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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회고전에 관련된 몇 가지 문제점을 말할까 한다. 앞으로 외지에서 나처럼 개인 차원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다. 카를로비 바리 회고전은 내가 개발한 세 번째의 프로젝트다. 처음 것은 1994년 “독어권 지역의 한국영화 순회상영”이었다. 독어권 지역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를 뜻하며 각국에서 2개월씩 상영기간을 가져 6개월 동안 3개국을 돌면서 스위스 16개 도시, 독일 14개 도시, 오스트리아 4개 도시에서 12편의 한국영화가 ‘새로운 물결’이란 주제로 상영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영화를 한번도 상영한 바 없는 도시가 대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쪽의 옛 영화진흥공사(이하 영진공)와 해외공보관의 후원과 스위스 정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가능했고 스위스 시네클럽의 전국 조직체인 시네리브르의 실무자들의 협조로 한국영화를 알리는 기초작업에 성공했다. 더불어 한국영화에 대한 독어판 책자도 하나 출간했다. 취리히에서 있었던 개막식에는 영진공의 윤탁
회고전 가는 길의 몇 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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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노래를 불러라1999년, 감독 벤 아이헤르트 장르 다큐멘터리 (노동자뉴스 제작단)1994년 1월1일을 기해 멕시코 남동부의 치아파스주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스스로를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라 밝힌 이들은 오랫동안 뿌리깊게 내려온 멕시코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가시화된 ‘신자유주의’의 폭력에 맞서 투쟁할 것을 선언하였다. 1995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3명의 젊은이가 북미지역을 여행하고 있었다. 멕시코 치아파스에 접어들었을 무렵, 이들은 놀라운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대규모의 병력과 군수물자가 도시 한복판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었고, 이른바 ‘위대한 진압’이라 불리는 멕시코군의 사파티스타 무력행사가 감행되고 있었다. 처참한 상황의 멕시코 내전이 바로 이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더욱 놀라게 한 사실은, 이러한 대대적 살상이 미국의 접경국인 멕시코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그에 대해 전혀 모
사파티스타(Zapat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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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영화음악을 맡기로 한 계기는?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1년 전 영화음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웃나라에서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게 기뻤고 베이징에서 김성수 감독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해야겠다는생각이 들었다. 감독을 만나기 직전 시나리오를 받아봤는데 시나리오도 좋았다.기존에 했던 영화음악들과 달리 역사극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일본TV에서 역사드라마의 음악을 한 적은 있지만 영화로 시대극을 해본 적은 없다. 그 점이 흥미를 끌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사>가좋았다. <무사>의 음악은 사실상 김성수 감독으로부터 나왔다. 영화음악은 그냥 음악이 아니라 화면에 새겨넣은 음악이다. 감독이 무엇을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나는 그가 원하는 걸 하는 것이다.아무리 김성수 감독의 영화지만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다.난 사운드트랙은 감독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셀린 디옹의 음반이나 서태지의 음반은 셀린 디옹과 서태
사기스 시로 영화음악 프로듀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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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찍을 때 보니까 다들 고생이 심한 거 같더라. 12월 말에 촬영을 마쳤는데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이번에는 오히려 담담했다. 4번째 작품을 찍으면서 영화 촬영 마칠 때마다 나름대로 감격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랬는데 <무사>는마지막 촬영을 하고나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영화를 완성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촬영하는 순서만 끝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어렵고 위험한 촬영도 많았기 때문에 촬영 들어가서는 그저 무사히 끝나기만 바랐는데 어쨌든 무사히 끝내 다행이란 생각만 들었다.엄청난 분량을 찍어 와서 편집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30만자 필름을 텔레시네 떠서 아비드 편집기에 입력하는 데만 한달 가까이 걸렸다. 5주 동안 편집을 했는데 감독 입장에선 찍은 장면을 충분히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찍으면서 영화가 길어질 거란 예상을 해서 편집 때 잘 정리해보자 생각했는데 편집하면서 등장인물 가운데 한 사람도 버리기싫었다. 배우와 인물
