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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페넬로페 크루즈, 뱅상 페레, 키아누 리브스, 모니카 벨루치 등을 레드 카펫에 불러모으며 시작된 칸영화제는 올해도 언제나처럼 `스펙터클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았다.지난 5월14일 페넬로페 크루즈, 뱅상 페레, 키아누 리브스, 모니카 벨루치 등을 레드 카펫에 불러모으며 시작된 칸영화제는 올해도 언제나처럼 ‘스펙터클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을 상영한 다음날 아침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이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스펙터클의 영화에 대한 지지와 성원의 뜻을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각각 유럽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의 비전을 함께 보여준다는 의미.그러나 이런 시도는 환영받지 못했다.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자 활극이자 러브스토리인 <팡팡 라 튤립>은 52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기도 한 크리스티앙 자크 영화의 리메이크로, 프랑스 대형 액션영화 붐을 선도한 뤽 베송이 제작하고, 그의 자랑
개막작 혹평 속,최고 최대 영화제 칸이 56번째 문을 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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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여, 대가들의 파티장에여, 왜 새로운 발견을 두려워하는가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2년 칸 리포트에 대한 반성문, 또는 올해의 다짐칸=정성일/ 영화평론가우선 먼저 고백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지난해 칸에서 <씨네21> 독자들을 위하여 영화를 보았고, 그리고 새로운 영화를 알리기 위하여 잠을 설치고 남들보다 서둘러 줄을 섰으며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아마도 나의 올해 칸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해야 옳을 것이다.반성1 - 내가 놓친, 혹은 과대평가한 영화들무엇보다 먼저 지난해 칸에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친애하는 당신>을 놓친 것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주목할 만한 시선’). 타이에서 온 이 미지의 시네아스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지난해 가장 새로운 발견이다. 매우 느리며, 때로는 거의 정지된 듯한 순간을 발견하는 이 영화는 얼마나 느리냐 하면 영화가 시작한 지 55분 만에 영화제목이 뜬다! 카메라는 마치 장면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3년 칸으로 부터 온 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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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네아스트를 만나러, 다시 칸으로!<밝은 미래><엘리펀트>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와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는 (내 생각으로) 이번 칸에서 폭풍의 핵이 될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빈센트 갈로의 <브라운 버니>에서의 섹스장면이 매우 쇼킹할 것이며, 아마도 지난해에 가스파 노에가 해낸 그러한 스캔들을 올해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한다.그리고 다시 칸으로. 어쩌면 나는 다시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 하겠는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험을 마다않는 것은 여전히 영화에 대해 고갈되어가는 내 사랑을 붙들려는 안간힘 때문이다. 말하자면 영화에 대한 이 서간체 글들은 고백이며, 또는 사랑하는 신기루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이다. 그러니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께서는 구조해달라고 병에 넣어서 띄어보내는 이 SOS 편지를 외면하지 마시라. 당신은 우연히 이 편지를 읽는 것이 아니다. 그 유명한 이야기. 편지는 반드시 목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3년 칸으로 부터 온 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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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터 칸><"남자들의 무리들 사이에서"를 연출하면서>아르노 데플레생은 이미지로 가득찬 지금의 영화를 구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미지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리고 <에스터 칸>에 이은 <"남자들의 무리들 사이에서"를 연출하면서>는 말 그대로 진행형의 영화이다.모두들 칸영화제의 첫 번째 기사로 제랄 크라브칙의 <팡팡 라 튤립>(Fanfan la Tulipe, 영화제 개막작)을 소개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 관심이 없다. 우선 나는 크리스티앙 자크의 원판 <팡팡 라 튤립>을 프랑스 문화원에서 대학교 2학년 때 보았다. 신나는 기사도 영화. 제랄 필립과 지나 롤로브리지다와의 연애담, 그리고 앙리 장송의 문어체 대사, 무엇보다도 말을 타고 달리면서 마차와 벌이는 ‘그 유명한’ 활극장면들이 50년대 프랑스 대중영화의 정점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아뿔싸 나는 그때 이미 이 영화를 사형대에 올려놓고 ‘프랑스영화의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3년 칸으로 부터 온 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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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영.화. 그 무모한 게임을 향해
Prologue
<살인의 추억> 개봉 사흘 전, 명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심재명 대표와 심보경 이사의 관심사는 자신들이 투자한 <질투는 나의 힘>이 아니었다. 두 작품을 차례로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는 <살인의 추억>을 예정보다 한주 앞당겨 개봉하기로 하면서 <질투는 나의 힘>을 ‘버렸다’. 당장 큰 손해를 입게 된 명필름으로선 <살인의 추억>이 곱게 보이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질투는 나의 힘>에 대한 걱정보다 “<살인의 추억>이 잘돼야 하는데…”를 거듭 되뇌고 있었다.
