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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뮤직 발매뮤즈(Muse)는 말이 많은 밴드였다. 밴드 당사자들이 아니라 특히 밴드의 주변이 그랬다. 영국의 ‘궁벽하고 한물간 피서지 동네’(이것은 고국인 영국매체의 표현) 데번주 테인머스 출신인 이 시퍼렇게 젊은 삼인조는 99년에 이 데뷔앨범 가 발매되었을 무렵 꽤 화젯거리가 되었는데, 그것은 당시 갓 라디오를 타기 시작한 이들의 싱글 이 ‘시끄러운 록’이면서도 그 이상할 정도로 ‘애절한 감성’으로 인해 매우 양면적인 존재로 부각된 탓이었다. 그 곡은 학교와 클럽에 포진한 인디 근본주의자들(알 사람은 알겠지만 회교근본주의자들만큼이나 무섭다) 사이에서도, 에미넴과 웨스트라이프가 톱텐을 다투던 주류 팝 차트곡들 사이에서도 매우 기묘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 곡을 라디오에서 듣는 느낌은 흡사 다 함께 햇빛 화사한 캘리포니아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나 혼자만 고대 그리스 비극 정거장에 불시착한 듯한 당혹감이었다.이 당혹감은 더 나아간다. 뮤즈의 세 사람은 열세
당혹스러운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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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슨 웰스가 만든 미증유의 걸작 <시민 케인>의 키워드는 ‘깊이’이다. 영화 속에는 또다른 영화가 있고, 케인의 승승장구 뒤에는 외로움과 추문이 있다. 화면의 한켠에 어머니가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견디며 모딜리아니의 그림처럼 비스듬히 걸려 있고 그뒤로 동등한 시각적 지위를 가진 아버지와 은행가가 있듯, 화면의 포커스는 인생의 흐름 깊은 곳에 존재하는 것과 겉모습을 동시에 붙들려 하고 있다. 아니, 겉모습을 뚫고 들어가 그 깊은 곳에 있는 무엇을 건지려 한다. 그 맨 끝에는 신비의 단어 ‘로즈 버드’가 있다. 영화의 구조는 케인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다시 빠져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발견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먼 굴뚝에서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연기가 솟아오를 뿐이다. 그러나 ‘들어갔다 나온다’는 바로 거기에 카메라의 의도가 있다.영화음악을 맡은 버나드 허먼은 예전에 <택시 드라이버>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아주 괴팍한 영화음
깊이에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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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 인형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서른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에도 바비 인형 사진집을 거금을 들여 모으고, 코믹월드나 아카 같은 데 가서 중학생들이 만든 종이인형을 사들이기도 한다. 그 친구 얘기로는 정작 중·고등학교 때는 인형에 질색했다고 한다. ‘순결’, ‘정숙’ 같은 교훈이 내걸린 학교에 가서, 여대를 가야 시집 잘 간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인형, 꽃, 레이스 같은 걸 좋아할 수는 없었다는 게 그 친구의 설명이다.하지만 지금은 마음놓고 열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성적인’ 취향, ‘여성적인’ 가치가 열등하다는 주장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날 선물로 여자아이에게는 인형을, 남자아이에게는 로봇을 사주는 게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소꿉놀이의 동료는 늘 두살 어린 남동생이었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 ‘소녀취향’의 것들을 좋아할 권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있는 것이고, 그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억눌려온 남자아이들이
‘소녀취향’이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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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면을 통해 해외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가급적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장편 보다는 단편, 그것도 일본이나 미국보다는 유럽 중심의 단편에 많이 편중됐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순수 단편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조류보다는 이미 거장이나 ‘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들을 주로 소개해왔다. 실제로 이 메일을 통해 그 부분을 지적하면서 ‘선정의 편협함’을 지적한 분들도 많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미국이나 일본의 장편들은 이 지면이 아니더라도 최신 정보나 다양한 리뷰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나 스스로 잘 알지도 못하고, 진지하게 감상을 했거나 또는 정말 즐겁게 본 기억도 없으면서 피상적인 정보만 나열한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보다는 ‘편협하고 한정된 영역’이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느꼈던 감상이나 생각들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아는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해왔다. 하지
