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비전을 보려고 쇼파에 길게 누워 있는데 벽에 걸었던 달력이 툭하고 떨어진다. ‘저게 이유없이 왜 떨어졌지?’ ‘못을 잘못 박았나?’ ‘허어, 정말 이상한 일일세….’ 얼른 일어나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보면 되는데 꼼짝하기 싫은 나는 그냥 그 자세로 계속 궁리만 하였다. 궁리만 한 게 아니고 벽이며 못이며 달력에다 대고 화까지 냈다.혀를 차며 신경을 끄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무슨 미국 방송의 한 장면이 순간, 깨우침을 얻게 하였다. 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고 많이 반성하게 했다. 그 장면은 한 건전하게 생긴 미국의 바른생활 아저씨 하나가 창고에서 공구함을 가지고 집안으로 들어와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안의 선반과 창틀을 보수하는 장면이었다. 그때 난 아, 저게 미국의 프론티어정신, 존 웨인과 게리 쿠퍼 아저씨들의 정신, 그 정신의 생활화가 바로 저것이구나 하면서 뭔지 모를 의기충천함에 벌떡 일어나 떨어진 달력을 줍고 못질했던 곳을 찾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히 벽에다 못을 대고 망치질을 했
반성을 회의(懷疑)함
-
장승업의 첫사랑 <취화선>의 마지막 낭자 ‘소운’이 결정되었다. TV미니시리즈 <맛있는 청혼>에서 정준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던 손예진은 장승업을 후원하는 이응헌의 동생이자 학처럼 긴 목의 기품있는 아름다움으로 청년 시절 장승업의 마음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여인이다. 얼핏 탤런트 김현주를 연상시키는 귀엽고 깨끗한 이미지의 손예진은 현재 지중해의 푸른 태양을 자전거로 가르는 모 이온음료광고에
<취화선>에 캐스팅된 손예진
-
‘디스코왕’을 꿈꾸는 ‘가수왕’ 임창정? <자카르타> 이후 임창정이 선택한 차기작은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가제). 그가 연기할 봉팔은 싸움꾼 해적삼총사 중 하나로 ‘똥퍼’일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대신 똥지게를 지고, ‘때리는 것보다 맞는 편이 훨씬 속편하다’는 철학을 가진, 흥분하면 말까지 더듬는 순박한 남자. <해적…>은 동명의 단편으로 독립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는 27살의 신예 김동원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가제)에 출연 결정한 임창정
-
‘우리는, 황! 신! 혜!,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황신혜가 시네마서비스에서 제작하는 <패밀리>에서 인천 최고의 룸살롱 마담이 된다. 인천의 토종세력을 몰아내고 조직을 접수한 목포 출신 엘리트 깡패 차성대와 그의 숙적인 룸살롱 ‘패밀리아’의 마담 오해숙의 대결을 다룬 코미디영화 <패밀리>. <주노명베이커리> 이후 오랜만에 만나게 될 황신혜는 미모와 섹시함 그리고 당당함까지 갖춘 ‘나가요’계의 ‘에비타’가 될 예정이다.
새 영화 [패밀리]에서 룸살롱 마담으로 출연하는 황신혜
-
-
신현준/ 아저씨 http://homey.wo.to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 찜찜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의미를 찾으려 한다고 해도 복잡하게 머리 굴리지 말라. 21세기의 멘털리티는 ‘세상에는 아무리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도 나는 심심하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I. 이 책(은희경 저, <마이너리그>)을 다룬 TV프로그램을 보지 말라. 만의 하나 재방송을 하더라도 절대로 보지 말라. <긴급구조 119>나 <리얼 스토리> 식의 ‘재연’장면을 보면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싹 가신다. 심지어는 개그맨이 나와서 등장인물 4명의 성격을 분석해주는 장면까지 있다. 그렇다고 방송국과 PD들을 원망하지는 말고, 우아하고 품격있는 교양 프로그램을 지상파 방송에 마련해주는 배려에 감읍하라.Ⅱ. 출판사가 ‘김영사’나 ‘황금가지’같이 돈독 오른 데가 아니라 ‘창작과 비평사’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지 말라. “대학교 다닐 때 ‘사구체 논쟁’(생물학 논쟁 아님)을 공론화했던
<마이너리그>를 읽는 아저씨의 십계(十戒)
-
우리 부부 떴어? 명필름의 이은, 심재명 대표가 <버라이어티>에서 선정한 ‘주목할 만한 10대 프로듀서’(10 Producers To Watch)에 선정되었다. <버라이어티>는 최근 칸영화제에 관련한 특집기사 중 세계 각국에서 활약중인 10명의 제작자를 뽑았고 이중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이은, 심재명 대표를 선정했다. <버라이어티>는 “그들은 한국영화산업에서 가장 파워풀한 커플이다. 기품과 우아함과 겸손으로 영화의 상업적, 예술적 성공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며, “95년 명필름 설립 이후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섬> 등의 수준높은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소개했다. ‘주목할 만한 10대 프로듀서’에는 이 외에도 <빌리 엘리어트>의 공동 제작자인 ‘WT2’의 욘 핀과 나타샤 워턴, 전주에서 첫선을 보인 <아모레스 페로스>의 제작자 프란시스 곤살레스 콤핀과 마샤 소
