바이저인 덱스터 강종익 본부장에게 <해적>의 컨셉아트에 대해 들었다.
1 조선시대 해적선 찾아 삼만리
“과거 우리나라에 저런 배가 있었던가, 싶을지도 모른다.” 강종익 슈퍼바이저는 두척의 해적선과 군선을 디자인하면서 배에 관한 각종 고문서들을
돛을 올려라, 조선의 해적선
-
감독 원신연 / 출연 공유, 박희순, 조성하, 유다인 / 제작 그린피쉬,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개봉 하반기
<용의자>는 남한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살아가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용병 지동철(공유)이 어느 날 누명을 쓰고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추격과 도주의 이야기다. 이종건 미술감독이 작업한 <용의자>의 컨셉아트는 생존을 위해 다시 ‘살인병기’가 되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고독한 사내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한 원신연 감독의 의도가 십분 반영된 4컷의 컨셉아트를 공개한다. <용의자>의 미술과 컨셉아트에 대해 이종건 미술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공간보다 인물
“<용의자>는 미술이 도드라지는 영화가 아니다.” <용의자>는 캐릭터가 선명한 액션영화다. 제작사에서 제공한 컨셉아트도 하나같이 지동철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종건 미술감독은 “이번
그의 액션은 느낌부터 다르다
-
감독 김성수 / 출연 장혁, 수애, 박민하, 유해진, 이희준 / 제작 (주)아이러브시네마, (주)아이필름코퍼레이션 / 개봉 8월15일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들 한다. 이 살기 좋고 평화로운 서울 근교의 도시가 어느 날 갑자기 1초에 3.4명씩 죽음의 바이러스에 걸리는 아비규환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면? 김성수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 <감기>는 치사율 100%의 감기 바이러스가 창궐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다. 보이지 않고 체감할 수 없는 공포가 더 무서운 것이라고 했던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스펙터클의 재난 없이도, 사람들은 무색무취의 미세 바이러스 때문에 서로를 불신하고 광기에 사로잡혀간다. 감염자와 비감염자 사이에 벽을 세우고, 벽 안의 감염자들에겐 더이상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조차 허용하지 않는 도시. <감기>의 ‘괴물’이자 진짜 재난은 감기 바이러스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불신과 공포의 바이러스가
탄천종합운동장이 살처분장으로?
-
생명이 얼어붙은 대지 위를 홀로 달리는 설국열차. 그 열차의 첫 탄생을 이끌어낸 사람들이 있다. 눈 덮인 순백의 세계처럼 아무것도 없는 종이 위에 최초의 이미지를 탄생시킨 사람들, <설국열차>의 컨셉아티스트 3인의 입을 빌려 꼬리칸에서 엔진칸까지 설국열차를 해부해본다.
1 조민수_관건이었던 엔진실 디자인은 원자력 발전소를 모티브로 했다. 시체처럼 서 있는 아이들이 빛 속으로 빨려들 듯 걸어들어간다. 그 앞에 차갑고 당당하게 서 있는 윌포드가 인상적이다.
2 조민수_세계를 일주하는 기차인 만큼 바닷속, 사막 등 다양한 지형 위의 선로를 그렸다. 많은 지형 중에 굳이 협곡 위의 장면을 선택한 건 설국의 불안한 느낌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3 지효근_꼬리칸은 인구 밀집도가 높다. 그 속에서 마치 가구처럼 사람들이 포개지는 상황을 나타내려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쌓이는 생활의 흔적들, 예를 들어 화면 오른쪽 상단에 보면 냄비를 생활 공간으로
설원을 가르는 흰 돌고래처럼
-
그 어떤 예술작품도 밑그림은 필요한 법이다. 시나리오가 영화의 설계도라면, 컨셉아트는 시나리오상의 활자를 구현 가능한 이미지로 전환하는, 영화예술의 진정한 밑그림이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깊이 관여하는 미술팀을 비롯한 영화 현장의 스탭들은 이구동성으로 “컨셉아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컨셉아트는 영화가 나아가야 할 곳을 제시하는 중요한 ‘방향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무로 관계자들이 아닌 현장 외부의 이들에게 컨셉아트라는 영화의 한 과정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그건 2006년 <괴물>의 등장으로 시작해 <해운대>와 <차우> <7광구>를 거쳐 <미스터 고> <설국열차>에 도달한 한국 CG기술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영화 속에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캐릭터나 재난을 목도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면서, 허구의 상상력과 숙련된 디지털 기술
상상을 그려내다
-
씨네21에서 7월 24일부터 21일 동안 <세상의 끝까지 21일> 웹툰을 연재합니다.지구종말 전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매일 한 분씩 선정하여 그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 드립니다.채택된 소재는 웹툰으로 확인 가능하며,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중 추첨을 통하여 예매권, DVD세트 등의 선물을 드립니다!
