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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 <악마의 씨>떡대 좋은 로즈마리라구?Rosemary’s Baby/ 1968년/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미아 패로, 존 카사베츠/ 출시사 파라마운트<악마의 씨>가 B급 호러물이 될 뻔했다고? 이 DVD 메이킹 다큐가 밝히는 뒷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애초 아이라 레빈의 원작소설의 판권을 구입한 사람은 B급 호러영화의 ‘거장’ 윌리엄 캐슬이었다. 그는 진동의자를 설치하거나 관객 안에 ‘프락치’를 심어 엄청난 비명을 지르거나 객석을 뛰쳐나가게 해 공포효과를 배가시킨 조금 뻔뻔한 인물이었다. 파라마운트는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스튜디오는 캐슬에게 프로듀서를 시키는 대신 로만 폴란스키를 점찍고 접촉했다. 하지만 폴란스키의 첫 대답은 ‘노’였다. 스키광인 그는 <다운힐 레이서>라는 스키영화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튜디오의 설득에 시나리오 초고를 받아본 다음날 바로 마음을 바꿔먹었지만, 하마터면 폴란스키는 스포츠영화로 진로를 바꿨을지도
DVD 완전정복 3탄 - 걸작들의 탄생비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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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천국으로 떠나보아요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8월12일 개막, 하이라이트 78월12일부터 6일 동안 열리는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영화보다도 빠르게 시대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축제다. 지혜로운 성찰을 들려주는 혹은 이미지 그 자체로 다가오는 거장들과 함께, 올해의 SICAF는 빠르게 변하는 감각과 기술을 본능적으로 받아들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년보다 참가작이 크게 늘어난 인터넷 애니메이션, 한몸으로 붙어 있다가 분리된 TV&스페셜과 커미션드(광고와 게임, 뮤직비디오 영상),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이 토해낸 만화가 한여름의 서울을 질주할 작품들. 코엑스로 집중된 상영관과 전시장은 관객을 떠돌게 만들었던 6회까지의 오류를 극복하고 보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올해 SICAF 공식 경쟁부문에 참가한 장편은 다섯편.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방문하는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seoul 20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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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반가워, 얘들아! - 전시8월12일부터 코엑스 태평양홀은 시간을 거스르는 공간이 될 것이다. ‘스머프라는 상상의 나라’는 버섯 모양의 스머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스머프 마을을 재현하는 전시회다. 자그마한 미니어처가 아니라 산책할 만한 공간이라는 것이 SICAF쪽의 예고. 딸기를 좋아하고 모두가 평등하며 단 한명도 비슷한 구석이 없었던 파란 스머프들을 추억하는 이벤트다. 스머프를 보고 자란 이들이라면 누구나 반길 또 하나의 옛친구는 아톰이다. 올해 탄생 40주년을 맞은 아톰은 데즈카 오사무가 만든, 일본 최초의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주인공. 동그란 눈과 원통형 팔다리, 독특한 머리모양이 귀엽지만, 자주 괴력을 발휘하며, 로봇이라는 아픔도 간직한 캐릭터다. 이 전시회와 함께 1963년과 82년, 2003년 버전 TV시리즈의 에피소드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한 발자국 현재로 걸어나오면 <비천무>의 설리와 진하, <바람의 나라>의 연이와 무휼, 요
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seoul 200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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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의 새로운 발견의 탈(脫)공포적 긴장에 주목한다시사회가 열리기 며칠 전, 한 어머니가 두 아이를 던지고 한 아이를 안고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앵커는 차분히 이 소식을 전했지만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TV는 그런 비극쯤 아랑곳하지 않았고, “저런 저런” 혀를 차던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 당신은 아마 을 보면서 현실에서 벌어진 이런 일을 떠올릴 것이다. 