‘경쟁자’마저 <살인의 추억>의 흥행을 기원할 만큼 이 영화는 충무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였다. 이들은 “이쯤에서 <살인의 추억>이 뭔가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 한국영화의 흐름이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잘 만든 영화가 흥행도
<살인의 추억> 성공드라마, 5 라운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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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und | 원작 vs 80년대
조 형사의 다리 절단은 군홧발에 대한 응징
<날 보러와요>의 판권을 원작자로부터 곧바로 살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이미 영화화를 생각하고 판권을 사들인 CF감독이 있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차 대표가 협상을 벌이며 웃돈을 주고 재구입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진짜 게임은 그 다음부터였다. 6개월 동안 조사해 모은 사건 자료와 자기 완성도를 지닌 원작을 놓고 영화적 상상력으로 짜들어가야 하는 새로운 창작.
“몇명의 용의자를 두고 범인이다, 아니다를 주고받으며 긴장의 강도를 높여가는 흐름과 FM 라디오 플롯이 원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다. 너무 방대한 사건이어서 길잃기가 쉬운데 그 덕분에 감을 잡았다.”
연극과 가장 갈라지는 건 원작에 없던 80년대라는 시대를 끌어들인 대목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였으나 아무도 보호받지 못하던 시대의 공기를 끌어들이는 것. 등화관제, 부천서 성고문
<살인의 추억> 성공드라마, 5 라운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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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und | 관습 vs 관습
미해결 사건, 더 이상 ` 핸디캡 ` 아니다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가 우리에게도 왔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아 투자하고 싶긴 했으나 스릴러라는 장르의 선입견이 걱정스러웠다. 무겁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는 미해결의 엔딩이 부담스러웠고 불안해보였다.”(권미정 쇼박스 한국영화팀장)
<살인의 추억>은 상업영화의 오랜 관습 몇 가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 흥행전략상 가장 난점으로 꼽히던 미해결의 엔딩을 포함해 굿가이·배드가이의 혼합형 캐릭터, 영화의 숙명이라 할 관음증에 대한 거스름 등 초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험을 감수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었다. 장르적으로 풀어서 잡는 걸로 끝낸다? 관객이 얼마나 찝찝해하겠나. 범인을 못 잡는 대신 그토록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 형사들의 시선에 철저하게 맞춰나가기로 했다. 그 하나의 감정선을 좇아가다 끝내는 폭발하게 만드는….”(봉준호)
<살인의 추억> 성공드라마, 5 라운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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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와일드카드>와 함께한 15개월의 기록
배우가 제작기를 써서 보내오기란 쉽지 않다. 스케줄 감당하기도 버거운데 일지를 쓸 만한 여유가 있겠는가. 여기에 제작기간이 1년이 넘는 영화라면, 후일 기억을 더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와일드카드>의 맏형인 정진영씨가 제작기를 보내오겠다고 했을 때 드는 의구심은, 사실 또 있었다. 개봉을 앞둔 시점이다보니 자칫 “영화를 홍보하는 멘트가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 물론 기우였다. 정진영씨가 보내온 기록은 “힘들었다, 그래도 우린 해냈다”는 식의 상투를 넘어 솔직하고 담백한 관찰기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캐스팅된 뒤 15개월 동안 촬영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사람들에 대한 그의 가감없는 ‘고백’을, 여기 싣는다. - 편집자
옛, 감독님
2002년 2월_인사동 모 술집 >>
“이제 책이 나올 것 같다. 니가 할 거 있다. 여름 지나면 찍자. 너 손해볼 일은 없을 거다.” 영화 <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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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은 어찌 날꼬
2002년 11월3일_북창동 유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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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크랭크인. 11월 초답지 않게 매우 쌀쌀하다. 첫신은 노래방에서 주봉이 형(김 반장)의 생일잔치 뒤풀이를 하는 장면. 나는 노래 한곡 부르고, 형사들 바스트 이동숏으로 첫신은 OK. 밤신은 북창동 유흥가 골목. 유흥가 촬영은 현지 세력가(무척 순화된 표현임)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알고보니, 그곳의 세력가가 신근호 PD의 고향후배란다. 아무런 문제없이, 너무나 많은 도움과 협조 속에 촬영을 순조롭게 진행. 그 세력가도 영화에 한컷 출연. 날씨가 매섭다. 감독님, 여름에 찍을 영화 한겨울에 찍게 되었다고, 투덜투덜. 아! 이제 추위와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11월 초도 이러니, 한겨울은 어찌 날 것인가.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베테랑 감독의 카리스마
2002년 11월12일_메리어트호텔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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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4회차를 나왔지만, 현장의 손발이 착착 맞는다. 무엇보다 그것은 감독님의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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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깨라면 깬다
2003년 2월9일_부산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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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의 끝이 보인다. 범인 검거 시퀀스를 찍는 부산 로케이션 촬영. 촬영기간 내내 말 그대로 살을 에이는 겨울바람에 시달리던 스탭들. 따뜻한 부산 바닷가에서 신이 났다. 하루 촬영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 영화현장에서 뒤풀이 술자리는 빼놓을 수 없는 여흥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스탭들이 영화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맛일 게다. 일하고 같이 술먹고, 싸우고, 화해하고…. 청춘남녀들은 몇쌍의 커플을 탄생시키고….
