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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무성영화시대를 살아가는 로즈(밀리센트 시먼스)와 유성영화시대에 머무는 벤(오크스 페글리). <원더스트럭>(2017)은 두개의 이질적인 세계가 이리저리 교차하다가 마침내 조우하는 여정을 지켜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본 후 나의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과연 토드 헤인즈는 그의 영화가 그리는 조우의 순간을 정말로 믿을까. 나는 영화가 두 세계의 조우만큼이나 그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끊임없이 의식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이르러 제시되는 해피엔딩 또한 내게는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두 세계 사이의 간극과 다소 의심스러운 결합. 이 글은 그 미묘한 불일치를 응시하며 시작한다.
판타지를 경유하고서라도 만나고 싶은 세계
로즈와 벤 사이 50년의 시간 차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화에는 두 인물간의 간극을 환기하는 순간이 자주 등장한다. 벤이 제이미(제이든 마이클)를 멀찍이서 쫓으며 미국 자연사박물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의 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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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한편도 본 적 없지만 좋아하는 그의 말이 있다. “영화는 상과 관계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나에게는 그 상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 같은 것이었습니다.” 불안한 선택 사이를 걸어온 이들에게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손 들어주는 것만큼 필요한 게 또 있을까.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보며, 특히 여성 수상자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여성이 자리를 얻고, 인기를 얻고, 수없이 도사린 ‘논란’을 피해, 상이라는 권위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같은 분야의 남성에 비해 몇배나 힘든 일이다. 무대 위의 예지원(TV부문 여자조연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던 김선아의 기쁜 얼굴, 언제나 프로페셔널한 김남주(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배우로서 너무 가진 게 없는 제가 ‘고혜란’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하던 순간이 각별했던 이유다. “놀이터에서 혼자 놀면 재미없잖아요. 가
[TVIEW]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당신을 위한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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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 감독 우민호 / 출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이성민, 김소진, 김대명, 이희준, 조우진 / 배급 쇼박스 / 개봉 상반기 예정
한국의 마약왕, 그것도 송강호의 마약왕이라면 기꺼이 볼 준비가 되어 있다. <마약왕>의 배경은 유신정권 아래 온갖 범죄가 활개치던 1970년대 부산. 뛰어난 밀수입 재주로 가족을 먹여살리던 이두삼(송강호)은 한국에서 직접 필로폰을 제조해 되팔면서 전에 없던 부와 권력을 맛본다. 영화는 말 그대로 ‘마약왕’이 되어가는 한 남자의 삶을 화려한 색감과 시원한 장르의 리듬으로 좇을 예정이다. 별장에 숨어 마약 제조와 향락을 동시에 즐겼던 한국 마약 카르텔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은 만큼, 마약 세계의 ‘영업 비밀’이 구체적으로 다뤄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클래식한 누아르 속 주인공들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늘 그래왔듯 송강호에 의해 로컬화된 캐릭터는 한국적인 가부장의 민낯 또한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oming Soon] <마약왕>, ‘마약왕’이 되어가는 한 남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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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 조직에 몸담고 있는 연옥과 선창은 김성령과 박해준, 두 배우에게서 이제껏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인물이다. 연옥은 산전수전 다 겪은 조직의 실세고, 선창은 조직이 몇 차례 물갈이 될 때마다 끝까지 살아남은 지독한 남자다. 연옥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해 사건의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기고, 선창은 영화의 중반부에 나타나 속내를 감춘 채 원호(조진웅)와 긴장감 넘치는 ‘밀당’을 벌인다. 영화에서 한번도 부딪히지 않는 김성령, 박해준 두 사람은 “회식할 때나 부딪혀서(김성령) 아직도 서로 쑥스럽다(박해준)”고 웃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연옥과 선창이 각각 어떻게 다가왔나.
=김성령_ 이 선생과 오랫동안 마약사업을 해온 탓에 웬만해선 기가 안죽는 여자. 목숨을 여러 번 건졌다니 보통 여자가 아닌 것 같다.
