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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을 사로잡을 판타지 8편넌 누구지? 너 자신을 믿을 수 있겠어?원더풀 데이즈Wonderful Days감독 김문생/ 한국/ 90분/ 개막작잿빛 그늘이 내려앉은 서기 2142년 지구. 선택받은 자들의 도시 에코반은 오염물질을 태워 동력을 얻고 있다. 친구의 배신 때문에 버려진 도시 마르에서 살고 있는 수하는 오염물질이 부족해진 에코반이 마르를 불태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파국을 막으려 한다. 에코반 동력 시스템에 침투한 수하는 십년 만에 어린 시절 사랑했던 제이를 만난다. 제이는 단 한번 푸른 하늘을 보여주었던 수하가 적으로 나타났다는 현실 앞에 갈등하고, 수하를 배신했던 연적 시몬은 또다시 두 연인 사이에 끼어든다. <원더풀 데이즈>는 실사 촬영과 미니어처, 3D와 2D를 특성에 맞게 배치한 엄청난 화면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4년에 가까운 제작기간과 100억원 넘는 제작비를 들여서 맑게 갠 하늘처럼 눈이 부신 그림을 만들어냈다. 오페라처럼 장중한 음악이 비극으로 치닫는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35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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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바라보는 9편의 드라마동정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두려움과 떨림Fear and Trembling감독 알랭 코르노/ 프랑스, 일본/ 106분/ 월드 판타스틱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작가 아멜리 노통의 체험 소설을 영화화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5살까지 살았던 벨기에 여자 아멜리는 일본 문화를 향한 향수와 매혹에 떠밀려 각고 끝에 대기업 유미모토의 1년 계약 사원으로 취직한다. 그러나 골프 약속을 승낙하는 간단한 영문편지를 아무런 이유도 듣지 못하고 수십 차례 퇴짜맞는 첫날부터 그녀는 개인의 능력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보다 하급자의 두려움과 떨림어린 복종을 요구하는 일본 조직문화에 느린 고문을 당한다. 게다가 아멜리의 눈에 일본적 미의 화신처럼 보였던 직속상사 미스 모리는 극악한 네메시스가 되어 그녀를 무의미한 단순노동의 노예로 전락시킨다. ‘사무실 호러’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숨통을 죄는 불합리한 관행의 묘사가 신경증 상태에서도 적수 모리의 미모에 대한 매혹과 피학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35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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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매딘 특별전-판타지의 새 흐름을 맞이하라무성영화에 담긴 비틀어진 상상력로베르토 비네, 장 콕토, 무르나우, 루이스 브뉘엘, 피터 그리너웨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데이비드 린치. 모두 이 한 사람의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따라붙는 이름들이다. ‘가이 매딘.’ 국내에는 생소한 감독이지만, 이미 80년대부터 수십편의 장·단편을 만들었으며, 각종 영화제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그의 추종자들을 확인할 수 있다.2000년대 판타지 양식의 새 흐름을 제시하는 캐나다 감독 가이 매딘은 줄곧 자신의 출생지 위니펙에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의 영화들은 내러티브를 요약하기 힘들 만큼 시각적이며, 시대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무성영화적이다. 5편의 장편, 4편의 단편, 그리고 그에 관한 1편의 다큐멘터리가 이번 특별전에 상영된다. 기괴함과 우스꽝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가이 매딘식 그로테스크 판타지의 정수를 소개한다.<김리 병원 이야기>The Tale from the Gimli Hospi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35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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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불안이 전진한다#1. “언제 비를 맞아본 적이 있어야지, 원.”올 초 충무로에 돈가뭄이 심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영화사 마술피리 대표 오기민(42)씨는 이렇게 말했다. 2001년 자신의 영화사를 만들어 내놓은 첫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흥행참패를 맛본 뒤 지난 1년간 그가 겪은 경제적 어려움은 능히 짐작할 만하다. 재상영운동까지 일어났지만 <고양이를 부탁해>가 불러들인 최종관객은 3만명을 넘지 않았고, 영화사는 기획실과 제작부를 해산시켜야 했다.#2. “전야제 관객만으로 <고양이를 부탁해> 최종 관객 수를 앞질렀네, 허허.”지난 6월13일, <장화, 홍련>이 개봉하던 날, 관객반응을 궁금해하자 그가 던진 말이다. 개봉 3일간 전국 77만4500명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세운 <장화, 홍련>은 11일 만에 전국 200만명을 돌파했다. <장화, 홍련> 개봉축하파티에 참석했던 한 영화인은 이날 분위기가
<여고괴담>에서 <장화,홍련>까지,오기민 PD의 영화 세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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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스타 캐스팅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프로듀서인 것은 이런 점과 관련있어 보인다. <장화, 홍련>은 최초의 투자사에서 캐스팅이 약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거절했던 영화지만 “공포영화는 스타 캐스팅이 중요하지 않다”는 오기민씨의 믿음에 따라 완성됐다. <고양이를 부탁해>도 애초 원했던 스타 캐스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신인배우의 등용무대가 된 <여고괴담>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제작준비 중인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100% 중년배우들로 캐스팅할 예정이다. “운이 좋았던 점도 있다. 투자사가 내가 하자는 대로 받아들여줬으니까.” 캐스팅에 대한 이런 태도는 그가 기획한 영화들이 쉽게 무산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 충무로 상황을 보면 수많은 영화가 캐스팅에서 고배를 마시고 좌절되곤 했지만 그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으로라도 영화를 완성시키는 편이다. 변영주 감독의 <밀애>를 기획했다 내부 사정상 좋은영화에 넘긴
