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네오와 그 동료들은 어마어마한 무기를 들고 경찰과 경비원들을 싹쓸이한다. 죽은 이들은 에이전트와 달리 매트릭스 밖 코쿤에서 잠자고 있는 진짜 사람들이다.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 그들의 육체도 함께 호흡을 멈췄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살상용 무기를 줄 수 있다면, 마취가스 같은 온화한 무기도 줄 수 있었을 텐데, 네오는 왜 굳이 살인을 고집했을까? 그가 정말 메시아라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네오와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는 이단자다! 중세 사람들이 <매트릭스>를 봤더라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기독교도 중에는 <매트릭스>가 그노시즘에 기반을 둔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노시즘은 진실에 관한, 좀더 구원을 얻는다고 믿었던 중세 기독교의 이단이었다. 그들은 악을 물리치거나 신을 따른다고 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설파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물질로 이루어진 이 세상은 신이 아닌, 2급신(lower god)의 창조물이었고, 진짜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의문점 9가지 Q&A [2]
-
골때리는 영화들아, 반갑다5월 31일부터 개막하는 인디포럼 2003, 추천작 25편독립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조망하는 인디포럼 2003이 5월31일부터 6월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올해 인디포럼이 내건 슬로건은 ‘산점(散點)-미학선언1. 의미의 비종속성’이다. ‘초점’의 상대어인 ‘산점’이라는 개념은 회화에서 쓰였던 것으로, ‘사물의 다양한 측면을 화가가 깊이있게 관찰, 나름대로 현실을 통합해 하나의 화폭에 그려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처럼 다소 난해한 슬로건을 내건 이유는 현실의 다양한 층위를 제시하는 작가의 사유능력과 관객의 자유로운 상상과 해석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이같은 ‘의미의 비종속성’에 대한 강조는 올해 선정작 중 실험영화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과 관련이 깊다. 30편의 극·실험영화 중 3분의 1이 실험영화이며, 그외에도 실험성이 두드러진 작품이 많다는 사실은 오늘의 독립영화계가 고민하는 바를 짐작게 해준다. 즉, ‘독립영화’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의 본
인디포럼(indie forum) 2003 [1]
-
장르, 네 멋대로 놀아라|다채로운 장르 유희 6편독립영화가 장르영화의 반대편에 있다고? 하지만 영화의 역사에서 주류의 자리를 차지해온 장르영화를 제쳐놓고 영화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인디포럼 2003의 영화들이 장르를 고민하는 방식은 남다르다. 전형적인 장르의 틀을 가져오지만, 이내 이를 제멋대로 해체하고 재조립해 기묘한 세계를 창조해낸 것. 과감하게 장르 파괴, 또는 장르 가로지르기를 시도한 영화들을 조명한다.<기억의 환(幻)> | 이난/ 16mm/ 흑백, 컬러/ 36분/ 2003년/극·실험미스터리스릴러의 틀을 빌려와 황당하게 뒤틀어버린다. 탐정 김군은 어느 날 민전이란 조직에서 활동했던 여몽이란 남자와 애인 미니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사방을 뒤지며 탐문을 벌이던 김군은 라디오 뉴스에서 여몽이 몽산포해수욕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여몽의 실종, 살해에는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순간부터 차용해온 미스터리란
인디포럼(indie forum) 2003 [2]
-
‘선전’에서 ‘소통’으로, 코드를 변경하라|유연해진 매체, 다큐멘터리 5편다큐멘터리는 그동안 ‘강박증’을 앓아왔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극영화와 짐을 나눠가졌지만, 그 이후에는 ‘역사와 사회’라는 장벽을 혼자 짊어져야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인디포럼에서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13편은 일종의 전회(轉回)처럼 보인다. 소재나 주제가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접근방식의 스펙트럼 또한 매우 넓어졌다. 일방적인 프로파간다 대신 쌍방향의 소통방식을 구하려는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당신은 누구십니까> | 김기진, 정찬철/ 16mm/ 컬러/ 45분/ 2003년일류대에 다니는 아들을 둔 모범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버스기사, 카메라를 흘깃거리며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거냐”고 묻는 심드렁한 대학교수, 실연이라도 당한 것인지 담배연기만 날려대는 군인, 카메라를 등지고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는 생선가게 아주머니 등이 연이어 등장한다. 100피트의
인디포럼(indie forum) 2003 [3]
-
-
우정과 반미 사이, 미국은 광분, 프랑스는 으쓱칸을 뜨겁게 달군 사건과 사람들, 칸의 명불허전 4장면+α칸=글 박은영·사진 정진환·취재지원 성지혜밤마다 레드 카펫 세리머니가 펼쳐지는 뤼미에르 극장 앞에는 이른 저녁부터 스타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북적댄다. 귀족처럼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이 반짝거리는 초대장을 들고 극장 속으로 사라질 무렵, 크로와제트 거리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프레스센터가 들어선 팔레 드 페스티벌 앞에는 오가는 기자들을 붙잡고 초대장을 간청하는 순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영화제에서 ‘버린 자식’ 취급하는 감독 주간의 메인 상영관 노가 힐튼엔 객석은 물론 무대에도 드레스나 턱시도가 없다.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의 감독은 스탭과 배우들을 불러올려 함께 인사하고, 관객은 요란한 박수와 환호로 화답한다. B급호러로 유명한 프로덕션 트로마는 올해도 그 유명한, 음란하고 무례한 게릴라식 홍보전을 감행하고 있다. 늘 존재해왔던 칸의 변두리를 올해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1]