<버라이어티>의 주목할 만한 10대 프로듀서에 선정된 이은, 심재명
-
원더버드, 삐삐롱스타킹의 고구마가 남기웅 감독 <우렁각시>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뒷거래 철공소’ 직원인 청년 건태. 주윤발과 총을 사랑하는, 그러나 절대 쏠 줄은 모르는 겁많고 순진한 총각이다. 어느날 길에서 할아버지를 업어주고는 낡은 장독 항아리를 선물받는다. 거기서 밥해주고 빨래해주는 우렁각시가 나올 줄이야! <우렁각시>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의 남기웅 감독의 신작. 6월3일 크랭크인했다. 우렁각시로는 SK텔레콤 광고의 ‘비구니’ 채명지가 나온다.
고구마, 우렁각시 만나다
-
“내가 죽은 뒤 내 필름들이 변기 속에 처박혀도 상관없다.” 우디 앨런이 자기가 만든 영화를 ‘질투’하는 발언을 했다. 자기 자신보다 자기가 만든 영화의 명성이 오래 갈까봐 걱정된다고. “나는 내 작품을 통해 불멸성을 얻고 싶지 않다. 나는 죽지 않음으로써 불멸의 인간이 되고 싶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싶지 않다. 대신 내 아파트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말했다고. 그가 ‘오래살기’ 경쟁을 해야 하는 영화는 자그마치 34편이다.
자기 영화를 질투하다니!
-
오! 오드리 헵번! 미국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 지난해의 힐러리 스왱크까지 역대 오스카 수상 여배우 60명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누군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93년 세상을 뜬 오드리 헵번이 1등. 2534명의 응답자 중 오드리 헵번을 택한 사람은 651명이었다. <로마의 휴일>이 나온 지 50년이 다 돼가지만 그녀의 인기는 여전한 모양이다. 1929년 브뤼셀에서 태어난 오드리 헵번. 그녀는 발레 교육을 받은 뒤 모델활동을 하다 배우가 됐다. 헵번은 <로마의 휴일>로 1953년 여우주연상을 탔고 4번 더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2위는 또다른 헵번에게 돌아갔다. <아프리카의 여왕> <지난 여름 갑자기>의 캐서린 헵번은 620표를 얻었다. 94살 노배우의 다음 자리는 <문스트럭>의 셰어가 차지했다. 4위는 150표를 따낸 메릴 스트립.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1980년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
오! 오드리 헵번
-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48)가 낙마사고를 당해 몸이 마비된 지 지난 5월 마지막주로 딱 6년. 불편한 몸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의 토크쇼 <투데이>에 출연,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슈퍼맨>(1978) 출연을 위해 스크린 테스트를 받던 장면이 준비돼 있었던 것. “그땐 정말 말랐었어요. 분장팀은 가짜 근육 모형을 만들어왔죠. 그래서 내가 말했지요. 그걸 쓰지 않겠다고, 헬스를 하겠다고 말이에요.” 25살 데뷔적을 돌이키는 그는 이제 헬스는커녕 걸을 수도 없는 상태. 하지만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사람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재활의지에 가득 차 있다.부시 행정부를 고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간(幹)세포 연구에 대한 부시 정부의 재정지원 중단결정을 철회하기 위한 것. 간세포란 여러 종류의 세포로 자라나기 전 근원이 되는 세포. 불임시술 과정에서 폐기되는 배아나 낙태된 태아를 이용해 간세포를 배양하는 연구가 윤리적 비난을 받자 미 정
“언젠가 걸을 날이 오겠죠”
-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파이란>)“1등 보내고, 2등도 보내고, 3등은 절대 양보할 수 없어!”(<천국의 아이들>)“꽃같은 세상, 날려버린다.”(<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도시를 삼킨 거대한 불, 누군가 있다.”(<리베라 메>) 위의 카피는 모두 한 사람이 쓴 것이다. 멜로에서 예술영화, 인디에서 블록버스터까지, 한국영화계에서 생산되는 카피의 70%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다는 누군가의 ‘제보’에 솔깃했다. 그것이 꽤 부풀려진 수치일지라도. 그 ‘발랄한’ 카피들을 줄줄이 써대는 카피라이터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러나 막상 만나본 윤수정씨는 갈래갈래 찢어진 청바지 차림도 아니었고, 힙합 스타일로 머리를 꼬지도 않았다. 귀에는 그 흔한 귀걸이도 없었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젊은 여자’였다.대학 4학년 늦가을, 졸업도 하기 전에 광고회사에 취직이 됐다. 그러나 입사하자마자 ‘아차, 실수다’ 싶었다.
