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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교복치마와 종아리를 덮는 헐렁한 양말(루즈 삭스), 검게 선탠한 얼굴과 굽높은 신발. ‘고갸르’라는 신조어로 일컬어지는 일본 여고생들의 특징이다.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거리낌없이 원조교제를 한다는 고갸르는 일본문화를 읽는 하나의 코드다.<가미가제 택시>, <주바쿠> 등을 만든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바운스>는 고갸르들의 24시간을 담은 영화다. 기차를 타고 시부야에 내린 리사는 10대 여학생들이 입던 속옷과 교복 등을 파는 가게에 들어간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뉴욕행 가출을 하루 앞두고 돈을 벌기 위해서다. 리사는 가게에서 비디오 모델 아르바이트를 소개받는다. 짧은 교복을 입은 채 카메라 앞에 서는 촬영을 하다가 그는 1년동안 편의점에서 일하며 모았던 돈을 뜯긴다. 빈털털이가 된 상태에서 비행기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12시간 남짓. 리사와 친구들은 하룻밤에 떼돈벌기 원조교제 리스트를 작성한다.“원조교제의 미학은 잠을 자지 않고 떼돈을 버는 거지.
나랑 원조교제 할래? <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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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창고형 쇼핑몰 세이브마트의 사진코너에 근무하는 싸이(로빈 윌리엄스)에겐 니나 욜킨(코니 닐슨)이란 단골손님이 있다. 싸이는 니나가 연애하고, 윌(마이클 바탄)과 결혼하고, 아들 제이크가 태어나 자라나는 모습을 10년 가까이 사진을 뽑아주며 지켜봤다.<스토커>(원제 One hour photo)에서 ‘스토커’는 이 가족의 행복을 시기하거나 깨려는 인물이 아니다. 싸이는 제이크의 ‘삼촌’처럼 자신을 느끼며 자신도 그 가족의 일원이 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해 한다. 직장에서 잘릴 때도 싸이가 괴로워했던 건 더이상 이들의 행복을 지켜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러니 윌의 외도를 ‘사진’을 통해 목격한 싸이가 ‘행동’에 나선 건 당연한 귀결이다.입술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노란색으로 물들인 머리와 특징없는 점퍼에 하늘색 가방을 메고 다니는 로빈 윌리엄스는 심약하면서도 한순간 사이코가 되는 싸이역에 더할나위없이 어울린다. 근로자들을 한 눈에 통제하는 듯한 온통
로빈 윌리엄스의 놀라운 변신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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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점 체인 영화마을이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비디오 대여횟수를 집계한 결과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과 <스파이더맨>이 지난주에 이어 나란히 1ㆍ2위를 차지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3위), <스콜피온 킹>(4위), <아이스 에이지>(6위) 등 신작들의 대공세에 따라 <윈드 토커>는 두 계단 밀려난 5위에 랭크됐으며 중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던 한국영화들도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영화 신작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작품은 로 10위.
오는 4일에는 <맨 인 블랙2>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상위권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비디오 <스타워즈..> 2주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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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감독, 차승원, 설경구 주연의 영화 코미디 <광복절특사>가 개봉 11일만에 서울 누계 50만을 돌파하며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가 11월30-12월1일 주말 서울 관객을 집계한 결과 <광복절특사>는 개봉 첫주보다 5개 늘어난 71개 스크린에서 13만7천739명을 불러모아 2주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이는 추석 연휴를 포함해 개봉 10일만에 서울 60만을 돌파했던 올 최고 흥행작 <가문의 영광>에는 조금 못미치는 성적이지만 지난주(14만1천531명)와 비슷한 관객동원으로 흥행 롱런을 기대하게 했다. <광복절특사>의 ‘대박’여부는 블록버스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2개의 탑>이 각각 개봉하는 12월 13일과 19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사춘기 소년들의 성 판타지를 그린 <몽정기>는 5만3천67명으로 2주연속 2위를 기록했다. 18억의 순제작비를
<광복절특사>2주째 정상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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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자전거, 스카이다이빙, 계곡 래프팅에 달리는 기차에서의 스케이트보드, 게다가 눈사태를 뒤로하고 스키타기. 19일 개봉하는 영화 <익스트림 OPS>는 제목에서처럼 X-스포츠(Extreme sports)를 소재로 하는 영화.겨울 산이 배경이니만큼 거대한 스케일이 장관이고 눈을 떼기가 아까울 정도로 쉴새 없이 쏟아지는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할만 하지만 줄거리에도 신경을 좀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악당은 별다른 이유 없이 악하게만 나오고 갑자기 배신하는 악당의 정부나 너무 쉽게 죽어버리는 악당의 부하 등 심심치않게 단점들이 발견되지만 가볍게 보고 즐기기에는 부담이 없을 듯하다.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영화치고는 캐릭터 설정도 튼튼한 편.광고 프로듀서 제프리와 CF감독 이안, 카메라맨 윌 등은 불가능을 모르는 CF제작팀. 성공적으로 계곡 래프팅 장면 촬영을 끝낸 이들에게 광고주는 실제 눈사태를 배경으로 하는 스키신을 요청한다. 결국 이를 위해 최고의 익스트림 스포츠 전문가
Xㅡ스포츠의 모든것, <익스트림 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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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군의 아들> <서편제> <취화선> 등에서 임권택 감독과 함께 명콤비로 활약해온 정일성(73) 촬영감독이 신세대 캐주얼 브랜드 지오다노의 모델로 발탁됐다.
