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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레코드 발매
영국의 음악잡지 <`NME`>가 스테레오포닉스를 가리켜, 영국 황태자를 의미하는 ‘웨일스의 왕자’라고 칭한 데는 이들이 고향인 웨일스뿐 아니라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밴드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브릿팝 계열이면서도 강한 기타 리프를 특징으로 하는 사운드와 켈리 존스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가사를 담고 있는 이들의 세 번째 앨범은 이전 앨범과 다른 인상을 준다. 첫곡 <`Vegas Two Times`>를 제외하면 이전 같은 분출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없지만 좀더 폭넓고 깊어진 미드템포의 사운드를 보여주는 <`Mr. Writer`>나 어쿠스틱 연주가 경쾌한 <`Have A Nice Day`> 등은 이들의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음반 - Just Enough Education to Per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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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영 지음|민음사 펴냄|1만원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을 통해 영화를 바라보는 책. 한국의 대표적인 라캉 연구자 중 하나인 저자는 판타지, 응시, 애도, 오브제, 신경증, 도착증 등의 키워드를 이용해 <글래디에이터> <`공동경비구역 JSA`> <파리, 텍사스> <감각의 제국> 등의 영화를 찬찬히 읽어내려간다. <`…JSA`>는 라캉이 말하는 ‘법과 욕망의 갈등’ 개념을 통해, <아메리칸 뷰티>는 욕망과 죽음 충동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식이다. 생경한 정신분석학 용어가 곳곳에 등장하지만 책 속에서 설명해주는 기본 개념을 충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텍스트가 대중적인 성격의 영화인 탓에 일반인도 어느 정도까지는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책 - 감각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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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야외극장 6월7∼10일 7시30분 쎌 인터내셔날 02-525-6929 서울예대 개그동아리 출신의 표인봉, 이웅호, 홍록기, 이동우, 김경식이 모여 결성한 ‘틴틴파이브’. 1993년 노래와 개그, 마임, 춤이 혼합된 독특한 코믹무대를 선보이며 데뷔한 이들은 아카펠라를 통해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음반을 발매했다. 95년 해체했다가 지난해 재결합, 3집 <머리 치워 머리>를 발매했다. 이번 공연은 음악 위주의 개그콘서트. 표인봉이 기타, 홍록기 색소폰, 이웅호 드럼, 이동우 키보드, 김경식 베이스 등 각각 악기를 하나씩 연주한다. 연주곡은 앨범 수록곡과 보이즈 투 맨의 <`It’s Hard to Say Good-bye`>, 비틀스의 <`Obladi-oblada`>, 에어 서플라이의 <`Open Arms`> 등 팝의 명곡들.
공연 - 틴틴파이브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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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공원, 화성행궁,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청소년문화센터 등 수원시 일대 6월1∼10일 재단법인 수원화성문화재단 031-246-5665
‘자연, 성, 인간’이라는 모토를 걸고 수원 화성 주변에서 열리는 연극축제. 다양한 국내외 작품들의 공연이 자연 속에서 펼쳐지며 세미나와 워크숍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개막작은 퍼포먼스그룹 목토와 미국의 인형극단 HOBT의 합동공연인 <마고>. 수원 화성의 고풍스런 성벽과 장안공원의 잔디밭 등 입지조건을 살린 환경연극이다. 해외작품으로는 일본 연출가 사토시 미야기의 <한복을 입은 메디아>가 화성 행궁 복원현장에서 공연된다. 그리스신화를 일본판으로 재구성한 뒤 주인공 메디아를 한국여인으로 설정한 작품. 이탈리아 극단의 <여관집 주인아가씨>도 볼 만한 희극.