애니메이션에 신선한 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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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X 공식 홈페이지http://www.defjam.com/artists/dmx/MTV의 DMX 특집http://www.mtv.com/news/gallery/d/dmx00/index.html<엑시트 운즈> 공식 홈페이지http://www.exitwounds.net/흑인 가수들의 배우겸업은 이제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 대표적인 예라면, 이제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윌 스미스, 한때 한국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 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보이즈 앤 후드>와 시리즈의 아이스 큐브 그리고 우리에겐 코믹한 영화배우로 더 친숙한 <딥 블루 Tl>의 L. L. 쿨 제이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가수에 배우까지 겸업을 하고 있는 <리셀웨폰4> <너스 베티>의 크리스 록 같은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가수 출신이건 아니건 이들 대부분이 코믹한 연
할리우드가 선택한 검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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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슬로 스탭> <`H2`>의 인기 만화가 아다치 미쓰루의 신작 <미소라>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소년 챔프>에 연재중인 이 만화는 90년대의 역작 <`H2`>에 뒤이은 아다치의 메인 장편으로, 연재 초기부터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이틀 히로인인 미소라를 비롯해 미야코, 류도, 쥬지 등의 친구들이 다양한 개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데, 이야기는 이들이 13살을 맞는 해에 시작된다. 미소라는 4년 전인 초등학교 캠프에서 위패를 들고 13살 생일에 무엇인가 선물받기를 비는데, 뜻밖에도 그의 친구들과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고양이까지 약간의 신통력을 얻게 된다. 미소라와 미야코 두 패거리로 나뉜 현재, 그들은 각 스포츠부에 부족한 인원을 채워주는 렌털클럽을 운영하는데, 약간의 경쟁과 은근한 로맨스와 들뜬 청춘의 심장이 점점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간다. 스포츠 만화와 연애 만화의 경
미소라 단행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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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가 월드컵을 벌인다면?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이 제의되면서 한국대표 선발전에 참여하게 된 한 교도소 죄수들이 축구를 둘러싸고 벌이는 코미디영화 <교도소 월드컵> 홈페이지가 일찌감치 문을 열고 네티즌들의 관전을 기다리고 있다.
출연진과 스탭진, 시놉시스를 볼 수 있는 대회개요 코너와 영화 예고편, 스틸 이미지, 포스터가 준비돼 있는 월드컵 하이라이트 코너를 찾아가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16명의 선수 모두를 캐리커처로 볼 수 있는 대회개요 안의 선수단소개 코너는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이트에 활력을 주는 곳. 교도소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교도소에서 사용되는 그들만의 용어를 설명해 놓은 월드컵 밖의 세상 코너는 잊지 말고 들러보자.
영화 <교도소 월드컵>은 5월19일 극장에서 개막할 예정이다.
http://www.shincine.com/worldcup/
<교도소 월드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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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도 질투를 했던 것일까? 큐피트가 어느 날 장미의 아름다움에 반해 키스를 하려는 순간, 꽃에서 벌들이 튀어나와 그의 입술을 쏘아버렸다.화가 난 큐피트의 어머니, 비너스는 그 벌들의 침을 장미 줄기에 붙여버렸는데, 이것이 결국 장미의 가시가 되었다. 장미를 사랑한 벌들은결국 영원히 그 장미에 붙어, 장미를 탐하는 키스를 막고 있는 것이다.첫키스, 무섭고도 강압적인만화 속의 주인공들도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키스의 목전에서 방해를 받기 일쑤다. 잔혹한 라이벌에 의해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하고, 운명의장난으로 멀어져 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손바닥 키스를 날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기억 속에 떠오르는 최고의 방해꾼은 역시 알량한심의의 가위질이다. 불과 5, 6년 전만 해도 사랑에 불타는 두 주인공의 입술 위에 의미없이 올라붙은 검은 막이나, 기묘한 효과 선을 보는것이 어렵지 않았다. ‘입술이 닿는다’는 사실에도 강박적인 불쾌감을 표시해온 몇몇 어른들 때문에 수많은 만화 독자들은
비너스도 그들을 막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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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대학교 동기를 우연히 만났다.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엔 뭐하냐?” “친구가 회사 차려서 거기 일 도와주고 있어.” “나는지금 논다.” “그래?” “가끔씩 나오는 사무실이 있는데, 지금 거기다. 여의도야.” “그래? 나도 여의도인데.” “그래? 나는 L빌딩옆의 K빌딩이야.” “어, 나도 거긴데.” “808호야.” “나, 809혼데.” “당장 와라!” 마주보고서는 이 우연이 너무나 놀라워서이리 묻기도 했다. “너 혹시 신기(神氣) 있는 것 아니냐.” 5년 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되네, 했더니 옆 사무실이라니.옷깃을스치는 것은 전생의 인연이 억겁으로 쌓여야 한다는데 이생의 인연 역시 선녀의 옷깃이 바위를 깎는 끈기로 쌓여야 이루어지는 것 같다. 우리는그래서 약속을 하고, 10분 늦으면 약속 장소를 빙빙 돌며 알아보지 못한 건 아닐까 하며 전화를 하고, 헤어질 때는 연락하지 않으면 다시만날 기회가 없을 게 분명하기에 연락처를 교환한다. 혹시나 천생연분을 ‘우연’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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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MBC 5월12일(토) 밤 11시10분