-
“영화적 실험보다 기자회견이 더 두려워”칸 최고의 화제작 <도그빌> 감독 라스 폰 트리에 독점 인터뷰칸영화제 기간 중에 입장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사회와 기자회견을 꼽으라면, 단연 <도그빌>을 들 수 있다. 이날 기자들은 참 많이 뛰었다. 아침 8시30분이라는 이른 시각에 열리는 기자시사에 늦지 않기 위해, 2시간58분의 러닝타임을 꼬박 지킨 뒤엔 기자회견장의 자리를 맡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엄청난 취재 인파가 몰려든 탓에 안전사고를 우려한 회견장 가드들은 ‘과잉 진압’으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런 열기는 멀리 할리우드에서 왕림한 니콜 키드먼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도그빌>이라는 작품에 대한 경탄 또는 혐오의 마음, 괴물 같은 감독 라스 폰 트리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이렇듯 <도그빌>이 영화제 중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소재와 형식, 어느 하나 범상한 구석이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공황기의 미국, 작은 마을에 찾아든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2]
-
3부작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스타일로 연출할 계획인가. 3편의 영화 스타일이 모두 다 똑같다. 말하자면 내 방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거다. (웃음) 이 작품도 초기엔 평범한 로케이션을 염두에 두고 스크립트를 썼다. 사생활이라곤 불가능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기엔 어딘가 미흡하게 느껴졌고, 그때 ‘지도’처럼 평면적이고 투시적인 세트가 떠올랐다. 조금 급진적이긴 해도, 형식적으로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야만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적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요즘 극히 미니멀하고 콤팩트한 비주얼에 맘이 끌린다. <반지의 제왕>을 봐라. 모든 게 너무 넘치는 영화다. 그래서 아무 재미가 없다. 큐브릭은 <배리 린든>을 만들 때 원하는 빛, 원하는 구도를 잡아내기 위해 석달 넘게 기다렸다. 요즘 컴퓨터그래픽 기술이면 한두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그런 비주얼에서 무슨 감흥을 느낄 수 있겠나.니콜 키드먼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3]
-
칸을 습격한 꼬리 아홉달린 영화들에 관한 보고정성일, 칸으로부터의 편지2 - <도그빌> <오후5시> 등 칸 화제작 오디세이칸 = 정성일/ 영화평론가…(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칸에서 보내는 두 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전 지구적인 화제이다. 어쩌면 서울에서 당신은 이미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칸영화제에서 신분을 표시하는 4개 등급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블루카드인 나는 칸에서 이 영화의 초대를 받지 못했다(당연하지 않는가? 나는 워쇼스키 형제나 키아누 리브스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미리 칸에 도착한 기자들은 뒤이어 속속들이 도착하는 기자들만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매트릭스2>가 어떠냐고 물어본다. 신기한 것은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시시하다, 고 대답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사서 읽은 <리베라시옹>은 “죽인다!!”는 게 결론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영화의 새로운 영토’에 뛰어들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4]
-
유령, 섹스 그리고 로드무비<브라운 버니>(The Brown Bunny) | 감독 빈센트 갈로 | 경쟁부문빈센트 갈로는 여기서 내기를 건다. <브라운 버니>는 지나치게 야심적이거나, 아니면 과대망상증에 걸린 작가영화이다. 어쩌면 첫 번째 영화 <버펄로 66>이 지나치게 성공했기 때문에 다음 영화를 만드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또는 캘빈 클라인 청바지 광고 모델이 걸작을 찍었다는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빈센트 갈로는 지난 4년 동안 기다렸다. 그리고 21세기의 첫 번째 위대한 로드무비 <브라운 버니>를 만들었다(아니, 첫 번째라는 말은 틀릴지도 모른다. 거기에 구스 반 산트의 <게리>를 더해야 할 것이다).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두 시간의 여행. 혹은 유령과 함께 떠나는 길의 여정. 빈센트 갈로는 여기서 최소 인원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빈센트 갈로 자신이 제작하고, 감독을 하고, 각본을 썼으며, (자막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5]
-