<여고괴담>에서 <장화,홍련>까지,오기민 PD의 영화 세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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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프로덕션 중심으로 커리큘럼 개편하자한국영화산업 진단시리즈 최종회 - 넘치는 영화과, 활로는 어디에?지난해 <씨네21>이 기획으로 다뤘던 2003년 영화 관련 학과 모집요강에 따르면, 학과 수와 입학 정원이 136개 학과, 1만459명에 이른다. 한해에 1만명 넘게 뽑는다면 곧 매년 1만명가량의 졸업생이 학교 밖으로 쏟아진다는 뜻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무리없이 소화하기란 버거워 보인다. 또 예술과 연계된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제대로 키워내고 있는지의 여부도 문제다. 물론 대학이 산업인력을 키워내는 곳은 아니며, 법대를 갔다고 모두 판·검사가 되지 않듯이 모두 영화 일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렇더라도 일반대학의 영화과가 어떻게 변모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사 례 1송낙원(34)씨의 인생 드라마는 현재 1인3역을 소화 중이다. 영화를 가르치면서(서경대 연극영화과 겸임 교수), 영화를 공부 중이고(영화이론 박사과정
한국영화산업 X-ray 8 - 영화과,활로는 어디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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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산학협동을영화현장에선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 않아 불만이고, 학교에선 현장과의 연결이 여의치 않아 불만이다. 학생들에겐 산교육이자 실전 경험이 될 산학협동은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수 있는 접점이자 양쪽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 산학협동이 프로덕션이나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이뤄지는 건 현실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프리 프로덕션에서도 초반 단계가 적절해 보인다. 트리트먼트 단계에서 다양한 조사와 자료를 갖춰가며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국내외 관객의 정서 변동이나 패션 등을 예측하는 ‘사전 마케팅’ 기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프리 프로덕션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생산결과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손실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수적이나 영화계에서 거의 무시되고 있는 R & D 단계에 대학이 적절하게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영화산업 X-ray 8 - 영화과,활로는 어디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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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徹‘武俠-功夫’電影, 熱血心醉十代少年 我的莫無可奈告白談(장철 무협공부전영, 열혈심취십대소년 아적막무가내고백담)장철의 무협영화에 바치는 피끓는 십대소년의 막무가내 고백담영화평론가 정성일이 말하는 장철과 그의 순결한 사내들영화애호가라면 누구에게나 세상을, 영화를 알게 한 영화가 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에겐 장철의 영화가 그랬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장철의 영화가 온다는 사실에 흥분한 그가 자신의 소년기와 함께했던 장철 영화의 추억을 절절한 글로 옮겼다. 장철의 시대를 아는 사람이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장철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게 할 진심의 기록. - 편집자글 정성일/영화평론가이 글은 은밀하게 읽혀야 한다. 나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 글을 통해서 당신에게 장철(張徹, Chang Cheh)의 영화세계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이해시킬 생각이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장철 영화가 무협영화를 빙자한 퀴어시네마라는 말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 혹은 그와 호금전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말하는 장철과 그의 순결한 사내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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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나는 이 영화를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때는 아직 지구상에 비디오가 없었다. 영화는 극장에서 사라지고 나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었다. 그것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걸 몽땅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부터 학교만 끝나면 미아리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지막회까지 내내 보았다. 나는 정말 필사적으로 보았다. 단 한 장면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두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첫 장면부터 다시 복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기억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 또 달려갔다. 그렇게 금요일까지 나는 <심야의 결투>를 보고 또 보았다. 그때 나는 알았다. 영화는 숏으로 쪼개지며, 그 숏들은 신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나는 그걸 책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그리고 숏으로 암기하는 것보다 신으로 외운 다음 그 신을 쪼개는 숏으로 기억하는 편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말하는 장철과 그의 순결한 사내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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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리안과 <헐크>를 모함했나
