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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나 금세 사랑에 빠진 파스(마리아 발베르데)와 세자르(질 를루슈)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 임신과 동시에 파스는 자신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나직이 고백하지만, 세자르는 그 구조 요청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갓난아이를 남겨 두고 홀로 예멘으로 떠나버린 파스를 뒤쫓는 세자르의 이야기인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에서 파스의 사라짐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비극이다. 이 영화에서 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유랑을 즐기는 사진작가 파스의 예술적 정체성일 수도, 혹은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의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다이빙…>은 이보다 심원한 질문을 향해 나아간다.
프랑스 남자인 세자르가 깊이 빠진 스페인 여자 파스는 돌로레스와 파스라는 두개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처럼 세자르에게 파스는 영원한 이국(異國)이면서, 가질 수 있거나 가질 수 없는 상태로 매 순간 분열되는 존재다. 세자르가 예멘의 바다에서 다이빙에 몰두하는 행위는 불가해한 상대를 향한 매혹과 집착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난 그저 움직이는 건데, 사람들은 달아났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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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빙은 중국 선양시 철서구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3부작 다큐멘터리 <철서구>(2003)를 통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중국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낸 중국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 중 한명이다. 9시간이 넘는 이 다큐멘터리는 인민의 삶을 집요하게 담아낼 뿐 아니라 도시 전체의 얼굴을 기록하고 몰락의 시간마저 새겨넣으며 때때로 시적인 거리를 자아낸다. 정성일은 왕빙 영화의 이러한 신비를 밝혀내기 위해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왕빙의 촬영 현장을 따라나섰다.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2013)의 정신병원에서 촬영이 중지되는 난관에 부딪치자 왕빙은 이내 <세 자매>(2012)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카메라는 그해 겨울 중국 윈난성의 정신병원과 정글을, 그러니까 ‘천당의 밤과 안개’를 오가는 왕빙을 성실하게 뒤따른다. <천당의 밤과 안개>는 영화 촬영 현장의 기록을 위한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배움에 관한 영상 에세이에 가깝다. 영
<천당의 밤과 안개> 중국 감독 왕빙의 촬영 현장을 따라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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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상(최준영)은 교통사고 이후 안면 인식 장애가 생겨 다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에게는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 있다. 학창 시절 비 내리던 어느 날 우산을 씌워줬던 그녀, 샘이다. 두상은 샘을 찾겠다는 일념하에 서울로 올라와 친구 집에 머문다. 첫사랑이 다닌다고 짐작되는 대학교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세명의 여자(류아벨)를 만난다. 친구의 집에서 방 한칸을 빌려 함께 사는 세입자, 동네에서의 뺑소니 사고로 우연히 알게 된 일본 여성, 그리고 첫사랑 그녀, 샘이다. 타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두상에게 이들은 모두 같은 모습으로 인식된다. 그런 그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필치로 그려진다.
<샘>은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샘>(1917)에 오마주를 바치는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주인공의 이름부터가 ‘두상’이다). 미술관에 변기를 전시함으로써 변기와 분수, 기성품과 예술작품을 구분하는 기준에 의문을 제
<샘> 타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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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하남(권나라)은 여고의 스타다. 후배들은 그가 좋아하는 포카리스웨트와 선물을 하트 모양으로 꾸미고 마음을 고백한다. 하남이 로미오를 연기하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도 단연 화제. “로미오가 여자인데 감정이 제대로 나오겠냐”라며 학교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던 선화(노정의)는 우연한 계기로 연출자 수연(조수향)의 눈에 들어 덜컥 줄리엣 역을 맡게 된다. 과묵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하남을 “은근 자뻑”이라고 생각했던 선화는 공연 연습에 돌입하고 사적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소녀의 세계>는 의도적으로 현실성을 지운 첫사랑 판타지다.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가 거의 노출되지 않아 시대 배경이 모호한 데다 인터넷 소설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여럿 등장하며, “시도 낭만도 다 사라졌다”라는 식의 대사도 등장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우주가 있고 첫사랑의 아픔은 현실 세계에 발을 딛는 계기라는 주제는 상상력을