웃지마, 현실이 될지도 몰라<엘리펀트>(The elephant) | 감독 구스 반 산트 | 경쟁부문구스 반 산트의 영화는 결국 미국 십대들을 이해하려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영화이다. 그가 인디펜던트로 만들건(<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아이디호>), 할리우드에서 만들건(<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 마찬가지이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거나(<카우걸 블루스> <싸이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지만(), 결국은 같은 이야기로 돌아온다. 물론 그의 영화가 점점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얼마 전까지 나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가 그의 가장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굿 윌 헌팅>을 본 다음에 더이상 그의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펀트>로 구스 반 산트는 기적처럼 돌아왔다(아직 나는 <게리>를 보지 못했다). 정말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6]
-
글쎄 우리가 애니세상을 뒤집었대요!<니모를 찾아서> 개봉앞둔 판타지 주식회사, 픽사 스토리수천만, 수억의 디지털 화소로 당신의 기억 속에 잠자던 꿈을 살려내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의리에 죽고사는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우주전사 버즈, 아시죠? 모험심 강한 일개미 플릭과 그의 곤충 친구들, 그리고 정 많은 몬스터 설리와 수다쟁이 외눈박이 마이크도요. 최근 드넓은 바다를 헤매며 ‘아들 찾아 3만리’를 감행한 흰동가리 아빠 말린과 아들 니모의 모험담 <니모를 찾아서>는 5월 마지막주 개봉대기 중이랍니다. 모두 픽사의 가족들이죠. 어느새 이렇게 늘었냐고요? <니모를 찾아서>가 벌써 다섯 번째 장편인걸요. 픽사도 어느덧 17살입니다.거의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선물처럼 찾아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픽사라는 이름을 함께 품은 작품들은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95년 픽사의 첫 장편이자 최초의 디지털 장편애니메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1]
-
픽사와 디즈니<틴 토이>로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고, 합성을 위한 획기적인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 렌더맨을 개발한 89년 즈음, 픽사는 명실상부한 명가로 자리잡게 된다. 단편과 매년 늘어가는 광고 제작으로 3D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픽사는, 91년 월트 디즈니와 3편의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을 공동으로 제작, 배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그 첫 시도가 95년 말에 개봉돼 세계적으로 3억6천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해 전미 흥행 1위라는 기대 이상의 기록을 세운 <토이 스토리>다. <토이 스토리>는 신기하게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 소품 하나하나 꼼꼼히 재건된 앤디의 방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3D테크놀로지의 스펙터클을 선사하는 한편, 신형 장난감 버즈에게 밀려날까 두려운 우디의 고민, 유일무이한 전사라 생각했던 자신이 대량 생산된 장난감 중 하나란 사실에 허탈해하는 버즈 등 장난감들의 동화와 자본주의 산업의 속성에 대한 유쾌한 풍자로 아이와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2]
-
생물도감을 뒤적이며 이렇게나 이름 모를 바다 생물이 많다는 것에 놀라곤 했었지만 이제는 무심히 보게 된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을 내세운 <니모를 찾아서>까지, 이러한 흐름은 일관된다. <몬스터 주식회사>와 <니모를 찾아서>에 공동감독으로 참여한 리 언크리치는 “픽사 사람들 중 누구를 만나도 번번이 듣는 말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캐릭터다. 모든 그래픽과 비주얼은 케이크 위의 당의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파이널 환타지> 같은 영화를 보면 정말 놀라운 비주얼이 많지만, 박스오피스의 성적은 스토리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부터 <니모를 찾아서>까지 5편의 시나리오를 공동 혹은 단독 집필한 픽사의 대표적인 작가 앤드루 스탠튼에 따르면, “처음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는 굉장히 무섭다”고. 무엇보다 관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하지만 픽사의 작품들은 자신들을 위한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3]
-
픽사 캐릭터열전내 옛 장난감이 떠올라픽사의 아이콘 - 룩소 주니어<룩소 주니어> Luxo Jr.1986년작. 픽사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 나오는 PIXAR라는 타이프 중에서 I자 위에 올라가 퉁퉁 튕기다 찍 밟고 서는 바로 그 램프가 룩소 주니어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램프가 I를 찍 눌러 없애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말로 하는 대사는 없지만, 램프를 켜고 끄고, 제자리에서 뛰고, 램프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보다 내용을 이해하기 쉬울 수 없다. 픽사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존 래세터가 감독했다. <토이 스토리2> DVD 서플에 담겨 있다.<럭소 주니어><틴 토이>괴물아기 남시오 - 아기와 병정<틴 토이> Tin Toy1988년작. <토이 스토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존 래세터 감독이 만든 <틴 토이>는 괴물(같은) 아기와 양철 장난감 병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인의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