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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6일 시작한 MBC의 20부작 드라마 <하얀거탑>이 3월11일 주인공 장준혁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주몽>처럼 5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아니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한 적도 없었지만 <하얀거탑>은 유난히 시끌벅적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수많은 매체가 <하얀거탑>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고, 인터넷의 게시판들은 주인공 장준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담은 글로 가득했다. 의학드라마라기보다는 정치드라마, 정치드라마라기보다는 한 인간에 대한 집요하고 냉정한 탐구에 가까웠던 <하얀거탑>이 남긴 흔적을 돌아본다. 아울러 야망에 불타는 인물 장준혁을 완벽하게 묘사한 김명민을 비롯해, 이선균, 김창완, 이정길 등 이 드라마에 격렬한 박동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인터뷰와 소설가 정이현과 전 <한겨레21> 편집장 고경태의 <하얀거탑>에 대한 단상 또한 함께 싣는다.
장준혁이 죽.었.다. ‘장준혁은 죽
<하얀거탑>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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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셨기에 망정이지…
30년간 5전5패, 평생공로상 받은 해 가을 81살로 영면한 로버트 알트먼
지난해에 로버트 알트먼이 오스카 시상식 개최일보다 일찍 세상을 떴다면 아카데미 회원들은 ‘할리우드 안에 있는 할리우드 밖의 감독’ 알트먼에게 트로피 안길 타이밍을 놓쳐 겸연쩍어했을지도 모른다. 알트먼은 <야전병원 매쉬>(1970)를 시작으로 <내쉬빌>(1975), <플레이어>(1992), <숏컷>(1993), <고스포드 파크>(2001) 등 5회에 걸쳐 오스카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가 받은 유일한 오스카상은 2006년 (역시나!) 공로상. 할리우드와 미국 중산층을 향한 적나라한 풍자드라마 <숏컷>과 <플레이어>가 영화제 환심을 샀을 리는 만무하고, 알트먼이 오스카에 가장 근접할 수 있었던 기회는 아마도 <야전병원 매쉬>일 것이다. 당시로선 무명인 도널드 서덜런드, 엘리엇 굴드 등을 기용해 미
[오스카의 실수들] 로버트 알트먼, 엔니오 모리코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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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로 전락한 주인공
<대부2>로 첫 주연후보, 20년 뒤 <여인의 향기>로 주연상 탄 알 파치노
“알 파치노는 언제나 신부의 들러리 같았지 신부 같진 않았다.” 로버트 오스본이 쓴 두꺼운 책 <65년간의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 중 1992년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알 파치노의 사진 아래 쓰인 구절이다. 파치노는 1972년 <대부>로 처음 조연상 후보에 지명됐고 그로부터 20년 만에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주연상 4회, 조연상 2회 후보에 올랐고 드디어 수상이 이루어진 1992년에 알 파치노의 실패 기록을 뛰어넘는 사람은 이제 피터 오툴과 리처드 버튼밖에 없었다. 그해 파치노는 <글렌게리 글렌로즈>의 남우조연으로도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는 <여인의 향기>로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눈먼 퇴역 군인의 신경질적인 외면과 따뜻한 내면이 겹친 연기가 뛰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파치노는 첫 주연 후보에 자신을
[오스카의 실수들] 알 파치노, 피터 오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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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마틴 스코시즈는 감독상을 수상했다. <분노의 주먹>(1980)에서부터 <에비에이터>(2005)까지 25년 동안 다섯번 감독상 후보자로만 머물렀던 스코시즈는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자신의 최고 흥행작 <디파티드>로 결국 감독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디파티드>는 작품상도 수상했다. 흥부 박이 터지듯 터진 상복이라. 진심으로 후련해하며 열렬히 축하해주고 싶지만, 아, 상이 너무 늦게 도착했다. 스코시즈의 감독상 트로피는 <디파티드>가 아니라 모두가 그의 걸작이라 입을 모을 수 있는 과거 어느 작품에 주어졌어야 했다. 게다가 작품상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바벨>을 외면한 결과라 조금 더 허탈하다. 이로서 지난 2월28일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일흔아홉 번째 아카데미시상식은 다소 지루하게 마무리지어졌다. 남녀주조연상에 헬렌 미렌, 제니퍼 허드슨, 포레스트 휘태
[오스카의 실수들] 마틴 스코시즈, 앨프리드 히치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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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파워~, 주입! 호리키타 마키
“노부타 파워~, 주입!” 왕따 소녀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주문은 사실 호리키타 마키에게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학교 시절 육상부 부주장을 비롯해 학생회 부회장을 지낸 호리키타는 가녀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당찬 소녀다.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 계기도 추리닝 차림으로 농구부 활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받은 스카우트 제의다. 몇번의 거절 끝에 영화 <코스믹 레스큐> 오디션에 응했고, 그 이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만났다. 데뷔 이후 4년 동안 출연한 작품이 20여편이 넘는다. 2006년 일본아카데미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영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호리키타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 한 작품. 일본의 한 평론가는 이 영화의 호리키타를 “연극적이지 않은 연기가 좋았다”며, “반드시 연기를 잘하지 않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평했다.