잠시 뉴스에서 흘려듣던 사건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당신의 신경을 긁는다. 쭈뼛 머리가 곧두서고 온몸에 파랗게 소름이 돋아나는 그 순간은 뉴스와 달리 한동안 당신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은 공포물이기 전에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당신의 심장에서 피가 나는지 확인하는 영화다.아직 완성이 안 된 <아카시아>를 제외하면 은 올해 나온 공포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다. 이수연 감독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나 <소름>이 그랬듯 공포물의 어법에 얽매이지 않는 정말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
<4인용 식탁> 그리고 한국 공포영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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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포는 다시 시작된다이 처참한 살인극으로 얼룩진 영화는 아니다. 뜻밖에도 이수연 감독은 이 영화를 ‘한 남자의 실패한 성장담’이라고 불렀다. ‘안전한’ 식탁에서 정원의 아버지가 뜨거운 국을 놓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뜨거운 국물을 마실 때) 그 시원하다는 게, 뻐근한 거고 뻐근하다는 게 사실 아픈 거지.” 이 장면은, 가족의 형상이지만 가족이 될 수 없는 이들이 ‘4인용 식탁’을 채우는 마지막 이미지, 그리고 마지막 대사와 정확히 대구를 이룬다. 어린아이들이 뜨거운 걸 잘 먹지 못한다는 통념을 빌려온 은유다.“뜨거운 걸 삼켜 시원함을 느낀다는 건 고통의 맛이 뭐라는 걸 안다는 비유다. 자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 하는 고통스런 상황을 정면으로 인정하고 그걸 돌파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랄까. 진정한 어른의 의미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정원은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아 자는 듯 죽어버린 두 아이를 목격한 뒤 약혼자가 들여온 4인용 식탁에서 자꾸 그
<4인용 식탁> 그리고 한국 공포영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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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공포, 슬래셔의 테크닉을 봉인하다 <가위>에서 <장화, 홍련> 까지, 한국 공포영화의 진화론적 연구다시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지난 6월 <장화,홍련>으로 막을 연 이 시즌은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에 이어 과 <거울속으로>가 개봉하면서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9월에 개봉할 <아카시아>까지 포함하면 무려 5편의 공포영화가 1년에 60편 남짓 생산되는 한국영화의 한 부분을 선연한 핏빛으로 장식할 참이다. 여름하면 공포영화를 연상하는 버릇 때문에 그닥 새로운 일이 아닌 듯하지만 한국영화가 1년에 5편씩 공포영화를 쏟아낸 일이 빈번했던 건 아니다. <가위> <해변으로 가다> <하피> <찍히면 죽는다> <공포택시> 등이 개봉했던 2000년 이후 3년 만이며 1998년 <여고괴담>이 흥행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없었던 일이다. 가히 한국 공포
<4인용 식탁> 그리고 한국 공포영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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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후 공포영화 흥행성적2000년가위 | 안병기 | 33만4364해변으로 가다 | 김인수 | 8만4227찍히면 죽는다 | 김기훈 | 3만130하피 | 라호범 | 2만6591공포택시 | 허승준 | 1만46512001년소름 | 윤종찬 | 8만700세이 예스 | 김성홍 | 5만5200대학로에…있다 | 남기웅 | 20432002년폰 | 안병기 | 76만5천쓰리 | 김지운 외 | 7만3750하얀방 | 임창재 | 7만2천2003년장화, 홍련 | 김지운 | 101만6983<여고괴담> - 현실을 끌어들이다공포영화를 테크닉의 산물로 이해하는 이런 경향은 할리우드의 예로 보면 당연해 보인다.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 아래 발전한 공포영화는 시점전환, 몽타주, 격렬한 사운드 등 다양한 영화적 트릭을 선보인 장르였고 이 장르의 대가들은 당대의 테크니션들이었다. <싸이코>와 <새>의 앨프리드 히치콕은 물론이거니와 스티븐 스필버그
<4인용 식탁> 그리고 한국 공포영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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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이상 ‘롱런’하길!
