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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월터 머치 / 출연 페어루자 보크, 니콜 윌리엄스, 진 마시 / 제작연도 1985년
물론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영화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칼럼의 제목에 맞는 영화를 떠올리다보니 역시 결론은 하나다. 내 인생의 10년가량, 그러니까 6살 때부터 10대 후반으로 접어들 때까지 거의 매일 밤 머릿속에 떠오르며 나를 벌벌 떨게 한 영화. 이 정도면 가히 인생 영화라 칭할 만하다.
내 나이 만 6살. 나는 영국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확인해보니 당시 영국에서 전체 관람가인 U등급으로 개봉했다. 다시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디즈니가 제작한 이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의 속편으로, 제목 그대로 도로시가 오즈에 다시 가서 겪는 모험을 그린다. 그러나 이야기나 인물은 중요치 않다. 방점은 이미지,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충격적인 공포에 시달렸다. 끔찍할 정도로 무서웠으며 옆자리의 엄마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눈앞에서 펼쳐지
손원평의 <돌아온 오즈> 어린이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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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이 가져다준 또 다른 즐거움은,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TV로 접하는 경험이었다. 안경 너머 예리한 눈, 튼튼한 팔뚝, 안전모에 눌린 머리칼, 포효와 눈물. 강하고 빠르고 정확한 그들은, 평소 우리가 미디어로 접하는 여성상이 얼마나 대동소이했는지 깨우쳐줬다.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에서 김보람 감독은 여성의 생리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찾아온 미의식 변화를 털어놓는다. 결점이 많다고 여겨온 자신의 몸, 거리에서 마주치는 여자들의 신체가 드러내는 각양각색의 개성이 어느 날 귀엽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김승희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도 <피의 연대기>의 ‘심미안’을 완성한다. 움직이는 그림 속 여성들의 홀가분한 나체는 현실적 무게와 부피를 전한다. 그들은 남의 눈을 의식한 포즈를 취하지 않으며, 종종 자연스럽게 몸을 굽혀 본인의 성기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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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로서는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를 짊어진 <블랙팬서>는 친숙한 외형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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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포문을 열었던 웨스 앤더슨의 신작 <개들의 섬>이 결국 은곰상 감독상을 거머쥐며 작품성과 존재감을 입증했다. 웨스 앤더슨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은 건 이번이 네 번째로,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베를린영화제 단골손님이 됐다. <개들의 섬>은 영화제 내내 기자, 평론가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으며 수상이 유력시되는 작품이었다. 그의 전작이 가족의 불화를 즐겨 다뤘다면, 이번 영화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대와 극우가 득세 중인 최근 유럽의 정세에 걸맞은 정치적 우화다.
<개들의 섬>의 배경은 20년 후인 근미래의 일본이다. 전염병에 걸린 개들은 모두 쓰레기섬으로 이송된다. 여기엔 파시즘이 지배하는 도시, 메가사키의 시장이자 권력자인 고바야시의 음모가 숨어있다. 사라진 개를 찾아 쓰레기섬에 이륙한 소년 아타리는 다섯 마리 개들과 만나고 실종된 ‘스팟’을 찾는 데 도움을 받는다. 한편 메가사키에선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개들의 섬> 웨스 앤더슨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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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수상자 리스트
금곰상_ <터치 미 낫> 애디너 핀틸리(루마니아)
은곰상 심사위원대상_ <얼굴>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폴란드) / 알프레드 바우어상_ <상속녀> 마르셀로 마르티네시(파라과이) / 감독상_ <개들의 섬> 웨스 앤더슨(미국) / 여우주연상_ <상속녀> 아나 브룬스(파라과이) / 남우주연상_ <프레이어> 안토니 바종(프랑스) / 각본상_ <박물관> 마누엘 알칼라, 알론소 루이즈팔라시오스(멕시코) / 예술공헌상_ <도플라토프> 엘레나 오콥나야(러시아)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은 루마니아 출신의 여성 신예감독 애디너 핀틸리의 <터치 미 낫>에 돌아갔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이런 충격적인 선정은 30년 전에 한번 있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평론가와 영화계 전문가들이 별점을 기고하는 &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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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범주에 넣어야 할까. 난감하고 또 심상치 않은 감독의 등장이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혜영>(2016)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김용삼 감독은 독특한 연출과 작업방식으로 시선을 끄는 감독이다. 자신의 연애담을 곧 영화의 소재로 쓴 작품에서, 그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슬픔에 빠진 ‘성우’를 연기한다. 감독, 각본, 촬영, 편집도 김용삼 감독이 다 한다. 현장 스탭들과의 ‘협업 체제’와 달리, 그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한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셀프 디렉터다.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연출, 각본, 출연, 촬영, 음악 등을 모두 관장한 그의 스타일은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가족오락관>(2010)에서부터 주목받아왔다. 영화의 규모가 커진다면 과연 이런 방식이 소통될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까지 전개해온 단편 작업에서 자본과 시스템의 간섭 없이 그가 구축해 온 방식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해줄 효율적인 방식이 되었다는 점은 확실하
발견! 웰컴 투 시네마틱 유니버스 김용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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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골. 느닷없는 굉음과 함께 괴이한 물체가 나타난다. 머리는 동물의 해골과도 같고 세개의 다리는 공구를 조잡하게 이어 만든 듯한 모양새다. 이 괴생명체는 헛간으로 들어가더니 다리를 프로펠러 삼아 송아지를 끌고 공중으로 날아가버린다. 영화 <노벰버>의 첫 장면이다.