=박해준_ 자세한 전사(全史)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선창은 엘리트 출신으로 멀쩡한 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다가 이 바닥으로 넘어왔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마약에
<독전> 김성령·박해준 - 날 선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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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원호(조진웅)의 목표는 하나다. 국내 최대 마약 조직, 일명 ‘이 선생’ 조직을 소탕하는 것. 마약 조직에서 내쳐진 락(류준열)은, 그런 원호의 수사를 돕는 이용도구에 불과해 보였다. 그런데 락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누군지 본 적도 없는 오야’ 하나 때문에 엄마도, 개도 잃게 된 가련하고 비밀이 가득한 존재. 단순해 보였던 둘의 공생관계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울리는 조진웅의 연기와 류준열의 섬세한 눈빛이 일으키는 해석 불가의 화학작용. <독전>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이번 작업으로 영화 속 원호와 락처럼 서로에 대한 깊은 면모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원작 <마약전쟁>(감독 두기봉, 2013)을 먼저 접했나?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조진웅_ 원작이 있는 작품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어떤 기준점이 생겨버려서 가능하면 안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원작이 있는지 몰랐다. 결정하고 나서 제작사 관계자와 식사를 하는데
<독전> 조진웅·류준열 - 소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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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서 (박)해준씨 너어무 멋있어. 주먹으로 때리는 그 장면. (웃음)”(김성령) “감독님이 톤을 잘 잡아주셔서.”(박해준)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네 배우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까닭일까, 스튜디오는 꽉 차고 시끌벅적했다. 5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배급 NEW)은 원호(조진웅)가 아시아 최대의 마약 커넥션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보스 ‘이 선생’을 잡기 위해 락(류준열)과 손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직의 실세 오연옥(김성령)이 사건의 시발점이 되고, 조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지독한 남자 선창(박해준)은 이야기 중반에 등장해 긴장감을 선사한다. ‘독한 전쟁’에 뛰어든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이 <독전> 작업기를 들려주었다.
<독전> 조진웅·류준열·김성령·박해준 - 독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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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보드> Overboard
감독 롭 그린버그 / 출연 안나 패리스,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에바 롱고리아
골디 혼과 커트 러셀이 주연한 롭 마셜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환상의 커플>(1987)을 리메이크한 작품. 이번 영화에선 남녀가 뒤바뀌었다. 안하무인 갑부 레오나르도(에우헤니오 데르베스)가 요트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자, 그에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났던 싱글맘 케이트(안나 패리스)가 자신을 아내로 속인 채 고달픈 서민체험의 복수를 시작한다.
[해외 박스오피스] 미국 2018.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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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이 차기작 <US>를 준비 중이다.
루피타 니옹고와 엘리자베스 모스 등이 <US>의 출연을 검토 중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고, 제작과 배급을 맡은 UPI는 개봉일을 2019년 3월이라고 공개했다.
-마고 로비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한다.
맨슨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 1969년 LA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마고 로비는 여배우 샤론 테이트 역을 맡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등이 특별출연한다.
-<피터 래빗>의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1편이 영국에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1편을 만든 윌 글럭 감독이 <피터 래빗2>의 연출까지 맡게 됐다. 개봉은 2020년으로 확정됐다.