공연 - 제5회 수원 화성 국제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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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딩 포레스터> O.S.T | 소니뮤직 발매한때 촉망받는 천재 취급을 받았으나 지금은 숨어서 지내는, 대중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리는 작가(윌리엄 포레스터: 숀 코너리)와 숱한 인종적 편견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는, 그러나 천재적인 작가의 자질을 지니고 있는 열여섯살 흑인 소년(자말 월러스: 로브 브라운) 사이에 싹터가는, 있기 힘든 우정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재즈’를 음악적인 중심축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 축은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오네트 콜먼이라는 두 거장의 음악이고 다른 하나는 독특한 자기만의 느낌을 지니고 있는 재즈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이 쓴 오리지널 스코어이다. 이 영화는 마치 마일즈와 오네트와의 관계, 그리고 그들과 약간 비껴 서 있는, 그러나 여전히 비주류이자 고집불통인 빌 프리셀의 캐릭터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투영된 것 같아 보인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설명이 필요없는 재즈의 명인이자 달인이다. 40년대 말 재즈계의 주목을 받
재즈의 세 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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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철 엮음|한나래 펴냄|1만원“이상한 건 사람들이 실제 일상적인 삶에서는 비합리적이거나 모호한 요소들과의 만남을 아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영화나 소설 같은 예술작품에서는 그것과의 만남에 대해 불평한다는 사실이다…. 세계가 그처럼 복잡하다면, 그의 복합성을 작품에서도 재발견해야 한다.”(알랭 로브그리예)논의의 대상을 영화로 한정한다면, 이 발언에 대해선 간단히 부인하고 싶은 유혹이 인다. 아주 즉자적인 건 이런 반발이다. 안 그래도 사는 게 안개 속이라 머리 아파 죽겠는데, 왜 영화를 보면서까지 그런 고통을 연장해야 한단 말인가(너희들끼리 복잡한 거 실컷 해라!). 1분쯤 생각하다가 이런 반문을 내놓을 수도 있겠다. 예술가라면 복잡한 실제 속에 감춰진 진리를 발견해 그것을 감동과 함께 전하는 사람 아닌가. 영화도 실제처럼 모호하고 복잡할 뿐이라면 그것의 존재 이유는 어디 있는가.후자가 좀더 세련된 반문처럼 보이지만, 정말 답하기 어려운 건 전자다. 이 반문은 영화가 예술인가 엔
분열된 기억에 관한 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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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을 이처럼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때가 또 있을까? 일제시대부터 활동한 초창기 영화인들의 육성이 <씨네21>에 연재되는 몇달간은 100년에 걸친 세 세대의 만남이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순간이 될 것이다.고(故) 이영일(1932∼2001) 선생은 한국영화사의 독보적 저술이 된 <한국영화전사>(1969년 간행)의 집필을 준비하면서, 당시 생존해 있던 영화계의 선구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녹음해 두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어린 연구자들이 다시 앞선 두 세대의 육성이 함께 살아 있는 녹음 자료들을 듣고 글로 받아 적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국영화사의 제3세대로 위치지어진 이 젊은이들이 앞으로 이 난을 통해 초기 영화인들의 삶과 영화계 실상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3세대가 한 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대화’하는 진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이영일, 죽은 나무를 살리려던 사람이 작업은 오랫동안 대중의
한국영화사, 망각의 유령에서 풀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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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에밀과 올렉은 옛 동료로부터 제몫의 돈을 챙기기 위해 출옥 뒤 뉴욕으로 날아온다. 에밀은 돈이 없다는 옛 공범 부부를 살해하고 올렉은 그 광경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다. 이에 베테랑 형사 에디와 젊은 방화수사관 조디가 이들을 추적한다. 존 허츠펠드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에드워드 번즈 출연, 태원엔터테인먼트 수입·CJ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119분박평식 미디어와 미국의 허상을 섬뜩하도록 까발긴다 ★★★☆홍성남 모든 사이코 킬러는 15분 안에 유명해진다 ★★★심영섭 너무 영악해도 기분이 나쁘지 ★★★[아나토미] 의대생 파울라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저명한 교수의 해부학 강의를 듣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파울라는 해부대 위에 누운 청년이 아는 얼굴임을 알고 놀란다. 그리고 해부학 실습실에 사악한 기운이 서려 있음을 알게 된다. 슈테판 루조비츠키 감독, 프란카 포텐테, 벤노 퓌어만 출연,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배급, 상영시간 103분홍성남 해부학 실습실에서 그만
15분/ 아나토미/ 열정의 무대/ 썸머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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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은하 ‘아줌마’의 남편 유상건입니다.
제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여 인사하고 보니 이게 바로 유명인의 가족들이 겪는 비애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저는 혹시라도 의뢰가 올까 해서 ‘내 인생의 영화’란에 쓰기 위해 대략 1년 전쯤 원고를 완성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원고청탁은 없고 어찌어찌하다 노트북이 러브바이러스에 걸리면서 파일을 몽땅 날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줌마’가 칼럼을 쓰기 전이었던데다가, 영화인들은 스포츠영화라면 몰라도 스포츠기자에 대해서는 통 관심이 없어서 <씨네21>의 어느 누구도 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 <친구>가 <대부>보다 낫다’는 저의 과감한 평과 ‘쪽팔리서’를 키워드로 집어낸 탁월한 안목이 ‘아줌마vs아줌마’에 실리면서 추측건대 김혜리와 백은하 기자의 간택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영화를 몇편 추려보았습니다.
