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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초반부에 태수(유오성)과 민(정우성)이 오토바이가게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신. 이 신은 오토바이가게 앞에서 찍은 것이 아니고 사실 편의점 앞에서 찍었다. 오토바이가게 인서트는 따로 찍고 두 사람의 대화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밝은 불빛을 이용해서 찍은 뒤 편집 때 붙인 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민이 두손을 손잡이에서 뗀 채 오토바이를 타는 신 역시 실제로 민이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운전컷을 찍을 때 사용하는 레커차 위에서 찍었다. 결국 둘 다 가짜인데 두 신의 분위기만큼은 진짜 이상의 느낌을 주는 것 같다.<아름다운 시절> 총 131컷밖에 안 되는 영화 중에(칸에는 119컷이 갔다) 애정이 안 가는 컷이 있을까. 성민이네가 마차를 끌고 이사오는 풀숏은 원래 한번 촬영했는데 전봇대를 피해서 찍으려다보니 엉성한 앵글이 되어 맘에 안 들었다.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전봇대를 뽑고 가장 좋은 앵글에 자연광이 제일 좋은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김형구가 말하는 “잊기 힘든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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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가장 가까이서 감정을 포착하는 눈김형구의 카메라는 선동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도발한다. 그리고 정확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숏은 넓게 찍든 타이트하게 찍든 고정돼 있든 흔들어서 찍든간에 찍어야 하는 내용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찍어낸다. 단편 <비명도시>부터 <비트> <태양은 없다>, 개봉을 앞둔 <무사>까지 김형구와 짝패를 이루어 작업해온 김성수 감독은 “좋은 시나리오를 구별하는 좋은 눈에, 미세한 움직임의 순간까지 완벽히 포착해내는 타고난 감각. 즉 문학적 머리, 감각적인 손을 가진 김형구는 단순히 그림을 찍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스토리를 이해하고 그 스토리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하는 지적인 촬영감독이다”라고 말한다.조민환 프로듀서 역시 “촬영이란 풍경을 찍는 행위가 아니라 감정을 찍는 행위다. 영화를 보다가 똑같은 바스트숏이라도 조금 더 들어갔으면, 조금 더 빠졌으면 하는 느낌이 드는 건 감정의 사이즈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촬영감독 김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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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에서 <봄날은 간다>까지, 정(靜)과 동(動)의 극을 경공하는 카메라맨 김형구를 만나다1997년 <비트>라는 영화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청춘스타 정우성의 시대가 도래했음과 동시에 김성수라는 감각적 스타일리스트의 탄생을 두팔 벌려 환영했다. 그러나 촬영계는 한 유학파 촬영감독이 스크린에 그려대는 반역적 영상에 잠시 아찔한 기운을 느껴야 했다. 광각렌즈의 극단적 클로즈업을 통한 대상의 왜곡,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겨대는 스탭프린팅의 저속촬영, 머리 위에서 직각으로 내리쳐 눈 아래의 음영이 강조되는 과감한 조명까지 그동안 충무로에서 정석으로 통용되었던 모든 규칙을 깨트리면서 만들어낸 <비트>의 영상은 무심코 흘려보내던 엔딩크레디트 중 촬영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촬영감독 김형구.’ 충무로 도제시스템의 그늘이라고는 AFI 유학 전 촬영부 생활이 고작이었던 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촬영감독은, 그러나 ‘앙팡테리블’이란 수
촬영감독 김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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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사건, 사실적 폭력, 건조한 비극, 강렬한 쾌감, 일체의 웃음과 과장을 제거한 한국 최초의 정통 하드보일드 무비 <복수는 나의 것>이 8월 13일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 역에서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디며 촬영현장을 공개하였다.
‘초췌하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돈 가방을 들고 지하 깊은 곳을 응시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진(송강호), 비밀스럽고 조심스럽게 그 뒤를 밟는 영미(배두나)…. 그들의 충격적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건 발단의 초반부에 해당되는 이 씬은 일체의 대사가 없이 두 배우의 눈빛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하였다.
