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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감독 석래명 출연 이승현EBS 5월12일(토) 낮 12시한국 청춘영화, 하면 어떤 작품이 먼저 떠오를까. 아마도 19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이들은 ‘얄개’ 시리즈를 기억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을것이다. 고교생의 장난기와 젊음의 생동하는 기운을 내포한 이 시리즈는 이른바 ‘하이틴’영화로 불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승현과 김정훈,강주희 등의 배우가 스타급 배우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얄개 시리즈의 공로였다. 얄개 시리즈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일심동체가되어 온정을 나누고 심지어 외국인 교사마저 ‘화합’의 대열에 동참하게끔 유도하면서 한없는 낙관주의를 표방했다. 얄개 시리즈는 <얄개행진곡><여고얄개> <우리들의 고교시대> 등으로 이어졌다. 철없는 고교생들의 꿈많은 시절을 다룬 이 시리즈는 시대적으로 혼탁한당시 정치상황에 비춰보건대, 사춘기적 순수성으로의 회귀를 승부수로 삼았던 것 같다. <고교얄개>는 당시 20만 관
그늘 없는 청춘의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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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세종증권대행사 코래드 제작사 까치&까치(김영배감독)특별한 트렌드가 없다는 게 트렌드인 요즘이다. 복고니, 키치니, 무협이니, 엽기니 하는 온갖 트렌드가 혼재해 있는 상황이고 ‘오! 놀라워라’라는감탄사를 동반한 대박이 없는 가운데 익숙한 양식의 광고들이 소비자의 마인드에 좀더 넓고 확고한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리얼리티 광고도 이미 충분히 주목받은 형태다. 연출없는 연출이라는 고도의 연출기법으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노출하는 이 방식은 몰래카메라를보는 듯 은근한 관음증을 유발하며 신선한 반응을 자아냈다. 리얼리티 광고의 모범답안은 한미은행 CF가 제시한 바 있다. 주인공은 주로 부부,혹은 가족이었는데 발톱을 깎아주는 행위 같은 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단면을 드러내며 소비자들 사이에 ‘내 얘기 같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도토리 키재기에 안분지족하는 무림을 평정할 어떤 비책이 없다면 기존 양식을 익숙하지만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평범한 일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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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칸국제영화제가 9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막을 올렸다.12일간 펼쳐질 칸국제영화제는 전세계에서 제작된 수백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전시장이며 제작자와 배급업자간 배급계약등이 체결되는 영화시장이다.올해 개막작은 호주 바즈 러먼 감독의 뮤지컬 영화인 「물랭루즈」로 1890년대 파리 몽마르트의 카바레인 `물랭루즈`를 배경으로 뮤지컬 배우와 귀족 시인의 사랑을 그렸다.이 작품은 최근 톰 크루즈와의 이혼소송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호흡을 맞춰 관심을 끌고 있다.올해 영화제에는 키드먼외에 배우 멜라니 그리피스와 남편 안토니오 반데라스,존 말코비치, 빌리 봅 손턴, 안젤리나 졸리, 감독 숀 펜, 카메론 디아즈, 데이비드린치 등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올해 칸영화제는 경쟁부문에 오른 23편 가운데 아시아 영화가 5편(일본 3, 대만2), 미국영화가 5편에 이르는 등 아시아와 미국 영화의 약진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특히 지난 98년
54회 칸영화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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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극장에 간판을 내건 영화 「친구」가 최단기간에 전국 관객 600만명을 돌파함으로써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쓰게 됐다.「공동경비구역 JSA」(583만명)의 기록적인 성공을 축하한 지 불과 1년도 채 안돼 생긴 일이다.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에 따르면 「친구」는 개봉 39일째인 8일 전국 관객 603만1천884명, 서울 관객 203만8천823명을 동원했다.`15세 관람가'였던 「…JSA」나 「쉬리」와 달리「친구」는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아 `온전히' 성인들만 관람했다고 친다면 대략 4명중 1명꼴로 「친구」를 만난 셈이다.특히 개봉 6주째인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루 7만명씩 관객이 들고 있어 최다 관객을 동원한「쉬리」(620만)의 기록을 깨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코리아픽처스의 김길남 팀장은 "빠르면 11일쯤 최다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또 이달 말까지 이렇다할 대작들이 없는 형편이어서 「친구」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서울 42개(스크린 71개)
영화 <친구> 최다관객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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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화도 보고 <친구>의 유오성도 만나고.
영화 전문잡지 <씨네21>은 오는 10~11일 이틀간 부산 중구 대청동 민주공원 중극장에서 `창간 6돌, 지령 300호 기념 영화제'를 연다.
이번 영화제에는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4개국의 영화 8편이 상영된다.
또 10일 오후 7시에는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주인공 유오성씨가 관객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도 갖는다.
상영작 가운데 `수쥬' `귀신이 온다' `기쿠지로의 여름' `맨스필드 파크' 등은 부산국제영화제, 여성영화제 등에 출품돼 이미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다. `퍼펙트 블루'는 일본 만화영화이며, `스페이스 트래블러'는 일본의 텔레비전 인기만화를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영화제는 누구나 무료로 참석 가능하며 전화예약도 할 수 있다. (051)442-2121.
