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才戈 樂 1993년, 감독 닝잉 출연 한종라우EBS 4월28일(토) 밤 10시<즐거움을 위하여>는 여러 면에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연상시킨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음악에 몰두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것은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후자가 쿠바의 대중음악을 연주하며 나이먹은 장인들에 관한 영화라면, <즐거움을 위하여>는 아마추어라는 점이 차이랄까. 게다가 이들이 골몰하는 분야는 중국 전통연희인 경극이다. 중국의 여성감독 닝잉은 요란하고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노인들 협연을 별다른 드라마의 개입없이 담아내고 있다. 중국 5세대 감독 첸카이거가 <패왕별희>에서 경극이라는 소재를 탐미주의에 경도되어 담아낸 데 비해 닝잉 감독은 대상으로부터 일정 정도 거리를 둔다. 닝잉 감독은 정치적인 메시지나 역사에 관한 피해의식 없이, 영화를 통해 ‘도회적 리얼리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국 6세대 감독들의 물결에 섞여 있는 듯 보인다(감독 자신은 5세대의
노년의 악사들, 삶을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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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이다. 창간 6주년을 맞으며 <씨네21>은 우리의 발밑에 새로 출발선을 긋는다. 돌아보면 지난 길은 <씨네21>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다. 영화를 '우리들의 예술'로 채택한 시대가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영화가 있었다.그 영화들을 우리는 온전히 읽은 것일까. 그것이 품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한 것일까. 혹시 다가올 시대의 전령을 문전박대하여 거리로 내쫓은 우를 범한 적은 없을까. 출발선에서 우리는 그런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져본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적 유희에 휘말려, 아니며 일시적 환호에 휩쓸려, 감각의 새로움에 미혹되어 안 그래도 좋을 영화에 과도한 찬사를 보냈을 수도 있을 것이다.신발끈을 다시 매며, 우리는 그 답을 찾기로 했다. 298권의 <씨네21>을 거슬러 창간호에 가닿기까지, 예상은 했지만,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영화의 두 주체, 만드는 이와 보는 이의 중간지
영화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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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란양아치 강재는 깡패 동기생인 보스한테 두들겨맞느라 조직 안에서 나이 대접도 받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강재는 호적을 판 덕분에 서류상의부부관계가 된 중국인 불법체류자 강백란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송해성 감독, 최민식, 장백지 출연, 튜브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115분김봉석 친절하지만, 배짱없는 3류 깡패의 유일한 ‘사랑’ ★★★☆박평식 세련된 솜씨로 울린다. 그러나 너무 익숙해진 비극 ★★★심영섭 이 영화가 과연 <카라>를 만든 그 감독의 것일까 ★★★☆유지나 청순가련 백치미인을 필요로 하는 남성판타지 ★★☆홍성남 너저분한 뒷골목으로 자리를 옮긴 <러브 레터> ★★★■ 성냥공장 소녀성냥공장의 여공 이리스는 낮에는 일하고 저녁이면 밥상을 차리며 무기력하고 나태한 부모를 먹여살린다. 어느 날 새 드레스를사입은 이리스는 한 여피족 남자와 밤을 보내고, 임신을 하게 된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카티 오우티넨, 엘리나 살로 출연, 백두대간 수입
파이란 / 성냥공장 소녀 / 멕시칸 /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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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형 감형, 사회에서 1주일 특박. 금박 우승컵 대신 제한된 자유의 단꿈을 걸고 희한한 축구대회가 열린다. 이름하여 ‘제1회 교도소 월드컵’. 유엔인권위원회가 주재하는 이 대회에 나갈 한국대표 선발 16강전에 원주교도소도 뽑기로 참가하게 된다. 궁금한 것은 꼭 물어보고야마는 공갈협박범 ‘질문’, 종교단체만 전문으로 털어온 ‘종교’, 제비족 출신답게 발재간이 능란한 전과 3범 ‘발바닥’, 9년째 복역중인 사형수 ‘빵장’ 등 도합 75범의 전과를 자랑하는 재소자들로 ‘희망팀’이 급조되고, 전직 선수였던 교도관의 지휘 아래 좌충우돌 축구시합을 벌인다. 월드컵이란 소재를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교도소 월드컵>의 주공격수는 축구가 아니라 교도소의 인간군상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방성웅 감독은 실제 원주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재소자들을 만나 철문 안의 삶에 귀기울였고, 절망에 익숙한 곳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 피워내고자 했다. 상대팀의 식중독과 패싸움, 매수된
커밍순...<교도소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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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시작하던 당시, 내가 손대지 않은 장르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미스터리, 액션, 멜로, 호러, 코미디 등의 다양한장르와 국경을 넘나드는 소재의 선택은, 감독으로서의 자아를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스승 홍성기의 흥행감독에 대한 압박감을 익히봐온 터라 인기를 염두에 둔 장르 고집은 내게 없었다. 이렇듯 장르와 장르 사이를 마음껏 종횡무진하던 나를 신상옥 감독 등은 부러워하기도했다. 첫 영화 <백련부인>(1958)에서 고고학자와 발레리나의 사랑이라는 글로벌한 소재를 택했다. 딴에는 멋을 많이 낸 듯도하다. 누벨바그가 등장하기 전부터 카메라 워킹에 대한 진지하고도 새로운 시도를 영화 속에 반영하고자 한 나는 이 영화 <백련부인>에그러한 실험정신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흔들리는 화면, 쓰러지는 인물과 함께 추락하는 카메라는 이전의 견고하게 고정된 화면과는 확연히 달랐다.그것은 대단히 새롭고 또한 혁명적인 것이었다.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화면이 훌륭한 화