김성수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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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사>의사운드작업 현장, 시드니에 가다적도를 지날 때는 안내방송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비행기는 남반구에 있는 거대한 섬,호주의 남쪽 끝에 이르렀다. 시드니, 오래 전 지리 시간에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라고 일러준 그곳은 4월의 햇살이 눈이 부셨다. 푸르고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곧게 뻗은 길과 장난감처럼 예쁜 집들이 11시간 비행의 피로를 금방 씻어간다. 공항에 마중나온 <무사>제작부장 최정화씨가 제작진이 한달 전부터 이곳에서 작업중이라고 일러주자 ‘오, 이제 제작진이 지옥을 떠나 천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4달 전 중국 씽청의 토성 촬영현장을 찾았을 때가 새삼 떠오른다. 히말라야 등반대처럼 눈, 코, 입만 내놓고 두터운 옷을 입은 채 펭귄처럼걷던 제작진들, 그들은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피곤함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새옹지마라고 했나? 영하 20도를 넘는 강추위를 견디며 밤새 영화를찍던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
<무사> 후반작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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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억수탕>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영화 <친구>가 대박 터진 영향일 게다. 우리 대여점에 있는 <억수탕>은 몇년간 고객들의 손을 타지 않는 천대를 받다 못해 케이스를 분실한 상태여서 불량테이프를 진열하는 장에 섞여 알맹이만 보관되어 있는 중이었다. 근데, 이 천덕꾸러기 영화가 예약을 할 정도로 대여가 잘된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아시다시피, 우리 대여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의 ‘아지트’이다. 그들은 대개가 스케줄이 비면 시간을 때우러 오고, ‘술먹는 건수’와 ‘재미있는 건수’를 노리며 늘상 호출을 기다린다. 그들은 내가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대타’를 뛰어줄 수 있는 데다 심심할라치면 누구든 한명 이상 들르기 때문에 자칫 무료할 수 있는 이 직업의 윤활유가 된다.그들에 대한 애정을 전제로 공개적인 험담을 할까 한다. 그들은 대개 고객으로 오다가 친해진 경우인데, 허물없이 친해지다 보면 아주 애매한 함정에 빠지기 쉽상이다
기본, 지켜주면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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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소니, 세가의 일본 3사가 지배하던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난데없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전포고를 했을 때 게임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내세울 건 돈밖에 없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년의 노하우와 영향력 앞에서 뭘 할 수 있겠냐는 거였다. 사람들의 기대는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크고 둔탁한 하드웨어 디자인부터 혹평을 받았고, ‘엑스 박스’로 출시될 게임들도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범작 이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늘 하던 대로 게임제작팀을 여기저기 사들였지만 큰 회사는 없었다. 대부분의 게임 애널리스트들은 엑스 박스는 비싼 수업료만 내고 물러날 거다라고 예측했다.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변화는 일본의 불황에서 비롯했다. 버블 붕괴 이후 누적된 경기침체는 한계에 다다라 이제 금융위기를 촉발할지 모를 상황이다. 경기진작을 위한 일본 정부의 정책도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를 상쇄할 수는 없었다. 소비축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게임시장 전체의 축소를 가져왔
돈밖에 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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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하라 데쓰오 감독의 <첫사랑>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우리도 덩달아 첫사랑의 추억에 물들 것 같다. 분홍빛으로 가득한 화면에 떨어지는 벚꽃, 클릭하면 비로소 제 모습을 보여주는 습작 같은 그림들, 그리고 <첫사랑> 메인테마. 영화 시놉시스가 담겨 있는 About Movie 코너, 시노하라 데쓰오 감독을 포함한 스탭과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Love Maker 코너, 영화예고편과 뮤직비디오 등을 볼 수 있는 Gallery 코너와 함께 신문지상에 사랑고백을 실어준다는 재미있는 이벤트도 한창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사이트의 가장 특별한 곳은 이름 그대로 Special 코너.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아이돌 스타 다나카 레나와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 일본 애니음악으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의 홈페이지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http://w
<첫사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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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 인터넷 칼럼니스트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하듯이, 미국에서는 다양한 관련 행사들이 일년 내내 열린다.그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요 영화제나 영화상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 준메이저급 행사들도 아주 많다.특히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포괄하는 행사로 MTV 무비어워드와 함께, 비디오대여 체인인 블록버스터에서 주최하는 블록버스터 어워드는 ‘대중의아카데미’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아카데미상의 대안으로 인식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몇주 지나지 않아 열리기는 하지만, ‘질’을 우선시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아카데미와는 달리 고객들의 투표를통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보여주듯이 ‘양’과 ‘인기’에 집중한다는 사실은 블록버스터 어워드의 뚜렷한 차별점이다. 또 영화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과게임에까지 그 대상을 넓혀 시상하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포괄적으로 파