올해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분
[일본영화 소녀시대] 호리키타 마키, 가시이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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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앤 스파이스, 사와지리 에리카
쓰쓰지과의 꽃, 에리카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사와지리 에리카는 그라비아 아이돌 모델 출신. 재일조선인으로 출연한 영화 <박치기!>는 배우 생활의 큰 도약점이 된 작품이다. 이후 영화 <슈가 앤 스파이스>, 드라마 <1리터의 눈물> <태양의 노래>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박치기!>의 고풍스런 이미지를 비롯해 주로 생머리의 가녀린 역할들을 연기했지만, 사와지리 에리카의 실제 성격은 “남자 같으며”, 머리는 ‘뽀글뽀글 곱슬머리’라고. 그 곱슬머리는 자신의 외모 중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다. 아무로 나미에를 동경해 연예계에 데뷔했고, 당시 제출한 프로필에는 스티커 사진을 붙일 정도로 배우를 철저하게 준비한 타입은 아니다. 영화 <박치기!> 오디션 때에는 “일본영화는 재미없다, 일본의 영화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 당돌한 혼혈 소녀. “밝은 방”과 “힘내자
[일본영화 소녀시대] 사와지리 에리카, 우에노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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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맑게, 자신있게
전 일본축구 대표인 나가사와 가즈아키를 아버지로 둔 혈통 때문일까. 나가사와의 가장 큰 매력은 건강미다. 많은 사람들이 나가사와를 ‘개성이 없는 게 개성’이라는 말로 설명하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익숙한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거 아닐까. 로봇부원들의 청춘을 그린 <로보콘>을 시작으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야구영화 <터치>, 180cm가 넘는 장신의 남자배우 하야미 모코미치와 함께 다이빙 선수로 출연한 영화 <러프>까지, 나가사와 마사미의 영화들은 모두 ‘건강한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2006년 <TBS>의 4분기 드라마 <세라복과 기관총>에서는 야쿠자 보스가 된 여중생을 연기하기도 했다. 터무니없이 용감하고, 아픔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든 얼굴, 티없이 맑은 신선함은 도호가 추구하는 ‘신데렐라’의 이상형이다.
제5회 도호 신데렐라 오디션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일본영화 소녀시대] 나가사와 마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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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소녀를 좋아하시나요
무표정으로 미지의 공간을 응시하고 있을 때는 아슬아슬한 청춘의 표면을, 오른쪽 뺨에 보조개를 지으며 미소지을 때는 화창한 봄날의 여유를 전하는 소녀. ‘추억 만들기’의 기분으로 영화를 시작했고, 부산영화제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좀더 본격적인 배우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아오이 유우. 이와이 순지 감독의 2001년작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2006년 <무지개 여신>과 <훌라걸스>까지 6년간 달려온 길에 21작품이 놓여 있다. 발레, 탭댄스의 경험과 뮤지컬 <애니>의 데뷔 이력 등, 운동신경이 뛰어난 아오이 유우는 2002년 영화 <해충> 이전까지 CM 모델로 더 유명했다. 일본대학예술학부연극학과를 중퇴했으며, 일본의 한 영화기자는 이 점을 도호의 ‘신데렐라’ 오디션 출신인 나가사와 마사미와 비교하며, 아오이 유우가 현재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나가사와 마사미와 상반된 위치에
[일본영화 소녀시대] 아오이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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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귀여운 얼굴을 배반하는 도전정신? 큰 눈망울과 도톰한 볼, 밝게 웃는 미소와 4살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20편에 가까운 영화로 채어놓은 필모그래피를 보면 미야자키 아오이는 ‘소녀 이상의 배우’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함께 작업한 감독과 배우들의 이력을 보면 그 예감은 더욱 강해진다. <유레카>와 <엘리 엘리 레마 사박다니>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 <해충>의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유레카>의 배우 야쿠쇼 고지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의 아사노 다다노부 등. 올해 개봉예정인 영화 <새드 베케이션>은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 재회하는 작품이다. 2006년 다마키 히로시와 함께 출연한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의 모습은 미야자키 아오이가 ‘단지 어둠 속에서 고민만 하는 여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안경을 쓰고, 어깨에 가방을 짊어진 여주인공 시짱은 도저히 극중
[일본영화 소녀시대] 미야자키 아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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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섬세함은 롤리타 콤플렉스에서 나온다? ‘8590’ 일본 소녀배우들의 스크린 활약이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허니와 클로버> <훌라걸스> <무지개 여신> <무시시> 등 지난 한해에만 6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아오이 유우를 비롯해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첫사랑> 등의 미야자키 아오이, <크로스파이어>로 영화 데뷔한 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러프> <눈물이 주룩주룩>의 나가사와 마사미, 인기의 발판이 됐던 <스윙걸즈>를 지나 <행복의 스위치> <웃는 대천사> 등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우에노 주리 등. 2006년 일본영화는 소녀들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대중문화잡지 <인비테이션>은 최근 발행한 3월호에서 “2006년과 2007년, 일본영화는 남성 중심의 기획에서 여성 중심의 기획으로 변해가
일본영화의 유행이 된 소녀배우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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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한복판에서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과 매일 부딪히고, 우연히 들어간 공중 화장실에서 수천만원의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을 발견하며, 나도 모르게 나가버린 주먹으로 학교 짱을 쓰러뜨리는 인물들만 영화에 등장하는 건 아니다.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가 건물 전체를 홀랑 태우고, 살짝 미끄러진 계단에서 10층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처음 간 여자친구 집의 변기 물을 넘쳐나게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 또한 스크린이다. <ME>가 새봄맞이 이벤트로 마련한 <진실게임>에서는 이렇게 지지리도 운없는 영화 속 캐릭터들을 초대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참혹한 결과를 맨몸으로 버텨온 역전의 용사들 가운데 가짜가 한명 있다. ‘불운의 주인공, 가짜를 찾아라’가 오늘의 미션!(SBS 오락프로그램 <진실게임>을 패러디해 가상으로 구성한 내용입니다).