‘참웃음’을 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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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의 5번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슈렉-SHREK>이 칸느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실사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칸느에 애니메이션이 경쟁부문에 출품되기는 1973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레닛> 이후 처음이지만, 제3국가가 아닌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처음이다.<슈렉>의 제작자인 제프리 카젠버그는 <슈렉>의 칸느 경쟁부문 초청에 대하여 “<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을 때보다도 더 기쁘다.”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윌리암 스타이거의 원작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슈렉>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 5년의 제작기간을 거친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이다. 사람의 뼈와 근육, 햇빛에 반사되는 피부의 색깔, 머리카락 등 제작하기엔 너무나 섬세하여 3D 애니메이션의 한계라고 불리운 부분들을 재현한 ‘실사 같은 애니메이션의 결정판’으로 평가받고 있다.여
3D 애니메이션 <슈렉> 칸느 경쟁작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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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개인 혹은 한명의 영웅이 등장하여 전세를 뒤엎는 전쟁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인다. 그 주인공을 중심으로모든 것이 희화화되어 한낱 만화에 불과한 허섭쓰레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베트남전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는<람보> 시리즈가 꼭 그렇다. 리얼한 전쟁영화란 잔혹한 증언이다. 거기에는 전쟁의 참상과 광기 그리고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무맥하게 스러져간 숱한 인간군상들의 가슴 치는 아우성이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반부가 그렇고,인천상륙작전 및 중공군과의 교전을 다룬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그렇다. 이만희 감독의 이 걸작 스펙터클을 비디오를 통해서나마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완성된 지 30년 가까이나 되는데도 최근까지 이 작품의 리메이크를 꿈꾸는 내 또래의 젊은 감독들이여럿 있는 것을 보면,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한국 전쟁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이라 칭
반공전쟁영화의 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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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막을 내린 제3회 여성영화제에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모두 한국단편이 휩쓸었다.박혜민 감독의 <달이 지고 비가 옵니다>이 최우수상을, 윤재연 감독의 <사이코드라마>는 이란의 엔시에 샤-호 세이니 감독의 <데드라인>과 우수상을 공동 수상한 것.박혜민 감독의 <달이 지고 비가 옵니다>는 어린 소녀가 남동생, 그리고 동네에서 폐쇄적인 삶을 사는 청년과 함께 숲으로 소풍을 가서 숨바꼭질을 하던 중 청년에게 끌려가 강간을 당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영화는 소녀가 강간을 당한다는 사실 자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보다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어린 시절의 추억의 한 켠에 쓰리게 남아 있는 상처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으나,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아련한 아픔이 여운처럼 남는 작품이다.우수상을 수상한 윤재연 감독의 <사이코 드라마>는 한국 독재정권을 한 정신병동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으로 코믹하게 풍자한 작품.여성영
<달이 비가 옵니다> 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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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Harbor 제작
제리 브룩하이머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벤 애플렉, 조시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톰 사이즈모어, 쿠바
구딩 주니어 수입·배급 브에나비스타 코리아 개봉예정 6월1일
낡은, 그러나 그 때문에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닌 스토리를, 객석의 아드레날린을 머리 꼭대기까지 펌프질하는 오락영화로 가공하는 것. <탑
건> <더 록> <아마겟돈> 같은 대작들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보다 그 일에 더 능란한 인물은 현재 지구상에
없다. <진주만>은 진주만 공습 60주년을 놓치지 않고, 옥탄가 높은 액션영화의 ‘선수’ 마이클 베이와 다시 의기투합한 브룩하이머가
출격시키는 야심작. 요란하고 민첩하고 로맨틱하고, 엄청난 제작비가 든 점까지 영락없는 브룩하이머식 불꽃놀이라는 소문이 진작부터 자자했다.