마고 로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출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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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얼리맨> 청동기 제국이 쳐들어 왔다
[정훈이 만화] <얼리맨> 청동기 제국이 쳐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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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성치 / 출연 주성치, 막문위, 장백지, 오맹달 / 제작연도 1999년
주성치의 ‘비디오’를 모으던 1999년은 ‘세기말’과 ‘밀레니엄’이라는 ‘근거없는 불안’과 ‘불안한 희망’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시기였다. 나는 이름도 그럴싸한 밀레니엄을 선택했고 마치 천지개벽을 기다리는 궁색한 맹신도처럼 2000년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동시에 Y2K에러로 은행전산망이 초기화되면 지급 불능의 카드값이 해결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당시 나의 영화 취향도 궁색하긴 마찬가지였다. 허름한 모텔에 비치된 B급 비디오를 통해 알게 된 <희극지왕>의 줄거리는 지면이 아까울 정도로 단순하다. 자신이 명배우이자 명연출가라는 그릇된 신념을 가진 고독한 삼류 배우 주성치가 ‘순전히 운에 의해서’ 잘되는가 싶더니 결국, 자신을 사모했던 술집 여인에게 ‘평생 먹여살리겠다’고 말하고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택한다. 끝. 당시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주성치표 코미디’라고
조성호의 <희극지왕> 더 힘들고 덜 힘들고의 문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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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젠킨스 감독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2018년의 여성영화인상을 받는다. <원더우먼>(2017)을 성공적으로 견인한 젠킨스 감독은 속편의 연출까지 맡게 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흥행성적과 연출료를 기록한 여성감독이 됐다. 1편에서 150만~300만달러를 받았다고 알려진 젠킨스는 그보다 3배 이상 높은 1천만달러(약 114억원)에 속편 계약을 마쳤다. 한편 1977년에 13살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올해 5월 3일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로부터 영구제명된 로만 폴란스키가 아카데미위원회를 고소했다. 폴란스키는 자신에게 변호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아카데미 규정과 캘리포니아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Up&DOWN] 패티 젠킨스 감독, 2018년의 여성영화인상 수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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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가 최신작 및 개봉예정작을 기준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료 리스트를 공개했다. 1위는 <본드 25>의 대니얼 크레이그로 2500만달러(약 269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드 25>는 2019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될 ‘007 시리즈’의 25번째 작품으로 현재 대니 보일이 유력한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어 <레드 노티스>의 드웨인 존슨이 2200만달러,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의 빈 디젤이 2천만달러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빈 디젤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의 그루트 목소리 출연으로 1500만달러를 받아 전체 출연진 중 2위를 차지한 이력도 있다. 디젤의 목소리 출연료와 같은 1500만달러로 공동 4위를 차지한 배우들은 앤 해서웨이, 제니퍼 로렌스, 세스 로건이다. 앤 해서웨이는 바비인형 실사영화인 <바비>로, 제니퍼 로렌스는 올 초 개봉한 첩보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최신 출연료 리스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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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프로젝트마켓(JPM)이 확 달라졌다. 프로젝트 개발기금 지원작을 선정하는 ‘전주시네마펀드 프로모션’(JCF) 행사와 비즈니스 미팅, 세미나 등으로 이뤄지던 기존 형태에 더해 올해부터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의 해외 작품을 선정하는 피칭 행사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넥스트 에디션’(이하 넥스트 에디션)을 출범시킨 것.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JPM을 성공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던 JPM팀 강사라 팀장은 “프로그래머들의 접촉과 별도의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부터는 기존 선정 방식과 공모 형태를 병행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JCP를 해외에 알릴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해외 감독들과 국제 공동제작 형태로 제작지원을 하게 된다. JCF에 선정된 6편의 영화를 포함해 올해 넥스트 에디션에 선정된 6편의 영화 역시 마켓 기간인 5월 7일에 열리는 행사에서 공개됐다. 1회 선정작은 <공원의 연인>(2016)으로 전주국제영화제
강사라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팀 팀장 - 창작자 중심의 마켓을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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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을 앞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역대 최고 매진 회차를 기록하며 성대한 막을 내렸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대표 슬로건에 맞게 해마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영화를 소개하여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제 개막 전에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을 통해 영화 제작과 배급에 있어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제 평가 결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오석근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영진위가 전주를 포함하여 국제영화제 예산 관련 육성지원 사업비를 큰 폭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한 것은, 예산 삭감 이전인 2014년 지원금 규모로 회복하면서 여러 영화제 운영의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고자 함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아마도 블랙리스트 관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 삭감에 대한 회복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튼 달라진 영진위 체제 아래에서 치러진 첫 번째 국제영화제의 성공을 환영한다. 이제 그다음 국제영화제는 5월
[주성철 편집장] 전주국제영화제, 내년 스무살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