<소녀의 세계> 다시 돌아오지 않을 17살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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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해적이라고!” 작은 배 한척, 선장 복장까지 제대로 갖춘, 꼬마 샤키(최정현)의 외침은 사뭇 진지하다. 물건을 약탈하는 나쁜 어른 해적들과 달리 자신은 ‘착한’ 해적이라고 믿고 행동하는 샤키. 또래 소녀 보니(김경희)와 마이키를 만나게 된 샤키는 해적의 진가를 보이기 위해 아이들을 규합한다. 마침 보니는 해군 제독의 딸.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제독은 포상금을 걸고 보니를 찾아 나서고, 포상금에 눈독을 들인 무자비한 ‘진짜’ 해적들이 샤키 일당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한 독일 애니메이션 <캡틴 샤키>는 샤키와 보니, 마이키 일당의 모험을 빠른 호흡에 담아낸 어드벤처물이다. 배를 직접 운행할 줄 알고, 원숭이 등 동물들과 같이 다니며, 자신을 어른이라고 믿고 또래 아이들을 통솔하는 꼬마 샤키는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모험심 강한 소녀 삐삐와 꼭 닮은 캐릭터다. 아이들은 모험 과정에서 꽃게를 구해주고, 결국 그 일로 ‘거
<캡틴 샤키> “나도 해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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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가 스타일리시한 액션영화로 재탄생했다. 그동안 로빈 후드의 영화화를 거쳐갔던 숀 코너리, 케빈 코스트너, 러셀 크로 등의 배우들과 비교해도 태런 에저턴의 로빈 후드는 가장 젊은 버전에 속한다. <킹스맨> 시리즈에서 보여준 태런 에저턴의 어리숙하지만 대담하고 공격적인 요원으로서의 매력을 거의 복사한 듯 옮겨왔다. 이야기는 잘 알려진 로빈 후드의 전설적인 영웅담을 그대로 따른다. 록슬리 가문의 로빈(태런 에저턴)은 어느 날 자신의 마구간에 말을 훔치러 침입해온 마리안(이브 휴슨)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로빈이 십자군 전쟁에 징집되면서 생이별을 한다. 꼭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떠난 로빈은 전쟁을 겪으며 잔인한 인간성과 삶의 비극에 눈뜬다. 살아 돌아온 로빈은 전쟁터보다 더 비참하게 사는 백성들의 삶과 변해버린 마리안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영화는 로빈 후드의 고전적인 영웅담에 <배트맨> 시리즈와 같은 현대 슈퍼히어로영
<후드> 부자들의 돈만 훔친다는 후드를 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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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천재 해커 리스베트(클레어 포이)는 여성을 괴롭히는 남성을 찾아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처단해서 ‘악의 심판자’라 불린다. 한 의뢰인으로부터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해킹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그녀가 이번에 해킹해야 하는 곳은 미 정보국 NSA다. 무사히 해킹에 성공하지만 괴한의 공격을 받고 자료를 뺏기게 된다. 그녀는 자료를 되찾기 위해 추적을 시작하고 이 일이 전세계를 위협하는 국제 해커 범죄 조직 ‘스파이더’와 그녀의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실비아 훅스)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비스 라게르크란츠의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가 원작인 액션 스릴러 영화다. 공포 스릴러 <맨 인 더 다크>(2016)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스가 감독을 맡고,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이 영화에서 페데 알바레스 감독은 스톡홀롬
<거미줄에 걸린 소녀> 악의 심판자 리스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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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밤의 세상, 빛 한줌 들지 않는 상품들의 소우주.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에 맞춰 부드럽게 유영하는 지게차의 안무와 함께 영화의 최면적 시간이 열린다. 이력이 모호한 청년 크리스티안(프란츠 로고스키)은 창고형 슈퍼마켓에 견습사원으로 입사한다. 선임자 브루노의 가르침하에 그가 애써 배워야 할 일은 물류 운반용 지게차를 운전하는 일. 우연히 일터에서 마주친 여직원 마리온(산드라 휠러)에게 첫눈에 반한 크리스티안은 휴게실과 복도에서 그녀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창문 하나 없는 창고에서 진행되는 야간근무자들의 일상을 담는다. 행동과 대화의 미니멀리즘, 속내를 알 수 없는 과묵한 주인공, 군더더기 없는 서사. 감독 토마스 슈투버의 스타일은 한껏 템포 느린 자크 타티 혹은 멜랑콜릭한 정서에 젖은 아키 카우리스마키를 연상시킨다. 곳곳에 배치된 코믹한 설정의 바탕엔 근원적 비애감이 깔려 있지만 영화는 사회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부적응자들의 초상을 더디고도 온정 어린 시선으로
<인 디 아일> 창문 하나 없는 창고에서 진행되는 야간근무자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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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함으로써 경제 주권을 잃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를 야기한 IMF 금융위기는 한국 사회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이 순식간에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1997년 겨울의 급박한 상황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다른 이들보다 한발 앞서 금융위기를 직감한 한국은행의 한시현 통화정책팀장(김혜수)은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에 합류한다. 대응 방식을 두고 재정국 차관(조우진)과 번번이 충돌하던 시현은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금융맨으로 일하며 한국 경제의 거품을 깨달은 또 다른 인물 윤정학(유아인)은 위기를 기회 삼아 국가 부도의 위기에 투자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국가 부도를 일주일 앞두고 위기를 막기 위한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