1941년 12월7일. 순백의 빨래가 한가롭게 펄럭이고 아이들은 놀이에, 어른들은 졸음에 혼을 뺏긴 일요일 아침 하와이의
브룩하이머식 불꽃놀이,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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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무대 위에 없다. 스크린 위에서 움직이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배우는 무대 한켠 검은 망 속에 앉아 있다. 그는 영화의 배경음악, 혹은 뮤지컬의 노래라 할 만한 음악을 직접 연주한다. 스크린 속 배우가 아무 말도 없을 때, 그와 똑같은 ‘침팬지 사육사’ 옷을 입은 무대 한켠의 배우는 침묵하지 않고 그의 마음을 내레이션으로 들려준다. 고 추송웅(1941∼85)의 아들이자 배우 추상미의 오빠인 추상록이 각본, 감독, 디지털영화 연출, 영화 출연, 라이브 보컬까지 맡아 선보이는 <빨간 피터의 고백> 공연 현장. ‘떼아뜨르 추’ 극장 개관기념공연이 열린 이날엔 안성기, 문성근, 윤석화, 명계남, 최종원, 박정자, 윤복희, 강산에 등 여러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디지털영화가 상영되면서 밴드(‘록킹 시어터’)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는 형태의 ‘시네라이브 퍼포먼스’ <빨간 피터의 고백>은 1977년 초연된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
영화와 연극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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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의 영원한 스승, 앙드레 바쟁임재철 | 영화평론가·<필름컬처> 편집주간 marienbard@hanmail.net●앙드레 바쟁이 1958년 한창 활동할 나이인 40살에 이 세상을 떴을때 이 영화비평가가 후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신문이나 잡지에 많은 글을 기고하기는 했지만 그가 생전에출판한 책이라고는 오슨 웰스에 대한 얄팍한 책 한권뿐이었으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했지만그의 가르침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였던 것이다. 1959년 프랑수아 트뤼포를 시작으로 누벨바그의 흐름이 본격적으로 대두하면서이 젊은이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바쟁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기회있을 때마다강조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60년대로 접어들면서 바쟁은 영화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전범으로 자리
프랑스영화 이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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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은 | 아줌마 femolution@dexmedia.co.kr영화잡지는 아무나 만드나. <친구>가 꾸준히 얘깃거리를 만들어주고는 있지만, 이렇게 볼 만한 영화 입에 올릴 만한 영화가 없는 시기에도 영화잡지가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역시 전문가는 따로 있다. 10개관짜리 복합상영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도 없어서 한 시간씩 망설이던 아줌마는 결국 ‘지우개 찬스’ 전략을 택했다. 두편을 보면, 한편 보는 것보다는 실패할 위험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간단한 산수였다. 에구, 산수 안 했으면 칠천원만 날리는 건데. 영화가 섹스 파트너라면, <미스 에이전트>나 <기프트> 둘 다 만족스러운 물건은 못 된다는 것이, 지지난 토요일 밤과 일요일 새벽에 두 영화를 잇따라 본 아줌마의 소감이다. <미스 에이전트>는 눈요깃감이지 같이 누울 만한 상대는 못 되고 <기프트>는 그도저도 아니었다.샌드라 불럭이 미스 뉴저지의 대타로 출전하는 영화
체위만 바꾸다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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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문 1.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문대성의 입장이 되어 의견을 말하라.요즘 태권도협회가 국가대표 선발전의 잡음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선발전에서도 미담 속의 잡음이 한 차례 있었다.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 자체가 금메달 수상과 직결되는 태권도. 이 종목에서 10여년 이상 세계를 평정한 불세출의 영웅 김제경을 위하여 김경훈과 문대성이 기권과 부상이라는 이름으로 선발전 자체를 ‘무의미한 영광’으로 만든 바 있다. 그런데 김제경이 부상으로 시드니행이 좌절되자 그때부터 영광에 금이 갔다. 협회는 2, 3위에 재대결을 결정했고 이에 99년 세계챔피언인 2위 문대성 선수가 1위가 낙마하면 2위가 출전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보이콧을 했다가 어쩔 수 없이 재대결을 치렀는데 김경훈에게 지고 말았다. 김경훈은 시드니의 면류관을 썼다.너무 쉬운 문제라구?그렇다면 문 2. 당신이 다음 시합의 4위 선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시드니의 꽃
대학입시 심층 면접 예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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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6년 전 여름이었을 것이다. 종로의 한 예술극장 그 어둠 속에서 “연애시가 내 몸 전체에서 돋아났다”는 그 명민한 시인을 만났다. 파블로 네루다. 칠레 남부 국경지방에서 철도직원의 아들로 태어나서, 19살에 그 유명한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를 출간하고, 24살에 외교관이 되어 세계각지를 떠돌다가 정치의식에 눈뜨게 되고, 40살에 광산노동자의 요청으로 상원의원이 되었으나 우익독재의 집권으로 비밀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수년간 유럽을 유랑, 이후 살바도르 아옌데를 지지했고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제3세계의 희망이었으나, 독재자 피노체트의 등장과 함께 절필과 더불어 사망함.
그리고 또 한 사내 마리오…. 궁벽한 어촌에서 가난하고 어수룩하고 직업도 없고 하릴없이 컴컴한 극장에 끼어 앉아 낄낄대던 청춘, 이 보잘것없는 사내는 이국으로 추방된 시인 네루다를 위해 우편배달부가 되고,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에게 가슴저리며,
내 청춘에 부친다, <일 포스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