7월2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극장에서 ‘여고괴담 동창회’가 열렸다. 200석이 넘는 좌석은 1∼3편의 배우, 감독, 스탭들로 가득 찼고, 이들은 이제 막 동창회 막내로 합류한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을 즐겁게 관람했다. 동창회가 열릴 만큼 <여고괴담> 시리즈는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괴담 시리즈가 아니었으면 혹시나 빛을 보지 못했을 숱한 인재들을 쏟아냈다. 박기형, 민규동, 김태용 감독뿐 아니라 1편에서 ‘소품’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던 류승완, 2편에서 스크립터로 연출을 도왔던 정재은 등이 성공한 감독 대열에 합류했고, 최강희 ·김규리·김민선·박예진·공효진 등의 새 얼굴이 스타로 발돋움했다. 1, 2편의 프로듀서로 시리즈 탄생에 결정적 공헌을 남긴 오기민 PD는 <장화, 홍련>이란 또 다른 괴담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동창회는 뚝심있게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그래서 10편까지는
여고괴담 동창회에서 생긴 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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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 둘이서 일주일 동안 설전을 벌였다. 결론은 우리가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고민도 없었다는 거였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찾아갔더니, 원하는 대로 만들어라, 제목만 가면 된다, 그러더라. “그럼 여고에서 만들어지는 괴담이면 되죠. 그럼 하죠” 하고 시작한 거다. 얼마나 힘든 건지도 모르고. 석달 동안 시나리오 쓰고 처음 들어간 거다. 어쨌든 <여고괴담>은 굉장히 예외적인 시리즈인 것 같다.
김 | 일단 그 테두리 안에 딱 들어오면 엄청난 자유를 주는 기획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 자율성이 있고, 공포라는 테두리 안에서 마음대로 해볼 수 있으니까.
민 | 지금은 3편이 만들어져서 시리즈가 됐지만, 우리한테의 제안은 속편이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얘기로 가자고 합의를 봤다. 전편하고 달라져야 하는 게 너무 큰 사명이었다. 지금은 갈수록 훨씬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하려는 이야기에 뭔가 집중할 수 있다. 1편은 입시제도의 문제점, 억압적인 학교
여고괴담 동창회에서 생긴 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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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생들의 대빵 두 머리 귀신은 당시 두 머리가 번갈아가며 정신을 잃곤 했다. 다섯명의 말만한 여고생들을 휘어잡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인지 과로로 쓰러져 다음날 눈도 못 뜨는 일을 사이좋게 반복했던 두 머리 귀신.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떠돌았다고 한다. “첫쨋날, 김 감독님이 쓰러지셨다… 둘쨋날, 민 감독님이 쓰러지셨다….”
3기생인 지효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래도 2기 때의 두 머리 귀신이 합쳐져서 우리 감독님 귀신이 된 거 같아요.” 한쪽 귀신은 연기지도 및 상황설명, 의견묻기 등의 행동 패턴을 보였고, 다른 한쪽 귀신은 “그걸 내가 아니∼ 니가 알잖아∼”라는 말만 하고 다녔다는 두 머리 귀신의 특징을 지효 학생이 듣고, 이 상반된 현상이 3기 감독 귀신에게서는 모두 나타났다며 추론해낸 것이었다.