코믹잔혹극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일상적인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한국사회에 대한 냉소가 숨어 있다. 한 가족이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산장을 개업한다. 인적도 뜸한 곳이라 당연히 장사가 될 리 없다. 반갑게도 어느 날 한 손님이 산장을 찾아오는데 그는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오인받을 것을 두려워한 가족들은 그를 암매장한다. 이때부터 가족에겐 이상한 일들만 생긴다. 한 남녀가 찾아와 동반자살을 하고 큰아들이 한 건달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가족들은 점차 대담해진다. 송강호, 최민식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뮤지컬로 리메이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TV영화 - 조용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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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Day Seven Night 1998년, 감독 아이반 라이트먼 출연 해리슨 포드
KBS2 5월12일(토) 밤 10시40분 <고스트 버스터즈>의 아이반 라이트먼 감독작. 신분과 나이가 맞지 않는 두 남녀가 무인도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다. 뉴욕의 잡지사 편집장인 로빈은 사랑하는 약혼자와 함께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다. 갑작스런 회사 일로 급히 뉴욕으로 돌아가게 된 로빈. 퀸이라는 비행사에게 신세를 지는데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다. 외딴 섬에 불시착한 로빈과 퀸은 예상대로 사사건건 말싸움을 벌인다. 심지어 무인도에서 해적까지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점차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젠 중년도 거의 넘긴 해리슨 포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TV영화 - 식스데이 세븐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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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oy 1978년, 감독 샘 페킨파 출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EBS 5월13일(일) 낮 2시
<와일드번치>의 샘 페킨파 감독작. 화물트럭 운전사 덕은 보안관을 때려눕힌 뒤 도주길에 오른다. 덕은 사진작가인 멜리사를 태우고 라일 보안관은 그를 필사적으로 추적한다. 덕과 그 일행이 주민들의 지지를 얻자 뉴멕시코의 주지사는 공식적인 자리에 일행을 초대한다. 한편 라일 보안관은 덕의 동료를 인질로 잡아 폭행을 가하고 이 소식을 들은 덕은 흥분해 홀홀단신으로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적진에 뛰어든다. 알리 맥그로, 어네스트 보그나인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샘 페킨파 감독의 다른 영화처럼 다분히 남성적인 장르영화. <와일드 번치> 시절과 비교하면 연출면에서 매너리즘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TV영화 - 콘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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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ce Of Lambs 1991년,감독 조너선 드미 출연 조디 포스터, 앤서니 홉킨스
EBS 5월12일(토) 밤 10시
토머스 해리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은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단서를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클라리스는 전직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를 만난다. 렉터는 환자들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정신이상 범죄자 수용소에 갇혀 있다. 그곳에서 클라리스는 한니발 렉터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범인의 정체를 알려준다는 조건으로 한니발 렉터는 이감되지만 도중에 탈출한다. 스릴러 영화의 고전이라 불릴 만한 작품으로 조디 포스터와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대결이 압권이다. 조너선 드미 감독은 <섬씽 와일드>와 <필라델피아> 등을 만든 바 있다.
TV영화 - 양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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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etter 1995년, 감독 이와이 순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HBO 5월13일(일) 밤 8시세상에 나와 같은 얼굴의 다른 사람이 있다면? <러브레터>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영화다. 한 배우가 1인2역을 맡고 있는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같은’ 이에 관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는 이미 세상에 없는, 상실의 인간이라는 점. <러브레터>는 모든 이의 숨기고픈,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기억의 먼지를 털어내는 작품이다. “오겡키데스카”라는 이 영화의 대사는 눈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하지만 늘 머릿속 어딘가에 살아숨쉬고 있는 옛사랑의 상처를 들춰내는 마법의 주문이다.히로코는 죽은 연인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알고보니 발신인이 연인과 동명이인이었던 것. 히로코는 죽은 애인과 중학교 동창이기도 했던 이츠키와 알게 된다. 이름이 같아서 히로코의 애인과 남다른 추억이 많은 이츠키는 히로코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옛 추억을 하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