지오다노는 새로운 캠페인 ‘Simply Me’에 맞는 모델을 고르기 위해 대학생 패널 25명을 선발, 한달여에 걸쳐 자료조사와 난상토론을 벌인 결과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를 만장일치로 뽑았다고 밝혔다.
정일성 감독이 고소영, 전지현 등 톱스타와 함께 등장하는 지오다노 캠페인 광고는 이번 달부터 잡지와 지오다노 매장에서 선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일성 감독, 신세대 캐주얼 광고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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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개봉(31일)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한국을 찾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릭 윤(31)이 2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릭 윤은 007 시리즈 20탄이자 40주년 기념작인 이 영화에서 북한군 강경파 특수요원 자오로 등장해 주인공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인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영화 속 악당인 구스타프 그레이브즈(토비 스티븐스)의 오른팔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식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국적은 모호하게 등장한다. 그래서 더 흥미가 느껴진다.--동양권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가.▲어릴 적 리샤오룽(李小龍)의 연기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 한국 출신으로서 할리우드 스타의 자리에 오른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에 나도 민간 외교관이라는 책임감을 느낀다.--북한을 ‘악의 축’으로 등장시킨 영화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007 어나더데이>의 릭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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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OFFICE (서울) 11월30일 - 12월 01일순위TITLE개봉일스크린좌석수서울주말서울누계(전야제)전국누계1광복절특사2002.11.21712133013773952050713991162몽정기2002.11.063790655306762862420205793고스트쉽2002.11.21327200275051021992519014체인징 레인스2002.11.281945312560034200785005스틸2002.11.21173500221001011002217006해안선2002.11.21265616192021013393409297트랩트2002.11.281935151261917261414828아이 엠 샘2002.10.1882353684177007116860679스위트 알라바마2002.11.157976388710346816190210뮤즈2002.11.28121923273638139612# 참고사항1) 배급위원회 회원사 및 자사 관객수 공개를 천명한 영화배급사외 공개를 수락하지 않은 배급사는
BOX OFFICE (서울)11월30일-12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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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라도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1883년 처음 소년들의 마음속에서 돛을 펼쳤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먼바다를 헤치고 한 세기를 살아남은 이 고전이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디즈니가 제작한 <보물성>은 애꾸눈의 외다리 실버와 그의 어깨를 지키는 앵무새, 굳은 의지로 보물섬에 도달하는 소년 짐, 노래를 부르며 파도를 가르는 해적들을 우주공간으로 소환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렇다면 바삭거리는 종잇장 사이에서도 불어나오는 것 같았던 짠 바다냄새, 아이들의 마음을 수평선까지 실어나르던 그 매혹적인 향기는 진공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 프로듀서 로이 콘리는 “우리는 원작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하면서 원작을 사랑하는 관객의 근심을 덮어버렸다. <보물성>은 어린 시절 꿈의 울타리를 벗어나면서도 그 시작만은 결코 잊지 않는 천진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3D 우주공간 항해하는 2D 캐릭터<보물성>의
[LA현지보고] 미리보는 <보물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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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실버의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애니메이터 글렌 킨은 “나는 아직도 연필을 가지고 다닌다”면서 한참 젊은 후배인 짐의 캐릭터디자이너 존 리파와 함께 종이에 그림을 그려 보였다. 애정담긴 펀치를 신속하게 주고받는 듯, 연필 하나만으로 존과 실버를 번갈아 그린 두 사람은 우주항해시대의 이 캐릭터들이 삶과 추억 속에서 살아나왔다고 설명했다.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린 채 어두운 코트 안으로 움츠러든 반항아 짐은 눈썹을 찌푸린 제임스 딘에서 원형을 따왔다. 잔인한 해적이면서 자상한 아버지 역할도 하는 실버는 글렌 킨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던 풋볼 코치의 이미지에 많이 기대고 있다. 글렌 킨은 “실버가 주름이 많고 우락부락한 것은 삶의 흔적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미래에 속하는 실버의 사이보그 디자인마저 골동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편리한 주방도구이자 무기 노릇을 하는 실버의 왼팔은 킨이 어린 시절 집에서 봤던 옛날 난로 모양 램프에서, 왼쪽 귀에 달린 톱니바퀴는