지난 2월 23일 뉴욕에서 개봉된 라이너 사르넷 감독의 흑백영화 <노벰버>는 장르를 가늠하기 힘든 작품이다. 판타지, 호러, 공상과학, 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노벰버>는 에스토니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삼각 로맨스를 다룬다. 에스토니아의 한 가난한 마을. 주인공 리이나(레아 레스트)는 동네 청년 한스(요르단 리이크)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한스는 동네의 유일한 지주인 독일 남작(디터 라저)이 데리고 온 딸(예테 루나 헤르마니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
[뉴욕] 19세기 삼각 로맨스가 뉴욕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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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지엽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 싶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왜 영화관에 가지 않을까. 크리처(더그 존스)를 찾기 위해서라는 예외적인 목적을 제외하고 엘라이자는 극장에 가지 않는다. 엘라이자가 영화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코너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자일스(리처드 젠킨스)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영화를 보곤 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전작에서 텔레비전이 하나의 미장센처럼 활용된 바 있긴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우주탐사, 소수자 차별 등과 함께 1960년대를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로 기능한다. 그렇다면 엘라이자가 영화관에 가지 않는 상황 역시 시대를 대변하는 것일까. 텔레비전이 처음 등장할 당시, TV에 영화 관객을 빼앗기게 된 현실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했으나, 델 토로가 굳이 지나간 논란을 끌어들여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환상을 보존하는 방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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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간판앵커로 7년간 <뉴스나인>을 이끌어왔으나 이제 그만 앵커석에서 내려오라는 압박을 받는 고혜란(김남주)은 ‘성공의 경계’에서 등을 떠밀린다. 선명한 말과 달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의혹을 남기는 아내 혜란 곁에서 지쳐가던 강태욱(지진희)은 ‘진심의 경계’에서 혜란을 바라본다. 과거 자신을 버렸던 혜란을 위협하는 프로골퍼 이재영(고준)은 돌이킬 수 없는 ‘일탈의 경계’에서 욕망에 휩쓸리고, 궂은일을 도맡아가며 골퍼로 키워낸 남편 재영과 친구 혜란의 관계를 알게 된 서은주(전혜진)는 더는 의미 없어진 ‘선의 경계’에서 되갚음을 계획한다. 저마다의 시야를 흐리는 안개는 경계의 온도 차로 피어오른다.
JTBC <미스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안개주의보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돌파하는 주인공 고혜란이다. 여성이 일터와 가정에서 겪는 갈등을 다룬 드라마는 많았다. 이때 여성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고민은 대개 자신의 자리와 역할에 관한 것들이었다.
[TVIEW] <미스티> 더 높이 더 야심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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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업라이징> Pacific Rim: Uprising
제작 기예르로 델 토로 / 감독 스티븐 S. 드나이트 / 출연 존 보예가, 스콧 이스트우드, 케일리 스패니, 아드리아 아르조나, 기쿠치 린코 / 수입·배급 UPI코리아 / 개봉 3월 22일
크기는 정의다. <퍼시픽 림>(2013)은 기예르모 델 토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영화였다. 이른바 성공한 덕후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인이 보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스크린에 실현시켜버린다. 할리우드가 손을 댄 거대 로봇물은 이제껏 보지 못한 사이즈로 관객을 압도했다. 그리고 5년 후, 인류의 재앙을 막았던 거대 로봇 예거 군단이 다시 돌아온다. 전작의 사령관 스태커의 아들 제이커(존 보예가)가 새로운 예거 군단을 이끌 리더로 발탁되어 새로운 적들과 격전을 벌일 예정이다. 어쩌면 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핵심은 거대 로봇의 육중한 움직임과 격투가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을
[Coming Soon] <퍼시픽 림: 업라이징>, 날렵하고 현란한 액션을 택한 로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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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과의 ‘취향 토크’는 조금씩 예상을 빗나갔다. 회사 사람들과 함께 예술영화를 수입하고 있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첫키스만 50번째>. 처음에는 웃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슬프고, 또 보니까 안에 드라마가 있어서 가끔 꺼내서 본다. VHS가 보편적이던 시절에는 <나인 하프 위크>의 미키 루크에게 반해서 그의 출연작을 모두 모았고, 한창 추리소설을 좋아할 때는 정신의 학쪽만 읽다가 호텔로 넘어가고 했단다. 그러니 그가 이따금 가벼운 로맨스 드라마에 출연한다거나 <군함도>가 끝나자마자 한국영화계에서 거의 씨가 말랐던 멜로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선택한 것이 그리 의외의 일은 아닐 것이다.