경품
영화 <세상의 끝까지 21일> 예매권 25명(1인 2매)
<럼 다이어리><로우리스><아워 이디엇 브라더> DVD세트 1명
기간
7월 23일(화)~8월 13일(화)
지구종말로드무비 <세상의 끝까지 21일> 영화정보
[이벤트] <세상의 끝까지 21일> D-6
-
십대 시절 다이어리를 사면 맨 앞장과 뒷장에 적어두곤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당신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시간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 성재기씨의 투신 소식이 들려왔을 때 가슴이 답답했다.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던 메이저 언론들이 이 사건에 관련한 기사들을 줄줄이 쏟아내는 것이 몹시 불편하기도 했거니와 목숨을 걸고 벌이는 이런 무모한 퍼포먼스가 버젓이 카메라 앞에서 진행되었다는 것. 도대체 이게 뭔가. 속수무책의 질병, 기아, 전쟁 등 아무 잘못 없이 생사의 극한상황에 내몰려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인데, 목숨을 가지고 이러면 안되지 싶었다.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것과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사이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대해서도 한참 생각했다.
그의 사망이 확인된 시점에 ‘남성연대’는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반감과 조롱의 새드엔딩
-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의 후반부로 갈수록 ‘서 회장 어록’도 늘어갔다. 가족을 잃은 소시민 백홍석(손현주)의 정의를 응원하는 한편, 노회한 재벌총수가 회고하는 권력과 대중의 속성에 탄식 섞인 동의를 보태고 있으려니 어쩐지 기분이 묘하더라. 서 회장(박근형)이 운을 떼기 시작하면 ‘또 옛날얘기 시작’이라고 지레 바리케이드를 쳤던 것도, 일방적인 회고담 속에서 그가 점차 영향력있는 괴물, 흑막의 최종보스가 되어가는 것에 반발심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박경수 작가의 특장이었던 회고담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은 지난 얘기다. <황금의 제국>은 재벌의 성장과 후계다툼으로 시계를 돌리고, 이해가 얽힌 이들의 시점을 보탠다.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박근형)의 회고에 또 다른 진술이 겹치며, 그의 인생과 재벌기업의 윤곽이 드러난다. ‘신림동 판자촌 출신’ 장태주(고수)는 최 회장과 가장 먼 곳에서 출발해 그의 삶을 따르는 인물이다. 신도시 개발
[유선주의 TVIEW] 내가 저랬다면 말이야…
-
이탈리아 여배우에게 관객이 제일 먼저 기대하는 것은 관능미다. 이것은 이탈리아 관객이든 전세계 관객이든 비슷한 것 같다. 이탈리아영화는 소위 ‘마조라타’ (Maggiorata, 큰 몸집이란 뜻)라는 독특한 스타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나 롤로브리지다, 소피아 소렌처럼 ‘여신’의 몸매를 가진 배우로 흥행을 노리는 정책이다. 모니카 비티는 육체파 배우들이 경쟁할 때인 1950년대에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짐작하겠지만, 데뷔 시절 비티는 거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이탈리아 여배우는 물론, 이탈리아 여성의 정체성까지 변화시키는 또 다른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관능미 시대에 피어난 교양미
흔히들 이탈리아 여성은 섹시하고, 활달하고, 강인하고, 시끄럽다고 말한다. 고정관념이란 게 근거 없이 생기는 게 아니니, 대부분 사실일 것이다. 영화적으로 보면, 세계적인 스타인 소피아 로렌의 영향이 컸다. 로렌은 ‘국민배우’인데, 그녀가 보여준 스크린 이미지가 대개 이탈리아 여성의 정체성으로
[한창호의 오! 마돈나]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바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