[LA현지보고] 미리보는 <보물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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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가 매력존 머스커와 론 클레멘츠는 감독으로서의 필모그래피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오랜 파트너다. 두 사람이 처음 함께 일하게 된 것은 디즈니애니메이션 <위대한 생쥐 탐정>의 제작을 시작했던 1983년. 그뒤 <인어공주> <알라딘> <헤라클레스>를 연출하며 관계를 다진 머스커와 클레멘츠는 17년 전부터 계획했던 <보물성>을 마음맞는 친구이자 동료로서 완성해냈다.-<보물성>은 17년 전에 구상된 프로젝트다. 디즈니로선 SF라는 장르가 낯설었을 텐데 그때 어떤 반응을 얻었는가.=론 클레멘츠: 그때까지 디즈니는 SF애니메이션을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새로웠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경쟁관계였던 <인어공주>에 대한 반응이 더 좋았다. <보물성>을 제작하기엔 기술도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시기였다. 우리는 뒷날을 기약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고, 몇편의 영화를 더 거친 뒤에야 <
<보물성> 감독 존 머스커와 론 클레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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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정신과 감정이 살아 있는 SF로이 콘리의 애니메이션 경력은 의외로 짧다. <보물성>과 <노트르담의 꼽추> 단 두편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콘리는 연극계에서 주로 활동했던 인물. 디즈니는 새로운 연극을 선택하는 예술적 안목과 무대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추진하는 활동력을 높이 사 콘리에게 <노트르담의 꼽추>를 맡겼고, 처음 시도하는 SF애니메이션 <보물성> 역시 그의 손에 건네주었다.-디즈니는 지금까지 SF를 시도한 적이 없다. 미국 내에서도 SF애니메이션은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걱정되지는 않았는가.=처음이긴 하지만 특별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없다. <보물성>은 어느 특정한 미래라기보단 환상의 시공간을 무대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SF처럼 정확한 미래를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보물성>이 중심을 둔 부분은 원작의 정신이다. 원작의 정신은 어느 시대에나 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보물성> 프로듀서 로이 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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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퀴어영화는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아시아의 성적 소수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서울퀴어영화제조직위원회가 지지난해 퀴어영화제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마련하는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는 ‘글로벌 퀴어, 오리엔탈 호모-아시아퀴어영화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주제하에 아시아 퀴어영화의 근작들을 소개한다. 오는 12월4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아시아의 퀴어영화 15편이 상영된다. 이번 퀴어아카이브에서는 올 한해 퀴어영화계 최대 화제작이라 일컬어지는 중국 관금붕 감독의 <란위>를 비롯하여 일본 독립영화감독 가자마 시오리의 근작 <화성의 캐논>, 매우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퀴어의 정체성을 읊조리는 일본 아카하시 도시코의 <축복> 등 최근 몇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뛰어난 퀴어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그냥 퀴어영화가 아니라 ‘아시아의 퀴어영화’라는 단어의 조합을 볼 때 거기에 담기는 문제의식은 어떤 것일까. “세계의 성적 소수자들은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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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다카시 도시코 | 일본 | 80분 | 2001년감독 다카시 도시코가 사쿠라와 동행하여 어린 시절 자신의 가족이 살던 오사카의 좁은 오이시아파트를 찾아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좁디좁은 단칸방들이 죽 붙어 있는 오래된 목조건물. 그곳에서 병으로 한쪽 유방과 한쪽 다리를 잃은 할머니하루와 그녀가 키우는 두 마리의 고양이, 그 고양이 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잔다는 다른 할머니 수미가 쓸쓸하게 살고 있다.잠시 뒤 영화는 어느 스트립클럽의 SM쇼를 보여준다. 가슴을 벨트로 조이고 촛농을 다리에 떨어뜨리며 고통스런 쇼를 하는 이 무대의 무용수가 바로 감독과 동행하던 여자 사쿠라, 이 영화의 내레이터이기도 하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두 연인은 다시 오이시아파트를 찾는다. 돌아오는 차 안, 나란히 앉은 사쿠라와 감독 자신의 얼굴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과연 이 영화는 왜, 어떻게 퀴어영화인 것일까. 영화는 마지막 한 장면에 이르러서야 비밀을 드러낸다. 사쿠라와 다카
[2002 서울퀴어아카이브] 오늘날, 퀴어에게 아시아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