90년대 초 단성사에서 <지
진짜 사나이였다아! <록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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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끼는 충무로 후배들과 술에 잔뜩 취한 채 노래방을 찾았다가 뜻밖의 감동을 맛봤다.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불콰해진 얼굴로 서로의 어깨를 아프게 겯고는 <맨발의 청춘>을 목이 터져라 불러제끼는 것이 아닌가? 나보다 10년 이상 연하인 녀석들이니 정작 이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에는 세상에 태어날 꿈도 못 꾸고 있었을 것을 상기해보면 유행가의 위력이란 것이 새삼 대단스럽게 느껴진다. 눈물도 한숨도 나 홀로 씹어삼키며 밤거리에 뒷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맨발의 청춘>의 가사는 청춘의 영원한 자화상이다. 영화하는 녀석들 중에 유독 이 노래를 십팔번으로 부르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은 곧 춥고 배고픈 충무로생활의 반영인 것 같아 가슴이 짠하다.한국영화사상 <맨발의 청춘>만큼 영광과 오욕이 한몸에 집중된 영화를 찾아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개봉 당시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웠고, 저 유명한 주제가와 더불어 트위스트를 유행시켰으며, 어느 시기에 꼽든 매번 ‘한국영화
한 시대의 추억을 만든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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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벌써 10년 가까운 일이지만 2천여장의 LP를 처분하던 일은 지금도 참담하다. 왜 그랬을까. 순간의 방심을 막고 지금껏 여일하였더라면, 더러 가욋돈을 만들기도 쉬운 나이가 되었으니 아마도 5천장은 넘기지 않았을까 하는 속물적 아쉬움은 동료들의 라이브러리, 그 바위 같은 인내와 집요한 탐닉의 성채를 볼 때마다 치욕에 가까운 절망감이 된다. ‘공장폐업 대방출’의 마음으로 LP를 내보낸 뒤 다시 CD를 하나씩 사면서(결코 ‘수집’이라고 할 수 없는) 더러 즐거움이 없지는 않았다. 재생 원리의 편리뿐만 아니라 모노 시절의 ‘필청 명반’까지 복각되는 형편이니 당시 돈으로도 1십만원이 넘는 LP 타이틀을 단돈 6천원짜리 CD로 살 수 있게 된 것은 정녕 디지털시대의 행운이 아닌가, 하고 터무니없는 자족을 했단 얘기다.푸르트뱅글러의 1951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베토벤 9번 교향곡을 꺼낼 때면 더욱 망연해진다. 이 곡의 혁혁한 해석으로는 3천여
방금 들린 그 발자국 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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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짜 로맨스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한 건 대프니 뒤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를 읽으면서부터였습니다. 네, 전 <레베카>를 소설부터 먼저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낱권으로 샀던 동서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 중 한권이었지요. 영화를 본 건 몇달 뒤였습니다. 사실 좀 일찍 볼 수도 있었는데, 주말 밤마다 텔레비전에 붙어 있다가 잠시 야간 시청을 금지당했었답니다. 그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잭 레먼 주연의 <아반티!>가 한창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하던 중이었지요. 전 아직도 그 영화가 어떻게 끝나는지 모른답니다.다시 <레베카> 이야기로 돌아가죠. 로맨스이야기를 하다 말았는데…. 아, 맞아. 이름없는 주인공과 맥시밀리언 드 윈터의 로맨스가 그렇게 강렬했냐고요? 천만에요. 저 자신이 꽤 서툴고 수줍은 사람이라 종종 그 이름없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기는 합니다만 로맨스까지 접어들면 전혀 감이 안 와요. 게다가 맥시밀리언 드 윈터는 꼭 카본 카피한 로체
페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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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냐 허구냐, 그것이 문제인가?1) 우선 다들 아는 사실. 도대체 역사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게 분명한 히틀러의 부대가 순전히 스탈린 이름이 붙은 도시를 그냥 놔둘 수 없다는 똥고집으로 스탈린그라드로 쳐들어갔다.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소모전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2) 우리의 주인공 바실리 자이체프 역시 실제로 존재했다. 옆에 올린 사진을 보라. 영화 속의 주드 로처럼 미모는 아니지만 뭐, 영화란 그런 게 아니던가. 그는 시베리아 출신의 사냥꾼이었고 전쟁 동안 날렸던 저격수였다. 당시 자이체프는 400명이나 되는 독일군을 쏴죽인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중 150명은 스탈린그라드에서 죽였다. 당시 그가 한동안 영웅 대접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긴 사태가 워낙 심란했으니 선전용 영웅이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한동안 자이체프는 선전 영웅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전세가 유리해져 진짜 괜찮
슈퍼맨, 혹은 소련으로 간 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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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유폐된 늙은 천재가 늘그막에 어린 천재를 만나 다시 꿈을 꾸고 작품을 쓰게 된다는 <파인딩 포레스터>를 보고온 날, 아줌마는 타이프라이터 자판 위를 날아다니는 영화 속 주인공의 손가락을 부러워하며, 걸레나 쥐어짜는 데 꼭 알맞은 자신의 무능한 손가락을 새삼 흘겨보았다.비록 스물세살에 경천동지할 고전을 펴낸 윌리엄 포레스터 같은 천재 되기는 이미 물건너간 아줌마라 할지라도, 남 손가락질하는 데 한없이 재빠르고 자기 생각 그려내는 데 한없이 굼뜬 손가락을 원망할 자격은 있는 것이다. 스크린에다 꿈의 빛을 쏘아대는 영사기처럼, 지면에다 값진 지혜를 쏟아내야 할 두뇌는 아줌마 짐많은 어깨 위에서 어찌 그리 하는 일이 없단 말인가. 회색 뇌세포가 손가락에 어떤 교시도 내려주지 않는 채 무늬만 머리인 척하는 바람에, 마감날 <씨네21>을 만날 초상집으로 만들어놓는 게 아줌마의 실체다. 그러고서도 마치 영화 속에서처럼, 타임아웃 직전의 프리드로 투샷을 고의로 망친 농
꿈 깨지 말란 말이야