즐거운 난장판, 그 주인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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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편의 애니메이션이 화제이다. 하나는 린 타로 감독의 <메트로폴리스>이고, 다른 한편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이다.<메트로폴리스>는 데츠카 오사무의 동명만화를 린 타로와 오토모 가쓰히로라는 일본의 걸출한 두 감독이 연출과 시나리오로 손을 잡고 만든다고 해서 기획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15만매의 원화와 10억엔(약 110억원)의 제작비, 5년여의 제작기간이 걸린 대작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 <메트로폴리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프리츠 랑의 걸작 SF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사회에서 로봇의 도움으로 부를 획득한 사람,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 로봇한테도 인간과 동등한 ‘인권’이 있음을 주장하는 단체, 그리고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았다며 로봇의 파괴를 주장하는 테러단 등 다양
재패니메이션, 옛 영광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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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찌빠> <강가딘>, 고우영의 <삼국지> 등 추억의 만화들이 인터넷 만화서비스를 통해 독자들을 다시 찾는다. 지난해 대거 등장한 여러 인터넷 만화 서비스 업체들은 오프라인 만화방이나 대여점과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과거의 명작들을 다수 소개해왔는데, 최근 들어 그 열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만화 포털사이트 코믹스투데이(comicstoday.com)는 지난 4월3일부터 80년대 인기 명랑만화 신문수의 <로봇 찌빠>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윤승운의 <요철 발명왕> 등의 작품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70년대에 잡지 <어깨동무>를 통해 유명해진 김원빈의 <주먹대장>이 팬사이트(punchboy.com)를 통해 복원의 기운을 얻고 있고, 용감한 강아지의 모험을 다룬 <강가딘>이 소년한국일보 사이트(kids.hankooki.com)에 연재되고 있다. 고전 작품 중에
인터넷 복고만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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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영화 배급사가 한국영화 "인정사정볼 것 없다(NOWHERE TO HIDE)"를 수입해 영국 전역에서 상영한다.
한국영화가 영국에 상업목적으로 수입돼 상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내 영화배급사인 메트로 타탄 디스트리뷰션사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볼 것 없다"를 수입해 영국내 극장에서 상영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오는 5월29일 영국언론을 상대로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영관을 물색중이라며 국제영화제에 참가했다가 이 영화를 발견해 수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런던/연합뉴스)
영국, 한국영화 첫 수입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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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이리 비틀고 저리 고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것은 만화가들의 근본적인 습성인 것 같다. 어쩌면 그들에게만화는 직접 손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놓을 수 있는 설계도나 스케치북과 같은 것은 아닐까? 주인공들이입는 옷, 그들이 타는 색다른 디자인의 스쿠터, 가끔 들르는 근사한 카페의 인테리어… 그리고 그 만화가의 꿈을 대변하여, 자신의 창작 욕구를마음껏 발산하는 매력 만점의 캐릭터들이 있다. DIY(Do It Yourself)의 욕망. 독자들의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한껏 북돋워주는작품들이 있다.만화 속 발명품, 현실인가 판타지인가소년들의 창작 욕구를 가장 열심히 부추기는 것은 아마도 발명가나 엔지니어 주인공들일 것이다. 신기한 발명품으로 소년들을 꾀여내는 만화는1970년의 <도라에몽>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일본의 <닥터 슬럼프>나 한국의 <요철 발명왕> 등이바로 그뒤를 잇는
네 멋대로 만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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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 스포츠서울 기자 jone@sportsseoul.com[실론티]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롯데칠성 제품명 실론티 대행사 대홍기획 제작사 J프로덕션 감독 김종필홍차의 맛을 어떤 말로 표현하면 적합할까? 홍차음료를 홀짝홀짝 들이켜가며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달콤쌉싸름하다’라는말밖에는 달리 괜찮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어마어마한 시장규모(450억원)를 자랑하는 홍차음료 시장의 주자들은 달콤쌉싸름한맛과 언뜻 친분관계가 깊어보이는 사랑이란 테마를 좋아한다. 여름철, 음료시장의 성수기를 맞아 현재 경쟁 열기를 후끈 뿜어내고 있는 각종 홍차음료광고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이 가운데 홍차음료의 넘버.1 브랜드인 롯데칠성의 실론티 CF와 홍차음료 시장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해태음료의 티 CF는 흥미로운 비교거리를제공한다. 두 광고는 공히 사랑을 주제로 선택했다. 그러나 실론티 광고는 보편적인 이성애를 다룬 반면 티 광고는 여자와 여
어떤 사랑을 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