삶의 희망이자 존재의 이유인 딸을 되찾으려는 남자, 동진의 슬픔을 예견하는 눈빛, 착한 유괴를 꿈꾸며 모든 비극의 시작을 부르는 여자, 영미의 건조하게 빛나는 눈빛- 두 배우의 강렬한 눈빛 연기는 모든 스탭 들을 한 곳으로 몰입 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전과 다른 모습, 전과 다른 색깔로 촬영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복수는 나의 것> 크랭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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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무기를 휘두르거나 초능력 자랑을 하지도 않지만, 모험 이야기라고 부를 수밨에 없는 작품이다. 모험 이야기지만, 선악의 대결이 주제는 아니다. 선인과 악인이 모두 섞여서 존재하는 세계 속에 던져져 수행하고, 우정과 사랑, 헌신을 배우고, 지혜를 발휘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는 곤경을 이겨내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그것은 악을 없애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소녀 스스로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결과다.많은 것에 둘러싸여 보호받으며, 그러면서도 소외된 채로 살아가는, 산다는 느낌조차 막연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자아는 더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치히로의 연약한 손발이나 시큰둥한 표정은 그 상징이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치히로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적응력과 인내력을 발휘하게 되고, 과감한 판단과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아마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패닉상태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는 `이 영화가 노리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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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 뒷좌석에서 뒹굴며 시골 마을로 향하는 열살배기 치히로는 따분함을 감추지 못한다. 일행을 맞이하듯 미소를 띤 차창 밖의 기묘한 석상도, 마을 입구의 어두운 통로도 통 맘에 안 드는 치히로. “난 안 가! 아빠, 집에 가요.” 하지만 떼를 써봐도 소용이 없다. ‘신기한 마을’에 도착해버렸으니까. 2. 이상하리만치 한산한 마을. 유일하게 음식이 차려진 식당을 발견한 치히로의 부모는 주인을 찾다가, 일단 먹고 나서 값을 치르기로 한다. 아무리 말려도 식탐을 참지 못하는 부모를 두고 혼자 돌아다니던 치히로는, 화려한 온천호텔 ‘아부라야’에 이른다. 하지만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자 썰렁하던 거리는 검은 그림자 같은 ‘고스트’들, 그리고 감투를 쓴 ‘봄날’님, ‘왕병아리’님 등 온천을 즐기러 배를 타고 온 각종 요괴들의 천지로 변한다. 놀란 치히로는 부모에게 달려가지만, 엄마와 아빠는 돼지로 변해 있다! 3. 설상가상으로 투명하게 변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치히로. 잔뜩 겁에 질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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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의 불가사의와 죽어 있는 것의 불가사의.”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97년 <원령공주>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신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이하 <센과 치히로…>)의 팸플릿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이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센과 치히로…>는 선뜻 ‘이런 작품이다’라고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다.지금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큰 스케일에 비해 내용이 난해하거나 복잡한 모럴을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의 애니메이션에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관과 유년 시절의 동심으로 꿈꾸는 상상력이 담겨 있다. 즉, 국적이나 연령을 초월해서 즐길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는 그런 이전의 행보와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다.<센과 치히로…>는 지난 7월20일 일본 전역 도호 계열의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미리보는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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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도대체 왜 로봇들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걸까요? SF를 보면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로봇들로 가득하잖아요. 이번에 나온 <A.I.> 도 예외는 아니지요.B 그건 서구 기독교문화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죠. 자, 기독교문화권에서 영혼이라는 것을 가지고 불멸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은 인간뿐입니다. 동물들은 털 달린 기계에 불과해요. 요정이나 인어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도 그 정도 해택은 못 받지요. 따라서 인간보다 능력이 많고 또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이런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우리와 같은 미약한 인간이 되려고 하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이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되는 건 영혼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영혼을 얻는 것은 영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걸요.A 물론 우리는 진짜 소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 이야기가 <피노키오>에서 나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피노키오>는 로봇 이야기의 선조이기는 하지만 진짜 로봇 이야기는 아니고 당연히 옛
영화 속 인공지능에 대한 5문5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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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스필버그1-<E.T.> 지상의 어둠을 서서히 지우며 떠오는 둥근 빛. 실루엣으로 그 빛을 가르며 나르는 소년과 외계인의 자전거. 영화사가 기억할 <E.T.> 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A.I.>는 어둡게 인용한다. 저건 달일까, 아니 우리를 잡으러온 인간의 비행선일까. 스필버그는 변함없이 아름다운 달의 이미지에 공포와 환희의 이중적 의미를 새기며 빛과 어둠을 함께 응시한다. 스필버그적인 것과 큐브릭적인 것의 기적적인 조우를 자축하는 명장면.큐브릭+스필버그2-<시계태엽장치 오렌지>큐브릭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는 악마적인 인간 묘사와 함께 외설적이고도 정련된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이름높다. <A.I.>의 두 주인공이 닥터 노를 찾아간 루즈 시티는 화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에서부터 <시계태엽장치 오렌지>를 연상케 한다. 이런 색감의 무대를 스필버그의 전작에서 찾기는 불가능하다. 이 타락의 환락가에선 &