부산/최상원 기자csw@hani.co.kr
`부산에 공짜 영화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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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담요를 뒤집어쓰고 니콜라이 고골리의 단편 <비이>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소름이 쫘악 끼쳤지요. 특히 마지막날 코마가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물들을 외면하려 기를 쓰는 장면에서는요. 지금까지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상상력을 채울 수 있는 어둠이 그처럼 기막힌 조화를 이룬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하여간 <비이>가 남긴 인상은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지금까지 전 책을 읽으면서 그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었답니다. 물론 요새 나오는 피범벅의 호러소설들의 정도를 생각해보면 <비이>는 그렇게까지 무서운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시의 경험입니다. 그래서 제가 종종 ‘무서운 작품’과 ‘무섭게 보았던 작품’을 구별하는 거죠. 전 후자야말로 진짜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결국 호러란 단발성이니까요.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었으니, 이게 제 정신이 박힌 글이라면 당연히 이야기는 마리오 바바의 아름다운 호러영화 <사탄의 가면>(블
햇빛 찬란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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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는? 몰러, 내 인생도 잘 모르는디 영화를 어찌 알어. 잘 몰러….
잠결에 전화를 받고… 글쓰는 거 별루 안 좋아하는 상문이라… 거절했는데….
10대 때 함께했던 영화들은 곧 교과서였다. 지금 생각해도 학교 교과서보다 훨∼낫다.
혼자 정리 안 하고, 씨부릴 건데 글을 올려줄는지?
사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없다. 내가 계속 변하니….
10대를 함께 보낸 영화들은 <비트> <보스> <젊은남자> <나쁜영화> <넘버3> <약속> <남자이야기> <깡패수업> <테러리스트> 등등이다.
그중에서도 <비트>가 왜 그리도 좋던지…. 아름다운 마약이었다. 지금 대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은 이제는 일반 관객의 눈이 아닌 전문적인 눈을 떠서 영화를 봐야 된다고 하지만 난 느낌 그대로가 좋다.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적고 있으니….
아름다운 마약,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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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옙!”그 사람이 체포되던 날, 우연히 조·중·동 세 신문을 다 보았는데 그 가운데 동의 묘사가 압권이었다. 기자는 이렇게 썼다. “비록 탈영병이지만 아직은 현역 군인의 신분임을 잊지 않았던 탓일까. ‘희대의 도망자’ 박노항 원사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반사적으로 누워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기왕성하게 대답했다.”동시에 언젠가 읽었던 문화평론가 이재현의 글이 생각났다. 대중문화에 대한 분석이 하나의 의미있는 글쓰기로 자리잡던 90년대 초의 글로 기억하는데, 이재현은 사람의 내면에 깊이 침전된 문화의 자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설명하면서 취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예로 들었다. 아마 그 자신의 예로 짐작되는데, 뒤풀이에서 운동가를 소리높혀 부르다가 노래방으로 가서는 뽕짝이 튀어나오고 그 길로 3차, 4차를 더해 새벽녘 뒷골목에서 토악질을 하면서는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이나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같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압도한 노
박노항과 임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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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갔다오면 만나는 사람마다 “어땠어? 좋았어?” 하고 물을 때가 많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갔다왔다면 “뭐 보고 왔어?” 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궁색하게… 탱고 추데… 하고 대답한다. 사실 외국에 나가면 유명한 장소보다는 뒷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뒷골목을 휘젓고 다닐 때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받는다.전 지구인도 다 알고, 외계인도 다 아는 유명 관광지나 명소를 다른 나라 관광객 사이에 끼여서 감상하는 것만큼 하품나는 일도 없다. 게다가 덩치 큰 독일 사람들이나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 마주보고 수십번 인사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상대방이 인사하면 또 인사하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과 섞이게 되면 정신이 없다. 그런 곳에서 감흥을 찾거나 충만돼 있기란 쉽지만은 않다. “음… 에펠탑을 쇠로 만들었군.” 그러거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에서 “어휴 무슨 빌딩이 저렇게 높데유?” 하고 감상을 끝내버린다. 한마디로 전 지구인이 다 알고, 외계인도 다 아