<쏜다>의 박만수 등 운 나쁜 캐릭터들의 가상 토크쇼
<진실게임> ‘이보다 더 운 나쁠 수는 없
진실게임! 가짜 불운아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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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미숙한 것들은 가라. 지금 위풍당당한 여왕님들께서 행차하신다. 바야흐로 세계 영화계는 실버 파워의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보톡스로 피부를 탱탱하게 만들지 않아도, 지방흡입수술로 환상적인 S라인을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우아한 이들. 깐깐한 아카데미위원회마저도 이에 화답하듯 올해 여우주연상 부문에 세 중년 배우 주디 덴치, 헬렌 미렌, 메릴 스트립을 나란히 후보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더 퀸>의 ‘엘리자베스 여왕님’ 헬렌 미렌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바쳤다. 노련함의 대명사인 헬렌 미렌(62), 70대 나이가 무색하게 파워풀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주디 덴치(73), 영화감독들의 천국을 만들어주고 있는 메릴 스트립(58), 따뜻한 지성미의 표본 다이앤 키튼(61), 해독할 수 없는 마력의 소유자 글렌 클로스(62). 다섯 왕언니들의 봄을 축하하며, 이 기사를 바친다.
헬렌 미렌 Helen Mirren (1945~)
여전히 섹시한, 언제까지나 당당할
대표작
아카데미상 사로잡은 왕언니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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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감독이 영화 <훌라걸스>의 한국 개봉에 맞춰 방한했다. 오전 9시라는 이른 인터뷰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침 산책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했다. 눈물, 감동, 웃음이라는, 전작과는 다른 요소가 가득한 신작 <훌라걸스>와 지난 한해 일본에서 20여개가 넘는 영화상을 거머쥔 이상일 감독. 그 화려했던 성공 뒤편에 숨은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이번 영화는 씨네콰논 이봉우 사장의 기획에서 시작됐다고 들었다. 연출제의를 받은 게 언제인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은 건 2년 전이다. 당시에도 이미 1년 전부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지 리서치나 취재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그때의 시나리오는 남자가 주인공이었다. 하와이안센터의 사장이나, 광부에서 밴드 멤버가 된 남자가 주된 역할인, 남성 중심의 이야기였다.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하면서 춤추는 여자들을 메인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의했고, 다행히 이봉우 사장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더라.
<훌라걸스>는 전작에 대한 반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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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석탄재가 흩날리는 탄광촌에서 빨간 술이 달린 복장의 소녀들이 훌라춤을 춘다. 사라져가는 탄광의 어두운 그림자 뒤로 눈물을 머금은 소녀들의 훌라 공연이 펼쳐진다. <69 식스티 나인> <스크랩 헤븐> 등 주로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던 이상일 감독이 1965년 일본의 3대 탄광촌 중 하나인 이와키시로 돌아가 감동과 눈물의 사연을 스크린에 재현해냈다. 다섯 번째 작품 만에 일본의 관객과 비평의 지지를 동시에 받은 이상일 감독, 그리고 그 주인공 <훌라걸스>. 2006년 일본 영화계를 사로잡은 영화 <훌라걸스>의 인기 비결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영화 홍보차 한국을 찾은 이상일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신작 <훌라걸스>가 2006년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씨네콰논이 4억5천만엔의 순제작비로 만든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씨네콰논 체인 극장을 중심으로 100개관에서 상영됐고, 상영이 끝날 때
알로하, <훌라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