큐브릭+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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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큐브릭의 어둠 안고 집으로 돌아오다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것은 욕망과 돈이다. 할리우드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예술을 위해서는 쉽사리 돈지갑을 열지 않는다. 80년대 이후의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이상을 고집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천하의 스탠리 큐브릭도 예외는 아니다. 60년대에 <스팔타커스> <롤리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양산하던 스탠리 큐브릭은 80년에 <샤이닝>을 만들고 7년이 지난 뒤 겨우 <풀 메탈 자켓>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12년이 흐른 20세기의 마지막 해에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을 만들었다. 지독한 완벽주의와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고집 그리고 ‘천재성’ 덕분에 스탠리 큐브릭은 거장이 되었지만, 할리우드와 쉽게 화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공교롭게도 90년대에 스탠리 큐브릭
스티븐 스필버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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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영화제의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흔히 보이던 표범(영화제의 상징)의 맹렬한 모습 대신에 표범가죽으로 만든 노란 하이힐을 신은 섹시한 여인의 발이 보인다. 로카르노영화제가 올해부터 여성체제로 넘어갔음을 상징하는 듯한데 그 신발로 표범처럼 뛸 수 있는지.= 실은 어느 광고회사가 구상한 것인데, 반응이 아주 좋다. 당신의 지적대로 새로운 여성체제의 등장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신없는 부분도 있다. 내가 발을 디딜 곳은 피아차 그란데(로카르노의 상징이라 노천극장)이다. 그곳은 바닥이 울룩불룩한 돌로 되어 있어서 그 신을 신고 뛰다가는 넘어지기 쉬울 테니까.+ 여성들이 이끄는 영화제는 유럽에서도 처음인 것 같다.=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쯤 런던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은 여성이었고 그 밖에도 여성들의 활동이 컸으나 무슨 이유인지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심사위원 아홉명 가운데 일곱명이 여성이다. 그리고 19편 경쟁영화 가운데 7편이 여성감독의 작
이렌 비냘디 집행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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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원장 비롯 여성들이 이끄는 영화제로 변신, 올해의 주제는 ‘타인’과 ‘다른 곳’8월2일 일본감독 히로누부 사카구치의 최신 애니메이션 <파이날 환타지>로 개막해, 12일 폐막하기까지 제54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화제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다. 스위스 남부 이탈리아어권의 도시 로카르노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지난해 모난 성격으로 구설수에 오르던 마르코 뮐러 집행위원장이 물러난 뒤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올해부터 로카르노영화제를 이끄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다. 새 집행위원장 이렌 비냘디(58)는 이탈리아 일간지 <레푸브리카>에 영화평을 써온 이탈리아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그는 한때 베니스영화제에서 ‘베니스의 밤’ 프로그램을 담당했었고,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영화제를 맡아온 영화제 전문가다. 부위원장 역시 여성인 테레사 카비라가 맡았다.여성들이 영화제를 이끌면서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먼저 9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7명이 여성이었다. 지금
제54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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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가창력으로, 영화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머라이어 캐리가 돌아왔다.1990년대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옹 등과 함께 팝시장을 장악했던 머라이어 캐리가 새 앨범 `글리터'를 냈다. 그의 첫 싱글 <러버 보이>는 `그가 이 노래를 발표함으로써 지난 10년 이상 쌓아온 경력을 단숨에 무너뜨린 격'이라는 혹평과 `그의 음악 스타일을 잇는 새로운 노래'라는 칭찬을 동시에 받고 있다.4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은 여전하지만 고음 영역의 폭을 줄여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객원 래퍼인 카메오의 저음 랩과 머라이어 캐리의 고음 코러스가 잘 조화돼 있다.그 외에도 영화 <글리터> 사운드트랙에 포함될 <돈 스탑>이나 ,<리드 더 웨이> 등의 4곡과 실크130의 1997년작 <래스트 나잇 어 디제이 세이브드 마이 라이프>의 리메이크 등이 실렸다.앨범 타이틀인 `글리터'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와 이름이 같다. 머라이
팝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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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자제들만 모인 영국의 사립학교에서 남녀 학생 4명이 사라진다. 18일 뒤 겁에 잔뜩 질린 리즈(도라 버치)만이 돌아온다. 그리고 학교 숲속의 은밀한 지하대피소 안에서 3명의 끔찍한 주검이 발견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더 홀>이 재미의 승부처로 삼은 수수께끼다.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는 리즈의 증언뿐인데,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는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가 문제다. 처음에 그는 친구들의 죽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듯한 과거를 제시한다. 그러더니 자기를 좋아하는 마틴을 지목한다. 리즈가 여학생들의 우상인 마이크를 좋아하지만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아 애를 태우자, 마틴이 마이크의 단짝 제프, 제프의 여자친구 등을 엮어 사흘간의 비밀파티를 열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4명이 외부에서 잠그는 지하벙커에 들어갔지만 마틴이 약속된 날짜가 지났음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증언이다. 하지만 이 증언은 그 중 3명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남녀학생 넷, 지하벙커 파티, 실종 18일째, 셋이 주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