<국가부도의 날>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1997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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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란 무엇인가?” 1998년 9월 18일,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는 창립선언문에서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이 난처하고 진부한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건 시대에 따라 독립영화의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밑바닥 정신만은 이어지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급변하는 한국 현대사의 물결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싸워온 1950~60년대생 영화인들을 필두로 1990년대 이르러 사회변혁 운동으로서의 영화가 거센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화들의 생존 방식, 발전적 대안 모색을 위해선 근거지가 필요했다. 세기 말, 그렇게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한독협이 탄생했다. 독립영화 정신을 사수하려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가 속한 한독협은, 운영 체계를 세분화해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비평, 배급 등으로 분과를 구분함으로써 다양한 포지션의 영화인들이 뜻을 도모할 수 있게 했다.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와 인디스페이스
[20주년 대담②] 한국독립영화협회, 표현의 자유가 상식이 되었고 여전히 영화가 재미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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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월 11일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태어났다. 2005년부터는 <팔월의 일요일들>(감독 이진우, 2005), <눈부신 하루>(감독 김성호·김종관·민동현, 2005)를 제작하며 독립영화 제작사로서의 위용도 갖추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사는 법>(감독 안슬기, 2008),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감독 윤성호, 2010), <티끌모아 로맨스>(감독 김정환, 2011),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 <걷기왕>(감독 백승화, 2016) 등이 모두 인디스토리에서 제작한 영화들이다. 2008년엔 배급작 <워낭소리>(2008)가 극장 관객 295만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동화 같은 성공을 일궈냈다. 인디스토리를 20년 동안 꾸려온 곽용수 대표는 그러나 20주년을 맞은 올해는 차분히 생일을 맞기로 했다. “20년 동안 버텼다”라는 곽용수 대표의 말에선 그간의 고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20주년 대담①] 인디스토리, 자생적 변화의 한계 보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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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와 독립영화 제작·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독립영화 진영의 터줏대감 같은 두 단체는 1998년에 나란히 문을 연 이후 꾸준히 독립영화의 담론 형성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송환> <워낭소리>의 배급을 성공시키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최악의 하루> 등을 제작한 인디스토리는 그동안 재능있는 감독과 배우를 발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인디스토리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대담 자리에 참석한 장건재(<한여름의 판타지아>), 백승화(<걷기왕>), 임대형(<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감독도 모두 인디스토리가 주목하고 발견한 감독들이라 할 수 있다.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와 세 감독이 한데 모여 나눈 이야기는 인디스토리의 역사는 물론 독립영화의 가치를 되묻는 자리로 이어졌다. 한편 독립영화 단체와 영화인들을 한데 묶는 구심점 같은 존재인 한독
20주년 맞은 한국독립영화협회와 독립영화 제작·배급사 인디스토리 ①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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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7월 25일 무솔리니가 잡혔다. 9월8일 이탈리아는 혼란을 가져올 미국과 휴전 협정을 맺는다. 군은 더이상 적과 동맹국을 구별하지 못한다. 막시밀리아노 에르난도 브루노 감독은 영화 <레드 랜드>(Red Land)에서 이 시기의 한 사건을 영화화한다. 당시 반이탈리아 세력인 티토를 중심으로 하는 빨치산은 이탈리아를 등지는 여정을 떠난다. 한편, 노르마 코세토는 파도바대학의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파시스트 정당의 지역 당수의 딸이라는 이유로 비참한 죽임을 당했다. 이탈리아 역사에서도 전쟁 피해를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침울하고도 슬픈 사건이었다. 이 역사적 사건을 에르난도 브루노 감독은 용감하게 마주한다. 감독은 잔인한 사건을 담담하게 영화로 옮겨놓았는데, 이 사건을 영화화하게 된 이유로 “그날들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스트라 반도라고 알려져 있고 이탈리아어로는 이스트리아라고 알려진 이곳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로마] <레드 랜드> 전쟁의 피해자로 죽은 노르마 코세토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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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 출연 미후네 도시로, 야마다 이스즈 / 제작연도 1957년
아무리 사랑해도 오랜 시간 잡히지 않고 돌아봐주지 않으면 그 사랑은 지치고 식기 마련이다. 2010년 무렵의 내겐 영화라는 존재가 그랬다. ‘영화 만드는 게 내 길이다’ 라는 호기로운 확신으로 이 ‘바닥’에 뛰어든 지 약 10년째 되던 해였다. 친구들은 직장에서 월급받으며 ‘인간구실’을(우리 부모님의 표현으론) 하고 있는데 벌이도 없이 주야장천 같은 시나리오만 고치고 또 고치던 나, 난 누구이며 여긴 또 어딘가, 영화가 대체 뭐길래, 뭐 어쩌겠다고 이러고 살고 있나 하는 근원적 고민부터 자학까지…. 결승점의 실체도 보이지 않는 안개 자욱한 숲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영화와 권태기와 슬럼프에 빠진 채 어딘가 시나리오를 던져놓고 기약 없는 답변을 기다릴 때마다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며 식어버린 애정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때, 영상자료원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특별전’을 했
이지원 감독의 <거미의 성> 욕망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