거대한 카피 뒤, 누군가 있다
-
1952년 서울 출생·79년 이정선과 풍선 트리오로 데뷔·83년 그룹 ‘장끼’ 활동·86년 신촌블루스 결성·91년 <가을여행>으로 영화음악 시작·2001년 <썸머타임> 음악감독결국, 80년 광주와 식스티 나인과의 관련성을 찾는 데 실패했다. 결렬될 게 뻔한 협상 테이블을 지켜보는 답답함이 이런 것일까. 영화 <썸머타임>은 화해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름 모를 소도시의 뜨거운 태양빛 아래 질펀하게 늘어놓은 채, 그저 무심하게 엔딩을 향해 흘러간다. 연극무대를 옮겨다 놓은 듯한 세트와 배우들의 연기는,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시대감각을 교란시키며, 감정이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정사신은 빡빡한 메마름마저 안겨준다. 이쯤 되면, 간간히 귀를 적셔주는 단비 같은 음악이 고맙다. 매운 고추를 마요네즈에 찍어 먹은 것마냥 불편한 속으로 지루한 정사신을 감상하고 있을 때다. 한창 몸이 단 두 남녀가 하나로 합쳐지는 장면에선 교성 대신 섹시한 듀엣곡이
멈춰버린 시간, 선율은 흐르고
-
<삼국지>의 고향은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또 어떤 나라든 아시아에 사는 사람치고 <삼국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두꺼운 책을 제대로 다 읽지는 않았더라도 고우영 <삼국지>라도, 것도 아니래도 이름 정도야 못 들어본 사람은 없다. 수능대비 추천도서 목록에도 자랑스럽게 올라 있는 <삼국지>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파생상품’이 쏟아져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해석서, 수양서, 처세술책 등 다양한 서적들 사이에 게임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단연 일본 ‘고에이’의 턴방식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삼국지>다. 생존을 위해 지략을 겨루며 난세를 통일하는 묘미를 잘 살리고 있는 게임으로 벌써 7편까지 나왔다. 조금 덜 골치아픈 걸 원한다면 역시 고에이에서 나온 <삼국지 영걸전>이나 <삼국지 공명전>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SRPG인데, 비교적 낮은 연령대에서도 인기가 있다.
고전은 영원하다
-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존 F. 케네디(JFK)만큼 재임기간중에 미국사적으로 또는 세계사적으로 엄청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 경우는 드물다. 우선 천주교도로서는 처음으로 개신교 국가인 미국에서, 그것도 역대 최연소(43살)로 당선된 것부터가 사건이었다. 당선 이후엔 사회주의화한 쿠바를 침공했다가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고, 이에 대항하는 소련과 쿠바에 의해 미사일 위기를 겪기까지 이른다. 다행히 피를 말리는 막후 협상 끝에 쿠바에 대한 불침략 공약을 내걸고 그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으나 이에 대한 평가는 지금까지도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 국내적으로는 최고조에 달하던 인종갈등문제 수습에 정신이 없었고, 멀리 베트남에서 일어난 전쟁은 JFK로 하여금 전쟁에 개입하는 결정을 하도록 만들기까지 했다.물론 긍정적인 면에서는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미국의 봉사와 원조를 위해 평화봉사단을 창립한 것과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냉전시대의 종식을 위해 ‘평화를 위한 전략’을 주창해 그해 7월 미국,
거꾸로 읽는 미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