지효 | 저도 혼자 생각하고 정리 다 해서 감독님 귀신이랑 얘기하고 나면 더 불어나기만 하는 거예요. 나중에는 피해다니고 그랬어요. (웃음) 촬영이 점점 시나리오랑 달
여고괴담 동창회에서 생긴 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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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 촬영 당시, 최민수는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상대배우인 조선묵을 흠씬 두들겨패서 기절시킨 적이 있다. <유령>을 찍을 당시 그는 감정선을 잃지 않으려고 세트에서 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워가며 촬영을 마쳤다. 심지어 최근 상영 중인 <청풍명월>에선 진짜배기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소품이 아닌 진검을 휘두르기도 했다. 최민수가 있는 촬영현장은 에피소드가 끊이질 않는다. 이건 일상의 문턱을 넘어서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벗어나기 무섭게 배우라는 갑옷을 훌러덩 내던지곤 하는 이들과 달리 그는 평소에도 배우로서의 자의식을 되새긴다. 혹시 핏줄 때문일까. 한 영화제가 마련한 회고전에서 한 지인은 그의 아버지인 고 최무룡 선생을 “무대 바깥에서도 배우였다”는 말로 회고한 적 있다. 그런데 최민수의 경우는 더 심하다. 모두들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최민수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내 털은 내가 뽑는다”라든지 한때 회자됐던 최민수 시리즈 속 ‘최민수’는 이 둘의
고독한 제왕,영화배우 최민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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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 비해 배우 최민수가 점유한, 그리고 90년대 한국영화가 그에게 허락한 영역은 넓다고 보긴 어렵다. <테러리스트> <유령> <리베라 메>로 대표되는 강한 남성의 이미지, 반대로 <결혼이야기> <미스터 맘마> 등에서 보여준 ‘대발이’식 코미디. 그가 보여준 것이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상업적인 장르영화의 틀 안에서 그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던 것일까.연기에 대한 욕심을 상업영화의 룰에만 쏟아부었는데. 관객이나 평자들 중에 최민수가 하면 60밖에 못한다고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입장에선 애초 20밖에 안 되는 것을 끌어올렸을 수도 있어요. 전에 임권택 감독님이 <백치 아다다>를 제의하셨는데, 세상을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건방지게.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그때부터 했다면 탄탄한 연기자로 인정을 받았을 텐데 그건 내가 찾은 게 아니라 배운 거니까. 전 전
고독한 제왕,영화배우 최민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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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겨울 그리고 여름, 하지만 윤석호가 어떻게 변하니?<가을동화>에서 <여름향기>까지, 유석호 드라마에 나타난 불변의 법칙 혹은 콤플렉스<가을동화> <겨울연가>에 이은 윤석호 PD의 계절시리즈, 그 세 번째인 <여름향기>가 현재 방영 중이다. 국내 시청자들에게 ‘윤석호 PD’는 이제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브랜드임이 분명하며, 제작초기부터 여러 국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을 만큼 범아시아적으로 ‘한류열풍’의 주역임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92년작 <내일은 사랑>부터 2002년 <겨울연가>까지 그의 드라마는 대중으로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받아왔고, 주인공들의 패션은 곧 유행이 되었으며, 전국팔도를 찾아 다니며 헌팅한 아름다운 장소들은 여행상품으로 등장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그러나 계절을 달리하며 속속들이 선보이는 윤석호의 드라마는 세월을 역행하고 있다. 지금 채널만 돌리면 옥탑방에 동거하며 생활대사를 내뱉는
윤석호 드라마의 불변의 법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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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들의 오지랖, 한강보다 넓구려 _ 필참! 방자와 향단이“상혁이 니 입으로 유진이 보내준다고 했잖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잖아!!”(<겨울연가>) 자신보다 더욱 남의 일에 팔 걷어붙이고 흥분하는 사람들. 윤석호 드라마엔 늘 예쁘고 잘생긴 주인공들 사이에는 ‘방자와 향단이’ 같은 캐릭터를 심어놓는다. 이들 조연은 대사대비 출연횟수가 지나치게 빈번하며 주인공에 비해 늘 떨어지는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주책스럽거나 수다스럽거나 눈치없다는 스테레오타입을 너무나도 철저하게 따른다. <겨울연가>에서 박용하와 최지우의 친구로 등장하는 진숙(이혜은)과 용국(류승수)에 이어 <여름향기>의 방자와 향단이는 송승헌의 선배인 대풍(안정훈)과 손예진의 선배인 장미(조은숙)다. 이들은 시퀀스마다 패셔너블한 의상과 나름대로 튀는 설정으로 등장하지만 결국엔 드라마가 한정지운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스꽝스럽게 처리된다.이들의 역할은 두 가지다. 주인공들
윤석호 드라마의 불변의 법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