-동명의 원작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의 타쿠미가 그랬던 것처럼, 우진은 매사에 어설프고 건강이 좋지 않으며 남들이 챙겨줘야 하는 남자다. 소지섭이란 배우가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 첫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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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이 돌아왔다. 어디 멀리 다녀온 것도 아니고 활동 공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녀가 꼭 돌아온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뭘까. 그녀의 신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린 아들과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던 여인이 여름 장마 기간에 깜짝 환생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멜로 영화다. 결혼과 이혼, 불륜 등 수많은 사랑의 형태를 연기했던 그녀의 지난 영화들이 떠오른다. 최근 굵직한 여러 장르영화를 소화해온 그녀에게 멜로 연기로 복귀한 소감을 물었다.
-다케우치 유코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가 원작이다. 리메이크영화이면서 또 오랜만에 멜로영화로의 복귀인데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재미있고 풋풋하고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각색이 좋았다. 원작 영화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신예 이장훈 감독의 각색 방향이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기다려온 영화를 만났다.
-<비밀은 없다>(2015)와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 힐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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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시공간을 거스르는 판타지 장르의 요소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묻어나는 감동이 곱절로 불어나는 멜로영화다. 서로를 잊지 못해 시공간마저 뒤흔들어버리는 우진과 수아의 일생일대의 러브스토리를 다루지만, 격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치는 멜로영화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최근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 굵직한 결을 지닌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던 손예진이 연기하는 수아는 과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등에서 그녀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소지섭이 연기하는 우진 역시 <군함도> <회사원> 같은 영화보다는 말 없이 감정의 훅을 날리던 <오직 그대만>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던 듬직한 인물들이 떠오른다. 잔잔하고 조용하게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이 말장난 같긴 하지만, 두 사람이 전하는 사랑의 형태는 확실히 깊고 고요하다. 두 사람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소지섭 - 그때 그 느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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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레이션 레드 시> 紅海行動
감독 임초현 / 출연 장역, 황징위, 해청
2015년 예멘 내전 당시 중국 해군의 교민 철수 작전을 다룬 작품. 임초현 감독의 <오퍼레이션 레드 시>는 밀리터리 액션의 정공법을 택했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바탕으로 초대형 블록버스터에 기대하는 시각적 스펙터클에 충실하다. 쉴 새 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전쟁 장비와 무기들이 플롯의 빈약함을 메운다. <전랑> 시리즈처럼 애국주의를 강하게 풍기지만 그것과 별개로 오락성 강한 웰메이드 전쟁영화임은 분명해 보인다.
[해외 박스오피스] 중국 2018.2.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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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스타인 컴퍼니가 파산 신청을 하게 됐다.
영화 스튜디오를 5억달러에 매각하려 했으나, 하비 웨인스타인과 웨인스타인 컴퍼니의 직장 내 인권침해 혐의가 문제되면서 결렬됐다. 이후 이사회는 파산이 회사의 잔여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8살 딸과 함께 가족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자신의 영화가 모두 R등급이라 극장에서 볼 수 없는 딸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영화가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려고 할 때마다 딸이 중심을 잡아준다고 한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마크 월버그 주연의 코미디영화 <인스턴트 패밀리>에 합류한다.
누가 부모가 되든 상관없는 세 아이를 데려다 키우게 된 커플의 이야기로, 마크 월버그와 로즈 번이 부부로 출연한다. 파라마운트가 제작하고, 숀 앤더스가 연출을 맡아 2019년 개봉한다.
옥타비아 스펜서, 마크 월버그 주연 <인스턴트 패밀리> 합류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