너희는 우리가 본 것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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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n제작 엘리 사마하 감독레니 할린 각본 실베스터 스탤론 촬영 마우로 피오레 편집 스튜어트 레비, 스티브 길슨 음악 브라이언 트란세아우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버트 레이놀즈, 에스텔라 워런, 지나 거손 수입·배급 코리아 픽쳐스 개봉예정 7월“노장 실베스터 스탤론 구하기.” <클리프 행어>에 이어 레니 할린 감독이 다시 총대를 멨다. 결과는 아직속단할 수 없지만, <드리븐>의 첫주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4월27일 개봉, 3일 동안 1300만달러를 거둬들여 할리우드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북미 최대의 카레이스인 ‘카트’(Campionship Auto Racing Teams)가 영화의 무대. 때론정해진 레이스를 이탈, 시가지에서 목숨 건 경주를 벌이기도 한다.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승부욕 강한 프로모터 형 때문에 부진을 면치못하는 신인 카레이서 지미(킵 파르듀). 설상가상으로 라이벌 관계인 보 브란덴부르그(틸 슈바이거)의 여자친구 소피아(에스텔라
바람을 가르며 그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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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일,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모든 영화제가 그러하듯 전주도 스타를 그리워했다. 단연 올해의 스타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류승범. 지난해 전주가 발굴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대종상 신인상을 쥐고 전주로 돌아왔다.‘전주키드’만으로는 부족했다. 전주영화제 초청작은 아니지만 전국 5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 서태화 등 배우들이 전주를 방문해 영화제 관객몰이를 도와주었다. “부산사투리로 영화에 성공했으니 다음은 전주사투리로 영화를 만들겠다.” 부산 억양으로 약속하는 곽 감독에게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조촐한 ‘스타쇼’로 시선을 붙잡아 놓고, 한켠에서는 아시아인디영화의 연대와 영화의 올바른 정치성을 모색하는 급진영화에 관한 진지한 탐색을 펼치기도 했다. 4월28일부터 5월2일까지 영화의 거리는 관객과의 대화, 페이스 프린팅 등 영화 관련 행사뿐 아니라 록, 재즈, 국악, 발레, 힙합, 퍼포먼스, 거리
반가웠다 전주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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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은 | 아줌마 femolution@dexmedia.co.kr아줌마가 토머스 해리스나 아사다 지로만큼 잘 나가는 소설가라면, 리들리 스콧보다는 송해성 감독한테 판권을 넘기겠다. 소설 <한니발>에서가장 기발한 대목이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 스털링이 부부가 되어 하인들이 우글거리는 궁궐 같은 집에서 매일같이 섹스하며 잘 먹고 잘산다더라는에필로그인데, 아무리 영화라 해도 이런 식으로 진부하게 바꿔놓다니.영화에서 한니발은 남편따라 식성을 바꾼 예쁜 신부를 얻는 대신 자기 손목을 자르고 다시 잠수함을 타는데, 아줌마가 한니발이라면 도망가기 전에먼저 리들리 스콧을 뜯어먹었을 거다. (혹시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기내에 싸들고 간 도시락의 내용물이 진짜 리들리 스콧의 머리에서 나온 거아냐?) 아니, 굳이 식인종 아줌마가 되지 않더라도 복수할 방법은 있네. 그럼 복수차원에서, 지금부터 <한니발>이 말도 안 되는열두서너 가지 이유 중에서 한두 가지만 밝히겠다.우선, 한니발은 사
<파이란> 상영관으로 대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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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하고 정확한 어떤 것을 가지고서야 부주의한 눈과 귀의 주의를 끌 수 있을것이다.” 영화만들기에 대한 단상들과 메모들, 그리고 때론 불가해한 듯한 인상마저 주는 미끌미끌한 아포리즘들을 모아놓은 로베르 브레송의얇으면서도 미묘한 책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1975)에서 저자의 심중 가장 깊숙한 곳에 놓여 있는 표현을 굳이 하나만들라면 앞에서 인용한 문장쯤이 될 듯하다. 이 위대한 시네아스트가 실행한 중요한 영화적 방법론이란, 대략적으로 말해 ‘부주의한 눈과 귀의주의를 끌도록’ 필수적인 것들만을 남겨놓고 그 나머지는 과감하게 가지를 쳐버리는 작업이었던 것이다.그래서 브레송에게 영화의 구축은 주로 ‘소멸’ 내지는 ‘제거’의 방법론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예컨대 브레송은 배우로부터 얼굴의 입체감과풍부한 표정을 박탈했고 배우의 목소리에서는 목소리의 다양한 톤을 삭제해버렸다. 또한 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로부터는 내적인 심리를, 영화의이미지에서는 깊이감을, 사운드트랙
고독한 늑대처럼, 얼음같이 미소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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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란>의 무대는 인천이고 주인공은 3류 건달이다. <친구>의무대는 부산이고 주인공은 1류 건달이다. 무대의 이미지와 주인공의 직업은 비슷하지만, 두 영화는 거의 정반대의 길을 간다. <파이란>은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친구>는 신화적이고 추상적이다. <파이란>이 일본소설을 각색했다는 것과 <친구>가감독의 체험을 밑그림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언뜻 이상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게 자연스럽다. 영화와 소설에서 현실감이란,그 이야기의 실재 여부에 달려 있지 않고, 그것의 형식적 자질에 달려 있다. 잘 짜여진 허구가 대개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두 영화의 감춰진 공통점은 변칙장르영화라는 점이다. <파이란>은 깡패 장르와 멜로의 길을 열어놓고도 그 길로 가지 않는다. <친구>는깡패영화의 힘으로 밀어붙이지만 정서적 동력은 다른 곳에서 얻고 있다. 아마도 <파이란&g
3류 현실과 깡패 신화, 가깝고도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