<와일드 카드>의 현장 집합시간은 촬영분량이 아무리 많아도, 전날 촬영 종료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정해진다. 이른바 김유진 ‘룰’이다.
“촬영이 끝나면 숙소이동 및 취침준비 1시간, 수면시간 7시간, 기상 및 식사, 현장이동 2시간. 도합 10시간 뒤, 집합시간!”
하지만 스탭들은 곱게 자지 않는다. 아무리 충분한 수면시간을 줘도 술에 바친다. 그럴 경우 추가로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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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눈으로 보고 힘있는 펜으로 쓰다
총 8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시선의 독창성과 문체의 힘이라는 기준으로 6편을 골라 최종심에 올렸다. 이선주의 ‘홍상수와 작가주의, 한국영화의 정체성’은 홍상수 감독을 둘러싼 국내외 비평담론의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부지런함과 솜씨가 눈에 띄었으나, “바깥을 경유해서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문제 설정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은 무엇인가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남석의 ‘우유부단함의 미학: 워쇼스키 형제’는 소재를 다각도로 정리해나가는 저널리즘적 발랄함의 와중에 비평가로서의 집요한 시선이 흐트러진 경우였다고 보았다.
황승현의 작품론 ‘위장된 판타지의 주인, 현수’는 페미니즘과 다른 각도에서 <나쁜 남자>를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작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 분석을 했더라면 좀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반면 ‘상투성이 거둔 새로운 승리’는 작품들에 대한 충실한 내재적 비평을 통해 귀납적인 작가론을 도출했지만, 에
제8회 씨네21 영화평론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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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김종연 작품비평 전문
시간의 팜므파탈, 존재론적 스릴러
니콜 키드먼과 메릴 스트립 그리고 줄리언 무어라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의 사진 세개가 나란히 포스터에 붙어 있는 이 영화에서 가장 난감한 일은 누가 주인공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다(베를린영화제에서는 세명 모두에게 주연상을 주었다). 이 영화는 누가 주인공인가? 이것은 일견 하찮은 문제로 보인다. 그것은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누가 주인공인가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세월’ 즉 시간은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마이클 커닝햄 혹은 스티븐 달드리의 맥거핀이다.
실은 이 영화는 능청스럽게도 타이틀이 뜨기 전 몇분 동안에 그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알려야 한다는 관습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지키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유서를 쓰고 강물에서 자살한다. 영화에서 세 여인의 ‘하루’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은 그때까
제8회 씨네21 영화평론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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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진단시리즈3편-대안적 유통질서를 찾아라5가지 사례로 본 다양한 영화살리는 배급방식의 가능성배급은 영화산업의 꽃이다. 영화가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자면 배급시스템부터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가 산업으로 성장한 지난 10년간의 변화에서도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메이저 배급사의 출현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달에 1편씩, 1년에 12편 한국영화를 배급한다는 것은 꿈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빠른 시간 만들어진 배급시스템은 그만큼 엉성한 면을 갖고 있다. 외형적 성장에 치중한 한국 경제의 발전과정과 비슷하게 국내 배급시장은 메이저 위주, 와이드 릴리스 위주로 형성됐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한국영화산업 진단시리즈 3번째로 한국의 배급시스템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 ★ 영화는 확률의 게임이다.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상대투수의 구질과 특성을 모른다면 안타를 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영화산업 X-Ray 3 - 대안적 유통질서를 찾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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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__ <동승>★지난 4월11일 개봉한 <동승>은 순제작비보다 마케팅비를 더 많이 쓴 영화다. 순제작비 규모로 보면 <지구를 지켜라!>나 <질투는 나의 힘>보다 적은 돈이 들었지만 전국 100개관 이상에서 개봉해 주요 극장에서 3주 이상 상영됐다. 개별 극장에서 <지구를 지켜라!>나 <질투는 나의 힘>보다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상업적 매력이 약한 영화 가운데 와이드 릴리스로 손해를 보지 않은 드문 예다. 극장 수입 8억7천만원에 TV, 비디오, DVD, 해외판권 등을 합치면 총제작비 15억원은 충분히 건질 것으로 보인다. <동승>을 배급한 청어람 대표 최용배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정한 제작비 이상이 투자된 영화인 경우 와이드 릴리스 외에 대안이 없다. 예를 들어 제작비, 마케팅비를 합쳐 20억원이 넘는다면 몇몇 극장에서 개봉해 장기상영을 한다고 해도 그 돈을 회수할 가능
한국영화산업 X-Ray 3 - 대안적 유통질서를 찾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