“리안은 틀림없이 그 만화를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힘을 모아서 그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건 한 미국인이 영화정보 사이트 ‘에인트 잇 쿨뉴스’(Ain’t it Cool News)에 올린 글이며, 그 만화와 영화의 제목은 <헐크>다. 이 미국인은 리안이 <헐크>를 만든다는 사실을 참기 힘들어 하고 있다. 수억이 모여사는 나라에서 이런 의견 하나쯤 있다 해도 파리 하나 쫓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하나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와호장룡>의 리안이 <헐크>의 감독을 맡는다는 뉴스가 알려진 뒤로, 많은 미국인들은 동양에서 온 이 작은 남자가 자신들의 유년기에 깊이 새겨진 소중한 만화를 주물럭거린다는 사실 자체를 불쾌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헐크>는 리안이 처음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든 블록버스터다. 리안이 종전에 만든 모든
<헐크>와 리안,그리고 미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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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오우삼은 로마에 가선 로마의 법에 따르라는 가르침에 지극히 충실했다. 그는 할리우드가 해외 출신 감독이나 배우에게 요구해온 할리우드 입성 시험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94년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그에게 주어진 저예산 액션물인 <하드 타겟>을 받아들였고, 주연은 장 클로드 반담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의 영웅 주윤발도 영화적 사부의 길을 따라 범상한 액션물 <리플레이스먼트 킬러>를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오우삼은 이후 그레이드를 한 단계씩 높이는 모범생의 길을 따라 <브로큰 애로우>와 <페이스 오프>를 거쳤고, 마침내 <미션 임파서블2>과 <윈드 토커>에 이르렀다. <하드 타겟>을 만들 때는 “할리우드는 감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다가 <미션 임파서블2> 때는 “할리우드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헌사까지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품 자체에서
<헐크>와 리안,그리고 미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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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옥탑방에는 동갑내기 백조와 백수가 산다인터넷 소설은 어떻게 한국영화를 사로잡았나충무로는 변화할 것인가? 조폭들은 이제 사라지는가? 최근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중심에 들어선 인터넷 소설. 그리고 그 소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충무로. 현재 충무로에는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이 신생, 유력 영화사를 막론하고 막강하다. 인터넷 소설 영화화의 홍수 속에서 그 문화사회적인 배경과 맥락을 가늠해보고, 산업적 현황을 진단해본다. - 편집자제작자 A씨. 그는 요즘 심심찮게 신생제작사들로부터 ‘SOS’ 요청을 받는다. 네티즌 조회 수가 어마어마한 인터넷 소설이 있는데 이걸 창립작 아이템으로 삼으면 어떻겠느냐며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근엔 친한 선배까지도 “3천만원을 들여 인터넷 소설 판권을 구입할 계획”이라면서 그에게 사전 모니터를 부탁했다. “캐릭터가 별로 신선하지 않고 드라마 트루기도 엉망이다”라는 그의 만류에 선배가 결정을 망설이는 동안 그 인터넷 소설은
인터넷 소설은 어떻게 한국영화를 사로잡았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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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으로 지은 에피소드의 城, 가볍고 유쾌한 그들의 사정인터넷 소설을 가로지르는 네가지 명제인터넷 소설은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미리 추정되었다. 사이버 안에 지어진 그곳은 할일없이 킬킬대거나, 철없이 빈둥거리는 백조, 백수들이 들락거리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무시를 무색하게 할 만큼 수많은 ‘정상인’들이 그 놀이터를 찾았고, 영화는 그 수치를 확인하자마자 그들 편에 섰다. 이제는 그곳의 무엇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인터넷 소설, 또는 그 영화화의 과정에서 작동하는(하리라 예상되는) 수많은 다른 명제들. 여기 제시하는 4가지 명제는 그것들 중 처음 선택한 4개의 열쇠이다.2003년 현재 충무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소설과 영화 사이의 합종연횡, 또는 친교의 난장. 이 미완의 영화문화적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 먼 길을 도는 듯하지만 1997년과 1998년 사이버 문화와 영화 사이에 연행된 두 가지 만남을 출발점으
인터넷 소설은 어떻게 한국영화를 사로잡았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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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제3 |세상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서사의 중압을 탈피하라과거사와 인간의 내면이 더이상 흥미롭지 않다면, 의미있는 건 지금 이곳의 사건일 뿐이다. 복잡다단한 인물들의 관계는 최소로 줄어들고, 남녀는 서로간의 옥신각신, 또는 티격태격 공방전으로 거의 모든 내용을 채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엽기적인 그녀>가 나와 그녀 사이의 숨바꼭질일 수밖에 없는 이유, <옥탑방 고양이>가 주인님과 고양이의 쾌유적인 사랑놀이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여기서 구성의 미덕이나 심리적 깊이는 더이상 존중되지 않는다.인터넷 소설에서는 결론이 중요하지 않다. 때로는 멈춰서는 이야기도 있다. 앞의 사건을 뒤의 사건이 따라붙거나, 앞의 원인이 뒤의 결과를 책임지는 일 등은 드물다. 촘촘하게 얽혀 있는 전체의 틀은 인터넷 소설과 그 영화들의 기준에서는 짊어질 필요가 없는 무게이다. 단지 유사한 양과 사건으로서의 에피소드들이 이들이 원하는 것이다. 벽돌처럼 쌓이면서 원한이 깊어간다거나, 의
인터넷 소설은 어떻게 한국영화를 사로잡았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